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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dyHwang 님의 서재입니다.

토르의 망치를 찾아서 - 브라잇 동맹 3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CindyHwang
작품등록일 :
2020.02.28 11:17
최근연재일 :
2022.02.04 15:10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1,688
추천수 :
4
글자수 :
178,815

작성
20.07.02 14:10
조회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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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7쪽

5. 사기꾼 레빌 - 4

DUMMY

이안이 학에서 추락하여 다시 정신을 차린 때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초저녁이었다. 천근만근 무거운 몸을 겨우 일으켜 앉았다. 부서진 나뭇가지들과 눈, 나뭇잎들이 주위에 꽤 널려있었다. 다행히 별로 다친 데는 없었다. 떨어진 잔해로 보아 얼굴과 몸이 꽤나 긁혔을 법한데 뱀파이어의 재생력 때문인지 상처는 이미 다 사라지고 없었다. 그는 일어나서 흙과 나뭇잎을 털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큰 나무들, 태초의 원시성을 간직한 광활하고 야생적인 분위기의 울창한 숲뿐이었다. 이런 곳에서 친구들을 어떻게 찾을지 그저 막막하기만 했다. 그는 걷다가 가장 높아 보이는 나무 위로 올라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저 멀리, 바위들로 이루어진 이상한 마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아마 저기가 그들이 찾는 곳일 것 같았다. 친구들도 다 저리로 향했으리라.


그는 방향을 잡고 내려와 뱀파이어의 날쌘 움직임으로 뛰어갔다. 어둠이 내려앉았지만 그에겐 전혀 방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낮보다 깜깜한 지금이 마음도 훨씬 편하고 시야가 무척이나 잘 보였다. 다만 아쉬운 점은 사냥할만한 동물을 한 마리도 보지 못한 것이다.


이 넓고 고요한 공간에서 자신 혼자만이 살아남은 듯 진한 외로움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런 감상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그는 키가 큰 자작나무 숲을 지나쳐갔다. “딸랑딸랑.” 맑은 방울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걸음을 멈추었다. 저 앞의 흰 나무기둥들 사이로 파란 불꽃 두 개가 스르륵 피어올랐다. 도깨비인가? 아님, 유령인가?


그는 자신도 모르게 야생적으로 변한 하늘색 눈동자로 응시하며 커다란 송곳니들을 드러내어 혹시 있을지도 모를 공격에 대비하였다.


두 개의 파란 불꽃은 위로 날아오르다 떨어지고 양 옆으로 왔다갔다 움직였다. 움직일 때마다 딸랑이는 방울소리는 과하지 않은 맑음과 이슬 같은 싱그러움을 간직했다. 불꽃들은 천천히 그에게 다가왔다. 멀리 있었을 때는 몰랐는데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그것들이 두 눈동자에서 뿜어 나오는 인광임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것의 생김새는 그가 알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전혀 새로운 종의 동물이었다.


기린처럼 생긴 머리에 뿔이 나 있고, 끝이 날카로운 이빨들이 입술 밖으로 비집어 튀어나와 있었다. 끝이 눌린 주먹코, 눈꺼풀이 없이 크게 부릅뜬 두 눈에서 파란 광채가 흘러나오고 물방울무늬를 닮은 파란 비늘이 온몸을 뒤덮었다. 날개를 닮은 빨간 깃털이 네 개의 발등에서 시작되어 다리를 타고 오르는데, 앞발 쪽은 깃털이 길게 등 위에까지 한참 솟아있었고 뒷발들의 것은 옆구리에서 멈춰 짧았다. 목에 조그만 방울을 단 그것은 전체적으로 수사자보다 덩치가 더 컸다.


만약 지금 드린 설명으로도 당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한번 서울 광화문으로 나가 문의 양 옆을 지키는 두 석상들을 살펴보시라. 아하 손뼉을 치며 바로 이해가 될 것이다.



이안은 도대체 이 괴상한 것이 뭔가 하는 표정으로 긴장의 끈을 조금도 늦추지 않고 경계하였다. 그런데 그것이 살며시 다가오더니 그의 앞에서 고개와 몸을 숙여 넙죽 엎드리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사람의 말을 하기 시작했다.


“장차 수많은 고민과 무거운 짐을 짊어질 분에게 ‘해치’가 처음으로 인사드립니다.”


이안은 당황하여 할 말을 잃고 그저 그것이 말하는 대로 듣고 있었다.


“어서 저의 등에 타시옵소서.”


이안은 마치 무슨 주문이라도 걸린 양 아무 의심 없이 비늘로 덮인 등 위로 올라탔다. 그리고 해치의 목을 두 팔로 부여잡자 그것이 나무 사이를 매끄럽게 헤치며 달리기 시작했다. 희한하게도 눈을 내딛는 발소리가 전혀 나지 않고 둘로 갈라진 발톱 자국도 눈 바닥에 남지 않았다. 그저 아주 은은한 방울소리만 딸랑거릴 뿐이었다.


그렇게 달리다 보니 잠시 후 초원 위의 불이 켜진 버섯모양의 높은 바위가 보였다. 해치는 매끄러운 바위도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는 듯 날개를 흔들어서 엘리베이터처럼 수평으로 쑥 날아올랐다. 그리고 발코니에 설 수 있도록 뒤돌아 엉덩이를 바짝 붙이자 그가 등에서 내려와 그 위에 섰다.


“옮고 그름을 판단하여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행동하시옵소서.

전에는 실패하였지만 이번에는 바로 잡으실 수 있을지 이 해치가 잘 지켜보겠나이다.

과거의 엉킨 실타래를 풀어나가야 할 어린 왕이여,

비록 그대의 길이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을 잃지 마소서.”


이안이 뒤돌아보았다. 이미 그것은 아리송한 말만 남긴 채 연기처럼 사라지고 없었다. 참으로 기이한 일이었다. 왕이라니, 지금 자신의 형편을 알기나 하는 것인가? 올바른 결정,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 왜 그런 말을 자신에게 하는 거지?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나?


몽롱한 상태로 그가 문을 두들겼다. 그리고 곧 꿈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이놈의 거인이 감히 카할님을 못 알아보다니.”


카할의 잠꼬대에 이안이 회상에서 깨어났다. 그는 잠자는 친구를 한번 쓱 쳐다본 후 고개를 돌려 다시 창문 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달빛이 밝게 내리는 요툰하임 숲은 거대한 불가사의라도 감추고 있는 듯 신비하게 느껴졌다. 바람이 불 때마다 흩날리는 눈과 나뭇잎들이 마치 그에게 환영인사를 건네는 듯싶었다. 그러나 한편 꽁꽁 감추어둔 비밀을 파헤치려는 그들을 끊임없이 방해하고 못살게 굴 거라고 으름장을 던지는 것 같기도 했다.


야생이 숨 쉬는 자연은 언제나 그렇듯 신비한 비밀을 가린 채 베일을 쉽게 벗으려 하지 않는다. 만약 그것을 벗기려는 자가 있다면 이 점을 꼭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의 피와 생명을 바쳐 희생할 각오가 되어있는지 말이다. 어머니 자연은 겉으론 따듯이 품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종종 질릴 정도로 가혹하게 구는 잔인함을 발사하는 것이다. 그녀의 저 바닥에 도사리는 어두운 비밀을 결코 다 보여주길 원하지 않기 때문에.


그는 숲의 이런 암시를 은밀히 받아들이며 자신을 빤히 내려다보고 있는 달을 올려다보았다. 평소에 보던 것보다 유난히 크고 밝았다. 문득 어린 시절에 했던 것처럼 달에게 소원을 빌고 싶어졌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토르의 망치를 찾게 해 주시고 숲에게 친구들의 안전을 살펴달라고 빌어주세요. 그리고 잠이 오게 해 주세요.’


달님이 정말 그의 소원을 듣기라도 했나 보다. 스르륵 잠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정말로 오랜만에 단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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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13. 차가운 이별 - 3 [THE END] 22.02.04 22 0 7쪽
45 13. 차가운 이별 - 2 22.01.07 18 0 11쪽
44 13. 차가운 이별 - 1 21.12.03 25 0 9쪽
43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7 21.11.19 20 0 12쪽
42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6 21.10.22 24 0 8쪽
41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5 21.10.01 27 0 10쪽
40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4 21.09.09 28 0 8쪽
39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3 21.08.27 30 0 9쪽
38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2 21.08.06 34 0 8쪽
37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1 21.06.18 30 0 8쪽
36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4 21.06.04 35 0 10쪽
35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3 21.05.14 31 0 7쪽
34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2 21.03.05 24 0 7쪽
33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1 21.02.10 31 0 8쪽
32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4 21.01.22 68 0 8쪽
31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3 21.01.08 28 0 8쪽
30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2 20.12.25 37 0 9쪽
29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1 20.12.11 31 0 8쪽
28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2 20.11.28 34 0 7쪽
27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1 20.11.20 31 0 7쪽
26 8. 해골 계단 20.11.14 28 0 12쪽
25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6 20.11.06 30 0 7쪽
24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5 20.10.23 24 0 9쪽
23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4 20.09.30 29 0 9쪽
22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3 20.09.05 33 0 9쪽
21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2 20.08.29 32 0 10쪽
20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1 20.08.14 44 0 10쪽
19 6. 과보족 마을 - 4 20.08.07 52 0 6쪽
18 6. 과보족 마을 - 3 20.07.24 28 0 8쪽
17 6. 과보족 마을 - 2 20.07.17 29 0 11쪽
16 6. 과보족 마을 - 1 20.07.09 33 0 11쪽
» 5. 사기꾼 레빌 - 4 20.07.02 27 0 7쪽
14 5. 사기꾼 레빌 - 3 20.06.26 36 0 10쪽
13 5. 사기꾼 레빌 - 2 20.06.19 46 0 9쪽
12 5. 사기꾼 레빌 - 1 20.06.12 30 0 8쪽
11 4. 요툰하임 - 2 +2 20.06.05 43 1 5쪽
10 4. 요툰하임 - 1 20.05.29 34 0 10쪽
9 3. 진달래 해적선과 제임스 후크 선장 20.05.15 42 0 10쪽
8 2. 학과의 결투 - 3 20.05.08 33 0 10쪽
7 2. 학과의 결투 - 2 20.04.30 51 0 10쪽
6 2. 학과의 결투 - 1 20.04.17 75 0 9쪽
5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5 20.04.10 41 0 6쪽
4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4 20.04.03 43 0 8쪽
3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3 20.03.27 43 0 9쪽
2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2 +2 20.03.20 60 1 10쪽
1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1 +4 20.03.13 115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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