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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쑤심 님의 서재입니다.

멈춰버린 시계추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천명쑤심
작품등록일 :
2021.03.11 16:08
최근연재일 :
2021.10.08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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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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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7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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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잿더미. 16

기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DUMMY

알타이르는 어느새 곁으로 다가온 일리안을 경계했다. 일리안은 알타이르의 행동을 무시하며 품속에서 유자차를 꺼냈다. 알타이르는 저 뜨거운 찻잔을 대체 어디에 넣고 다닌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참을 차만 마시며 쌓인 눈을 구경하던 일리안이 말했다.




“한 잔 줄까요?”




쳐다보지 않고 말했기에 알타이르는 잠시 후에야 자신한테 건넨 말이라는 걸 깨달았다. 필요 없다고 답하려는 찰나에 일리안이 말을 이었다.




“이 마을은······, 참 평화로워요. 목가적이고 마을 사람 한 명 한 명이 따스하죠. 마치 휴일에 보는 아침 햇살처럼. 모든 걸 잊고 이런 곳에서 편하게 살아 보는 게 꿈이에요, 저는.”




뜬금없이 본인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일리안을 향해 알타이르는 인상을 찌푸렸다. ‘당신이 그러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이냐’고 쏘아붙이려던 알타이르는 일리안이 갑자기 쳐다보자 말문이 막혔다. 후드 사이로 드러난 문신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직 살의에 가득 찬 녹색 눈과 알타이르의 붉은 눈이 맞닿자 그는 숨을 쉴 수도 생각을 할 수도 없었다.




일리안이 피식 웃었다. 그는 유자차를 한 잔 더 꺼냈다. 주저앉아 숨을 헐떡이고 있는 알타이르에게 그것을 내밀었다. 지친 얼굴로 고개를 든 알타이르의 눈에 두려움이 보이지 않는다. 어린 소년의 붉은 눈에는 분노와 살의가 겉돌고 있다. 일리안은 만족했다.




“암살자가 되고 싶어 한다면서요?”




알타이르는 처음 보는 사람이 자신의 꿈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에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삼인방 중 가장 눈치가 빨랐다. 일리안의 말이 끝났을 때 알타이르는 어렵지 않게 일리안의 목적을 알아챘다. 알타이르는 일리안이 찾아온 이유까지도 추측할 수 있었다. 그는 일리안이 암살자인 것을 확신했다. 그리고 일리안을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다 생각되는 에히놀에게 감사했다. 알타이르가 일어서 유자차를 받았다.




“네.”




일리안은 소년의 것이라 보기 힘든 통찰력에 감탄했다. 그는 알타이르가 가진 말도 안 되는 직감으로 미루어봤을 때 벌써 삼기의 각성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일리안이 말했다.




“왜요?”




“꿈이었어요.”




“그걸론 부족하다고 느낀 적은 없나요?”




알타이르가 얼굴을 구겼다. 그가 차를 마시고 말했다.




“처음엔 그저 멋있어 보였어요. 그래서 하고 싶었죠. 암살자는 늘 게오르그가 읽어주는 책 속에서만 나왔으니까. 하지만 살인이라는 게 뭔지 이해하게 된 뒤로 솔직히 정이 안 갔어요.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건 쉽게 저질러서는 절대 안 되는 일이잖아요.”




“네, 그렇죠.”




깨끗하게 비운 찻잔을 두 손으로 꽉 쥐고 있는 알타이르를 향해 일리안이 손을 내밀었다. 찻잔을 건네주는 알타이르의 손이 떨렸다.




“그래도 꼭 해야 해요. 내가 먼저 죽이지 않으면, 안 그러면 ‘사도’라는 놈들이 테아를 죽일 거니까요.”




일리안이 눈살을 찌푸렸다. 알타이르의 입에서 나와서는 안 되는 단어다. 일리안의 눈가에 번갯불이 튀었다.




사도 한 명이라면 일리안의 수준에서 어떻게든 대적할 수 있다. 운이 좋다면 한 번 쯤은 죽일 수도 있다. 반대로 운이 없다면 일리안은 반드시 죽는다. 하지만 사도는 한 명이 아니다. 사도가 여럿이라는 건 큰 장애가 되지 않는다. 머릿수야 맞추면 된다. 문제는 그 사도들 중 ‘영웅’들이 있다는 것이다.




‘무려 다섯 명이나······.’




한 명의 영웅이 가진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리고 그 영웅에 대적할 수 있는 건 위대한 벽 바깥의 괴물들이나 같은 영웅들뿐이다.




검은 숲은 그런 이들이 다섯 명이나 모여 있다. 암묵적으로 벽의 안쪽에서 벌어지는 어떠한 일에도 간섭하지 않는 그들이지만, 말 그대로 암묵적일 뿐이다. 누군가가 정해놓은 게 아니기에 그들의 마음이 변한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일리안은 심호흡하고 싶은 걸 참았다. 알타이르가 말을 이었다.




“전 그 사도란 것들을 죽여야 해요. 저는······, 나는 내 친구들이 전부 소중해요. 게오르그, 페아르, 갈라테아. 모드. 이 세상에서 내가 혼자가 되지 않은 건 에히놀 아저씨랑 내 친구들 때문이니까요. 에히놀 아저씨는 고독이 가장 절망에 가까운 말이라고 했어요. 난,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그 어떤 누구도 내 소중한 걸 빼앗지 못하게 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그러려면 적을 모두 죽여 후환을 남기지 않으면 되겠죠.”




일리안이 자신의 찻잔을 품속에 집어넣었다. 그는 다시금 눈이 쌓인 풍경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가 후드를 벗었다. 일리안이 팔짱을 낀 채 말했다.




“사도라는 말, 어디서 들었어요?”




“어른들이 얘기하는 걸 들었어요.”




일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도······. 최근 검은 숲이 이곳저곳 들쑤시고 다닌 이유가 이거였나? 아무래도 느낌이 좋지 않아. 열두 가문의 핏줄을 찾아다닌다는 건 알았지만, 지금까지 무슨 이유에서 찾는 건지는 모르니까. 보호해야할지, 아니면 검은 숲을 도와야할지······. 이건 퀘이사 님과 상담을 해봐야겠어.’




일리안은 주먹을 쥔 알타이르를 슬쩍 바라보았다. 일리안이 말했다.




“그럼 사도가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군요?”




“네. 아저씨들이 엄청 경계한다는 것만······.”




턱을 만지작거리던 일리안의 손이 멈췄다. 움직임이 멈춘 손에서 번갯불이 튀었다. 그가 알타이르를 돌아보았다.




저 소년의 재능은 충분하다. 허나 그를 받아들인다면 검은 숲과는 적대관계가 될 것이다. 영웅들과 대적할 일은 없다 하더라도 사도들이 가진 힘은 절대 만만하게 볼 수 없다. 개인편차가 있지만 그중 사도장과 견줄 수 있는 몇몇이라면 혼자서 암살단을 쓸어버릴 것이다. 약해진 일리안의 힘으로는 같이 죽는 것 정도만 가능하다. 사도들과 힘겨루기를 할 수 있는 건 카사둔의 퀘이사와 위리아의 칼라이아뿐이다. 일리안이 중얼거렸다.




“힘든 싸움이 되겠군.”




그리고 그는 알타이르에게 악수를 청했다.




“저는 말고르 암살의 대가, 일리안 프록시아라고 합니다. 당신이 지금처럼 친구를 위해 살인도 불사하겠다는 마음을, 그로 인해 지금처럼 손이 떨리는 두려움을 잊지 않겠다면 제 손을 붙잡으세요.”




알타이르의 몸은 머리보다도 빨리 움직였다. 붙잡은 일리안의 손에서 살아있는 전기뱀장어를 만지는 듯한 찌릿함이 올라온다. 일리안이 빙긋 웃었다.




“밤과 그림자의 여주인께 맹세코, 당신을 돕겠습니다.”








*








딘은 마을에서도 구석진 곳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그는 누가 보더라도 안쓰러움을 금치 못할 정도로 시원찮게 배를 채우고 있었다. 딘의 식탁에는 대충 볶은 고사리와 찐 감자 두 개가 전부였다. 그는 감자가 놓여 있던 접시를 치웠다. 고사리를 씹는 딘의 얼굴은 피곤함으로 가득했다.




폭탄은 일리안에게 넘기기로 했다. 일리안은 금전적인 보상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따. 허나 회의 결과 부당한 이익이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에히놀과 게럴드는 아무런 보상도 없이 물건을 넘겨주는 것에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그 둘을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찬성했기에 그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꺾을 수밖에 없었다.




딘은 눈을 비볐다. 회의가 끝난 지 벌써 하루가 지났다. 일리안은 그 많던 폭탄들을 입고 다니던 예복 속에 모조리 집어넣었다. 소문으로만 듣던 휴대용 창고였다. 기사단에 몸담을 때 사보려다가 말도 안 되는 가격에 기겁해 포기한 적이 있던 물건이다. 딘은 고사리를 우물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수년을 제대로 먹지 못해 기력이 바닥이다. 기사단에 있을 때와 지금의 기량을 비교하자면 우스울 정도다. 높이 쳐줘야 그때의 3분의 1정도의 힘을 내는 게 가능하다. 기백은 커져가지만 그걸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기력이 메말라간다. 그건 여타 다른 기사단장들도 마찬가지다. 딘이 삼기를 활성화하며 주먹을 쥐었다. 과거와 확연한 차이가 느껴질 정도로 투기가 옅어졌다.




현재의 기력으로는 이 정도의 힘밖에 낼 수 없다. 딘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투기가 사라졌다.




초인의 힘은 말 그대로 평범한 인간을 초인으로 만들어준다. 맨손으로 돌을 부수고, 철을 찢어버리는 걸 가능하게 한다. 허나 만능은 아니다. 그리고 커져가는 힘을 감당할 수 없다면 점차 그것에 짓눌린다. 딘은 이대로 계속 기력이 메말라간다면 자신의 수명이 길어야 십 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안 좋아.’




다 먹고 정리하지 않은 그릇들을 앞에 두고 딘은 책을 읽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를 비롯한 아달탄 마을의 기사단장들은 이렇게 지속적으로 기력이 메마른다면 길어야 십여 년밖에 살지 못한다. 그것도 초인의 힘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 얘기다. 허나 초인의 힘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미 그 힘이 주는 강인함은 어떤 마약으로도 지울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다.




부정시공의 형벌을 받고 있는 클라이프의 수명은 더 짧을 것이다. 만약 에히놀이 용기를 되찾는다면 천수를 누릴 때까지 살아있을 수 있겠지만, 힘든 일이다. 현역 때 가장 강하다 칭송받은 두 사람이 이 모양이다. 한 명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 초월기를 사용해 형벌을 받고, 한 명은 말도 안 되는 강인함 자체였던 힘의 근원을 잃었다. 이런 상황에서 큰일이라도 생긴다면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딘은 책을 덮었다. 머릿속에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는다. 그는 품을 뒤져 시가 한 개비를 꺼냈다. 시중에서 평범하게 볼 수 있는 시가가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초인의 힘을 사용하려는 마음을 억제하기 위한 마약이었다. 그들은 앞으로 스스로의 힘에 짓눌려 사라지기 전까지 갈라테아를 지켜야 한다. 딘이 시가에 불을 붙였다.




시가 연기가 구름처럼 피어난다. 딘은 이렇게 만든 마약이 밥 한 끼보다 싸다는 사실에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지금쯤 에히놀과 게럴드도 심란한 마음을 떨쳐버리기 위해, 본인이 가진 초인의 힘을 억제하려고 약에 의존하고 있을 것이다.




“한심하군.”




마약은 초인의 힘을 다루는 이들에게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수년간 계속된 흡입과 본인들의 억제로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 것처럼 조금씩 균열을 만들었다.




연기가 방을 가득 채운다. 딘은 시가를 문 채 다시 책을 폈다. 방금 전과는 달리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한참을 독서에 빠져 있을 때 그의 감이 누군가가 집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려줬다. 삼기는 어떻게든 사용하지 않을 수 있지만 감은 예외다. 딘이 고개를 들었다. 상대방에게 적의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는 지금 다가오는 이가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환한 얼굴의 게오르그가 안뜰에서 소리쳤다.




“아저씨!”




딘은 피식 웃고 책을 덮었다. 그는 급하게 시가를 껐다. 최대한 냄새를 지우며 게오르그를 마중 나갔다. 신발을 대충 구겨 신고 밖으로 나간 딘은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는 게오르그와 거리를 둔 채 말했다.




“뭐가 그렇게 좋아서 실실 웃어?”




“이제 곧 출발한데요! 작별인사 하려고 왔어요!”




딘은 달려오는 게오르그를 제지했다. 그는 품을 뒤지며 말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잠깐 있어봐라, 게오르그. 너 가기 전에 주려고 했던 게 분명 여기 어디······.”




아무리 찾아도 주려 했던 물건이 없자 딘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집으로 들어갔다. 게오르그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딘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이거 가져가라.”




집에서 나온 딘이 게오르그에게 손바닥만한 나침반을 던져주었다. 게오르그는 평범한 나침반이라기엔 너무 무거운 그것을 열어봤다. 나침반은 나침반이었지만 고장 난 것처럼 북방지시화살표가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게오르그가 한쪽 눈을 찡그렸다.




“아저씨. 선물은 감사한데, 이거 고장난 거 같아요.”




“고장난 거 아니야. 원래 그래.”




“허? 뭐, 그렇다 치고. 뭔 나침반 주제에 이렇게 무거워요? 들고 다니지도 못하겠네.”




불평하는 게오르그를 보며 딘이 피식 웃었다. 그는 게오르그에게 줬던 나침반을 돌려받으며 말했다.




“내가 돈이 없어서 창고는 못 샀지만, 그래도 이건 샀지! 아마 앞으로 너한테 정말 필요한 걸 거야.”




의아해하는 게오르그에게 딘은 나침반의 옆으로 뾰루지처럼 튀어나와 있던 부속품을 눌렀다. 그러자 닫혀 있던 나침반의 덮개가 열렸다. 고장난 것처럼 정신없이 움직이던 북방지시화살표가 멈췄다. 그리고 덮개가 열린 나침반에서 하얀 비이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은 사방으로 튀어나왔다가 목줄이 걸린 동물처럼 점차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내 빛은 나침반으로부터 약 십 센티미터 떨어진 허공에 마을을 포함한 제법 넓은 범위를 입체적으로 나타내는 지도가 되었다.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게오르그에게 ‘지도’를 돌려주며 딘이 말했다.




“이건 나침반이 아니라 지도야. 네가 서 있는 곳을 중심으로 주변 지도를 만들어주지. 범위도 제법 넓어. 이걸 누르고 있는 시간에 비례해서 더 넓게 지도를 만들거든. 다만 사람이 만든데다가 내가 돈이 없어서 더 좋은 걸로는 못 샀다. 최대 십 킬로미터 정도를 밝혀줄 거야. 그리고 이거 왼쪽에 있는 걸 누르고 이렇게 하면······.”




딘이 집게와 엄지손가락을 붙인 채 빛으로 된 지도 가까이 가져갔다. 그대로 집게와 엄지를 수직으로 떨어뜨리자 지도가 점차 확대되었다. 계속해서 확대되던 지도는 곧 마을 주점에서 산 술병을 들고 구석진 곳으로 가 담배를 물고 있던 게럴드의 모습을 비췄다.




게럴드가 고개를 돌렸다. 빛으로 된 게럴드의 형상과 눈이 마주친 게오르그가 깜짝 놀랐다. 게럴드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 게럴드의 곁으로 에히놀이 다가오며 말했다. 아쉽게도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워······.”




놀라는 게오르그를 뒤로하고 딘이 말했다.




“확대하는 중에 이렇게 훔직일 수도 있어. 기능이 더 많은 것 같긴 한데······, 하필 설명서르 잃어버렸지 뭐냐? 하하! 넌 머리 쓰는 일이라면 뭐든 믿고 맡길 수 있는 수주이니 알아서 잘 할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거 되게 무책임한······.”




“시끄러, 인마.”




딘과 게오르그가 서로를 보며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다. 게오르그가 지도를 품속에 넣는 모습을 본 딘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친구들한테는?”




“걱정 안 하셔도 되요. 우린 서로 믿고, 이해하고 도울 거니까요.”




딘이 고개를 기울였다.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세 사람의 일이라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아무튼, 세상이 넓어서 보고 들을 것도 많겠지만, 그래도 시간 나면 한 번씩 마을에 들리고 그래.”




“네. 그럴 게요.”




“올 때 고기도 좀 사오고.”




게오르그가 큰 소리로 웃었다. 그가 눈가를 비비며 말했다.




“고마워요. 아저씨.”




딘은 빙긋 웃었다.




“몸 조심하고. 멀리 안 간다.”




“네. ······아저씨 지금까지······.”




딘이 손을 내저었다. 게오르그가 의아해하며 그를 올려다보자 딘이 말했다.




“네가 내게 신세진 건 없어. 내가 네게 신세를 졌지. 지금까지 고마웠다. 게오르그.”




앞으로 길지 않은 시간이 흘러 겨울이 끝날 것이다. 딘은 여름에 게오르그를 보내지 못하는 게 못내 아쉬웠다. 겨울은 길고,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힘이 든다. 하지만 프리에조와 그의 일행이라면 게오르그를 충분히 지켜줄 수 있으리라 믿었다.




상단의 생존자일 뿐인 프리에조를 덥석 믿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아무리 신성제국의 교리를 믿는 딘이라 하더라도 처음 본 사람을 쉽게 믿는다는 건 바보 같은 짓이란 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프리에조에게 게오르그를 맡기는 이유는 간단했다.




프리에조는 ‘베레디아의 주화’를 갖고 있다.




지금 연재하는 게 끝나고 새 작품으로 다시 뵐 수 있으면 좋겠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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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경계. 2 21.09.05 32 0 13쪽
63 경계. 1 21.09.03 31 0 20쪽
62 epilogue. 여명 21.08.19 35 0 20쪽
61 epilogue. 암살의 대가 21.08.16 30 0 12쪽
60 epilogue. 루브타스의 경계 21.08.14 31 0 17쪽
59 epilogue. 게오르그 21.08.13 43 0 23쪽
58 epilogue. 강철 21.08.11 30 0 13쪽
57 epilogue. 피와 철의 사냥꾼 21.08.10 28 0 17쪽
56 epilogue. 붉은 달 21.08.09 28 0 10쪽
55 잿더미. 33 21.08.09 29 0 18쪽
54 젯더미. 32 21.08.07 33 0 22쪽
53 잿더미. 31 21.08.05 28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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