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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dyHwang 님의 서재입니다.

토르의 망치를 찾아서 - 브라잇 동맹 3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CindyHwang
작품등록일 :
2020.02.28 11:17
최근연재일 :
2022.02.04 15:10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1,681
추천수 :
4
글자수 :
178,815

작성
20.12.2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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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2

DUMMY

저녁이 되어서야 레빌은 겨우 정신을 차리었다. 샘물을 몇 번이나 퍼먹은 그가 부들부들 떨며 자신이 아직도 살아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몸을 이리저리 만지고 꼬집었다. 그가 힘없는 목소리로 아이들과 침팬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왜 이리 갈수록 태산인지. 나는 더 이상 망치를 찾을 자신도, 힘도 없단다. 그냥 돌아가야겠어. 미안하구나. 여기까지가 내 한계인가 보다.”


그는 이미 결정을 내린 듯 오전에 그들이 나왔던 아래쪽으로 혼자 가버렸다. 저 공룡보다는 차라리 거인들이 더 낫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카할이 건네준 램프 반지를 손가락에 끼고서 그렇게 떠나버렸다.


그런데 한 30분이나 지났을까? 아래에서 빛이 꼬물꼬물 나타나더니 그가 허옇게 질린 표정으로 귀신처럼 흐물흐물 되돌아오는 것이 아닌가? 그는 그들 앞에서 비틀거리며 넘어졌다. 그를 부축하려고 내민 수진의 손을 덥석 잡더니 그가 전보다 더 떠는 목소리로 절규했다.


“저기, 우리가, 우리가 올라왔었던 천장 구멍이 사라.. 졌어. 완전히 막혀버렸다고. 이제 어떡하니?”


놀란 그들은 다 함께 그곳으로 내려가 보았다. 이번에는 침팬지도 따라갔다. 구멍이 있었던 자리에 거의 도착한 순간, 그들은 그만 비명과 함께 몸을 떨었다. 레빌이 그중 가장 심하게, 누군가가 그를 막 쥐어짜기라도 하는 것처럼 온몸을 뒤틀어대며 반응했다.


정말 인위적으로 잘린 것 같았던 그 직사각형 구멍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저 바위벽뿐이었다. 혹시 잘못 찾아왔나 싶어 왔던 길과 주변을 여러 번 뒤졌지만 구멍은커녕 조그만 틈새조차 없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결국 그들은 창백한 낯빛으로 서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샘으로 되돌아왔다. 레빌은 거의 자포자기 상태가 되어 이젠 어쩔 도리가 없다 여기는 것 같았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그들은 두 팀으로 나뉘어 맡은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돌아갈 길이 막힌 이상 전진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상한 일들의 연속이라 그런지 다들 무척 예민하고 불안감 지수가 상당히 높아졌다.


특히 이안은 전날 밤 한숨도 자지 못해 다크서클이 눈 밑에 지고 무척 피곤해 보였다. 그는 붉은 성에 들어오면서부터 느꼈었던 두려운 예감, 즉 누군가가 그들을 골탕 먹이고 있다는 생각이 다시 강하게 들었다. 그러나 절대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그와 카할은 한 팀으로 티라노사우루스를 멀리서 감시하는 임무를 맡았다. 수진과 레빌은 분지의 화강암 벽을 따라 돌면서 다른 동굴이나 출구가 있는지 조사하기로 했다. 침팬지는 수진을 따라왔고 그녀는 반갑게 손을 잡아주었다.


곧 그녀는 새로운 친구에게서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이 암컷은 사진이나 동물원에서 보던 침팬지종과 확실히 틀렸다. 120cm 키에 약 25Kg 정도 나가는 그녀는 수직으로 곧게 뻗은 다리와 높게 위치한 엉덩이를 지니었다. 그래서 곧잘 일어서곤 했다.


그런데 움직이려면 두 팔이 내려와 땅을 짚고 허리가 구부정해져서 걸었다. 손을 잡아준 지금은 천천히 두 발로 걸었지만 손을 놓으면 다시 네 발이 되었다. 얼핏 직립보행이 가능할 것도 같은데 암컷은 겁이 나는지 시도조차 해보지 않는 것 같았다. 수진은 나중 시간이 날 때 한번 훈련을 시켜봐야겠다고 결심하고 그제야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다행히 레빌은 아침이 되자 어느 정도 기운을 차렸다. 아니, 악착같이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되살아나 그 어느 때보다 더 기운차게 맹렬히 걸어 다니며 절벽을 살폈다. 퇴로 없는 군대가 마지막에 죽기 살기로 싸워 전쟁에서 이긴다고도 하던데 레빌이 딱 그 꼴이었다. 그러나 참으로 실망스럽게도 그들이 애타게 찾는 다른 출구는 없었다.


비참한 심정으로 그들은 샘으로 되돌아왔다. 다른 팀이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을 모두 가져와 그들을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


어둠이 내리고 샘 옆으로 모닥불을 피운 후 모두가 둘러앉았다. 수진이 핸드백 안에서 비상식량으로 가져온 햄을 꺼내 다 같이 나눠먹었다. 그리고 침팬지가 아까 잠깐 나가더니 질질 끌고 온 바나나 꾸러미에서 남은 6개 중 3개를 따서 나눠먹고 나머진 원래 주인이 다 차지하도록 놔뒀다. 그녀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이안을 쳐다보았다. 옆에 앉은 카할이 단번에 알아차리고 대신 대답했다.


“오다가 들쥐 하나가 그에게 희생되었지. 피가 꽤 나오던데.”


그럼 다행이었다. 그들은 따듯한 불빛을 쳐다보며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레빌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카할을 재촉했다.


“어서 좋은 소식부터 내놔보렴.”


바나나를 우물우물 씹어 넘긴 그가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출구를 발견했어요. 은색 문이에요.”


레빌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만세를 부르기 시작했다. 어디서 들은 것은 있는지 “할렐루야 할렐루야~”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바로 이어진 이안의 증언으로 그의 행동은 정지신호에 걸린 차처럼 우뚝 멈추고야 말았다.


“그런데 공룡이 들어가는 동굴 안벽에 위치해있어요. 게다가 공룡은 그 문 앞에서 한시도 떠나지 않고 버티고 있고요.”


레빌은 만세를 접더니 신음을 내며 끙끙거렸다. 어제의 공포가 다시 되살아나는가 싶었다.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옆으로 누워 끙끙대다 잠이 든 그를 놔두고 아이들끼리 열띤 토론을 벌였다.


당연히 공룡을 제치고 은색 문으로 들어가는 방법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공룡을 제치고 들어간다는 것이, 그것도 공룡시대를 통틀어 가장 사납고 성질이 난폭하기로 유명한 티라노사우루스를 따돌린다는 것이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절대 아니었다.


결론이 나지 않자 토론은 점점 길어졌다. 카할과 이안이 신랄하게 자신의 주장을 펴는 동안 수진은 침팬지를 데리고 옆으로 살짝 빠져나왔다. 그리고 엄마가 아기에게 걸음마를 가르치듯 두 손을 잡아준 채 두 발로 걷는 훈련을 시켜보았다. 동시에 옆의 이야기도 흘려듣다가 이따금씩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안과 카할은 처음엔 별 관심이 없더니 차차 흥미를 보이며 그녀 쪽으로 꽤 오래 시선을 두었다.


“불쌍한 동물 괴롭히지 말고 그냥 여기 와서 앉지 그래?”


이안이 살짝 비아냥거리자 그녀는 성난 목소리로 삐죽거렸다.


“얘 이름은 루시(Lucy)거든. 앞으로 루시라고 불러줘.”


카할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바로 되물었다.


“왜 이름이 루시야?”


“응, 롤리마을의 우리 할머니 친구분 중 한 분이 정말 얘랑 똑같이 생기셨거든. 그분 이름이 루시이셔, 루시 마치(Lucy March). 나한테 참 친절히 대해주셨지. 맛난 과자도 구워서 갖다 주시고.”


그녀는 좋은 의도로 꺼냈지만 ‘루시’라는 이름을 가진 그분이 지금 여기 함께 계시지 않은 것이 그분의 인생에 있어서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걸 왜일까? 그냥 작가의 여담이니 무시하시길.


어찌했든 그녀가 두발로 걷는 연습을 계속 시켰으나 루시는 점차 힘들어하고 자꾸 주저앉으려 했다. 그러다 갑자기 수진의 팔을 확 제치더니 어두운 아래쪽으로 쏜살같이 달려가 버렸다.


잠시 후 쾌쾌한 똥냄새가 먼저 올라오고, 그녀가 엉거주춤 기어와 자기 둥지에 벌러덩 누워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쾌쾌한 냄새 때문에 아이들은 잠시 동굴 입구로 피해야만 했다. 어느 정도 환기가 되었겠다 싶게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들어가려는데 순간 이안의 눈에 번쩍 전기가 흘렀다. 그리고 다짜고짜 수진의 어깨를 잡고서 마구 흔들어댔다.


“바로 그거야! 바로 그거라고.”


그가 흥분하여 소리치자 그녀는 어깨에서 그의 손을 떨어뜨리며 성난 목소리로 툴툴거렸다.


“한밤중에 지금 뭐라는 거야?”


“바로 그거라고, 수진. 바로 그거야.”


“도대체 무슨 소리야? 지금 잠꼬대 해?”


“그게 아니고, 드디어 방법이 떠올랐다고!”


“그게 뭔데?”


카할이 눈을 반짝이며 되묻자 그는 아주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티라노사우루스의 똥이야.”


“뭐, 똥?”


수진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비웃어주었지만 그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덧붙여 설명했다.


“모든 동물은 자신의 똥을 가장 더럽게 생각해. 지금 저 동물도, 아니 루시도 일을 본 후 바로 그 자리를 피했잖아. 티라노사우루스도 똑같아. 자신의 똥이 더럽다고 생각할 거고 극도로 싫어하겠지. 그 점을 이용하는 거야.”

캡처.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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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13. 차가운 이별 - 3 [THE END] 22.02.04 22 0 7쪽
45 13. 차가운 이별 - 2 22.01.07 18 0 11쪽
44 13. 차가운 이별 - 1 21.12.03 25 0 9쪽
43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7 21.11.19 20 0 12쪽
42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6 21.10.22 24 0 8쪽
41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5 21.10.01 27 0 10쪽
40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4 21.09.09 28 0 8쪽
39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3 21.08.27 30 0 9쪽
38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2 21.08.06 34 0 8쪽
37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1 21.06.18 30 0 8쪽
36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4 21.06.04 35 0 10쪽
35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3 21.05.14 31 0 7쪽
34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2 21.03.05 24 0 7쪽
33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1 21.02.10 30 0 8쪽
32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4 21.01.22 67 0 8쪽
31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3 21.01.08 28 0 8쪽
»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2 20.12.25 37 0 9쪽
29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1 20.12.11 30 0 8쪽
28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2 20.11.28 34 0 7쪽
27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1 20.11.20 31 0 7쪽
26 8. 해골 계단 20.11.14 28 0 12쪽
25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6 20.11.06 29 0 7쪽
24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5 20.10.23 24 0 9쪽
23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4 20.09.30 29 0 9쪽
22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3 20.09.05 32 0 9쪽
21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2 20.08.29 32 0 10쪽
20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1 20.08.14 44 0 10쪽
19 6. 과보족 마을 - 4 20.08.07 52 0 6쪽
18 6. 과보족 마을 - 3 20.07.24 28 0 8쪽
17 6. 과보족 마을 - 2 20.07.17 29 0 11쪽
16 6. 과보족 마을 - 1 20.07.09 33 0 11쪽
15 5. 사기꾼 레빌 - 4 20.07.02 26 0 7쪽
14 5. 사기꾼 레빌 - 3 20.06.26 36 0 10쪽
13 5. 사기꾼 레빌 - 2 20.06.19 46 0 9쪽
12 5. 사기꾼 레빌 - 1 20.06.12 30 0 8쪽
11 4. 요툰하임 - 2 +2 20.06.05 42 1 5쪽
10 4. 요툰하임 - 1 20.05.29 34 0 10쪽
9 3. 진달래 해적선과 제임스 후크 선장 20.05.15 42 0 10쪽
8 2. 학과의 결투 - 3 20.05.08 33 0 10쪽
7 2. 학과의 결투 - 2 20.04.30 5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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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4 20.04.03 43 0 8쪽
3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3 20.03.27 43 0 9쪽
2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2 +2 20.03.20 60 1 10쪽
1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1 +4 20.03.13 115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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