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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dyHwang 님의 서재입니다.

토르의 망치를 찾아서 - 브라잇 동맹 3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CindyHwang
작품등록일 :
2020.02.28 11:17
최근연재일 :
2022.02.04 15:10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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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0
추천수 :
4
글자수 :
178,815

작성
20.07.1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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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6. 과보족 마을 - 2

DUMMY

대충 일이 끝나자 그는 한 곳에 모아둔 자루들로 다가와 기대어 앉았다. 그리고 잠시 눈을 감고 쉬는 동안, 카할은 화장실이 급하다며 밖으로 나가버렸다. 수진과 이안은 그동안 여유를 갖고 집안을 둘러볼 수 있었다. 그런데 한쪽 구석에 놓인 대나무 바구니 앞에서 그들은 자동적으로 걸음을 멈추었다.


“이안, 이건 예전에 절벽을 건넜을 때 탔던 바구니 크기와 비슷한걸. 그것보다 좀 더 큰 것 같기도 하고.”


그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추억에 잠긴 얼굴로 맞장구를 쳤다.


“그래, 근데 이것이 더 튼튼해 보이네. 이걸 썼으면 히든벅이 추락하지도 않았을 텐데 말이야, 하하하.”


“혹시 그에게 이곳에 온 걸 알렸어?”


“아니, 안 했어. 위험하다고 못 오게 할까 봐.”


문득 바구니 옆으로 벽에 세워놓은 한 더미의 나뭇가지들이 그녀의 눈에 띄었다. 멀리서는 꽃이 피어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앵두만 한 크기의 열매 여러 개가 서로 뭉쳐 붉은 꽃을 이루고 있었다. 잎은 하나도 달려있지 않았다. 그녀가 열매 가까이 코를 갖다 대자 향긋하면서도 시큼한 냄새가 확 올라왔다. 순간 정신이 몽롱해졌다.


가지 하나를 집어 이안에게 보여주자 그는 매우 흥미를 보이며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냄새를 맡아보고 손으로 만져보기도 했다. 별안간 그의 눈에 광채가 돌더니 후다닥 달려가 레빌의 잠을 깨웠다.


“혹시 이것이 무엇인지 아세요?”


레빌의 반쯤 떠진 눈이 그의 손에 쥔 나뭇가지를 대충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다시 눈을 감으며 대답했다.


“난 또 뭐라고. 그것은 내가 갖다 놓은 거야. 뭔지는 모르는데 학들이 따서 잘 먹기에 샨샨에게 선물로 주려고 딴 거야. 그런데 절대 먹지는 마렴. 내가 그날 아침에 하나 먹어봤는데 하마터면 몇 년 전에 먹은 쥐고기가 넘어올 뻔했거든. 얼마나 맛이 없던지. 관상용으로만 끝내야 해.”


“그날 아침이라면 언제를 말하는 건가요?”


“그날 아침? 못된 거인들이 침입한 바로 그날 말이다.”


이안은 뭔가 눈치챈 듯 열매를 하나 따서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이리저리 굴리었다. 그러다가 자신의 머리를 그것으로 딱 치며 흥분하여 소리쳤다.


“아, 바로 이것이었어, 이것 때문이었다고! 이 열매는 아주 희귀한 거야. 나도 실제 보기는 처음인데 예전 와이즈맨이 빌려준 ‘마법의 약초도감’이란 책에서 그림을 본 적이 있어. 확실치는 않지만 아마 그것이 맞는 것 같아. 이름이 뭐였더라? 아, 이름이.. 맞아. ‘캉무’야. 이걸 먹으면 불운한 기운이나 저주, 주문, 마법 등을 피할 수 있데. 즉 마법에 걸리지 않도록 방어해주거나 마법을 파괴시키는 거지. 그래서 아저씨가 돌로 변하지 않은 거야. 그리고 학들도.”


이안은 마치 소중한 보석이라도 얻은 듯 아주 기뻐했다. 용변을 보고 막 돌아온 카할과 옆에 있던 수진은 그와 함께 캉무열매를 가지에서 따서 바닥 한 곳에 모으기 시작했다. 다 따고 보니 양이 꽤 되었다. 이안이 자신의 호주머니에 들어있는 완두콩을 쏟아내고 대신 그것을 집어넣었다. 카할과 수진도 그를 따라하자,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레빌이 벌떡 일어나서는 돌풍처럼 달려왔다. 그리고 바닥에 나뒹구는 콩과 식량들을 안타깝게 쳐다보았다. 그는 그것들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자루 하나를 더 챙겨오지 못한 자신의 어리석음을 한탄하다가 결국 여기서 어떻게든 다 싸가지고 가겠다는 결심을 내렸다.


그는 아이들에게 자루로 쓸 만한 것을 찾으라고 시켰다. 하지만 그들은 더 이상 이 일에 흥미를 잃은지라 찾는 흉내만 내다가 잽싸게 문 밖으로 도망쳐나갔다.


“얘들아, 어디 가니? 자루 찾아야지!”


“여기는 아무리 봐도 없는 것 같아요. 다른 데서 찾아볼게요.”


수진의 변명은 사실 거짓말이었다. 그들을 믿고 기다리느니 성미 급한 레빌이 어떻게든 방도를 찾을 것이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자루고 식량이고 다 잊어버린 채 멀리 펼쳐져 있는 과수원을 향해 내달렸다. 눈이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싱싱한 복숭아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살짝 경사진 내리막 땅을 가꾸어서 만든 과수원은 굉장히 방대해서 그 끝이 다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안이 나무 위로 올라가 복숭아 몇 개를 따서 밑으로 던졌다. 수진이 한 입 깨물자 달짝지근한 과즙이 쭈르륵 흘러내렸다. 카할이 성큼 먹으면서 감탄했다.


“와, 이곳 복숭아는 참 달고 맛있네.”


세찬 바람이 아래에서 그들을 향해 쏴아 불어왔다. 그런데 바람 속에 축축하고 고약한 하수구 냄새가 섞여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무시했다. 또다시 그 역겨운 바람이 불어왔다. 이번엔 쇠가 갈리는 소음과 천둥소리도 함께 들려왔다. 호기심이 든 그들은 소리를 쫓아 아래쪽으로 가 보았다. 그리고 무척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였다.


과수원이 이어져 있는 계곡에 한 거인이 드러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거인의 벌려진 입에서 바람이 튀어나와 그들이 서 있는 곳으로 세게 불어왔다. 정말로 역겨운 시궁창 하수구 냄새가 심하게 풍겨왔다. 입 안으로 보이는 삐죽삐죽 날카로운 이빨들이 서로 부딪치며 쇠 갈리는 소리가 나고, 코까지 골자 마치 천둥이 치는 것처럼 온 골짜기가 쩌렁쩌렁 울렸다. 그의 옆으로 복숭아가 가득 달린 나무 몇십 그루가 뿌리 채 뽑혀 통째로 커다란 자루 안에 들어가 있었다.


“외눈박이 거인족인 ‘키클로스프’다.”


카할이 조용히 말하자 이안과 수진은 가까이 있던 복숭아나무 뒤로 얼른 숨어버렸다. 이안은 겁이 났지만 나무 위로 올라가 고개를 살짝 내민 채 자세히 관찰해 보았다.


거인의 키는 엄청났고, 누런 가죽을 덧대서 만든, 한쪽 어깨를 훤히 드러낸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누런 얼굴의 이마 중간에 큰 눈 하나가 달려있고, 그 아래 코와 입도 다 큼지막했다. 피부는 울퉁불퉁한 자갈길처럼 부스럼 같은 것이 많이 나 있고, 날카로운 이빨들은 고르지 못해 뒤죽박죽 엉켜있는데 음식물이 군데군데 끼어 지저분하고 치석도 검게 보였다.


가까이서 보고 싶은 마음에 카할이 조심조심 거인의 얼굴 바로 오른쪽에 놓인 바위 뒤로 다가갔다. 그가 안전하다는 손 표시를 하자 이안과 수진도 그리로 다가가 얼른 숨었다. 바위 옆으로 카할의 머리가, 그 위로 수진의 머리가, 그 위로 이안의 머리가 삼층이 되어 동시에 내밀어졌다. 거인은 점점 심하게 코를 골더니 몸을 한번 뒤척이자 지진이 일면서 주변 나무에서 다 익은 복숭아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그가 깨기 전에 어서 여길 빠져나가자. 잘못하면 망치를 찾기도 전에 잡혀 먹힐지도 몰라.”


수진이 귓속말로 전하자 그들은 몸을 낮춰 조심스레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몇 발자국 떼지 않아 수진이 바닥 위로 튀어나온 돌을 미처 보지 못해 그만 걸려 넘어졌다. 긴급 상황 때마다 그녀가 넘어져서 일을 만든 적이 도대체 몇 번째인지. 이번에도 역시나 그냥 넘어가지지 않았던 것이다.


“아얏~”


그녀 자신도 모르게 크게 비명이 튀어나왔다. 카할과 이안이 원망스러운 눈으로 그녀를 째려보았다. 그들은 할 수 없이 방금 떠나왔던 바위 뒤로 다시 뛰어가 숨었다. 이안에게 잡혀 온 그녀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고, 입을 막은 그녀의 두 손은 덜덜 떨렸다. 그들은 거인을 주시했다. 제발 깊은 잠에 빠져 그녀의 비명을 듣지 못했기를.


하지만 세상만사가 다 그러하듯 간절히 바라는 예상은 늘 빗나가고, 정말 생각하기조차 싫은 최악의 상황은 벌어지기 마련이다.


거인의 코 고는 소리가 점차 줄어들더니 눈꺼풀에 경련이 일며 눈이 서서히 떠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목격한 그들은 얼른 고개를 집어넣고 마치 전신마취가 된 것처럼 그대로 바위 뒤에 딱 붙어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거인이 눈을 다 뜨자 방금 비명이 들렸던 오른쪽으로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하지만 그냥 평범한 돌 (거인의 기준으로는 돌이었지만 아이들에게는 몸을 숨길 수 있는 크기의 바위였다)과 나무들만 보일 뿐 이상한 점은 발견할 수 없었다. 혹시나 싶어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보았지만 역시나 없었다.


“내가 꿈을 꾸었나? 정신 좀 차려야겠군.”


말을 내뱉자마자 거인은 서서히 상체를 일으켜 앉더니 한 손으로 눈을 비비었다. 그리고 새끼손가락으로 오른쪽 귀를 힘차게 팠다. 그의 손가락 끝에 누런 귀지 덩어리가 붙어 나왔고, 손톱으로 그것을 툭 튕기자 돌 뒤에 숨은 아이들 바로 옆으로 떨어졌다. 자신의 머리통만 한 귀지 폭탄에 그들은 기겁했지만 끽소리조차 내지 못하였다.


거인은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 크게 기지개를 켰고, 동시에 귀가 멍해질 정도로 우렁찬 하품을 내뱉었다.


“우와앙~”


온 세상이 떠나갈 듯한 하품소리가 계곡을 때리고 과수원 전체로 굽이굽이 퍼져나갔다. 동시에 하품하면서 내뱉은 거센 숨바람이 아이들이 숨어있는 돌을 향해 직접적으로 불어왔다. 이안이 팔로 수진의 어깨를 감싸줬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그녀가 날아갈 뻔하였다.


그러나 최악은 따로 있었으니 바로 그것에 섞인 지독한 하수구 냄새에 헛구역질이 날 것 같은 고통이었다.


거인은 그 후로도 여러 번 하품을 더하여 그들에게 고통의 시간을 연장시키고는 자리에서 주춤거리며 일어났다. 그 크기에 다들 할 말을 잃어버렸는데 과보족 용사 ‘따따’보다도 머리 하나가 더 올려져 있었다. 마치 걸어 다니는 작은 산과 같았다.


거인은 외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입을 오물거렸다. 순간 사탕을 빨듯이 두 뺨이 쏙 들어가더니 아래를 향해 퉷 내뱉었다. 입에서 누리끼리한 가래침이 튀어나와 목표로 삼은 오른쪽 돌에 정확히 맞췄고 끈끈한 시럽처럼 쭈르르 표면을 타고 흘러내렸다.


“히힛, 이번에도 또 명중이다.”


손뼉 치며 좋아라하는 그와 달리 아이들의 머리와 온몸은 그의 침으로 적셔졌다. 썩어가는 시궁창 냄새가 침에서 진동했지만 들키지 않기 위해 그대로 뒤집어쓴 채 참을 수밖에 없었다. 명중시킨 돌을 기념품으로 가져가겠다고 다가오지 않은 것만도 천만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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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6 21.10.22 23 0 8쪽
41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5 21.10.01 27 0 10쪽
40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4 21.09.09 28 0 8쪽
39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3 21.08.27 30 0 9쪽
38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2 21.08.06 34 0 8쪽
37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1 21.06.18 30 0 8쪽
36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4 21.06.04 35 0 10쪽
35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3 21.05.14 30 0 7쪽
34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2 21.03.05 23 0 7쪽
33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1 21.02.10 30 0 8쪽
32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4 21.01.22 67 0 8쪽
31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3 21.01.08 28 0 8쪽
30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2 20.12.25 36 0 9쪽
29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1 20.12.11 30 0 8쪽
28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2 20.11.28 34 0 7쪽
27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1 20.11.20 30 0 7쪽
26 8. 해골 계단 20.11.14 28 0 12쪽
25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6 20.11.06 29 0 7쪽
24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5 20.10.23 24 0 9쪽
23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4 20.09.30 29 0 9쪽
22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3 20.09.05 32 0 9쪽
21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2 20.08.29 32 0 10쪽
20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1 20.08.14 44 0 10쪽
19 6. 과보족 마을 - 4 20.08.07 52 0 6쪽
18 6. 과보족 마을 - 3 20.07.24 28 0 8쪽
» 6. 과보족 마을 - 2 20.07.17 2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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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5. 사기꾼 레빌 - 1 20.06.12 29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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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4. 요툰하임 - 1 20.05.29 34 0 10쪽
9 3. 진달래 해적선과 제임스 후크 선장 20.05.15 42 0 10쪽
8 2. 학과의 결투 - 3 20.05.08 3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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