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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626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9.19 00:24
조회
196
추천
4
글자
12쪽

결전下 4

DUMMY

-건방진 입을!


벌레가 입을 놀리는걸 용서할 수 없다. 푸른 악마의 눈이, 푸른 화염과는 반대로 붉게 물들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대악마를 상징하는 적안赤眼.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멎고, 누구도 서 있을 수 없는 눈동자.

이 두 눈 앞에서는 일만년 전, 그 강대했던 용족들도 벌벌 떨고 함부로 움직이질 못했던 것이 아직도 기억난다.


“칫.”


그건 리드리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저 적안에는 압박을 느끼고 있다. 무거운 중압감이 온몸을 짓눌러서 손가락 끝을 움직이는것만으로 어마무시한 체력이 소모된다.


‘하지만 다행이야.’


체력이 얼마나 소모되던, 얼마나 다치던간에 ‘지금의’ 나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


“간다!”


억지로 몸을 움직여 푸른 악마에게로 튀어올랐다.


-벌레놈!


푸른 악마의 팔이 휘둘러진다. 청염과 함께 어마무시하게 다가오는 팔을 본능적으로 피했다. 일부로인지 아니면 그게 최대인지는 모르겠지만, 푸른 악마의 속도는 느렸다. 물론 그것은 힘에 걸맞은 속도가 아니라는 것 뿐이지 어마무시한 속도이기는 했다.


“그 정도로 날 잡을 순 없어!”


푸른 화염이 두번째로 다가왔다. 팔이 지나갔지만, 푸른 악마의 몸에 타오르고 있는 푸른 화염이 자동적으로 이격째를 날린것이다.


“칫!”


-벌레가 말이 많구나! 너희것들은 항상 그랬지. 조금만 싸워볼만하다 여기면 어찌 그리 우쭐대는것이냐!


푸른 악마의 눈동자에 비치는것은 누구일까? 아마, 모르긴 몰라도 그건 내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모습이겠지.


“영문도 모를 소릴 지껄이지 마!”


쇄도해서, 아랫턱으로 펀치를 날렸다. 어퍼컷을 쳐올렸지만 역시 끄떡없다. 조금 흔들리기는 했지만 이렇다할 충격을 받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타격이 전혀 없는것도 아니었다.

모렉 공작을 비롯해 대륙에서 정점이라 일컫어지는 자들이 흠집은 커녕 미세한 흔들림조차도 일으키지 못했던 그 육체에 작지만 확실하게 데미지를 입힌 것이다.


-감히 벌레주제에!


힘의 차이는 압도적이었다.

완전한 부활이었더라면, 분명 상대도 되지 않았겠지. 수호자나 되는 이들이 ‘번번히’ 수명과 목숨을 깎아가며 봉인했던 존재다웠다.

나는 살의殺意를 빚어 살기殺氣로 만들었다. 형태, 소리로 들어난 살기가 푸른 악마의 귓속을 울렸다. 푸른 악마는 거슬리는 소리가, 마치 파리가 앵앵거리는 기분에 뺨을 떨었다.


-불쾌하다!


슈우우웅!

공중에 떠 있는 리드리스를 푸른 악마의 거대한 손이 쳐냈다. 콰아앙! 하고 날아가 주변의 나무를 몇개나 쳐부수고 몇십미터나 날아간 끝에 겨우겨우 멈춰선다.


‘제기랄···’


리드리스는 팔을 들어 입가를 닦았다. 흥건하게 묻어나온 피는 상태가 좋지 않음을 알려주고 있었지만, 상처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상처는 괜찮아. 몇번이고, 몇번이고 부딪히더라도 괜찮아.’


포기하지 않으면 이 싸움은 반드시 승리하게 되어있다. 자신의 몸은 ‘그렇게’ 되어졌으니까.

방금의 공수로 확인했던것은 있다.


‘놈은 강해. 나보다 압도적으로. 하지만, 싸울 수 없는게 아니야.’


푸른 악마는 분명 강하다. 하지만 내 일격에 조금이나마 타격을 입었다. 그렇다면··· 그래. 그렇다면!


“간다! 소새끼!”


다시 수십미터를 좁히고 단숨에 뛰어올라 한방 더 먹였다. 주먹이 푸른 화염에 휩싸여 타올랐지만, 푸른 악마는 찔끔 걸음을 멈췄다.


-네놈! 목숨이 아깝지도 않은 모양이구나! 벌레 중에서도 불나방이로다!


쿠오오오오, 하는 짐승의 울음과 함께 푸른 악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말대로 뜨겁다. 오히려 이 공격은 원래라면 손해를 보는것이다. 이 온도는 일반적인 불꽃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불꽃조차 집어삼키고 태워버리는 화염의 상위.

마치 고양이와 호랑이의 관계.

그만한 불꽃이 주먹에 휩싸인다. 문제는, 이 푸른 화염의 온도가 아니었다.


‘꺼지지 않아.’


이 푸른 화염은 결코 꺼지지 않는다. 그 사실은 5 년 전부터 뼈저리게 잘 알고있다. 이 녀석을 다시 봉인진속에 쳐넣거나 소멸시키지 않는한에는 결코!


‘제기랄.’


녹고, 재생되고가 수 없이 반복된다. 사람들은 말하곤 한다. 이 세상에서 느낄 수 있는 고통의 제 1순위는 화상이노라고.

그리고 그 말을 실감하고 있다.


‘···끄으으으으!’


일만명이 동화된 그런 정신력이다. 하지만 이 고통에는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정신이 아득해지고 멀어지는 것 같았다.


‘견뎌. 견뎌. 견뎌! 버텨. 버텨. 버텨!’


화염의 특징은 번진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아니지만 꺼지지 않는 불꽃이라면 싸움 도중에라도 분명 전신에 번지고 말겠지.


‘그 전에 끝내야돼.’


손 하나로 이만한 고통이다. 전신에 번진다면 정말 견뎌낼 자신이 없었다. 나는 고통에 얼굴을 와짝 찌푸리고 신음을 내뱉어야했다.


“끄으···”


익숙해지지 않는 고통. 그렇게 멍청하게 있는 사이에 푸른 악마의 일격이 나를 위에서 아래로 찍어내려 지하 몇십미터 아래로 쳐박아넣었다.

벌레를 처리했다는것에 만족스런 미소를 짓던 푸른 악마의 얼굴은 곧 그대로 굳어지고 말았다.


-이 벌레가! 아직도!


어떻게 아직 살아있단말인가? 첫번째 일격에서 살아남은거야 그럴 수 있다고 치더라도, 저 화염에 타오르면서 아직 주먹의 형체가 남아있다는게 놀라웠다.


-크으. 네놈은 정말 벌레(인간)이 맞는것이냐?


꾸득꾸득 기어올라 팔이 지면위로 솟아올랐다. 근육이 붙어는 있지만 푸른 악마의 손가락 하나만도 못한 크기였다. 그런 신장차이에도 겁먹지 않고 리드리스는 입속에 들어간 흙을 뱉었다.


“퉤! 제기랄. 생매장을 해도 이렇게 깊게 쳐박지는 않을텐데.”


50m는 족히 쳐박힌 모양이었다.


“인간이라···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오히려 악마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언데드에는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분명 분류는 인간이겠지만, 그 능력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다.

나는 아직 타오르고 있는 팔을 들어올렸다. 피부는 타올라 검게 변하고, 다시 재생해 살색으로 변하는것을 수없이 반복하고 있었다.

대가 없는 힘이 없다고 했던가?

사실이다.

이 재생에도 분명 끝은 있겠지. 하지만 그건···




***




“하, 헨리는 그렇게 된건가.”


수호자의 영혼을 집어삼키가 기억의 일부를 전승받았다. 당연 거기에는 헨리에 대한 기억도 포함되어 있었다.

네크로맨서와의 싸움에서 나는 헨리를 처리하지 못하고 어둠의 구체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 속에서 나는 네크로맨서에게 당한 사람들을 보았고, 그 사람들의 일부이지만 영혼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헨리를 떠올리지 못하게 되었던 것이다.


‘고마···!’


역시 고마의 짓이었던것이다.

헨리는 그 시점에 무한에 가까운 재생이 되었다. 머리를 터뜨려도 눈 깜짝할 사이에 재생해버리는 믿을 수 없는 재생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네크로맨서가 만들어낸 리빙데드들, 그 리빙데드들로 하여금 인체를 실험하고 생과 사를 주무르던 네크로맨서였다. 죽음死을 알았기에 죽지 않게 하는 방법 또한 알았다.

바로 그것이었다. 고마조차도 주목한 그 재생능력이 말이다.

고마는 일순에 헨리를 쳐죽였다. 헨리는 재생하려했지만, 자신의 내구의 한계를 아득하니 초월해버린 일격에 쉽게 재생할 수 없었다.

그 시점에 고마는 헨리를 ‘다진 고기’, 육편肉片으로 만든것이다. 고깃조각이 되어버린 헨리에겐 여전히 재생하려는 욕구가 있었다. 흥미를 느낀 고마는 그 일부를 어둠의 구체속에서 나와 깨어나지 못한 나에게 먹이고 있었다.

그래. 그 즈음에 재생능력이 생겼던가.

영혼들을 받아들이고 생긴 능력이 아니라 ‘헨리의 일부’ 가 내 뱃속에 있었기에 가능했던 능력인 것이다.

죽었으되 죽지 못한 존재. 헨리는 여전히 살아있고, 동시에 살아날 수 없다. 가련하기 그지없는 선의를 베푼 아이.

···제기랄.


“수호자, 네가 원하는 대로 되었다고.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수호자는 푸른 악마에게 머리가 터지기 직전, 백치에 가까운 상태로 ‘헨리의 절반’ 을 삼켰다. 지금 내 몸속에 있는건 바로 그 ‘헨리의 절반’이었다.

헨리의 절반을 집어삼킨 수호자는 죽었지만 그 영혼이 다시 내게 삼켜져 생전의 능력이 일부 전승되었다.

‘헨리의 절반’ 또한 마찬가지였다.

내 재생능력의 이유는 거기였다. 한계는 분명 있겠지만, 무한에 가깝게 재생할게 분명한 몸뚱아리다.

몇번을 죽건, 몇번을 쓰러지건 푸른 악마에게 타격을 입히고 데미지를 쌓아간다면 언제가 죽는건 내쪽이 아니라 푸른 악마쪽이 되겠지.

이제 불사신이 된 몸뚱아리.

불사不死의 존재를 증오했지만, 불사不死가 되어버린 것이다. 웃기지도 않는 비극이자 희극이었다.


“하지만 잘 이용해주겠어.”


푸른 악마를 죽일 무기라면 무엇인들 못할까.

어쩌면 영원히 살아가야하는 형벌에 처해질지도 모른다. 친인과 지인들이 모두 죽어가는데 스스로 자살조차 하지 못하고 평생을 살아가는 그런 삶이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혹시라도 타락한다면 이 대륙은 내 손에 멸망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생각은 빠르다.

그래. 지금은 푸른 악마를 쓰러뜨리는 것만을 생각하자.




***




상념을 회상했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다짐했지 않은가? 실수하지 않겠다고. 그런데 여기서 멈춰서겠다면 뭘 어쩌겠단소린가? 타오르더라도 참아내라. 이 고통을 집어삼키고 씹어내라. 감내하고 참아내라.

화르륵. 화르륵.

여전히 고통은 잦아들지 않았다. 하지만 수백, 수천번이나 반복했다. 조금은 아주 조금은 익숙해졌다고 생각한다. 기분탓일지도 모르지만.


“하아, 하아.”


체력이 얼마나 닳던, 몸뚱아리가 얼마나 불사오르던 상관없다.

얼마든지 싸워주겠다.


“파멸이, 나를 찾아올거라고?’


‘-파멸이 너를 찾아가리라!’


“웃기지도 않는 개소리.”


나는 푸른 악마와의 난타전을 시작했다. 주먹이 쌓여가고 데미지가 쌓여가고. 정신이 마모되고 소모되고, 마음이 꺾여버릴 것만 같은 고통이었다.


‘익숙해.’


하지만 다치고 고통받는것에는 익숙해져있다.

왜냐하면, 나는 더 무서운것을 알고있으니까.


“이제 누구도 잃지 않겠어!”


까드득, 까드득!

손목이 뚝! 하고 부러졌다. 어느새 푸른 화염은 나를 뒤덮고 태우고 있었다. 손목이 그랬던 것처럼, 전신이 검게 물들고 다시 살색으로 변하는것을 수없이 반복했다.

웃기지만, 이제와서 나와 푸른 악마는 조금 닮아있었다.

푸른 화염을 두르는 푸른 악마와, 푸른 화염에 타오르는 나.


-파멸은 피할 수 없다! 파멸은 반드시 너를 찾아갈것이다!


그 파멸이 자신이라는듯이 푸른 악마는 고개를 쳐들고 울부짖었다. 끔찍한 소리와 믿을 수 없는 성량에 고막이 파괴되었지만, 그 또한 재생한다.

화르륵, 화르륵!

재생된다고해도 안구의 습기는 재생되지 않아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 정도가 아니라 거의 사시에 가까웠다. 장작처럼 타오르는 몸뚱아리인데 눈이라고 멀쩡할 리가 없는것이다. 눈알이 타오르는 고통은 내 정신을 다시 일깨운다. 지독한 난타전. 그러는 사이 당연하게도 푸른 악마에게도 나름 데미지가 쌓여있었다.


-벌레가, 벌레주제에!


작가의말

선추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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