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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쑤심 님의 서재입니다.

멈춰버린 시계추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천명쑤심
작품등록일 :
2021.03.11 16:08
최근연재일 :
2021.10.08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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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3,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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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08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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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쪽

경계. 9

기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DUMMY

왕국 다가스라트의 대도서관, 라케아파시르를 나온 이슬레이는 거리를 걷고 있었다. 긴 시간 검은 태양의 수기를 뒤졌지만 심연의 장막에 대한 정보는 별다른 게 없었다. 다만 그 심연의 장막과 거미여왕이 오랜 세월 혈투를 벌였다는 걸 알아냈다. 이슬레이는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대륙 서부에 위치한 왕국 다가스라트는 아직 여름이었다.




눈부신 태양을 똑바로 응시하던 이슬레이는 어린 소년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소년은 혼잡한 거리의 한 구석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건을 판매하고 있었다.




조잡하게 엮여 만들어진 바구니에는 뭔가가 가득 들어 있었다. 흰 천에 덮여 무엇인지 짐작하는 건 어려웠다. 꽤 먼 거리였지만 이슬레이는 소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거기 지나가시는 멋진 신사님! 달콤한 사탕이 있는데, 맛보고 가지 않으시렵니까? 예쁜 누님! 하나 먹어보실래요? 정말 맛있습니다!”




꾀죄죄한 모습과는 반대로 활기 넘치는 목소리다. 이슬레이는 제법 말주변이 있는 소년에게 다가갔다. 그는 품속에서 지갑을 꺼냈다. 그리고 전부 제국 실반의 돈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슬레이가 우뚝 멈춰 섰다. 지갑을 빤히 쳐다보던 그가 소년을 바라봤다.




‘제국의 화폐는 어디서든 통용된다. 헌데 저 소년이 그걸 알까? 환전이라는 개념을 알고 있는지도 의문이 드는군.’




이슬레이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내 그는 퍽 멀리 떨어져 있는 은행을 찾았다. 걸어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걸어 은행으로 갔다. 은행에서 제국의 돈을 왕국 다가스라트의 화폐, 길더로 바꿨다. 이슬레이는 은행을 나와 소년의 앞에 섰다.




소년은 이슬레이의 모습에 처음에는 밝게 마주했다. 허나 굉장히 큰 체구와 무뚝뚝한 얼굴 때문에 겁을 먹었다. 소년은 애써 입술을 달싹였다.




“어······서 오세요······! 사, 사탕······.”




“얼마지?”




소년은 딸꾹질이 나올 것 같았다. 이슬레이가 험상궂게 생긴 건 아니다. 오히려 굉장히 사내다운 멋이 있었다. 그러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압박감은 소년이 말하는 걸 주저하게 했다. 기다려도 대답이 없자 이슬레이가 말했다.




“전부 사갈 생각인데, 가격을 알려줬으면 좋겠군. 판매자가 입을 다물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구매자로서는 당황스러운 법이지.”




이슬레이는 자신의 의견을 정확하게 피력했다. 오해할 여지가 무척 적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겁에 질려 있는 소년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소년이 말할 때까지 기다렸다. 이윽고 이슬레이라는 사람에게 익숙해진 소년이 심호흡했다. 그는 최대한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저, 전부요? 하나에 100길더니까, 전부 3500길더입니다.”




이슬레이가 지갑을 열었다. 그는 지폐 한 장을 꺼내 소년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소년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 소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




“저, 손님. 죄송하지만 잔돈이 없습니다. 혹시 십만 길더보다 적은 액수는 없으신가요?”




이슬레이는 내밀었던 지폐를 손가락 사이에 끼웠다. 그는 자신의 지갑에서 현금을 꺼냈다. 소년은 깜짝 놀랐다. 이슬레이는 제법 귀티가 났기에 부유할 거라 생각했다. 허나 그의 손에 수백만 길더의 수표가 들려 있는 모습은 예상하지 못했다.




이슬레이의 지갑에 수표가 아닌 지폐로는 십만 길더가 최소였다. 이슬레이가 말했다.




“그 사이에 화폐가치가 오른 건가. 란, 그녀석이 워낙 유능한 덕에 밖으로 안 나와 버릇한 내 실수로군.”




소년은 알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는 이슬레이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이슬레이가 십만 길더를 내밀었다. 당황해서 손사래 치는 소년에게 이슬레이가 말했다.




“평소였다면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겠지. 하지만 이번 건은 전적으로 내 실수다. 잔돈은 필요 없다. 나머지는 바구니 값이라 생각하면 된다.”




돈을 받은 소년을 내버려둔 채 이슬레이가 사탕바구니를 집었다. 이슬레이는 등을 돌리기 무섭게 속이 비치는 녹색 사탕을 입에 넣었다.




‘청포도 같은 맛이 나는군.’




사탕을 우물거리며 한참을 걷던 소년이 뒤따라오는 걸 깨달았다. 이슬레이는 제자리에 멈췄다. 인파를 뚫고 나타난 소년은 숨이 턱까지 닿아 있었다. 이슬레이는 소년이 말할 때까지 기다렸다.




“잠깐······, 만요!”




“용건은?”




“거스름돈, 드리겠습니다!”




이슬레이는 소년을 빤히 쳐다보았다. 지치고 지저분했지만 그의 얼굴에는 활력이 넘친다. 소년의 검푸른 눈동자가 반짝인다. 이슬레이는 흥미를 느꼈다.




“잔돈이 없다고 하지 않았나?”




“지금은 없지만, 바꿔드릴 수는 있습니다!”




“어떻게?”




“제가 신세를 지고 있는 주인 아주머니께 가면 바꿔 주실 겁니다. 바쁘지 않으시다면······.”




“그렇게 하지.”




소년은 환하게 웃었다. 이슬레이는 레이크레시아를 만났을 때와는 다른 신박함을 느꼈다. 자신과 완전히 반대되는 성격이었던 레이크레시아가 점차 닮아가는 모습에 신기함을 느꼈었다. 헌데 이 소년은 그 반대다. 이슬레이는 작은 이슬레이를 만난 기분이 들었다.




소년을 따라 걷던 이슬레이는 죽은 송아지라는 간판을 내건 여관 앞에 도착했다. 소년이 가게를 가리켰다.




“저곳입니다, 손님!”




이슬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소년은 원래 딱딱한 이슬레이의 얼굴이 한층 더 굳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년이 쭈뼛거리며 말했다.




“저, 손님? 혹시 언짢으신 거라도 있으신가요?”




“아무것도 아니다.”




이슬레이가 앞장섰다. 소년은 영문을 몰라 당황하면서도 그의 뒤를 쫓았다.




여관에서 익숙한 힘의 편린이 느껴진다. 장시간 체류해서 생긴 덩어리가 아니다. 살아 있는 것처럼 환경을 옭아매고 있다. 이슬레이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이를 만났다는 사실이 재미있었다. 그는 여관의 문을 열었다.




“아줌마, 아줌마!”




활기차게 주인을 찾는 소년과는 반대로 이슬레이는 가게 한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는 남자를 주시했다. 그 또한 이슬레이의 존재를 깨닫고 고개를 들었다. 시선이 마주치자 남자는 싱긋 웃으며 턱을 괴고 있던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누나, 누나! 아줌마는?”




“야, 셀. 점장님한테 아줌마가 뭐냐? 너 그러다 또 한 대 맞는다?”




“아무튼! 어디 계셔? 아니지, 누나가 대신 해주면 되겠구나!”




“뭐를?”




셀은 이슬레이를 가리켰다. 죽은 송아지 여관의 한 명뿐인 종업원, 아리아는 여관을 찾아온 손님인 이슬레이를 향해 뛰어가며 말했다.




“죽은 송아지 여관에 어서오세요!”




이슬레이가 아리아를 쳐다보았다. 아리아는 남자다운 이슬레이의 모습에 얼굴을 붉혔다. 그녀는 들뜬 기분으로 환하게 웃었다. 이슬레이는 아리아에게 사탕바구니를 내밀었다. 의아해하는 그녀를 대신해 셀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러자 아리아는 이슬레이에게 양해를 구하고 셀을 데리고 구석으로 갔다. 그녀가 셀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아! 왜 때려!”




“이 모자란 놈아! 냉큼 받아들고 ‘감사합니다.’ 하고 집에 가면 되는 걸 뭐하는 짓이야! 가끔 보면 너 진짜 똥멍청이 같다니까!”




“아,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아줌마가 원리원칙이 없으면 짐승 이하라고 했다고! 그러니까 지킬 건 지켜야 한다고 했잖아! 장사하는 사람한테 중요한 게 뭐야? 공정한 거래와 양심이지!”




마리아는 이마를 짚었다.




“너 원리원칙이 뭔지는 알고?”




“지킬 건 지키자!”




마리아는 한숨을 내쉬며 소년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그들은 한참을 옥신각신했다. 결국 마리아는 십만 길더를 든 채 투덜거리며 계산대로 향했고, 셀은 총총걸음으로 그녀에게서 잔돈을 받았다. 이슬레이는 셀이 건네는 거스름돈을 받았다.




돈을 안주머니에 곱게 집어넣는 셀을 지켜보던 이슬레이가 말했다.




“사탕을 들고 다니기엔 너무 불편하군. 바구니까지 사려 하는데 이건 얼마에 값을 매겨줄 거지?”




“네?”




셀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자 계산대에서 그들을 지켜보던 아리아가 빠르게 다가왔다. 아리아는 셀에게 꿀밤을 먹였다. 그녀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혹시 생각해둔 가격이라도 있으신가요? 없으시다면······.”




이슬레이는 셀에게 받았던 잔돈을 내밀었다. 셀이 기겁하며 아리아를 말렸지만 이슬레이는 돈을 넘겼다. 이슬레이가 연한 갈색 머리의 남자를 향해 다가갔다. 아리아는 돈을 셀에게 쥐어주었지만 그는 격하게 거부했다.




자리에 앉아 사이좋은 오누이의 모습을 지켜보던 남자는 통에 들어 있던 맥주를 떠 이슬레이에게 건넸다. 이슬레이는 그가 쓰던 맥주잔에 개의치 않고 입을 댔다. 이슬레이가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 헌데 생각보다 빠르군.”




“아하하······. 역시 창천의 감시자라 불리는 사람답네요. 누구보다 소식이 빠르시군요.”




이슬레이가 파이프를 물었다. 남자는 이슬레이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성냥개비로 파이프에 불을 붙이려던 이슬레이가 남자의 시선에 멈칫했다.




“금연?”




“아하하, 아닙니다. 이슬레이 쓰는 그 파이프 정말 오래 쓰시는구나, 해서요.”




“물건이든 사람이든 쉽게 바꿔버릇하질 않아서 말이지.”




연기가 피어오른다. 남자는 물부리와 이슬레이의 입가에 걸린 연기를 주시했다. 그는 싱긋 웃어보였다. 이슬레이가 빈 맥주잔을 넘기며 말했다.




“그래서? 미친 공작은 지금 어디 있지?”




남자는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모릅니다.”




이슬레이는 등받이에 몸을 밀착시켰다. 그가 천장을 향해 연기를 내뱉었다. 눈앞의 남자, 그라프는 거짓말에 능숙하다.




‘능숙······, 이라기보다는 거짓말 자체를 좋아하지. 거짓말을 하는 상황도 좋아하고, 아무 의미 없는 일에도 거짓말을 하곤 하는 녀석이지. 하지만, 흠.’




이슬레이의 분홍색 눈동자와 그라프의 멀어버린 것처럼 빛 한 점 반사시키지 않는 검은 눈이 마주쳤다. 이슬레이는 자세를 삐딱하게 틀었다. 그가 턱을 괴었다. 그라프가 싱긋 웃었다.




“아하하하. 이슬레이 씨는 그 힘을 쓰면 단장님만큼은 아니더라도 많은 걸 알 수 있죠? 그렇게 편리한 힘을 왜 그토록 자제하시는지 궁금하네요.”




담배연기가 도넛이 되어 이슬레이와 그라프를 가로질렀다.




“뻔한 걸 묻는군. 안 그래도 오래 살아 서로를 제외하면 감정이라는 게 잘 생기지도 않잖나? 새로운 걸 더는 새롭다 느끼지 못하는 삶이다. 그런 와중에 모든 걸 알아버린다? 정말······, 참으로 따분하지.”




이슬레이의 얼굴에 표정이 생겼다. 그라프는 그 얼굴에서 씁쓸함을 보았다. 그라프는 이슬레이의 대답에 만족했다. 그가 맥주를 마시는 걸 지켜보며 이슬레이가 말했다.




“난 모든 영웅들을 존경하지. 하지만 그중에서도 너희, 하얀 이리의 목줄을 쥔 미친 공작에겐 경외심마저 느낀다. 그 사람은 모든 과거를 돌아보고, 모든 현재를 알며, 모든 미래를 꿰고 있으면서도 ‘미쳤다’는 점잖은 단어로 표현할 수 있으니까.”




그라프는 큰 소리로 웃었다.




“하하하하! 왜 그분이 당신을 마음에 들어 하는지 알겠네요. 아, 혹시 직접 뵌 적 있으세요?”




이슬레이가 고개를 저었다.




“직접 본 건 증오와 복수, 철의 주인에 유성 그리고 절망의 넋뿐이다.”




“아하. 이슬레이 씨가 그분을 직접 뵌다면 놀랄 겁니다?”




“왜지?”




“전혀 안 미쳤거든요.”




그라프는 깜짝 놀랐다. 이슬레이의 입꼬리가 올라갔기 때문이다. 그라프가 아는 한 이슬레이가 웃거나 미소 짓는 건 망각의 시대 이후로 처음이다.




너무나도 놀라운 광경에 그라프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런 그라프를 보며 이슬레이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라프가 눈을 깜박였다.




“아하하, 이슬레이 씨의 웃는 모습은 정말 희귀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도 모르게 잠시 놀랐을 뿐입니다. 왜 여자들이 당신이 웃는 모습을 보고 싶어 안달인지 알 것 같은 느낌이네요.”




이슬레이의 미소는 금방 사라졌다. 그라프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이슬레이가 담배연기를 내뱉었다. 그는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을 한 그라프를 천천히 살폈다.




그라프 문라이트 누월 혼. 2세대 아르레데나겐이자 하얀 이리에 몸담고 있는 남자. 크고 작은 일로 하얀 이리들과 혈투를 벌여왔지만 그라프와 겨뤄본 적은 없다. 이슬레이는 그라프가 건넨 맥주를 마셨다. 그가 말했다.




“헌데 이곳에는 어쩐 일이지, 혼?”




그라프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하하, 개인적인 일로 잠깐 좀.”




이슬레이는 그라프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는 탁자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뜸을 들이던 이슬레이가 말했다.




“부유도시들에 거처를 두고 늘 경계 너머 다른 대륙에서 활동하던 네가 고작 개인적인 일로 땅에 내려왔다? 놀랍게도 믿기지 않는 말이군.”




“하하. 이건 거짓말이 아니랍니다, 이슬레이 씨. 아직 두 분께서는 별 말씀 없으셨어요. 저는 정말 개인적인 볼 일 때문에 와 있는 거랍니다.”




그라프는 실없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이슬레이의 반응을 주시했다. 이슬레이의 얼굴에 표정은 없다. 그리고 아무런 생각도 읽어낼 수 없다. 그라프는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그는 이슬레이의 손을 빌리면 ‘개인적인 일’을 쉽게 마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라프가 말했다.




“이슬레이씨, 당신에게 우리가 움직일 거라고 귀띔해준 사람이 누군지 짐작은 가요. 헌데 그분의 말만 믿고 무작정 우리 동향을 알아보려고 무거운 엉덩이를 뗀 건 아니죠?”




슬쩍 속내를 내비치는 그라프와 달리 이슬레이는 반응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물부리를 입으로 가져갔다. 말을 계속해보라는 뜻으로 받아들인 그라프는 배시시 웃었다.




“단장님들을 찾는 걸 보면, 알아야 할 게 있으신가봐요?”




그라프는 자신을 슬쩍 곁눈질하는 이슬레이의 모습에 확신했다.




“아르레데나겐으로도 얻을 수 없는 정보라면 벽과 경계 그리고 지배자 정도일 테죠. 거기다 잘 움직이지 않는 당신이 라케아파시르가 있는 다가스라트까지 온 걸 보면 벽에 대한 건 아니겠군요. 우리들 중 누구보다 벽에 대해 잘 안다고 자신하시니까요.”




여전히 웃고 있는 그라프를 보며 이슬레이가 턱을 괴었다. 그는 한탄하듯 말했다.




“누가 지었는지는 몰라도 괴조(怪鳥)라는 이름, 정말 잘 지었군. 그래서?”




그라프는 고민했다. 이윽고 시치미를 뗐다.




“네? 그래서라뇨?”




이슬레이의 코와 입으로 연기가 동시에 뿜어져 나온다. 그라프는 그 모습을 괴수가 내뱉는 입김 같다고 느꼈다.




“괜히 내 신경을 건드리면서까지 알아낸 사실을 입 밖에 내는 걸 보면 원하는 게 있다는 거 아닌가? 말해봐.”




“아하하하! 역시, 당신에겐 직설적으로 말하는 게 낫겠어요. 고민하는 모습이 없으니 재미가 없어요.”




능글맞은 그라프의 웃음에 이슬레이는 무뚝뚝한 얼굴로 마주했다. 그라프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이슬레이 또한 눈매가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 그라프의 검은 눈동자에 빛무리가 모여든다. 그가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말했다.




“하하, 오늘 무슨 날인가요?”




이슬레이는 코로 연기를 뱉었다.




“그런가보군.”




지금 연재하는 게 끝나고 새 작품으로 다시 뵐 수 있으면 좋겠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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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계. 9 21.10.08 29 0 15쪽
70 경계. 8 21.10.06 30 0 18쪽
69 경계. 7 21.10.06 33 0 21쪽
68 경계. 6 21.10.06 29 0 20쪽
67 경계. 5 21.10.02 29 0 20쪽
66 경계. 4 21.09.07 32 0 14쪽
65 경계. 3 21.09.06 31 0 17쪽
64 경계. 2 21.09.05 32 0 13쪽
63 경계. 1 21.09.03 31 0 20쪽
62 epilogue. 여명 21.08.19 35 0 20쪽
61 epilogue. 암살의 대가 21.08.16 30 0 12쪽
60 epilogue. 루브타스의 경계 21.08.14 31 0 17쪽
59 epilogue. 게오르그 21.08.13 43 0 23쪽
58 epilogue. 강철 21.08.11 30 0 13쪽
57 epilogue. 피와 철의 사냥꾼 21.08.10 28 0 17쪽
56 epilogue. 붉은 달 21.08.09 28 0 10쪽
55 잿더미. 33 21.08.09 29 0 18쪽
54 젯더미. 32 21.08.07 33 0 22쪽
53 잿더미. 31 21.08.05 28 0 17쪽
52 잿더미. 30 21.08.03 34 0 14쪽
51 잿더미. 29 21.08.01 32 0 19쪽
50 잿더미. 28 21.07.31 34 0 12쪽
49 잿더미. 27 21.07.24 31 0 24쪽
48 잿더미. 26 21.07.24 31 0 20쪽
47 잿더미. 25 21.07.12 30 0 14쪽
46 잿더미. 24 21.07.12 30 0 9쪽
45 잿더미. 23 21.07.05 31 0 10쪽
44 잿더미. 22 21.07.03 30 0 18쪽
43 잿더미. 21 21.06.27 31 0 15쪽
42 잿더미. 20 21.06.25 30 0 14쪽
41 잿더미. 19 21.06.24 29 0 12쪽
40 잿더미. 18 21.06.22 32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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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잿더미. 16 21.06.17 31 0 16쪽
37 잿더미. 15 21.05.30 40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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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겨울. 8 21.03.12 36 1 12쪽
7 겨울. 7 21.03.12 36 1 14쪽
6 겨울. 6 21.03.12 41 1 18쪽
5 겨울. 5 21.03.12 4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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