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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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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628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9.29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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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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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7쪽

일상으로

DUMMY

“전하!”


네우스 백작이 급히 레너 왕을 물리고 앞으로 나섰다. 그 이유는 내가 레너 왕에게로 달렸기 때문이었다. 무작정 앞뒤 보지 않고 달렸다. 갑작스런 상황에 놀라는것은 둘째치고, 내 속도를 잡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깡!

그렇게 생각했다.


“쳇.”


평소라면 그랬을것이다. 하지만 푸른 악마와의 그만한 사투 끝에 남아있는 정신력은 미약한 것이고 체력은 부족했다. 네우스 백작은 내 검격을 잡아채고 눈을 빛냈다.


“생각보다 가볍군. 아니, 지쳐있는건가?”


나를 위아래로 훑는다. 말할것도 없이 흙바닥에서 몇천번은 뒹군 꼬라지리라. 그런건 알고있다. 네우스 백작은 옅은, 제대로 보지 않으면 알듯 말듯한 미소를 띄었다.


“사실 힘들거라 생각했지. 푸른 악마를 무찌른 자라면, 내가 상대가 되지 않을거란건 자명한 일이니까. 하지만··· 지금만큼은 가능하겠군?”


네우스 백작의 검이 맞대어져 밀어붙였지만, 힘이달렸다. 네우스 백작은 자신이 있었다. 이렇게 지치고 힘든 느낌이라면 얼마든지 밀어붙일 수 있다는.

실제로 시종일관 밀리는쪽은 리드리스였다.


“한 팔로 잘도 버티는군.”


끼긱, 끼기긱!

그래도 검을 놓지는 않았다. 외팔로 무투술을 펼칠 자신은 있었지만 지금 몸상태로는 괜한 객기를 부리다가 양팔이 다 잘려나가는 수가 있었다.


“···시끄럽게.”


본래, 외팔이더라도 지치지만 않았더라면 네우스 백작은 결코 리드리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한 주먹거리. 그 말보다 더 어울리는게 있을까? 그렇기에 네우스 백작은 미친듯이 달려들고 있었다.

지금이 아니라면 결코 리드리스를 막지 못할테니까.


“꺼져!”


상처입은 맹수도 맹수라는것일까? 리드리스는 거칠게 네우스 백작을 떨쳐냈다. 힘은 없었지만 그걸 대신할 기술이 있었다. 수십년간 다듬어진 무예. 넉 냥의 힘으로 천 근의 힘을 발하는 것. 동대륙에서는 흔히들 사량발천근이라 부르는 상위의 수법이었다.


“호!”


그 정체는 원심력을 이용한 것이라.

네우스 백작은 검이 떨어졌음에도 남은 자신의 힘을 주체하지 못했고, 그 틈을 리드리스는 결코 놓치지 않았다.


“죽어!”


날카로운 검격이 네우스 백작의 구렛나루를 잘라냈다. 보검의 날은 용이 있건 없건간에 여전히 살아있는것이다.


“리드!”


지근거리에서 검을 마주치며 몇 합을 겨루다가 자신의 옛 이름을 부른 소리에 리드리스는 훌쩍 멀리 물러났다. 네우스 백작은 상상 이상으로 상대가 강경하자 눈을 감았다.


‘반드시 이 자리에서 처치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끝이다.’


“아줌마?”


에르네스 메르실의 목소리였던것이다. 에르네스 메르실은 고개를 젓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틀리다는듯이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는듯이.

불길한 예감이 한 줄기 스쳐갈즈음에 불길한 예상은 적중했다.


“이래선 안 돼! 하쉬는 이렇게 해선 기뻐하지 않을거야!”


“···하아.”


위선僞善.

나는 언젠가 그녀의 성품을 그리 평한적 있다. 그녀가 행해온 일들이 위선이라 말하고 결국엔 이룰 수 없는 것이라 말했거늘, 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그 위선을 지켜내고 있었다. 이쪽이 다 징겨울 정도로 말이다.


“···그렇다해도 상관없어요.”


하쉬가 자신의 복수를 원치 않으리란것쯤은 제자인 내가 가장 잘 알고있다. 한 달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가 절대로 그런 옹졸한 인간이 아니란것은 알고있다.

다만 그럼에도 검을 휘두르는 이유는.

깡, 깡, 깡!

몇번이나 부딪히는 소음이 들렸다. 소음의 정체는 비루였다. 내가 물러나자 비루가 앞으로 나선것이다. 어느새 주변에 있던 병사들에게서 창 한자루를 잽싸게 뺏은 듯 보였다. 그 행동력에 감탄할 것도 없다. 하기사, 원한이라고 하면 비루는 나에 비할바가 아니겠지. 자신이 일궈내고 함께 나선 동료들이 몰살당한 판을 짠것이 바로 레너 왕인것을.


“···나는 해야만해요.”


여기까지 왔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던가? 얼마나 많은 이들이 희생당했던가? 그리고 얼마나 많이 다짐해왔던가? 얼마나 많은 실수를 해왔던가?

레너 왕은 분명 능력있는 현왕이다. 시간이 지나고 역사는 그를 선왕으로 기억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 복수의 칼날이 빗겨가지는 않는다.


“리드!”


나는 다시 한번 달려나갔다. 말 한마디 나눌 짧은 휴식이었지만, 몸상태가 훨씬 나아졌다.

샤악-

내지르는 일검이 가벼웠다. 어깨와 이두를 비롯한 팔뚝은 당장에라도 바닥을 칠듯 무거웠는데 어째서인지 검의 궤적은 이제까지의 무엇보다도 가벼웠다.

걸어가는 보폭이 가벼웠다. 한 걸음 한 걸음의 보폭이 넓고 다음 발은 빨랐다. 허벅지와 종아리는 터질것같이 부풀어올랐는데 어째서일까?

간단한 이유였다.


‘염원이 코앞에 있으니까!’


나는, 복수를 이룰것이다.

앞에서부터 날아오는 검격을 네우스 백작은 간단히 피해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예상범주 내. 하이킥을 피해낸 상대에게 그대로 브라질리언 킥을 하듯 위로 쳐올려진 검이 대각선으로 낙하했다.

네우스 백작은 흠칫하며 공격을 거두었지만, 이조차 피해냈다. 옆에서 비루는 창을 바람처럼 휘두르며 네우스 백작을 압박했다.


“병사들은 무엇하느냐!”


“저들을 말려야한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레너 왕과 교황이 외쳤다. 병사들은 그들의 등쌀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성큼성큼 걸어나왔으나 내켜하는 표정을 하는 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누구라도 그럴것이다.

이런 싸움에 끼어들려는자는. 지금 명분을 가진것은 우리였으니까. 기사들도 몇몇 보였다.


“대주교! 알렉 추기경! 뭣들하는가!”


끼긱, 끽.

나는 한 호흡을 길게 내쉬었다. 호흡은 생명의 증표요, 생명의 증거라. 호흡이 기면 길수록 자세는 안정되었다. 싸움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흐름은 우리에게 넘어오고 있었다. 비록 병사들과 기사 몇몇이 우리 싸움에 끼어들었으나 그들은 결코 우리 상대가 되지 못했던것이다.


“하··· 그럴 수 없습니다. 성하.”


콰작, 쾅!

폭음이 울려퍼졌다. 비루의 일격이 드디어 네우스 백작의 명치를 맞췄고 네우스 백작은 저 멀리 날아가버린것이다. 비록 창날이 아닌 창대로 맞춘 일격이었지만, 그 틈을 타 우리는 주변의 병사들을 재빨리 정리했다.

네임리스의 싸움에 다른 이들이 끼지 못했던것처럼 우리들에게 보통 병사들은 큰 의미를 지니지 못했다.

체력 소모조차도 되지 못하는, 그런 이들.


‘그러고보니.’


예전에는 스켈레톤 한 마리도 버거웠던때가 있었는데. 어느 퇴역 병사와 스켈레톤 한 두마리를 겨우겨우 상대했더랬지. 지금에 이른다면 감회가 새롭다. 강해지는게 목적은 아니었지만···


“무슨 말들인가? 그럼 레너 왕이 살해당하도록 내버려두자는 소리인가!”


교황의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대주교와 알렉 추기경은 여전히 꿈쩍하지 않고 있었다. 교황은 입술을 질끈 물며 에르네스 메르실에게로 고개를 돌렸지만 그녀는 아예 몸까지 돌리고 있다.


“···죄송해요.”


“무슨, 지금 그가 죽어선 안 되는 것이네! 이걸 모르겠소!”


레너 왕의 정체가 현왕이던, 선왕이던, 폭군이던간에 그는 지금 죽어선 안 된다. 아르미안에는 계속해서 많은 혼란이 찾아왔다. 레너 왕 이상의 능력을 지닌 왕이 있지라도 않는 한에는 말이다.

아르미안은 어쩌면 분열, 붕괴할지도 모른다. 하물며 지금은 코아티르 왕조차 죽어버린 대혼란의 시기이니.


“······.”


그걸 그들이라고 이해하지 못하겠나. 다만, 내키지 않는것이다.

대주교에게 있어서는 제자의 원수이며, 에르네스 메르실에게 있어서는 약혼자의 원수, 알렉 추기경과 성군들에게 있어서는 목숨의 은인의 원수다. 물론 교황 또한 이 사실을 숙지하고 있다.


“답답한 작자들! 사사로운 감정으로 대의를 잊을 셈이오? 저 많은 백성들이 혼란과 혼돈 속에서 도탄에 빠지는 꼴을 그 눈으로 보아야만 후회를 할셈이오?!”


말리지 않는다면 결과는 뻔하다.


“물론 알고있습니다. 성하. 하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대주교는 교황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성하. 우리가 멈추려면 저 둘을 죽여야만합니다. 저 창을 든 용병 비루는 실로 맹수같은 자로 자신의 어금니가 다 뽑히고 발톱이 뽑혀나가도 멈추지 않을 늑대와 표범같은 사내지요.”


“그리고 그건 리드 또한 마찬가지에요. 지금 그들을 막는다면 리드는 지친 몸을 회복하겠죠. 어차피 다시 레너 왕에게로 갈 거에요. 그 때의 리드를 도대체 누가 막을 수 있다는거죠?”


지금 리드는 인세에 강림한 무신과도 같았다.

우여곡절이 있었다고는 하나 푸른 악마를 단신으로 쓰러뜨린 그 실력은 더 이상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게 분명했다. 이렇게 싸우고 있을 수 있는것도 리드가 너무나 지치고 상처입었기 때문이 아닌가?


“죽이지 않는다면··· 으음!”


교황은 그 말에 고심에 빠졌다.

지금 레너 왕이 죽어서는 안 된다. 가까운 미래에 수천 수만의 생명들이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 벌어지는것이다. 그렇다면 저 둘을 죽여야하나? 리드와 비루라는 사내들을 죽여야 하는것인가?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은···’


교황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 아니었던가. 옳은 것을 위해서라고는 하나.


“이 또한 듀란드님의 뜻인가.”


교황은 깊게 숨을 내쉬며 손을 들었다. 그 의미는 명백했고 성군들은 모조리 우뚝 멈춰서 싸움을 바라보았다.

분명 얼마 가지 않으리라. 싸움의 행방이 어디로 흘러가건 교황은 끼어들지 않기로 했다.




***




“전···하!”


네우스 백작은 곧 쓰러졌다. 본래 네우스 백작은 리드리스는 커녕 비루에게도 미치지 못하는 실력이었다. 그런 그가 아무리 지치고 상처입었다한들 그 둘을 한번에 상대하고 이길 도리가 없었던것이다.

병사들은 겹겹이 레너 왕을 둘러쌌지만 그 눈동자에는 공포심만이 가득 담겨 있었다. 당장에라도 도망칠것만 같은 자들의 눈빛이다.


“꺼져.”


낮은 톤의 목소리로 읊조린다.

그 목소리는 그대로 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위협이 되어 들려왔다. 하지만 그들은 창을 곧추세웠다.


“큭.”


레너 왕은 이런 와중에도 달아나지 않고 있었다. 상황판단이 안되는걸까? 아니, 되려 최선의 수라 생각하는 것이겠지. 이 자리에서 달아난다한들 미래는 없다. 결국 살해당하고 말거라면 모두가 지켜보는 이 장소에서만이 되려 기회가 있다 여기는 것이다.

네우스 백작이 쓰러지자 그 이후는 파죽지세였다. 병사들은 몇겹으로 레너 왕을 보호하고 있었으나 그들은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하. 결국 짐을 죽이려는것인가?”


“말했잖아. 다른 이들은 방해하지 못할거라고. 나는 반드시 당신을 죽일테니까. ‘레너 왕자.’”


“그런 말치고는 상당히 지쳐보이는군?”


“레너 왕. 여기까지 왔다고. 이제 네놈을 지켜줄 사람은···”


퍽!

비루는 팔꿈치를 뒤로 쳐내며 달려드는 병사를 그대로 고꾸라뜨렸다. 이쯤되자 병사들은 발을 질질끌며 슬금슬금 물러나기만 한다. 레너 왕은 한심하게 그들을 바라보다 어쩔 수 없다는듯 고개를 저었다.


“없다고!”


비루의 창대가 레너 왕의 쇄골을 강타했다. 레너 왕은 본래 강체라고는 일초반식도 익히지 않은 일반인이었다. 소양으로 검을 다루는 법 정도를 조금 배웠을뿐이지 비루와 같은 달인에게 대항할 수준은 결코 아니다.

적당히 힘을 담았는지 레너 왕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왕으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자세였지만 지그시 내려누르는 창대에 레너 왕은 일어나지 못했다.


“크으으윽!”


“내가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알고있나? 위대한 왕이시여?”


비루는 레너 왕의 고개를 들렸다.

레너 왕의 눈에 보이는 비루의 얼굴은 더 이상 사람의 형태를 하지 않고 있었다. 그야말로 괴물일 뿐.


“우린 그동안 너무 많은 고통을 받았다고. 푸른 악마에게 불살라져간 나의 전우들을 생각하면 널 결코 살려둘 생각은 없다고. 하지만 간단하게 죽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 마.”


으르렁.


“네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고통을 맛보며 죽어가게 해줄테니까. 냉혈한.”


“도망칠 생각은 하지도 않는게 좋을거야.”


합의한적은 없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함께 레너 왕을 고통스럽게 죽이려 하고 있었다.

그 사이, 교황은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잠깐 기다려주겠나.”


장중한 목소리가 사방을 울렸다. 사실상, 이 자리의 결정권자나 마찬가지였다. 교황의 뜻대로라면 성군들은 움직일테니까. 성군들이 움직인다면 지금의 지친 리드리스와 비루는 성군들에게 붙잡혀버릴테고 결국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

그 사실을 모두 이해하고 있다. 그런데 두 사람에게는 그런 사실이 아무런 장해가 되지 않는듯, 신경쓰지 않는듯이 보였다.


“무슨 일이죠?”


“막을 생각은 없네. 다만 재고해주길 바랄뿐이네. 그를 죽인다한들 더 큰 혼란이 찾아와 백성들이 고통받을것이네. 꼭 그렇게 해야겠는가?”


리드리스는 잠깐 교황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의 눈동자 속에는 한 줌 흐림조차도 흔들림조차도 없다. 정말로 대의를 생각하는 눈동자였다.


“나는 대의를 위해 싸운게 아니니까요.”


“우린 계속 복수를 위해 싸웠을 뿐이라고.”


리드는 자신의 스승 하쉬처럼 올곧은 인간이 아니었다. 네크로맨서를 쓰러뜨린 것도 복수를 위해서요, 네임리스를 죽인것도 복수를 위해서였다. 푸른 악마를 쓰러뜨린 것조차 복수를 위해서였다.

대의大意를 전혀 가지지 않은것은 아니었다. 뭇 사람들을 위해서, 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도 복수라는 마음이 언제나 앞서있었다. 관계 없는 사람들이 휘말리는게 싫었고 무고한 생명들이 죄 없이 사그라드는것이 안타까웠다.

측은지심은 가지고있지만, 동시에 피 끓는 인간. 그리고 복수에 불타는 복수귀.

교황은 둘의 마음을 이해했다.


“···말리진 않겠네. 하지만 그로 인한 결과는 우리 모두가 짊어져야할걸세. 자네들은 그럴 자신이 있나?”


“짊어질 생각따윈 없다고. 나는 똑같이 되갚아주려할 뿐이야.”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해야만해요.”


둘의 대답은 같았으되, 달랐다.

비루는 다른 일따위는 생각지 않고 있었다. 머릿속이 레너 왕에 대한 증오와 분노로 가득차 오직 그것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복수귀.

하지만 리드는 복수를 위해서 걷되, 그 뒤에 찾아올 일들을 감내하겠다는 뜻을 표출했다.


“···그런가. 원하는대로 하게.”


대답을 들은 교황은 더 이상 나서지 않았다.

그리고 비루는 어깨에 레너 왕을 짊어진채 유유히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리드는 쉽사리 걸음을 떼지 못했다.


“······.”


왜일까?

이렇게나 감정이 철철 넘치고 있었는데 방금까지만 해도 당장에라도 쫒아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놔줘요.”


에르네스 메르실의 손이 어깨에 닿은 순간, 리드는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너무 많은 피를 흘렸잖니.”


살인도 몇번이나 해 봤다. 살생은 수도 없이 많이 했다. 이제와서 망설일 것은 없을것이다. 이미 이 손은 피투성이가 되었고, 레너 왕에게의 복수심을 들끓고 있는데.


“이제 그만해도 된단다.”


비루는 잠깐 뒤돌아봤지만 코웃음을 쳤다. 따라오던 따라오지 않던 자신은 할 일을 끝마치겠다는거겠지. 따라가야한다. 복수는 이 손으로 끝맺음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까지 온게 어째서였던가?

여기서 멈춘다면.

여기서 멈춘다면.

여기서 멈춘다면···!


“지쳤잖니.”


두번다시 일어설 수 없을텐데. 그 때는 이미 늦을텐데.

뒤로 털썩하고 주저 넘어진다. 마치 그리되리란걸 예상했다는듯이 에르네스 메르실은 나를 품에 안았다.


“아줌마. 놔달라구요.”


“그만. 이제 그만해도 되잖니!”


“괜찮으니까··· 놔 줘요. 누울 수가 없잖아.”


그렇지만 아무래도 좋지 않을까.

내가 원래 바라던것은 ‘일상’이었으니까.

분명, 복수를 끝마친다한들 아니 복수를 끝마친다면 일상으론 두번 다시 돌아갈 수 없겠지.

이걸로.


“···하아아.”


힘없이 하늘을 올려다본다.

어째서인지 전신에 힘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지친것과는 관계 없이 말이다. 이렇게 하면 저 위에서 하쉬는 미소지을 수 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더 이상 달릴 기운이 없었다.


“조금만, 잘게요.”


“···응. 수고했어.”


조금만, 아주 조금만 잠들자.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일상 속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


작가의말

선추코, 감사합니다.

에필로그에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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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 단죄 18.09.28 209 4 15쪽
203 결전下 10 18.09.27 217 3 16쪽
202 결전下 9 18.09.26 196 3 12쪽
201 결전下 8 18.09.25 217 4 11쪽
200 결전下 7 18.09.24 197 3 12쪽
199 결전下 6 18.09.21 192 3 12쪽
198 결전下 5 18.09.20 194 4 11쪽
197 결전下 4 18.09.19 197 4 12쪽
196 결전下 3 18.09.18 193 4 11쪽
195 결전下 2 18.09.17 197 3 13쪽
194 결전下 18.09.14 215 3 11쪽
193 결전上 4 18.09.13 201 4 12쪽
192 결전上 3 18.09.12 202 3 14쪽
191 결전上 2 18.09.11 193 3 13쪽
190 결전上 18.09.09 198 3 13쪽
189 리드리스6 18.09.07 205 3 14쪽
188 리드리스5 18.09.05 207 4 12쪽
187 리드리스4 18.09.04 226 3 12쪽
186 리드리스3 18.09.04 205 3 12쪽
185 리드리스2 18.09.03 242 3 12쪽
184 리드리스 18.08.31 207 3 15쪽
183 소년과 용병과 요정3 18.08.30 233 3 12쪽
182 소년과 용병과 요정2 18.08.29 204 3 12쪽
181 소년과 용병과 요정 18.08.28 201 3 14쪽
180 악마 네임리스3 18.08.27 199 3 15쪽
179 악마 네임리스2 18.08.23 212 3 14쪽
178 악마 네임리스 18.08.23 207 3 12쪽
177 가시나무요정2 18.08.22 22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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