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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dyHwang 님의 서재입니다.

토르의 망치를 찾아서 - 브라잇 동맹 3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CindyHwang
작품등록일 :
2020.02.28 11:17
최근연재일 :
2022.02.04 15:10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1,680
추천수 :
4
글자수 :
178,815

작성
21.12.0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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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3. 차가운 이별 - 1

DUMMY

그날 밤 과보족 마을에서는 축제가 열리었다. 돌마법에서 풀려난 것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의미에서 자신들을 도와준 레빌, 이안, 수진, 카할을 위해 일부러 큰 잔치를 벌일 예정이었다. 또한 부활의 기쁨을 온몸으로 표시하고 기념하기 위해 거인족의 오랜 전통인 ‘거인들의 댄스파티’도 함께 열기로 결정되었다.


사실 딥언더니아의 ‘학과의 결투’가 열리던 그날이 원래 전통적으로 파티가 치러지는 날이었지만 이미 그때에는 과보족이 돌로 변해있었기에 열리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매년 일어나는 행사를 DNA 속에 뚜렷이 각인하고 있는 학들은 오랫동안 그래 왔던 것처럼 습관적으로 그날 아침이 되자 보금자리를 떠나 날아올랐다. 그리고 딥언더니아로 바로 향하였으리라.


오늘처럼 늦은 밤, 나무 위에서 곤히 자고 있을 그것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족장 따따는 이 유서 깊은 전통을 지키지 않고 올해를 그냥 넘기자니 왠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바삐 음식과 필요한 여러 가지들을 준비시키느라 하루 종일 온 마을이 들썩였고 계속 쿵쿵 울려댔다.


레빌의 집으로 돌아온 아이들은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말끔히 세수하고 숙녀옷방 미니어처에서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수진은 청바지에 분홍색 니트를 입고, 잘린 머리를 감추느라 푸른 리본핀을 이용해 뒤로 넘겨버렸다.



요툰하임에 어둠의 장막이 두껍게 내려오자 주변 사물이 서로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무척 깜깜해졌다. 몰려든 구름들이 가느다란 달빛조차 가리고 있어 혹 태초의 암흑이 여기에 재현된 것이 아닌 가 싶을 정도로 심히 어두웠다. 하지만 과보족 마을 입구는 작은 불꽃들로 뒤덮여 있었다. 셀 수 없이 많은 횃불들이 땅에 박혀있었다. 마치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들이 지상으로 내려온 것처럼 빛을 발산하였다. 한껏 배불리 먹고 난 과보들과 그날의 영웅인 레빌과 아이들은 서로 웃고 떠들며 반짝이는 밝음 속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이들은 가까이 다가온 어린 과보 소년 곁을 빙 둘러쌌다. 그리고 한 명씩 그의 손목에 둘린 작은 뱀을 떨리는 손으로 살살 쓰다듬어보았다. 피부가 미끈미끈하고 차가운 것이 느낌이 이상했다. 한 번은 아이의 귀에 달린 뱀이 카할의 손목으로 떨어져 그가 벌벌 떨며 어서 떼어내라고 난리를 치기도 했다.


“보로동동동 보로동동동~”


그들 뒤에 위치해 있는 고깔모자 모양의 집 안에서 힘찬 북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과보들은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그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깜깜한 그 안에서 족장 따따가 예복을 입은 채 벌떡 튀어나왔다. 북을 든 악사 여러 명이 뒤따라 나왔다.


성장을 차린 따따의 모습에 아이들은 깊은 인상을 받았다. 족장의 머리 위에는 학의 깃털과 그 앞으로 호박 보석들이 멋들어지게 엮어진 머리띠가 왕관처럼 얹어있었다. 양팔 구멍이 나 있고 무릎 아래까지 내려온 천을 예복으로 둘렀는데 앵두처럼 새빨간 색이었다.


거기에는 과보들의 상징이자 동반자인 누런 뱀들이 서로 꼬여 있는 모습이 천 아래 테두리를 따라 띠처럼 생생하게 그려져 있었다. 그 위로는 그들이 사냥하는 모습, 나무 열매를 채집하는 모습, 가죽을 다듬는 모습 등 일상생활의 장면들이 그려졌다.


예복의 제일 위로 그의 가슴을 덮은 면에는 그들의 신화를 보여주는 그림들이 있었다. 한 과보가 달리기 시합을 하듯 노란 태양을 따라 달리다가 넘어져 땅에 파묻혔고 그의 몸이 뿌리로 변하여 나무로 변해가고 있는 내용이었다.


따따는 천이 구겨지지 않도록 한번 털더니 두 손바닥을 하늘을 향해 들어 올렸다. 보통 때는 한 마리만 감고 있던 손목과 팔에 여러 마리의 뱀들을 칭칭 감았는데, 그것들 각자도 뭔가를 준비하는 듯 고개를 옆으로 지그재그 빳빳이 들어 올리고 빨간 혀를 현란하게 입 밖으로 내밀었다.


“얍!”


힘찬 기압 소리가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오자 악사들의 북소리가 이전보다 훨씬 빨라지고 박력 있어졌다. 족장은 홀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의 두 눈은 뒤통수를 때리면 특 튀어나올 것처럼 잔뜩 힘을 주었고, 혀를 뱀처럼 날름거리며 절도 있게 한 발씩 번갈아 들어 올린 후 엉덩이를 씰룩거렸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한번, 왼쪽으로 한번 돌더니 앞으로 세 번 텀블링을 했다. 그의 팔목과 귀를 휘감은 뱀들도 그와 함께 몸을 돌리며 잔뜩 흥분해서는 뱀 춤을 추어댔다.


과보들이 요란한 함성을 내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와 같은 동작으로 몸을 흔들었다. 혀를 날름거리고 한 발씩 들어 올린 후 엉덩이를 씰룩하며 오른쪽으로 한번, 왼쪽으로 한번 돌고는 텀블링 대신 앞으로 폴짝 세 번을 뛰었다. 레빌과 아이들은 눈치껏 동작을 엇비슷하게 따라하느라 노력했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고조되자 족장은 이제 텀블링 대신 뜀박질을 하면서 불타는 횃불을 땅에서 뽑아 들고 마을 입구를 나섰다. 그 뒤를 악사들과 횃불을 든 과보들이 뒤따랐다. 처음부터 같은 동작을 반복하면서, 즉 춤을 추면서 어두운 숲 속을 헤치며 나아갔다.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면 타오르는 불의 가위가 넓게 펼쳐진 검은 캔버스를 두 동강으로 자르며 안으로 파고 들어가는 것처럼 보이리라.


횃불의 행진이 길게 이어져갔다. 불은 커다란 북소리에 맞춰 이리 빙글 저리 빙글 돌며 앞으로 나아가면서 천천히 주변 어둠을 몰아내고 따듯한 온기를 숲에 나누어주었다. 잠을 자고 있던 학들이 깨어나 휘둥그레진 눈으로 보다가 나무 둥지 위로 황급히 날아올랐다. 그러나 아이들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학보다 큰 거인들이 그들을 둘러싸며 보호해주었기 때문이다.


레빌은 춤을 추는 샨샨의 어깨 위에 앉은 채 두 손을 이리저리 꼬아대고 어깨를 들썩여 흥을 자아냈다. 카할은 좀 전에 뱀을 만지게 해 준 소년과 어느새 친해져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나아갔다. 이안과 수진은 행렬의 끝에서 이젠 제법 그럴듯하게 춤을 추면서 따라갔다.



꽤나 숲 깊숙이 들어왔다고 생각되던 바로 그때였다. 이안이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더니 행렬에서 벗어나 왼쪽으로 펼쳐진 어두운 숲으로 걸어 들어갔다. 놀란 그녀가 손목을 잡아당기며 소리쳤다.


“저리로 가야지, 왜 이리 가는 거야?”


그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저 빠른 걸음으로 무작정 그녀를 끌고 갔다. 북소리가 점차 희미해지고 마치 이 세상에 암흑과 그와 그녀만이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문득 그런 무서운 생각이 든 그녀는 그를 멈추게 하려고 제자리에 서 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드디어 걱정하던 때가 온 거로구나. 내 피를 원하는 거야. 낮에도 이상하게 쳐다보더니만 아아, 이 일을 어쩌지?’


질질 끌리어간 그녀의 눈앞에 나무가 없는 작은 평지가 나타났다. 마침 구름 사이로 새어 나온 가느다란 달빛이 그곳을 비추었다. 그러자 그곳 중간에 허연 커다란 뭔가가 서 있었다. 유령 같았다. 너무 무서워서 그녀가 살짝 비명을 지르자 이안은 그제야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히든벅이야! 여기서 만나기로 했어.”


그녀가 다시 쳐다보니 정말로 그였다. 그녀는 이안이 잡고 있던 손을 딱 뿌리치고 히든벅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그리고 두 팔을 벌려 그의 옆구리를 푹 껴안았다. 그가 꼬리와 머리 위의 뿔을 살짝 흔들어대며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군. 그동안 잘 지내지 못했다던데 다행히 건강해 보이는군.”


이안이 옆으로 다가오자 그는 그의 모습도 유심히 살피었다. 그리고 이내 그의 건강을 확인한 듯 고개를 앞으로 돌려버렸다. 수진이 그에게서 떨어지자 그는 앞으로 몇 발자국 나아가더니 그들을 향해 돌아섰다. 잠시 주위가 전등을 끈 것처럼 어두워졌다가 다시 달빛이 흩어진 구름 사이로 새어 나와 그의 몸으로 쏟아져 내렸다. 그의 우아하고 새하얀 뿔이 보석처럼 투명하게 빛나는 가운데, 못 보던 지난 몇 달 사이에 뿔이며 몸집이 더 자란 것만 같았다.


게다가 그녀가 평소 알고 지내왔던 그가 아니라 어느새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듯 불편함이 그에게서 발산되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기까지 했다. 그에게서 어떤 강한 권위와 딱딱하고 똑 부러지는 기계 같은 느낌이 전해져 왔다. 그는 그런 분위기에 맞게끔 진지하면서도 낮게 깔린 기계음 같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 그가 정말로 어색하게만 느껴지는 그녀였다.


“그래, 수진이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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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13. 차가운 이별 - 3 [THE END] 22.02.04 22 0 7쪽
45 13. 차가운 이별 - 2 22.01.07 18 0 11쪽
» 13. 차가운 이별 - 1 21.12.03 25 0 9쪽
43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7 21.11.19 20 0 12쪽
42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6 21.10.22 24 0 8쪽
41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5 21.10.01 27 0 10쪽
40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4 21.09.09 28 0 8쪽
39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3 21.08.27 30 0 9쪽
38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2 21.08.06 34 0 8쪽
37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1 21.06.18 30 0 8쪽
36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4 21.06.04 35 0 10쪽
35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3 21.05.14 31 0 7쪽
34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2 21.03.05 24 0 7쪽
33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1 21.02.10 30 0 8쪽
32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4 21.01.22 67 0 8쪽
31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3 21.01.08 28 0 8쪽
30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2 20.12.25 36 0 9쪽
29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1 20.12.11 30 0 8쪽
28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2 20.11.28 34 0 7쪽
27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1 20.11.20 31 0 7쪽
26 8. 해골 계단 20.11.14 28 0 12쪽
25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6 20.11.06 29 0 7쪽
24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5 20.10.23 24 0 9쪽
23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4 20.09.30 29 0 9쪽
22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3 20.09.05 32 0 9쪽
21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2 20.08.29 32 0 10쪽
20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1 20.08.14 44 0 10쪽
19 6. 과보족 마을 - 4 20.08.07 52 0 6쪽
18 6. 과보족 마을 - 3 20.07.24 28 0 8쪽
17 6. 과보족 마을 - 2 20.07.17 29 0 11쪽
16 6. 과보족 마을 - 1 20.07.09 33 0 11쪽
15 5. 사기꾼 레빌 - 4 20.07.02 26 0 7쪽
14 5. 사기꾼 레빌 - 3 20.06.26 36 0 10쪽
13 5. 사기꾼 레빌 - 2 20.06.19 46 0 9쪽
12 5. 사기꾼 레빌 - 1 20.06.12 30 0 8쪽
11 4. 요툰하임 - 2 +2 20.06.05 42 1 5쪽
10 4. 요툰하임 - 1 20.05.29 34 0 10쪽
9 3. 진달래 해적선과 제임스 후크 선장 20.05.15 42 0 10쪽
8 2. 학과의 결투 - 3 20.05.08 33 0 10쪽
7 2. 학과의 결투 - 2 20.04.30 51 0 10쪽
6 2. 학과의 결투 - 1 20.04.17 75 0 9쪽
5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5 20.04.10 41 0 6쪽
4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4 20.04.03 43 0 8쪽
3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3 20.03.27 43 0 9쪽
2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2 +2 20.03.20 60 1 10쪽
1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1 +4 20.03.13 115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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