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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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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642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9.11 07:00
조회
193
추천
3
글자
13쪽

결전上 2

DUMMY

수호자는 다시 한번 마법진 앞에 섰다. 강대한 힘이 끓어오르고 대지가 요동친다. 하늘은 출렁이고, 대기는 공포로 가득찬 비명을 지른다. 만물이 그에게 전율하고 있었다.


‘멈춰야 해.’


하지만, 멈추는건 불가능하다. 완전한 부활을 맞이한 푸른 악마를 멈출 수 있는건 고마님 정도밖에 없으리라.


‘조금이라도 시간을!’


수호자는 봉인의 마법진에 손을 가져다대었다. 최초로 고마님이 봉인했고, 이후 수호자의 가문이 대대를 이어 지켜오고 보수해온 마법진이 아닌가? 수호자인 자신이라면 분명 가능한 일일것이다.

최소한 리드리스가 네임리스를 쓰러뜨리는 시간만큼만 지연시킬 수 있다면!


-멍청한 짓을 하는구나. 계집.


푸른 불꽃이 지면을 넘실거리고 있었다. 그만큼 부활의 때는 다가왔다는것일까? 수호자는 이를 악물었다. 겨우 푸른 악마의 잔재 따위에 겁을 먹어서 어쩌겠단말인가! 정신을 똑바로 가다듬고 해야할 일을 착각하지말자. 이건 단순한 작업이고 해야할일일 뿐이니까.

마법진의 구성요소와 흐름을 읽는다. 수호자는 한 줄기 흐름도, 흘러가는 작은 선 조차도 놓치지 않았다. 그려진 마법진의 의도와 그 이면에 숨겨진 뜻조차도 파악해야만했다. 그러나 파악하면 파악할수록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암담하기만 하다.


-네년이 발악한다고해서 뭐가 달라질 줄 알았나!


사실이다.

수호자는 마법진에 대해서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어떻게도 할 수 없단걸 깨달았다. 그건 자신의 이해를 넘어선 너무나 고차원적인 마법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이걸 마법이라고 할 수 있는걸까? 마치 삼라만상의 모든것이 이 마법진 속에 담긴 것 같았다.

이만한 존재를 봉인하기 위해서는···


‘역시 고마님에겐 닿지··· 않아!’


‘수호자’가 마법진을 보수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왔는지 알아버렸다. 고마님은 이에 대해서 단 한번도 제대로 설명한 적이 없었지만, 결국 알아버렸다.


‘···이 마법진이 수호자였던거야.’


대대의 수호자는 이 곳에 자신을 바친다. 완전하지 않다고는 하나, 푸른악마의 부활이었다. 치명상을 입은 고마님이 매번 봉인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그를 위해 수호자를 만들었다면 그 수호자는 분명···


‘역시.’


심호흡으로 마음을 가다듬었다. 쿵쾅쿵쾅 뛰어대는 심장소리가 시끄러웠다. 두려운게 아니다. 이게 운명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하지만, 유일하게 두려운 점이 있다고 한다면 그렇게 하고서도 푸른 악마는 부활할거라는 것이다.


‘시간벌이도 되지 못할 수 있어?’


개죽음이다.

그런데도 해야한단말인가?


“선택의 여지는 없어.”


앙증맞은 두 손을 펼치고 마법진에 갖다대었다. 그리고 있는 힘껏 마력을 불어넣는다.


-네년 또한, 수호자라는 얼토당토않은 이름에 집착을 가진것이냐! 고마··· 고마여! 그리도 내가 두렵더냐!


그런가.

봉인당해있던 푸른 악마는 모르는 모양이었다. 고마님은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것을. 따라서 푸른 악마를 막을 자는 자신밖에 없다는것을.


“발로그. 다시 심연속으로 돌아가!”


우우우웅. 우우우우웅!

마력이 소용돌이치며 마법진이 활성화되듯 색이 진해졌다. 하얀색으로 빛나는 마법진은 발로그를 다시 한번 봉인하려 했으나 쩌적거리며 그 마법진이 있는 대지조차 갈라진다.


“···돌아가!”


책임을 완수하자.

아주 조금이라도 좋았다. 당장에라도 부활하려는 푸른 악마를 막아야만했다. 수호자는 마력을 불어넣는 출력을 더욱 높였다.


-계집! 네년만큼은 결코 곱게죽이지 않겠다!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

푸른 악마는 심연속에서 포효한다. 수호자는 매 순간마다 의식의 끈을 놓아버릴 뻔 했으나, 자신이 아니면 누구도 할 수 없다는 책임감 하나로 매 순간을 견뎠다.

일만년간 이 봉인을 지킨건 누구였는가?

그녀와 그녀의 선대들이 아닌가!

자신이 아니라면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 누구라도!

그렇게 수호자 탈리아와 투마왕 발로그의 줄다리기가 시작되었다.




***




네크로맨서와의 싸움에서 이미 한 적 있었다.

저런 마력의 구체는 이미 몇번이나 보아왔지않은가? 5년 전, 푸른 악마의 푸른 마력덩어리도 그랬고, 네크로맨서와의 싸움에서도 본 적 있었다.

나만이 아니라 비루도 한 적이 있다.


‘마력의 흐름을 읽는다!’


흐름을 읽었다. 눈으로 보는것만이 아니라 육감으로 느끼고!


‘복잡하지만. 가능하다!’


타닥, 타닥, 타다닥!

강체력을 일으킨 팔이 검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이를 으득으득 씹으며 고통을 감내했다. 시간싸움이다. 내가 죽느냐, 마력의 구체가 해제되느냐의.


‘가능해. 가능해. 가능···해?!’


정말 가능한가? 시간은 촉박하고 육체는 망가져간다. 푸른 악마의 부활은 다가오고만 있다.


-파멸이 너를 찾아가리라!


그 파멸이 이것이라면··· 차라리 이대로 망가지는게 낫지 않을까? 아니다. 푸른 악마가 말한 파멸은 겨우 이런것이 아닐것이다. 그리고 순순히 그 파멸을 맞이할 생각은 없다.

꾸득꾸득, 꾸득! 끄드드득.

근육이 당겨졌다. 파열되고 불사르고 일그러진 근육들이 꼬여 비명을 질렀고, 피부는 진물이 흘러내린다.


“죽어라!”


네임리스의 외침과 동시에 마력이 거세어졌다. 하지만.

쩌엉! 하는 소리와 함께 그 마력은 무위로 되돌아간다.


“네놈··· 어떻게?!”


“대단한 일도 아니야.”


그저 네 힘을 이해했을 뿐이다.

지금 이 순간, 네임리스의 마력은 내게 파악되었다. 그 흐름과 구성요소, 얼마나 대단한 마력이 스며들어있는지도.

하지만 알아버린 이상 위협이 되지 않는다.


“···건방진 소리를!”


허나 상황은 좋지 못했다.

내 팔 한쪽은 완전히 사용하지 못하게 되버렸다. 혹시나 수호자가 서포트해주진 않을까 기대했지만, 그런 서포트는 없었다. 저쪽도 나름대로 바쁘다는것일까?


‘네임리스를 쓰러뜨리는건 온전히 내 몫이야.’


되려 여기까지 도와준것만 해도 고마웠다. 이제부터는 내가 해야하는 영역이다.


“한쪽 팔로 어디까지 버틸 수 있나 보겠노라!”


그 한쪽팔조차도 사실 정상은 아니었다. 한쪽은 완전히 괴사해서 다시 쓸 수 있을지가 의문인 지경이었고 그나마 멀쩡한 한쪽도 뼈는 뒤틀리고 근육은 뒤엉켜버렸다. 죽지 않은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너도 마력은 그다지 남아있지 않을텐데.”


내 말에 네임리스는 눈쌀을 찌푸렸다.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네임리스는 여기까지 많은 마력을 사용했다. 원래라면 이 정도 전투에 바닥날리가 없지만, 암운 이전부터 모렉 공작과 대주교를 그리고 수호자를 상대로 싸웠고, 그 이후에도 마력을 남발했다. 결국 십만의 영혼을 모아 이곳까지 왔다지만 그 상태에서 남은 마력은 본래의 절반수준.

나와 수호자와의 싸움에서 마력 대부분을 소비한 네임리스에게 남은건 잔재밖에 없었다. 즉, 방금의 마력은 네임리스로서도 최후의, 그리고 필살의 일격이었던것이다.


“네놈을 끝장내기에는 충분하노라.”


그리고선 그 잔재로 자신을 강화한다. 하기사 가장 올바르게 쓰는 방법일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인간과는 비교도 할 수 없게 강력한 악마의 육신에 마력이 깃들었다. 어마무시한 신체능력은 무투파인 나와도 비견될 수 있으리라.


‘좋은 핸디캡이야.’


마음을 가다듬고 눈으로 보았다. 마음의 눈이니 깨달음이니 하는것들은 소용없다. 지금 이 순간 필요한것은 그간의 경험과 쌓아온 실력 뿐. 그 시간속에서 단련한 역량과 기량을 여기에서 보여주리라.


“그래. 끝에 달했다는거지.”


선공을 취한것은 네임리스였다.

하늘장벽은 여전히 유지되고있다. 수호자의 배려인지, 아니면 까먹은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마력이 남지 않은 네임리스와 도망칠 생각이 없는 나. 그런 이유로 둘의 링이 된것이다.

링에 오른 악마와 영웅은 서로를 향해 주먹질한다.

밑에서 한방을 쳐올리면 뒤로 물러나며 피한다. 빈틈이 생긴 순간, 칼같이 달려든다. 하지만 그 빈틈을 역으로 이용해 카운터를 맞춘다.

몇번이고 몇번이고.


“그만 무릎꿇거라!”


네임리스의 골반이 꿈틀거렸다. 다리를 차올리려는것이다. 나는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로우킥? 하이킥? 그것도 아니면 미들킥?’


앞발을 축으로 회전한다. 회전의 폭이 적었다.


‘로우!’


네임리스가 노린 내 왼발을 뒤로 빼면서 네임리스가 로우킥을 차려 들어오자 앞으로 찼다. 자연스럽게 네임리스의 공격이 무위로 되돌아가며 균형을 잃으려하자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디딤발인 오른발을 뛰우고 공중에서 양발을 사용해 네임리스의 안면을 타격했다. 그리고 그대로 지면을 딯는 대신에 네임리스의 목에 양다리를 걸었다.


“큭!”


오른다리를 걸고 왼쪽 다리로 힘을 줘 잠근다. 원래라면 양팔로 해야할 초크를 다리로 하고있는것이다.


“크허, 놓, 놓아라! 놓으라고 했노라!”


네임리스는 콜록대며 나를 떨쳐내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쉽게 된다면 초크를 잠근 의미가 없다.


“큭?!”


몸부림 치던 네임리스는 연신 몸을 박아댔다. 하늘장벽이 펼쳐진 이 곳에서 몸을 흔들며 그 하늘 장벽에 나를 쳐박아댄다.


‘시간싸움이야! 견뎌!’


견뎌야한다.

초크로 네임리스가 쓰러지던가, 아니면 내가 떨어지던가. 얼마나 지났을까? 네임리스의 행동이 잦아들었다.

몸부림을 치며 얼마나 박아댔는지 나는 전신이 얼얼한 지경이었다.


‘끝인가?’


그 때, 잦아든 네임리스의 전신이 떨렸다. 아니, 잦아든게 아니었던것이다.


“크흐흐흐, 후후후후!”


네임리스는 참다말고 웃음을 터뜨렸다는 듯이 웃어제꼈다.


“짐이 인간인줄 알았더냐?”


힘이 빠진 나의 다리를 강한 악력으로 움켜쥐고 한손으로 지면에 쳐박아버렸다.


“······?!”


네임리스는 초크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것이다. 제대로 걸렸다고 생각했는데 도대체 왜? 이유를 알 수 없어 멍하니 있자 네임리스는 키득거리며 설명했다.


“마계에는 이곳처럼 산소가 존재하지 않노라. 호흡기를 졸라볼 생각이었나 보다만, 짐은 아쉽게도 인간이 아니노라.”


제기랄!

어이없는 실수를 하고 말았던 것이다. 네임리스는 내 장단에 맞춰 목이 졸라진척 하면서 하늘장벽에 나를 가져다박으며 내 체력을 소모시키고 데미지를 쌓은것이다.

내 작전이 되려 나를 절망시키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이 얼마나 멍청하고 안일한가! 역량과 기량 이전에 상대를 제대로 알아야만했다.

일만년이나 인간들을 지켜본 네임리스와는 반대로 나는 악마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한것이다!


“그래도 칭찬해주마. 짐이 아니었다면 누구라도 쓰러졌을테지. 아직까지도 목이 졸려있구나. 목소리를 내기는 좀 답답하노라.”


잘도 지껄이고 있었다.

목을 가다듬는다는걸 알려주기라도 하는듯 네임리스는 목을 메만졌다. 너무나도 여유로운 모습에 화딱지가 치밀어 올랐지만, 축적된 데미지는 예사로운 것이 아니었다.


“뭐어. 인간주제에 여기까지 온 것이 대단하구나. 고마에는 역시 미치지 못하나 영웅이라고 불릴만한 자격은 있었노라. 그건 인정해주마. 나름 밀어붙였다고.”


네임리스는 슬쩍 수호자를 곁눈질했다.

이미 나와의 싸움은 끝났다는듯한 태도에 열불이 치솟아 올랐다.


“수호자··· 흥. 발로그의 부활을 지연시켜볼 생각이겠지만, 쓸모없는 짓이란걸 알아야지. 마치 불 속에 뛰어드는 나방같노라.”


네임리스는 두 팔을 벌렸다.

이제 가면도 없이 맨얼굴을 드러냈건만, 마치 무도회장에 그 혼자서 춤을 추고 있는것만 같았다.


“어떤식으로든 이 세상은 종말과 파멸을 맞이하노라. 일만년전부터 예정된 수순이었다. 다만, 그걸 고마가 방해했을 뿐.”


샤락. 샤락.

네임리스는 옷깃을 메만졌다. 흙먼지를 털어내고 짧게 숨을 쉰 그는 마치 혼자서 세상에서 동떨어져보였다.


“어린 영웅아. 지켜보거라. 세상이 멸하는 것을.”


이대로 네임리스조차 타도하지 못하는건가? 푸른 악마가 부활해서 이 세상을 망가뜨리고, 네임리스와 함께 마계로 돌아가는것을 지켜보아야만한다고?

으드득.

이가 갈렸다.

하지만 일어날 수 있는 체력은 진작에 바닥난 상태였다. 네임리스의 마력이 바닥난것처럼 나도 상당히 무리를 쌓아왔다. 가만히만 있어도 스스로 붕괴될 육체는 무리를 가함으로써 그 시간이 성큼 앞당겨진것이다.


‘···제기랄.’


나는 전신을 휘감는 무력감에 치를 떨었지만 할 수 있는건 없었다.


작가의말

선추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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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결전下 10 18.09.27 217 3 16쪽
202 결전下 9 18.09.26 196 3 12쪽
201 결전下 8 18.09.25 218 4 11쪽
200 결전下 7 18.09.24 197 3 12쪽
199 결전下 6 18.09.21 192 3 12쪽
198 결전下 5 18.09.20 195 4 11쪽
197 결전下 4 18.09.19 197 4 12쪽
196 결전下 3 18.09.18 193 4 11쪽
195 결전下 2 18.09.17 197 3 13쪽
194 결전下 18.09.14 215 3 11쪽
193 결전上 4 18.09.13 201 4 12쪽
192 결전上 3 18.09.12 203 3 14쪽
» 결전上 2 18.09.11 194 3 13쪽
190 결전上 18.09.09 199 3 13쪽
189 리드리스6 18.09.07 206 3 14쪽
188 리드리스5 18.09.05 208 4 12쪽
187 리드리스4 18.09.04 226 3 12쪽
186 리드리스3 18.09.04 20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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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소년과 용병과 요정3 18.08.30 234 3 12쪽
182 소년과 용병과 요정2 18.08.29 204 3 12쪽
181 소년과 용병과 요정 18.08.28 201 3 14쪽
180 악마 네임리스3 18.08.27 200 3 15쪽
179 악마 네임리스2 18.08.23 212 3 14쪽
178 악마 네임리스 18.08.23 20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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