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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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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640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8.30 00:57
조회
233
추천
3
글자
12쪽

소년과 용병과 요정3

DUMMY

“치욕이다! 치욕이노라! 씻을 수 없는 치욕이노라!”


네임리스는 드물게 진한 감정을 드러냈다. 6만의 영혼정도는 모았지만, 아직 한참이나 부족하다. 완벽한 푸른 악마가 아니라면 그 어떤 의미도 갖지 못한다.


“인간들···에게 패퇴하다니.”


수호자가 있었다하나 그 이전에 인간들에게 상처를 입은건 치욕이었다. 네임리스가 보는 눈높이에선 인간들은 벌레나 마찬가지인 하등한 종족들. 생각해보라. 당신의 발에 개미 한 마리가 올라타서 문다면, 모기가 앵앵거린다면 짜증나지 않겠는가?

그런 벌레들에게 데미지를 받은것도 치욕인데 패퇴하고말았다. 두 주먹을 꽉 쥐고 네임리스는 마음속으로 칼을 갈았다.


“···반드시 모조리 죽여놓겠다. 장난은 여기서 끝이노라.”


드리운 암운은 아직 걷히지 않고 있었다. 또한, 그 암운은 그저 ‘먹구름’이 아니었다. 단지 먹구름일 뿐이었더라면 네임리스의 등장을 예고하지는 못했을 터.


“절망.”


암운은 달리 절망이라는 또 하나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마계의 구름이었다.




***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이런일이 벌어져서는 안된다. 교황을 비롯한 일행은 턱을 떨었다. 네임리스라는 존재가 이해할 수 없을만큼 대단한 악마라는것은 알고있다. 하지만··· 기상현상을 바꾸는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조종할 수 있단말인가.

원하는대로 만들 수 있단말인가?


“조심하라! 시체들이 일어난다!”


끔찍한 일이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쓰러진 시체들을 모조리 태웠어야했다고 뒤늦게 후회하고 만다.


“처치해라! 이미 죽은자들이다! 그들을 쓰러뜨리는데 죄악감을 갖지 말라!”


알렉 추기경이 앞장서 칼을 휘둘렀다. 백마 위에서 휘둘러진 칼이 되살아난 시체 서넛을 베었으나 시체들은 쉽사리 쓰러지지 않았다.


“보통 언데드가 아닌겐가···”


알렉 추기경씩이나 되는 인물의 검에는 의식하지 않더라도 신성력이 서려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덤벼드는걸 보면 평범한 언데드는 아니었다. 좀비나 스켈레톤같은 저급한게 아니라···

휘청, 휘청!

쓰러질듯 움직이기는 하지만 그것들은 끝없이 몰려들었다. 물밀듯 몰려드는 그것들을 보며 성기사들은 방패를 들었다.


“막아라! 주변에 시체들은 확인사살해야한다!”


먹구름에서 비가 쏟아져내리고 있었다.

주르륵. 주르륵.

사자死者들이 되어 움직이는 시체들. 일견하기에 생자生者에게는 영향이 없는듯 보였지만 그 또한 알 수 없다.


“가능한 비는 맞지말아야한다!”


하지만 그게 쉬울텐가? 떨어지는 비를 맞지 말라는건 사실상 불가능한 소리였다.


“막아라!”


빗물이 지면을 흠뻑 적시자 발밑이 미끄러워 중심을 잡기도 곤란했다. 네임리스의 소행으로 시체들은 넘쳐나도록 있었다. 먹구름이 지천에 깔려있는데 비가 내리는게 좁은 지역일리도 없으니 일대의 모든 시체가 부활했다고 봐도 무방할 터.


“계속 전진하라! 둘러쌓이면 안된다!”


일만칠천가량의 병력이 있었으니 둘러쌓이는게 사실 쉬운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추세라면 불가능하지만도 않다.


“큿,”


조금씩이지만 밀리고 밀려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었다. 언데드가 얼마나 쓰러지건간에, 이것들은 베어져도 갈라져도 끝없이 달려들었다. 상대가 평범한 병사라면 그게 맞지만 이들은 성군聖軍. 대부분의 인원이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보통이라면 한번 베어진 시점에서 흙으로 돌아가는게 맞는것이다.


“어떻게 되먹은 언데드들이란 말인가!”


알렉 추기경은 거세게 검을 휘둘렀다. 그런데도 언데드들은 쓰러질듯 휘청거리다가 이내 다시 덤벼들었다.

우어어, 우어어!


“추기경님! 교황님! 자리를 피하십시오! 여긴 위험합니다!”


“저 먹구름이 닿지 않는 자리까지 이동해야겠네. 가능하겠나?”


“어렵습니다. 우라드 자작령이 멀진 않겠지만···”


힐끗 고개를 돌린 교황은 한숨을 쉬었다. 발로 걸어서라면 며칠은 가야할 거리다. 달린다고 저 언데드들을 따돌릴 거리는 아니었다.


“여기서 맞서싸워야겠군. 어쩔 수 없지. 하지만 너무 힘을 빼지는 말도록하게.”


전멸당하거나 큰피해를 입을거라곤 애초부터 상정도 하지 않았다. 이들은 뭐니뭐니해도 성군이다. 저런 시체들에게 당해서야 면이 살지 않는것이다.


“전투태세!”


그저 도망치기 위해서 슬금슬금 거리를 벌리던것과는 달랐다. 언데들들을 정말로 처치하겠다는 뜻을 가진 성군들은 강했다.


“이 시체들을 모조리 되돌려보내자! 알 듀란델!”


“우오오오오!”


모든것이 떠나갈듯 웅장하고 커다란 외침이 장내를 가득 메웠다.




***




“허허···”


눈이 멀어버린걸까? 대주교는 자신의 정신상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를 맞는다고 시체들이 언데드가 되버린다는게 말이 된단말인가?


“이것도 놈의 소행이겠군.”


모렉 공작이 담담하게 시체를 베었다. 신성력 따위는 없지만, 모렉 공작의 강맹한 힘이 담긴 검 앞에서 ‘파쇄’되어 고깃조각이 되어버린 시체들은 더 이상 움직이질 못했다. 하지만 모두의 사정이 그러한건 당연 아니었다.

일격으로 시체를 산산조각 고깃조각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는가?


“하아아!”


신성력은 효과가 적다. 하지만 분명히 효과가 있기는 했다. 성자 에르네스 메르실은 자신의 속에서 폭팔하듯 터져나오는 신성력으로 하여금 모두의 기운을 복돋았다. 반대로 언데드들은 자신의 몸을 가늠하기도 힘들정도로 휘청거렸다.


‘···계속 치유되고 있는거군.’


대주교는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먹구름에서 내린 비가 시체들을 언데드로 일으키는것도 말이 안 되는 상황인데 한술 더 떠서 그 언데드들이 비를 맞을때마다 회복되고있었다.

칼에 맞은 상처조차 아물고, 치유된다는건 이해하기 어려웠다.


‘저 먹구름이 대체 무엇이기에···’


범상치 않음은 알고있었지만 이건 정도가 심하지않은가?

네임리스의 등장 이후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만 벌어지고 있지만···


“모렉 공작. 내 이상한 부탁 하나 해도 되겠소?”


언데드들을 신나게 베어, 아니 부숴넘기던 모렉 공작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말씀해보시오.”


“저 구름을 가를 수 있겠소?”


대주교는 하늘을 가리켰다. 저 높이 떠 있는 구름을 가르라는 요구는 말도 안 되는 것이다. 어찌 일개 사람이 구름을 가를 수 있겠는가?

하지만 모렉 공작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내게 맡기시오.”




***




“어딨는지···”


이상하게도 기척을 느낄 수 없었다. 그녀의 실력은 둘째치고서라도 일만의 영혼을 흡수한 리드의 특이한 기운이라면 분명 느낄 수 있을텐데 적어도 그녀의 기준으로‘주변’에는 없다는 소리였다. 허나 동대륙을 횡단해오면서 영웅의 기운은 느끼지 못했는데.


‘리드 군.’


혹시라도 죽은건아닐까? 네임리스가 선수를 친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자신이 본 리드라면 그렇게 간단히 죽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소년은 이제까지 어떤 불가능도 성공으로 만들어왔고 힘들고 굳은 일도 훌륭히 완수하지 않았는가.


“······도대체 어디에 있는거야?”


탈리아는 네임리스와의 교전에서 조금이나마 확신할 수 있었다. 아직 네임리스가 밑바닥을 드러낸건 아닐테지만, 자신과 리드가 함께라면 대항할 수 있노라고.


“아?”


그러다가 감지된 기를 느꼈다. ‘주변’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기준으로 아주 먼 거리 또한 아니었다. 왕국에서 저 머나먼 중앙산맥까지 기를 읽은것이다.


“······설마?”


처음엔 분명 리드가 맞다고 생각했다. 이 강렬한 영혼의 향기는 다른 사람이 흉내낼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다음 순간에는 틀렸다고 생각했다. 마치 다른사람인것양 소년은 발전해있었으니까. 겨우 몇 달 못본사이에 역량이 아닌 기량을 이렇게 늘릴수는 없는법이다.

기량은 오로지 경험에 의존한다. 리드의 짧은 생으로, 그 짧은 시간동안 기량을 터무니없이 올리는건 불가능했을테니까.


‘하지만 이 기운은 분명 리드 군이 맞아.’


그녀는 후드를 눌러썼다. 어찌된일인지는 확인해보면 알겠지.




***




“···하, 하하하하!”


비루는 터무니없다는 듯이 웃어제꼈다. 자신이 미친게 아니라는 확신은 여전히 없었지만, 이게 현실이라면 오히려 그게 더 웃긴일이다.

도대체 어떤 방법을 써야 개인의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단말인가?


“내 팔···”


비루는 그 동안 환통幻痛을 겪고는 했다. 푸른 악마를 만나고 잘려나간 한 쪽 팔은 있지도 않는데 그 위치에서 고통이 느껴지는것이다. 심한 경우에는 너무나도 생생한 꿈을 꾸고 가끔은 아직 자신이 푸른 악마를 만나지 않았다라고 착각할때조차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착각이 아니리라.


“내 팔이, 내 팔이 있다고···?”


비루는 그 사건 이후 쭉 외팔이였다. 두손으로 잡아들던 창도 한 손으로 잡으며 전투스타일은 자연스레 변할 수 밖에 없었고, 육체적 정신적으로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평생을 팔 없이 살아갈 각오를 했는데 갑자기 팔이 생겨버렸다.

기껍고 반갑기보다도 비루는 오히려 당황하고 말았다.


“···하, 하하.”


분명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대단하고 좋은 일이다. 하지만··· 어째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망망대해에 버려진들 이러할까? 팔 하나가 생겨난게 아니라 자신의 마음과 각오가 송두리째 변해버릴것이다.


“···고맙다고.”


그러나 창을 쥘 수 없었던 것과는 다르게 한쪽 손이라도 창을 잡을 수 있게끔 돌아왔다면 좋다. 다시 한번 복수를 꿈꿀 수 있을테니까. 이 손에 쥔 창이 레너 왕의 심장을 겨냥할 수 있을테니까.


“다행히 잃지 않았군요.”


검은 요정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비록 개인에 그것도 육체에 한정하지만 시간을 되돌린다는것은 절대적인 힘이었다. 과거의 용마대전 당시에도 시간을 되돌린다는건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위대한 용들이 평생을 들여 만들어낸것이야말로 바로 이 시계. 단 한번에 한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아티팩트들 중에서도 최고의 자리에 있는 것.

‘바램을 이뤄주는 위대한 금속’미스릴로 빚어낸 용들의 걸작.


“잃을리가 없지. 잊을리가 없다고.”


시간을 되돌리는만큼 그 어떤 상처라도 그 어떤 병이라도 되돌릴 수 있다. 신에 버금가는 능력이나 이 물건이 사용되지 않은 이유는 명백했다.

시간을 되돌린다라는것은 이능으로도 불가능한 일이다. 세계의 법칙에 정면으로 위배하는 그 능력을 맨몸으로 견뎌내야했다. 그것은 어떤 격통과 고통조차도 비교를 불허하는, 말하자면 세계 그 자체에서 내리는 신벌神罰이다.

그런 고통을 비루는 훌륭하게 이겨낸것이다. 이것이 단지 대단하다라고 평하고 끝낼 수 있는 문제일까?


“당신의 의지는 진작 인간의 범주를 넘어섰어.”


감탄한 듯이 하얀 요정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 이렇게까지 훌륭하게 견뎌내리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했으므로.


“난 결코 잊지않는다고.”


비루는 눈빛을 번득였다.

위험하게 반짝이는 맹수의 눈빛은 두 요정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되갚아줄것 빚은 말이야..”


작가의말

선추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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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결전下 7 18.09.24 19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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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결전下 18.09.14 215 3 11쪽
193 결전上 4 18.09.13 201 4 12쪽
192 결전上 3 18.09.12 203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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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 결전上 18.09.09 199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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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과 용병과 요정3 18.08.30 234 3 12쪽
182 소년과 용병과 요정2 18.08.29 204 3 12쪽
181 소년과 용병과 요정 18.08.28 201 3 14쪽
180 악마 네임리스3 18.08.27 200 3 15쪽
179 악마 네임리스2 18.08.23 212 3 14쪽
178 악마 네임리스 18.08.23 20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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