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623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9.17 00:37
조회
196
추천
3
글자
13쪽

결전下 2

DUMMY

“피하시오!”


푸른 악마같은 괴물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서는 안 된다. 아니, 정면은 커녕 스치는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리라.


“봉인진은 어디있는거야! 비루! 자네가 위치를 아는것 아니었나!”


모렉 공작의 호통에 비루는 창을 휘두르다 말고 옆으로 굴렀다. 푸른 화염이 땅을 뒤덮고 있어 약간 스쳤지만, 다행히도 불이 옮겨붙지는 않았다.


“제기랄! 분명 여기였을텐데!”


비루는 애꿎은 땅만 팠다. 하지만 땅을 판다고 이미 사라진 마법진이 나올리가 없다. 허탕을 치고있지만 그걸 알 수 없다.


“일단 피합시다. 여기선 타죽게 생겼소!”


“병신같은 것들이! 여기가 아니면 막을수가 없다니까?”


죽이려했지만 죽일 수 없다. 그 사실을 다시 한번 절실히 깨닫고선 놈을 봉인하는데 노력하려했지만, 늦은 일.


“제길! 있어야하는데! 있을텐데!”


“도망쳐요!”


에르네스 메르실은 신성으로 하여금 방어진을 형성했다. 둥그렇게 원으로 막이 쳐 지자 푸른 악마는 눈을 부릅떴다.


-이깟것이!


손을 휘두르는 순간, 태산이라도 우습게 볼 거력에 방어막이 터져나갔다. 거울이 깨지듯 너무나 간단히 깨져나간 방어막이 산산이 비산하자, 비루의 안색이 타들어갔다.


“젠장!”


-어서 죽어라! 벌레들아!


푸른 악마, 발로그는 발로그대로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수호자가 마지막에 영혼을 바치는 미친 짓거리를 하지만 않았더라도 완전한 부활이 되었을텐데 아쉽게 실패한것이다. 원래라면 바라보는기만해도 타죽었을놈들이 까불작거리는것이 역겨울 정도였다.


“안 돼!”


비루는 피하지 않고 되려 앞으로 뛰었다.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자살행위로 보였다. 모렉 공작조차 눈쌀을 찌푸린다.


“미친 것!”


“크하아아!”


비루는 크게 가슴을 펴고 호흡을 한껏 들이켰다. 상체가 부풀어오르고 근육이 꿈틀거린다. 창을 앞으로 내지르는 순간, 폭풍이 되었다.

샤아아아아아아!


“······!”


압도적인 풍량이 순식간에 풀려났다. 비루는 창을 내지른 그대로 뒤로 밀려난다. 화륵 한번 거세게 타오른 푸른 화염들은 기세를 잃고 있다.


“호오!”


드물게 대주교가 감탄했다. 비루라는 저 사내가 하는 창질이 궤적 하나하나가 신묘하고 기이한데가 있기는 했지만, 대단하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일격만큼은 느낌이 전혀 달랐다. 이만한 일격을 쏘아낼 수 있는 창잡이가 이 세상에 있었던가?


‘다음 세대는 저자겠군.’


다음 정점이 될 자라고 분명히 인식했다. 그러나 푸른 악마는 미세하게 콧김만 흥 불었을 뿐 타격을 입은 모습이라곤 보이지 않는다.


‘밀려나지도 않는군. 괴물은 괴물인가?’


쯧, 하고 혀를차며 대주교는 옷깃을 찢었다. 푸른 화염이 옷깃을 타들이며 올라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둘러보니 이미 바짓가랭이건 어디건 옷감이 성한데가 없었다. 기사단장 베르텐은 갑옷인지라 비교적 다름이 없었지만 나머지는 꼴이 말이 아니었다.


“늙어서 뭔 짓거린지···”


하지않으면 안 된다는걸 물론 알지만 대주교는 일부로 투덜거렸다. 고위사제 셋과 에르네스 메르실은 이미 한참이나 물러나있었고, 고위사제의 등에는 리드리스가 업혀있었다.


‘놈. 여기서 죽을 순 없다. 너는 해야할일이 있잖으냐?!’


대주교의 눈에는 리드리스는 제자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마지막 희망의 등불로 보였다. 수호자가 죽어버린 이상, 이제 상황을 바꿀 수 있는건 리드리스밖에 없노라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모두의 머릿속엔 같은 생각이 들었다.




***




“으음···”


레너 왕은 침음을 흘렸다. 이곳, 모렉 공작령에 수만의 성군과 수만의 병력들이 모이자 미어터질 지경이었다. 병력뿐인가? 하면은 그렇지도 않았다. 주민들과 기존의 모렉 공작령의 병력까지 포함하자 인구밀도는 상상을 초월한것이다.

잘 곳이 없어 여관이 미어터지고 주민들이 직접 발 벗고 나서 집을 빌려주기까지 했지만, 타인과 함께하는것이 편할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노숙을 시킬 수는 없는 일.

고작 하루만에 별의 별 문제들이 생기자 레너 왕은 골머리를 앓았다. 단순하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막상 다가오자 생각보다 머리가 아팠던것이다.


“이거 민폐를 끼쳤구려. 우리는 돌아가겠소.”


“아닙니다. 조금만 더 계시지요. 아직 성군들의 여독이 풀리지 않은듯 합니다.”


교황이 괜히 민폐를 끼친다며 성군을 물리려했다. 하지만 성군들을 이대로 돌려보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교황도 이쯤되니 이상한 눈치를 챘다.


‘단순히 우릴 대접하기 위함이라고 하기엔 이상하리만큼 잡는군. 뭔가 꿍꿍이라도 있는겐가?’


교황도 일국의 왕. 왕이 된 자가 허술한 인물일리가 없었다. 그가 만약 교국에 있었더라면 진작 첩보를 받았겠지만, 이 자리까지 첩보를 들을 방도가 없어 모르는 것 뿐이었다. 즉, 왕으로서 있어야 할 곳에 있지 못하는 것.

그것이 상황을 갈라버리고 말았다.

레너 왕은 보일듯 말듯 약간 입꼬리를 끌어당겼다.


‘써먹어야하니까.’


분명 코아티르가 준동했다면 요 근처까지 다가왔을것이다. 지리상으로나 병력의 집결로 보더라도 반드시 이 곳, 모렉 공작령에서 접전을 치루고 끝내야했다. 그때까지 성군을 돌려보낼 수는 없는 법이다.


“크, 큰일입니다! 전하!”


기사 하나가 허겁지겁 영주성 안으로 들어왔다. 비어있는 모렉 공작령의 영주성을 이미 레너 왕이 빌려쓰고 있는 중이었다.

갑작스레 들어온 전령, 기사의 모습에도 레너 왕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

얼마나 급했으면 자신이 있는 장소에 저리 뛰어 들어왔겠는가말이다.


“무슨 일인가?”


그런 생각을 모르는 교황으로서는 레너 왕의 도량에 약간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자신과 대화하는 와중, 예도 차리지 않고 급히 들어온 기사의 모습에 눈쌀은 커녕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코, 코아티르가! 코아티르가 우라드 자작령까지 모조리 접수했다고 합니다! 또한, 이곳 모렉 공작령으로 진격하고 있다합니다.”


레너 왕은 다분히 꾸며서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물론 교황에게 보이기 위한 표정이었지만, 평생을 왕으로서 살아오자 스스로의 얼굴표정을 연기하는건 무척이나 쉬운 일이다. 교황은 레너 왕의 표정을 보며 의심의 싹이 다시 피어나는것을 느꼈지만, 애써 고개저었다.


‘아니겠지. 지금까지 본 그라면··· 단순한 우연일게야. 정말로 놀란것처럼 보이지 않은가?’


“뭣! 그게 정말인가?”


다시 다급하게 되묻는 레너 왕. 기사는 침을 꿀꺽 삼켜넘겼다. 눈을 질끈 감고는 우렁차게 대답한다.


“그렇습니다! 전하. 속히 자리를 피하셔야 할 듯 합니다!”


“···그럴 순 없네.”


“전하?”


그럴 수 없다는 말에 기사는 황망한 표정이 되었다. 왕이 무슨 소리를 하는건가? 코아티르의 들개들이 다가오는데 도망칠 수 없다고 말한게 맞는건가? 하지만 그러다가 기사는 아차하고 말았다.

감히 레너 왕과 교황의 면전에서 되묻고 만 것이다. 경을 치더라도 할 말이 없다. 사죄의 말을 올리려는 직전에 레너 왕이 선수를 쳐 말을 이었다.

자신이 보여야할것은 이상적인, 참된 군주의 모습이었으니.


“코아티르의 들개들이 쳐들어온다면 직접 막아서야하지 않겠는가. 마침 이곳에 우리 왕국의 많은 병사들이 있네. 이곳에서 막지 않는다면, 시간을 끌어주지 않는다면 왕국민들이 어떤 꼴을 당하겠는가.”


교황은 잠시 레너 왕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래. 이 늙은이의 과한 생각이겠지. 그는 참된 왕일게야.’


지난 5년간, 레너 왕이 얼마나 대단한 왕이었는지는 뼈저리게 알고있었다. 이런 영웅이니 그렇게 왕국을 이끌 수 있었을 터.


“하지만 전하···”


기사는 입을 다물었다. 또 반문해버리고 만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경을 칠거라고 생각했는데, 레너 왕은 작게 고개만 끄덕였다.


“위험을 피하기만 해서 어찌 왕이겠나? 내가 앞에 서겠네. 같이 코아티르의 들개들을 이 왕국의 땅에서 몰아내야지.”


기사는 감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왕을 지키는 것이 기사된 도리이지만 함께 싸우겠다 말하는 왕에게 어찌 감동받지 않을쏜가? 적어도 기사의 표정은 진심이 듬뿍 담겨 있었기에 교황은 의심의 싹을 완전히 짓밟았다.


“으음. 미약하네만 우리들도 한 팔 거들겠네.”


성군聖軍.

오로지 악마를 척살하기 위해서, 아르미안의 위험을 구하기 위해서 뭉친 이름이었다. 하지만 그 지휘가 교황에게 맡겨진 이상 교황은 그들을 대신할 자격이 있다. 또한, 대륙의 위기가 걸린 상황에 자신들의 이익에 눈이 멀어 전쟁을 다시 일으킨 코아티르가 좋게 보일 리 없었다.


“감사합니다. 성하!”


레너 왕은 당연히 거부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를 노리고 이런 연극까지 한 것이다. 기사 자신은 모르겠지만 소식이 이제야 당도한것도, 그리고 그 소식을 자신이 알리는 전령 역할을 하게 된 것도 모두 우연이 아니었다.

솔직하고 충직하고 동시에 조금은 떠벌이, 감정에 휘둘리는 성격을 가진 그를 일부러 레너 왕은 전령으로 사용한 것이었다.

물론 기사는 평생을 가도 모를 일일테지만.


“허허. 대륙의 어둠과 맞서싸운 왕국이 아니오? 저 북쪽의 코아티르가 이 기회를 틈타 왕국을 물어뜯는데 우리가 방조한다면 그 누가 어둠과 맞서싸우겠소?”


말은 번지르르하지만, 어차피 여기까지 왔다면 어쩔 수 없다. 교황은 찝찝함을 삼키고 레너 왕에게 협조하기로 했다.

자신이 완벽히 속아넘어간것도 모른채.




***




와그작. 와그작!

개걸스런 소리와 함께 뱃속의 거지가 요동치듯 먹어치웠다. 한 조각이라도 남기지 않겠다는 듯이 먹어치우는 내 모습은 스스로가 보기에도 기괴하고, 또···


“아.”


깨져나갔다.

기억속의 파편이 와자작 하고 깨져버렸다. 이미 죽어버린 자는 온전히 되살아날 수 없다. 그것은 절대불변의 법칙. 설령 되살아나더라도 죽지 못한 자Undead가 되어버릴 뿐이다. 그녀를 되살리려는 생각 따위는 버려야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드는 이 생각을 버려야한다.

그저 먹어치워라.

먹어치우고 깨끗이 비워라. 이 세상에, 내 마음속에 그녀의 존재와 흔적조차 남기지 말고 모두 먹어치워 내것으로 만들어라.


“끄윽, 끅!”


영혼인데 목이 막힐리가 없다. 그런데도 목이 매어왔다. 개걸스럽게 그녀를 탐하고, 먹어치우는 와중에도 그녀는 웃고 있었다. 자신의 영혼이 스러지는데도 웃고 있었다.


“끄으으, 으으으!”


볼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주르륵 빗물처럼 흘러내리는 내 눈물이 턱 아래로 뚝뚝 떨어진다. 소리 없이 한없이 떨어지는 눈물은 어디에 닿은지도 모르는채 떨어지기만 한다.

결국 먹어치운 끝에.


“하, 하하. 이게 진짜로 네가 원하는 거였어?”


탈리아라는 존재는 이제 영혼의 조각조차 남지 않았다.

모두 내 것이 되어버렸다.

탈리아를 구성하던 영혼의 절반 이상은 푸른 악마를 봉인하는데 사용되었고, 그녀의 넋과 남은 영혼들을 내가 먹어치운것이다.

윤회전생의 고리에서 빠져나와, 영영···


“···그럴리가 없잖아.”


분명 이건 그녀가 원한 결과가 아니리라.

고마는 말했었다. 내가 그녀를 해방시킬 수 있을것이라고. 아. 이건 내 기억이 아니던가··· 하, 하하하.

그녀는 자유가 되었어야했다. 평생을, 그 가문조차도 모조리 만년간 악마를 상대해왔던 그림자들이.

결국 이렇게 종결짓고 말았다.


“미안해. 미안해.”


나는 그런 그녀에게 어떻게 대했나?

헨리를 그렇게 만들었던건 그녀가 아니라 고마. 고마를 탓하더라도 그녀를 탓해선 안 됐던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끝까지 상처입히고 이렇게까지 만들고 말았다.

모두 내가 부족한탓에.

모두 내가 약한 탓에.

내가 더 강했더라면, 좀 더 힘이 있었더라면.

이런 결과가 바뀔 수 있었을것이다.


‘이번에야말로 바로잡아줘.’


헨리가 ‘어떤 것’ 이 되었는지 정확히 알았다.

힘의 총량은 크게 늘지 않았다. 물론 네임리스와 싸우기 직전과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푸른 악마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도 이길 수 있으리란 확신이 있었다.


‘···제길.’


헨리와 탈리아를 동시에 먹어치운 꼴이지 않은가.


“이번에야말로 바로잡겠어.”


그리고 이건 마지막 싸움이 될 터였다.

나, 리드리스의 마지막 일대기가 될 싸움이라고 알았다.


“실수하지 않을게.”


작가의말

선추코,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리드리스 일대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06 에필로그 +1 18.09.30 396 5 14쪽
205 일상으로 18.09.29 276 2 17쪽
204 단죄 18.09.28 209 4 15쪽
203 결전下 10 18.09.27 217 3 16쪽
202 결전下 9 18.09.26 196 3 12쪽
201 결전下 8 18.09.25 217 4 11쪽
200 결전下 7 18.09.24 197 3 12쪽
199 결전下 6 18.09.21 192 3 12쪽
198 결전下 5 18.09.20 194 4 11쪽
197 결전下 4 18.09.19 196 4 12쪽
196 결전下 3 18.09.18 193 4 11쪽
» 결전下 2 18.09.17 197 3 13쪽
194 결전下 18.09.14 215 3 11쪽
193 결전上 4 18.09.13 201 4 12쪽
192 결전上 3 18.09.12 202 3 14쪽
191 결전上 2 18.09.11 193 3 13쪽
190 결전上 18.09.09 198 3 13쪽
189 리드리스6 18.09.07 205 3 14쪽
188 리드리스5 18.09.05 207 4 12쪽
187 리드리스4 18.09.04 226 3 12쪽
186 리드리스3 18.09.04 205 3 12쪽
185 리드리스2 18.09.03 242 3 12쪽
184 리드리스 18.08.31 207 3 15쪽
183 소년과 용병과 요정3 18.08.30 233 3 12쪽
182 소년과 용병과 요정2 18.08.29 203 3 12쪽
181 소년과 용병과 요정 18.08.28 201 3 14쪽
180 악마 네임리스3 18.08.27 199 3 15쪽
179 악마 네임리스2 18.08.23 212 3 14쪽
178 악마 네임리스 18.08.23 207 3 12쪽
177 가시나무요정2 18.08.22 223 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