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645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9.13 01:03
조회
201
추천
4
글자
12쪽

결전上 4

DUMMY

쿠르르릉!

천둥이 울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단지 위압되어 그렇게 느껴질 뿐이다.

저것은 무엇인가?

황소의 얼굴을 닮아 맹수의 몸을 지닌채로 그것을 100배는 거대화시킨 듯한 모습이다. 거기에 박쥐의 날개는 악마라는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넓게 펼쳐져있고, 푸른 화염은 넘실거리며 푸른 악마라는 이름에 설득력을 준다.

그야말로 악마. 악마 중에서도 군주의 위를 차지하고 그들 중에서도 특출난 자.

푸른 악마, 투마왕鬪魔王 발로그Balog.


“푸른···?”


탈리아는 턱을 달달 떨었다. 영혼까지 바쳤건만, 봉인하지 못했단말인가.


-네년, 끝까지 나를 방해했구나!


하지만 그건 틀린 말이었다. 엄연히 말하자면 수호자는 자신의 억겁창생을 이어갈 영혼의 윤회조차 바쳐 푸른 악마를 봉인할 수 있었다. 다만, 그게 깨어진것은.


-네년 때문에 부활이 온전치 못하지않느냐!


푸른 악마가 온전한 부활을 포기하고 억지로 부활했기 때문이었다.

수호자는, 피하지 못했다. 영혼이 절반 이상 빠져버려 사실상 백치와 비슷한 상태가 되었기에 그럴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것이다.


“아, 으.”


리드리스는 그 상황을 눈만 간신히 뜬 채로 지켜보고 있었다.


‘안 돼. 그러지 마.’


탈리아에겐 아직 물어야할것들이 남아있다. 그리고 그녀는 죽어선 안된다. 평생을 그림자로 살아왔는데, 이제 빛을 보아야하지 않느냔말이다.

멈춰라. 멈춰라. 멈춰라.

파노라마처럼 느려진 장면을 눈으로 보기만한다. 질끈 눈을 감고싶었지만 그러질 못했다. 지금 그녀를 봐 줄 수 있는건 나밖에 없으니까.


‘그러지마. 그러지마. 그러지마.’


그 시간에, 탈리아는 품 속에 손을 집어넣고 입으로 옮겼다. 무언가를 씹어삼키지도 않고 그냥 넘겨버린다. 헤- 하고 정신이 나간듯이 웃는것과 함께 그녀의 머릿통이 부숴져버렸다.


“안 돼에에에에!”




***




“···으음. 심상치않군.”


용마龍馬중에서도 특출난 혈통의 녀석들을 타고 붉은 숲까지 걸린 시간이 고작 하루였다. 24시간을 달리기도 했지만, 용마 중에서도 진혈眞血이라고 부를만한 혈통인지라, 왕국에도 몇 없는 녀석들이었다. 보통의 말보다 두세배는 족히 빠른 놈들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몬스터들이 모조리 도망치고 있어요.”


가끔, 아주 가끔 붉은 숲의 몬스터들은 요동치며 숲을 빠져나가곤 했다. 그 주기는 무척 짧기도 하고, 또 길기도 했다. 알 수 없는 주기에 누구도 예측할 수 없으니만큼 때마다 아르미안 왕국은 항상 골치를 앓곤했다.


“하지만 우리에겐 호재요. 몬스터들이 달아나고 있다는것은 우리가 들어가긴 편하다는 소리니까.”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되오.”


아홉의 정예는 각자 손에 손을 잡고 숲 안으로 들어섰다. 용마는 이 순간에서도 숲을 가로지르며 달리고 있었다. 말답지않게 겁이 없고 용맹해 대형몬스터가 달려들려해도 거침없이 바람을 가른다.


“이, 이거 너무 빠르지 않습니까?”


진혈의 용마는 2.5m에 달하는 키높이와 4m에 가까운 몸길이 때문에 한 마리에 서넛이 탈 수 있었다. 겨우 세 마리를 빌렸을 뿐이지만, 끼어끼어 아홉명이 타 말을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처음 이 용마를 타며 느낀것이다.


‘아. 같이 타지 않았더라면 분명 낙마했겠다!’


라고.

모렉 공작이야 익숙한듯이, 즐거운듯이 웃음을 흘리며 괴물같이 달려대고 있지만, 대주교와 모렉 공작, 비루는 고삐를 잡고 광란의 질주를 즐겨대고 있었지만 뒤에 탄 사람들은 모두 죽을상을 하고 있었다. 말이 좋아 말의 두세배쯤 되는 속력이지 평범한 말을 승마하더라도 그 속도감은 장난이 아닌것이다.

안전운행을 해도 모자랄판에 난폭운전을 하고 있는데 오죽하겠냐는 말이다.


“이놈! 아직 멀었다! 더 달려라! 더! 크하하하!”


그에 부응하듯 용마의 속도가 더욱 빨라진다. 이제는 토악질이 쏟아질 지경이었다. 긴장의 끈을 놓지 말자고 서로 얘기하던때가 불과 십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거의 다 온게 맞느냐!”


“정확하니까 따라오기나 하라고!”


비루는 입꼬리를 비틀었다. 이 그리워 미칠것같았던 향기는 기억하고 있다. 어쩌면 차라리 잘된걸지도 몰랐다.

적어도 비루는 인류가 어떻게되건 대륙이 어떻게되건 나라가 어떻게되건! 그딴건 전혀 관심이 없었으니까. 이기적이라고 해도 좋았다. 사실이었으니까.

그저 비루가 원하는건 복수!


“아무래도 늦은 모양이에요.”


에르네스 메르실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등 뒤에서 전해지는 떨림에 대주교는 와짝 인상을 찌푸렸지만, 용마의 가장 앞에서 고삐를 잡고 있었기에 아무도 그의 표정을 보질 못했다.


“그래. 부활한 모양이다.”


이야기로만 들었던 그 악마.

자신의 제자인 하쉬가 목숨을 바쳐 봉인시켰다던 그 악마가 부활한 모양이었다. 과연 아직 떨어져있을텐데 느껴지는 마력이 어마무시했다. 아니, 굳이 마력이 아니더라도 그 존재가 있다는것만으로 숲의 모든 동물과 몬스터들이 도망치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악마의 힘은 증명되고도 남음이 있다.


“크하하하! 지랄맞게 되었구나!”


모렉 공작은 아직도 광란의 질주에 빠져있었다. 비루는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알렉 추기경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이 와중에 기도를 올리고 있다.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자신의 뜻을 표하고 있었다.


“이제 곧 도착이라고! 다들 정신줄 똑바로 잡아!”


비루가 외치자 다들 정면을 직시한다. 저 멀리, 뻥 뚫린 공터와 푸르게 빛나는 무언가가 두 눈으로 비치고 있었다. 점점 장애물들이 사라지고 공터에 도착하자.


“오, 제길.”


아홉 모두가 보지 못할걸 봤다는 듯이 두 눈쌀을 찌푸렸다.




***




“으음··· 레너 왕. 직접 얼굴을 뵙는건 처음이구려.”


네임리스를 타도하기 위해 성군을 이끈 교황은, 네임리스의 앞에서 숫자가 무의미하다는걸 알고 정예의 인원밖에 보내지 못했다는게 못내 아쉬웠다. 결국 모렉 공작령에서 만나게된 그들이었지만.


“반갑습니다. 성하. 이렇게 본국을 도와주러오셔서 감사의 말씀을 이루 다 전하지 못할 지경입니다.”


왕의 자리에 오르고 누구에게도 존대하지 않았던 레너 왕이지만, 눈앞의 인물에게만큼은 제대로 존대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마찬가지로 일국의 왕이며, 대륙의 모든 종교들은 교국을 따른다. 그 교국의 우두머리인 교황에게만큼은 말이다.


“껄껄. 우리 모두가 한 뜻으로 뭉쳤소. 교국이라면 신의 가르침을 받잡아야하니 어찌 움직이지 않을 수 있겠소?”


“덕분에 사태가 무마된 듯 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놀랍게도 그 오만한 레너 왕이 고개를 숙이며 교황에게 경의를 표했다. 교황은 껄껄 웃으며 레너 왕에게 화답한다.


“아니오. 젊은 나이임에도 왕국을 이끌어가는 그대는 실로 영웅이라 불릴만하지. 온갖 난관과 시련을 겪으면서도 꺾이지 않았으니 말이오.”


덕담을 조금 더 나누다가.


“그럼에도 감사를 전하고 싶다면 내가 아니라 이 자리에 모여주신 여러분께 해주기를 부탁하오. 먼 길을 오느라 지친 이들의 육신을 달래주셨으면 좋겠소이다.”


교황의 부탁은 타당한 것이었다.

비록 아르미안이 요청하지는 않았더라도(대주교는 아르미안의 인물이 아니므로), 아니 오히려 그렇기에 여기까지 찾아와준 인물들에게 편히 누울 자리와 먹을것 마실것을 제공하지 않겠는가? 아무리 왕국의 사정이 어렵더라도 그것조차 하지 못한다면 국가로 존속할 자격조차 없다.


“물론입니다.”


당연한 요구에 당연히 끄덕인다.

레너 왕이 승낙하자 성군들은 한결 안심한 표정이 되었다. 그렇지는 않을거라 생각했지만 혹시 모르는것이다. 그대로 교국으로 돌아갔다면 얼마나 허망했겠는가.

어찌되었건 성군이 여기서 할 일은 없다.

적어도 본인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직 써먹야아할 구석이 있는 자들이니. 얼마든지 대접해줘야지.’


레너 왕은 마음속으로 음흉히 미소지었다. 이미 코아티르가 움직인다는 골치를 썩는 첩보를 접한 후였다. 그렇다면 이렇게 와준 성군들을 고맙게 써먹어줘야지 않겠는가말이다.




***




레너 왕이 또 음흉한 계획을 꾸미고 있을 때, 싸움은 끝났고 탈리아는 머리가 수박터지듯 산산조각이 되어 비산했다. 붉고 하얀것이 마구 땅바닥에 흩뿌려지는것을 본 나는 정신이 멀어지는 기분이었다.


“안 돼··· 제발! 제발!”


손끝으로 땅바닥을 기었지만, 몸을 끌 힘이 남지도 않았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것따윈 없다고 처절하게 느끼고 있다.


“제발··· 넌 여기서 죽으면 안되잖아. 제발, 제발!”


하지만 죽어버렸다.

초월에 경지에 들었건 아니건간에 언데드라도 되지 않는한 머리가 부숴졌다면 그 뒤에는 죽음밖에는 없다. 이미 죽었다는걸 아는데도 미련을 가지게 된다. 머리로는 그걸 이해했는데 가슴으로는 받아들이질 못했다.

아릿하게 가슴 한켠이 저린다.


‘제길··· 제길!’


-크후, 고마! 어서 나오지못할까!


푸른 악마는 숲이 떠나가라 한참을 포효하다가 의아함을 느꼈다. 아무리 외쳐도 고마가 오지를 않는것이다.


-고마! 나와서 최후의 자웅을 가리자는것이다!


여전히 묵묵부답.

발로그는 아무리 소리치고 불러봐도 고마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자 이를 갈았다.


-크흐흐, 그래. 지금의 나는 네가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것인가! 네 수족과 같은 수호자를 쳐죽였음에도!


‘그런가. 고마가 죽었다는걸 모르는거군.’


하기사 고마가 죽었다고 생각하는게 어려웠다. 푸른 악마는 끝내 고마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음에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그나저나 뭐라고한거지?’


지금의 나는 네가 상대할 가치도 없다고 한건가? 푸른 악마와 고마의 싸움은 끝내 고마의 승리로 돌아갔지만, 고마는 푸른 악마를 죽이지 못했을터다. 겨우 봉인만이 가능했고 그 와중에 고마도 치명상을 입었을텐데.


‘···그럼 지금의 푸른 악마는 정상이 아니라는건가?’


네임리스가 말했던것처럼 온전한 부활이 아니라는걸까? 아니면 탈리아가 무언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년 때문에 부활이 온전치 못하지않느냐!’


푸른 악마는 그렇게 말했던 것이었다.

탈리아가 한 일은 쓸모없는게 아니었다. 비록 부활을 막지는 못했지만, 푸른 악마의 부활을 방해해 그가 완전한 부활을 하는것만큼은 막아낸것이다.

얼마나 방해할 수 있었는지는 모르나, 적어도 그 사실 하나만은 위안이 되었다.


‘제길.’


그럼 뭣하는가? 나는 처절한 현실에 절망해야했다. 나는 이제 움직일 수 없고 죽음만을 기다리는 처지다. 굳이 푸른 악마가 손을 쓰지 않더라도 수분, 길게는 수 시간이면 죽음을 맞이하게 되리라.

이미 체온은 식어가고 있었다. 굳이 부르자면 산송장이라고나할까.


-크흐흐. 그래. 이 세상에 파멸을 가져오는걸 보고서도 네가 가만히 있을지 두고보겠다.


쿠우우웅!

대지에 낙인이 새겨졌다. 푸른 화염으로 낙인이 새겨짐과 동시에, 아홉명의 인물들이 공터에 모습을 드러낸다.


“···리드 군!”


자신의 옛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나는 힘겹게 눈동자만을 데굴데굴 굴렸다.

여전히 할 수 있는건 없는 채였다.


작가의말

선추코,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리드리스 일대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06 에필로그 +1 18.09.30 397 5 14쪽
205 일상으로 18.09.29 277 2 17쪽
204 단죄 18.09.28 210 4 15쪽
203 결전下 10 18.09.27 218 3 16쪽
202 결전下 9 18.09.26 196 3 12쪽
201 결전下 8 18.09.25 218 4 11쪽
200 결전下 7 18.09.24 197 3 12쪽
199 결전下 6 18.09.21 192 3 12쪽
198 결전下 5 18.09.20 195 4 11쪽
197 결전下 4 18.09.19 197 4 12쪽
196 결전下 3 18.09.18 193 4 11쪽
195 결전下 2 18.09.17 197 3 13쪽
194 결전下 18.09.14 216 3 11쪽
» 결전上 4 18.09.13 202 4 12쪽
192 결전上 3 18.09.12 203 3 14쪽
191 결전上 2 18.09.11 194 3 13쪽
190 결전上 18.09.09 199 3 13쪽
189 리드리스6 18.09.07 206 3 14쪽
188 리드리스5 18.09.05 208 4 12쪽
187 리드리스4 18.09.04 226 3 12쪽
186 리드리스3 18.09.04 206 3 12쪽
185 리드리스2 18.09.03 243 3 12쪽
184 리드리스 18.08.31 207 3 15쪽
183 소년과 용병과 요정3 18.08.30 234 3 12쪽
182 소년과 용병과 요정2 18.08.29 204 3 12쪽
181 소년과 용병과 요정 18.08.28 201 3 14쪽
180 악마 네임리스3 18.08.27 200 3 15쪽
179 악마 네임리스2 18.08.23 212 3 14쪽
178 악마 네임리스 18.08.23 208 3 12쪽
177 가시나무요정2 18.08.22 224 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