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638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8.23 07:52
조회
207
추천
3
글자
12쪽

악마 네임리스

DUMMY

첫 교전이 시작되자마자 모렉 공작과 대주교는 알아차렸다. 이곳 우라드 자작령에 병력을 결집한것은 실수였노라고.


‘이 악마! 힘을 흡수한다!’


닿은 순간, 뭉터기로 강체력이 빨려나갔다. 닿는것만으로 힘을 흡수한다면 이 곳에 있는 병사들은 그저 악마의 간식밖에는 되지 않는다.

그 많은 숫자를 상대로 힘을 행사하고도 아무렇지 않아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오, 이런.”


모렉 공작의 보검이 하강하는 매처럼 위에서부터 내리꽂히고 있었다. 독수리의 활강이 그러할까? 반대로 대주교는 아래에서부터 위로 쳐올리고 있었다. 양쪽 대각선으로부터 이어지는 공격은 조금만 늦더라도 누구던 사망으로 이르게 할 것이다.


“제법이노라.”


그 속도는 가히 표현할 수 없는 절정의 것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이 악마에게는 그런 속도나 힘 같은게 전혀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크윽?!”


태풍이 휘몰아치는 것 같았다.

갑작스레 몰아친 미증유의 힘에 대주교와 모렉 공작의 검이 거대한 벽이라도 만난듯 뒤로 튕겨져나갔다.


“그 검··· 보통 검이 아니로구나. 놀라운 검이노라.”


네임리스는 몇번의 공수의 교환 뒤에 모렉 공작의 검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알았다. 대대로 왕국에서 내려오는 보검이니 뭐니하는 소리는 들었지만, 설마하니 자신의 힘 앞에서도 형체를 유지할 수 있을줄은 몰랐던것이다.


“왕국의 보검이다. 당연한 일이지.”


악마조차도 감탄이 나오는 보검. 모렉 공작의 콧대가 올라갔지만 네임리스는 코웃음을 쳤다.


“검은 대단하나, 사용자가 그 힘을 끌어내지 못하고있구나. 너는 그게 단순히 단단하고 강한 검이라 생각하는것이더냐? 그렇다면 세상에 둘도 없을 우자愚者노라.”


“···뭐라?”


네임리스는 무언가 검의 비밀을 꿰뚫어 본 듯 싶었다. 모렉 공작의 표정은 단단히 굳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지난 수십년간 함께한 검의 정체나 능력도 모른채로 사용했다는 말이 아닌가? 정말 그렇다면 검의 길에 정점에 서 있다는 이름이 무색한 노릇이다.


“어찌되었든 좋다. 오거라.”


모렉 공작은 잠깐 대주교를 바라보았다. 역시 자신이 보았던 대로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던 대주교는 숨을 고르고 있을 뿐, 마땅한 상처는 없었다. 그건 네임리스가 제대로 반격하지 않고 감상하듯 즐겼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아직 놈은 우리를 얕보고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럴만한 실력이 네임리스에게는 있다.

놈이 질리기 전에 어떻게든 상처를 입혀야했다. 조그마한 생채기라도 좋았다. 아무런 상처도 입히지 못한다면 교국에서 이름높은 대주교와 대륙 최고라 불리는 자신이 덤벼도 그렇다면 병사들은 절망에 빠질 터.

막중한 부담감이 둘의 어깨를 짓눌렀다.


“대주교. 먼저가겠소.”


“뒤따르겠소.”


모렉 공작은 검 끝에 의식을 집중했다. 닿아야하는것은 오로지 검일 뿐이다. 자신의 속력만으로 불가능하다면 검의 속력 또한 포함해야했다.

우우웅. 우웅.

힘의 조절과 완급이 완벽해야한다. 강체력을 몸 밖에서 순환시킨다는건 감히 상상할 수도 없을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건 마치 먼 곳에 있는 물체를 손을 쓰지 않고 움직이라는 것과 같았다. 말도 안되는 요구를 모렉 공작은 해내고 있었다.


“호오···”


그 신기와 같은 기술에는 네임리스 조차 약간 감탄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벌레라고 생각했던 것이 알고보니 쥐새끼였다는 것에 놀란것 뿐이었다.

이윽고 모렉 공작의 검이 휘둘러졌다. 팔힘과 원심력으로 휘둘러진 검은 더욱 빨랐고, 곧 검 자체에 담긴 강체력의 힘이 한번 더 가속시킨다!

가속에 가속을 거듭한 속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빨랐다. 소리가 속력을 따르지 못해서 검이 휘둘러지고 한참 후에야 괴랄한 파공음이 들렸을 정도니까.


“어떠냐!”


흙먼지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땅을 찍은것도 아닌데 검에 담긴 힘이 한참 아래에 있는 바닥에까지 미쳐 흙먼지가 날린것이었다. 먼지로 시야가 가려지자 네임리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 순간, 40000의 병사들은 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또한, 나서려했던 귀족 청년은 땀을 흘리고 말았다.

저러한 괴물들의 싸움, 자신들이 낄 자리는 애초에 없었다는것을 안 것이다. 여기에 있다고한들 개죽음밖에 되지 않으리란 것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악마가 괜히 악마라 불리겠느냐고. 차라리 도망치는것이 어떨까?


“활을 들어라!”


지휘관의 목소리. 우라드 자작령의 영주인 우라드 자작이었다. 평소 조용하고 과묵한 성격의 그가 가장 먼저 나서 활을 든 것이다.

영주가 직접 활을 뽑아들고 화살에 시위를 걸자 병사들이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활을 들라!”


영주들과 기사들도 검을 버리고 활을 들었다. 검으로는 도저히 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리란것을 뼈저리게 실감한것이다.


“시위를 걸고 대기한다! 병사들은 넓게 퍼져 사열횡대로 자리하라!”


사전에 짜놨던 움직임대로 기사들이 병사들을 지휘했다. 기사들의 움직임에 따라 그 뒤를 따르며 일사분란히 사열횡대가 되었다.


“조준 하나 못 하는 얼간이는 이 영지에 없다고 믿겠다! 신호가 떨어지면 시위를 당겨라! 알겠나!”


싸움은 근접전으로 벌어지고 있었다. 만에 하나라도 시위를 놓치거나 조준을 잘못해서 모렉 공작이나 대주교에게 피해를 주면 그건 큰일날 소리였다.


“마셸 경.”


우라드 자작이 마셸을 불렀다. 마셸은 고개를 돌려 그를 보다가 영주 우라드 자작임을 알고 목례했다.


“우라드 자작님.”


“내 부탁할 것이 있소. 그대에게는 저 싸움이 보이오?”


사실 그들의 싸움은 기본이 음속을 넘은 초음속이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의 눈에는 무언가가 번쩍! 하는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으리라. 그렇기에 우라드 자작은 이 자리에 가장 뛰어난 실력자라 생각하는 마셸에게로 다가간 것이었다.


“보는것은 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있을 수 밖에 없는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마셸 또한 실력으로는 누구에게 뒤쳐지지 않고 저 싸움에 한팔 거들고 가세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곧 방해가 되어버리겠지. 기사들의 싸움에 병사가 끼어드는것과 같다.


“그렇소? 허면 우릴 도와주시오. 그들이 떨어졌을 때, 당신이 신호를 내려주시오. 그럼 우리는 활을 쏘겠소.”


마셸은 그 말에 주위를 보았다. 어느새 병사들은 사열 횡대로 화살을 들고 시위를 걸고 있었다. 떠나지 않은 주민들은 그들에게 화살을 건네기도 했다.


“이 많은 활들을···”


사만 정이나 되는 활과 그 배는 되는 화살들이다. 쉽사리 모을 수도 없는 양이거니와 모든 병사들에게 지급한다는것은 놀라울 따름이었다.


“혹시 이런일이 벌어질까 요청했소. 활을 가능한 많이 가져와 달라고. 내 말을 허투루 들은 자도 있지만, 우라드 자작령엔 여분이 있었지.”


“알겠습니다.”


마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을 느끼는 것보다야 작은 일이라도 하는게 중요했다. 마셸이 승락하자 우라드 자작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고맙소.”


하지만 화살이라고 소용이 있을까? 저 싸움을 보고 있자면 마치 신화속의 한 장면같았다. 이야깃속의 용사들과 마왕들의 싸움에 언제나 병사는 등장하지 않는 법이다. 화살 따위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것 같지만, 말하진 않았다.


“차라리···”


퇴각하는게 어떠냐 하는 물음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억눌렀다. 그건 이 자리에 모인 모두를 모욕하는것과 다름없었으니까.

다시 흙먼지가 가라앉고 네임리스의 모습이 보였다.


“쯧. 더러워졌노라.”


네임리스가 입은 정장차림의 옷이 더러워져있었다. 하지만 이루 말할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아무런 상처도 입히지 못한것이다.

모렉 공작의 표정이 어둑해졌다.


“닿지 않은것인가···”


하지만 분명 검에는 감각이 있었다. 닿았다! 라고 생각까지 했을 정도로 감각이 전해져왔는데 그게 착각이었다고?


“핫!”


하지만 아직 공격은 끝난게 아니었다. 모렉 공작은 먼저 가겠다고 말했었고, 대주교는 뒤따르겠다고 말했었다. 그랬다. 대주교의 공격은 이제 시작한 것이다.

뒤에 눈이 달리지 않은 이상 알 수 없을정도로 은밀하고 조용한 공격이었다. 동시에 신속했다. 대주교나 성기사라는 이름보다는 오히려 암살자에 가깝지 않을까하는 정도로.

소리없이 뻗어진 공격이 네임리스의 뒤를 꿰뚫었다. 그러나 네임리스는 여전히 웃고만 있었다.


“후후. 잘 했다.”


대주교를 칭찬하는것인가? 아니었다. 대주교의 공격을 정체모를 ‘무언가’ 가 막고 있었다. 대주교의 검을 휘감고 대주교를 향해 혀를 낼름거리는것은 뱀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투명했다. 만약 흙먼지를 뒤집어쓴게 아니었다면 그 형체조차 알 수 없었으리라.


“도대체···”


어떻게 되어쳐먹은 생물이기에 투명한가? 하물며 대주교의 공격을 아무렇지도 않게 막을 수 있는가? 대주교는 그 순간, 검을 놓았다. 쩌적- 하고 갈라진 검이 산산이 부숴지고 부숴진 파편이 땅에 닿을 즈음에는 녹색으로 물들어있고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부식되고 있다는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독?!’


안색이 바뀌었다. 독이란말인가? 놓는게 조금만 늦었더라도 저 독에 중독되었을지도 몰랐다.


“호오··· 늙은 주제에 제법 뛰어나노라.”


‘뱀’이 몸에서 흙먼지를 털어내겠다는듯이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대자 흙먼지가 떨어져나갔고 곧 다시 투명하게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건 도대체 무슨···”


“뜻하지 않았겠지만, 이 녀석을 볼 수 있었던건 너희의 저력이라고 해도 좋노라.”


네임리스는 허공을 쓰다듬었다. 보이진 않았지만, 분명 그 자리엔 ‘뱀’의 머리가 있으리라.


“이 녀석을 볼 수 있었던 존재는 지난 시간동안 수호자 밖에는 없었으니···”


그리고 그 수호자와의 싸움에서 한 몫 단단히 치뤄낸 녀석이기도 했다. ‘뱀’ 은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종류의 독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으며, 그 비늘은 강한 산성독으로 뒤덮여 닿는 모든것을 녹여버린다.

사기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능력을 ‘뱀’은 가지고 있는것이다. 하물며 투명하기까지 했으니 그 누구라도 알 수 없을 터.


‘모두는 아니군.’


그 수호자는 바로 이 뱀과 싸웠으니 말이다.


‘아, 어쩌면 그 소년도···.’


다음대의 영웅, 아니. 고마가 없으니 이번대의 영웅이던가. 그 소년 또한 어쩌면 이 뱀의 존재를 꿰뚫어 보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생명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는데···?!”


강체력은 생명과 맞닿아있는 힘이었다. 생명체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불가능을 가능케 만드는 힘이 바로 강체력이었다. 그런 강체력을 지닌 모렉 공작이 저 투명한 ‘뱀’ 은 존재조차 몰랐던것이다.

그건 대주교도 마찬가지였고, 신성력의 정점에 서 있다는 에르네스 메르실조차도 마찬가지였다.


“모든것이 너희의 이목속에 있다고 생각지 말거라. 너희가 보고 있는것은 이면의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노라.”


“큭··· 잘도 입을 여는구나. 악마가!”


“지금입니다!”


마셸이 입을 열었다.

지금이야말로 적격의 타이밍이었다. 모렉 공작과 대주교가 네임리스와 어느정도의 거리를 두고 있는 타이밍. 마셸의 신호가 떨어지자 병사들은 일사분란히 시위를 놓았다.

사열횡대. 즉, 한 줄이 일만명이 줄지어 네임리스를 겨누고 있다는 소리였다. 이 일대를 화살비로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숫자.

모렉 공작과 대주교는 영문을 몰랐지만, 어느새 병사들이 활을 들고 있다는걸 보고 급히 자리를 빠져나왔다.


“발사!”


시위를 놓은 화살 일만개가 일제히 포물선을 그리며 네임리스의 머리 위로 떨어진다.


작가의말

선작,추천,코멘트 + 조회 언제나 감사합니다.


태풍 조심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리드리스 일대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06 에필로그 +1 18.09.30 397 5 14쪽
205 일상으로 18.09.29 277 2 17쪽
204 단죄 18.09.28 210 4 15쪽
203 결전下 10 18.09.27 217 3 16쪽
202 결전下 9 18.09.26 196 3 12쪽
201 결전下 8 18.09.25 217 4 11쪽
200 결전下 7 18.09.24 197 3 12쪽
199 결전下 6 18.09.21 192 3 12쪽
198 결전下 5 18.09.20 195 4 11쪽
197 결전下 4 18.09.19 197 4 12쪽
196 결전下 3 18.09.18 193 4 11쪽
195 결전下 2 18.09.17 197 3 13쪽
194 결전下 18.09.14 215 3 11쪽
193 결전上 4 18.09.13 201 4 12쪽
192 결전上 3 18.09.12 203 3 14쪽
191 결전上 2 18.09.11 193 3 13쪽
190 결전上 18.09.09 199 3 13쪽
189 리드리스6 18.09.07 206 3 14쪽
188 리드리스5 18.09.05 207 4 12쪽
187 리드리스4 18.09.04 226 3 12쪽
186 리드리스3 18.09.04 206 3 12쪽
185 리드리스2 18.09.03 243 3 12쪽
184 리드리스 18.08.31 207 3 15쪽
183 소년과 용병과 요정3 18.08.30 233 3 12쪽
182 소년과 용병과 요정2 18.08.29 204 3 12쪽
181 소년과 용병과 요정 18.08.28 201 3 14쪽
180 악마 네임리스3 18.08.27 200 3 15쪽
179 악마 네임리스2 18.08.23 212 3 14쪽
» 악마 네임리스 18.08.23 208 3 12쪽
177 가시나무요정2 18.08.22 224 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