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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dyHwang 님의 서재입니다.

토르의 망치를 찾아서 - 브라잇 동맹 3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CindyHwang
작품등록일 :
2020.02.28 11:17
최근연재일 :
2022.02.04 15:10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1,693
추천수 :
4
글자수 :
178,815

작성
20.07.24 14:10
조회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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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6. 과보족 마을 - 3

DUMMY

잠이 완전히 깨자 거인은 옆으로 펼쳐 놓은 자루로 다가가 그 안을 뒤적거렸다. 복숭아나무 개수를 세는 것 같았다. 영 만족스럽지 않은 표정을 짓더니 가까이 심어진 나무들로 다가가 양손으로 그것들을 쭉쭉 뽑아 올렸다. 떨어진 복숭아까지 손으로 다 쓸어 담고 다시 개수를 세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자루를 홱 집어던지고 고래고래 악을 지르며 무섭게 화를 내는 것이 아닌가?


돌 뒤에 숨은 아이들은 너무 무서워서 오들오들 떨었다. 거인의 얼굴이 악마처럼 변하고 침이 소낙비처럼 땅으로 쏟아져 내렸다.


“에잇, 도저히 참을 수가 없네. 내가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여? 내일모레 열리는 자기 생일잔치에 뭐, 과일이 필요하다고? 그놈 이름이 ‘발로르’인가 ‘말두르’인가, 복숭아 파이가 먹고 싶으면 지가 만들 것이지 왜 나보고 시켜? 눈도 못 뜨는 장님 주제에 마치 지가 왕인 것처럼 행세하는 데, 에잇, 진짜 눈뜨고 못 봐주겠네. 에잇, 짜증 나. 나이가 많아서 형님이라고 불러주면 감지덕지나 할 것이지, 지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야. 그깟 파이는 그래, 내가 어떻게 만들 수가 있다고 쳐.

도대체 어디 가서 여자들을 데려오라는 거야? 이미 움직이는 건 죄다 돌로 변했는데. 눈도 못 뜨면서 엄청 밝히기는. 쳇, 안되면 돌로 변한 과보족 여자 아무나 품 안에 던져주지 뭐. 아휴, 열 받아 미치겠네.”


거인은 제자리에서 쿵쿵 뛰기도 하고 주먹으로 땅을 치기도 하면서 마구 화를 냈다. 마지막에는 나무 한 그루를 통째로 입에 넣고 껌처럼 무섭게 씹어대다가 옆으로 퉷 내뱉었다.


얼마간 그렇게 짜증을 더 부리더니 이젠 어쩔 수 없다 체념한 듯 지친 표정을 띠며 한쪽 어깨에 힘겹게 자루를 둘러매고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었다. 어느 정도 거리가 나자 아이들은 그의 뒤를 조심히 미행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나지막한 언덕이 나타나고 넘어가자 또 다른 언덕이 나타났다. 거인이 사라진 언덕 끝에 거의 다다를 무렵, 앞장서 가던 카할이 움찔하며 몸을 황급히 낮추었다. 그의 다급한 몸짓에 수진과 이안도 덩달아 바닥에 엎드리고 말았다. 그들은 배를 깔며 기어올라 언덕 끝에 도달했고 그제야 고개를 조금씩 들어 올렸다.


다른 곳과 달리 눈이 거의 쌓이지 않은, 자갈과 흙으로 덮인 황무지가 그들 앞에 쭉 펼쳐져 있었다. 그 끝자락에 어마어마하게 크고 괴기스러운 붉은 성이 위협적으로 세워져 있었다. 성의 가운데 위치한 거대한 성문을 제외하고 밖을 향해 뚫려있는 건 창문 같은 것조차 전혀 없었다. 과연 저 안에 숨을 쉴 수 있는 산소가 충분히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문은 아주 굳게 닫혔고, 밖에서 지키는 자도 없었다. 전체적으로 위로 길게 뻗은 직사각형 모양으로 생겼는데, 울퉁불퉁한 겉 표면을 따라 흐르는 진득한 액체의 색이 어찌나 진한지 ‘검붉다’란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았다.


한마디로 기괴하고 우중충했다. 성의 색깔만으로도 보는 이들을 불안하게 만들었지만, 더욱 공포를 자아내게 만든 문제는 따로 있었으니 바로 성의 지붕이었다. 검은 청동으로 만들어진 드래곤 한 마리가 그 위에 웅크리며 있었던 것이다.

마치 몸 아래에 둥지라도 깔고 앉은 듯 드래곤은 똑바로 앉은 채 고개턱을 살짝 내려 시선을 정면 아래로 향하고 있었다. 카할이 지니고 다니는 단도의 두 배 정도 크기의 뾰족한 가시들이 머리 정수리부터 시작해 척추를 따라 꼬리까지 일렬로 꽂혀있고, 끝이 화살표 모양을 한 꼬리가 하늘을 향해 꼿꼿이 들려있었다. 아이들이 있는 위치에서 보면 드래곤의 정수리 위로 화살표 꼬리가 머리장식처럼 바로 이어 붙은 것처럼 보였다.


그들은 한동안 그것을 관찰하였다. 움직이지 않는 굳은 청동이었지만 마치 살아 숨 쉬는 생물처럼 생동감이 흘러넘쳤다. 만약 그들 중 한 명이 일어나기만 해도, 저기서 금방 날개를 펴서 파닥거리며 이리로 날아올 것만 같았다.


공포감에 침만 꼴깍 삼키고 있는 아이들을 향해 어느새 뒤쫓아 온 레빌이 옆으로 기어 오더니 앞을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


“진짜 기분 나쁜 곳이네. 너희가 저기를 들어가겠다고?”


레빌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로 고개를 절레절레 지으며 말을 이었다.


“문제는 말이다. 저 굳게 닫힌 성문을 어떻게 열고 들어가니? 아무리 봐도 위험해. 괜히 생죽음 당하지 말라고.”


아이들은 그의 말대로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답이 나오지 않았다. 저렇게 꽉 막힌 건물은 정말로 처음이었던 것이다.


“오늘처럼 거인이 밖으로 나올 때 몰래 숨어 들어가면 되지 않을까요?”


카할의 물음에 레빌은 그다지 신통한 답이 아니라는 듯 고개를 내저으며 반대했다.


“오늘은 거인이 어쩌다 나온 날이고. 가끔 마을로 오는 것으로 보아 자주 외출은 않는 것 같더군. 그러니 하루가 걸릴지 일주일이 걸릴지 어떻게 알고 계속 기다릴 수 있겠니? 더군다나, 자 봐라, 성문의 양 옆으로 막힌 데가 전혀 없어 숨을 데도 없잖아?”


“아, 진짜 저기를 어떻게 들어가나? 이거 큰일 났네.”


당황한 이안이 입을 열며 친구들을 향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데 조용히 침묵을 지키던 수진의 얼굴에 장난스러운 표정이 지어지고 눈빛이 초롱초롱 빛나는 것이 아닌가? 이안이 왜 그러냐고 눈동자로 묻자 그녀는 밝은 어조로 조용히 속삭였다.


“나에게 아주 좋은 수가 생각났어.”



숲길 위로 커다란 자루들이 뒤뚱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크리스마스이브에 들고 다니는 것과 거의 비슷한 크기의, 매우 뚱뚱한 자루들이 아이들과 레빌의 등 위에 올려져 있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의 자루에 든 것은 선물이 아니라 식량이라는 사실이었다.


수진과 카할, 레빌의 등에는 자루가 하나만 올려져 있었지만 이안은 두 개를 등에 짊어지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머리 위에 한 개가 더 얹어져 있었다. 머리 위의 것은 나무 넝쿨로 묶어 그의 턱 아래에 단단히 고정되었기에 까딱 고개를 잘못 돌리거나 균형을 잡지 못하면 자루와 함께 뒤나 옆으로 넘어져 흡사 목이 꺾일 위험이 있었다. 수진은 처음엔 걱정을 했지만 뱀파이어는 목이 잘리지만 않으면 다시 살아난다는 레빌의 말에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레빌은 제일 앞에서, 그 뒤를 수진과 카할이, 좀 떨어져서 이안이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짐을 나르는 나귀처럼 한 발 한 발 조심이 내디뎠다. 특히 이안은 자신이 먹을 것도 아닌데 이렇게 바리바리 힘들게 짊어져야 하는지 화가 났지만 앞의 친구들을 슬쩍 쳐다보며 참았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면 온전히 그것 때문에 화가 난 것만은 아니었다.


아직 집까지 거리가 반이나 남았지만 자루 때문에 이미 너무 지쳐버려 그들은 중간에 잠시 쉬어야 했다. 아이들은 그제야 무거운 짐을 내리고 눈 바닥에 뻗어버렸다. 이안이 후들거리는 다리로 다가오자 카할이 겨우 일어나 그의 머리에서 짐 내리는 것을 도와주었다.


정오의 밝은 햇살이 큰 나무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왔다. 바람에 흔들리는 눈꽃과 나뭇잎, 줄기와 가지들이 서로 그림자놀이를 하면서, 누워있는 그들의 몸에 얼룩 반점을 만들었다가 사라졌다 했다. 게다가 밝은 대낮에는 ‘알유’가 활동을 안 한다기에 마음 편히 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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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13. 차가운 이별 - 2 22.01.07 18 0 11쪽
44 13. 차가운 이별 - 1 21.12.03 25 0 9쪽
43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7 21.11.19 20 0 12쪽
42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6 21.10.22 24 0 8쪽
41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5 21.10.01 27 0 10쪽
40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4 21.09.09 29 0 8쪽
39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3 21.08.27 30 0 9쪽
38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2 21.08.06 34 0 8쪽
37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1 21.06.18 30 0 8쪽
36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4 21.06.04 36 0 10쪽
35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3 21.05.14 31 0 7쪽
34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2 21.03.05 24 0 7쪽
33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1 21.02.10 31 0 8쪽
32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4 21.01.22 68 0 8쪽
31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3 21.01.08 28 0 8쪽
30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2 20.12.25 37 0 9쪽
29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1 20.12.11 31 0 8쪽
28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2 20.11.28 34 0 7쪽
27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1 20.11.20 31 0 7쪽
26 8. 해골 계단 20.11.14 28 0 12쪽
25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6 20.11.06 30 0 7쪽
24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5 20.10.23 24 0 9쪽
23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4 20.09.30 29 0 9쪽
22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3 20.09.05 33 0 9쪽
21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2 20.08.29 32 0 10쪽
20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1 20.08.14 44 0 10쪽
19 6. 과보족 마을 - 4 20.08.07 52 0 6쪽
» 6. 과보족 마을 - 3 20.07.24 29 0 8쪽
17 6. 과보족 마을 - 2 20.07.17 29 0 11쪽
16 6. 과보족 마을 - 1 20.07.09 33 0 11쪽
15 5. 사기꾼 레빌 - 4 20.07.02 27 0 7쪽
14 5. 사기꾼 레빌 - 3 20.06.26 36 0 10쪽
13 5. 사기꾼 레빌 - 2 20.06.19 46 0 9쪽
12 5. 사기꾼 레빌 - 1 20.06.12 30 0 8쪽
11 4. 요툰하임 - 2 +2 20.06.05 43 1 5쪽
10 4. 요툰하임 - 1 20.05.29 34 0 10쪽
9 3. 진달래 해적선과 제임스 후크 선장 20.05.15 42 0 10쪽
8 2. 학과의 결투 - 3 20.05.08 33 0 10쪽
7 2. 학과의 결투 - 2 20.04.30 51 0 10쪽
6 2. 학과의 결투 - 1 20.04.17 76 0 9쪽
5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5 20.04.10 41 0 6쪽
4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4 20.04.03 43 0 8쪽
3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3 20.03.27 43 0 9쪽
2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2 +2 20.03.20 60 1 10쪽
1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1 +4 20.03.13 116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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