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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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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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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639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9.05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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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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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리드리스5

DUMMY

이제야 알았는데.


“···나는 항상 늦군.”


알렉 추기경은 두 주먹을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끝내 눈물을 흘리지 않는것은 그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겠지.


‘어째서냐··· 어째서야.’


이제 잘해보려했건만, 조금만 더 빨랐다면···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육십을 넘어가면서 그 사실은 진작 알았다고 생각했건만,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이란것을.


“어째서 나를 두고 이리도 먼저 간게야···”


뼈에 사무치는 말을 결국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그만하게.”


교황이 알렉 추기경의 어깨 위로 손을 올렸다. 알렉 추기경은 누가 자신을 건드린건지 고개를 휙 돌렸다가 교황임을 확인하고 이를 악물었다.


“성하··· 이건, 이건 아닙니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자신의 아들을 죽였을 그 악마에게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머리끝까지 화가 치솟아 열불을 감내할 길이 없어 알렉 추기경은 주변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렇지만 보이는건 오직 성자 하나 뿐. 성자는 다소곳이 무릎꿇고 앉아 죽은 마셸의 시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죄송해요. 살리지 못했어요.”


어째서 살리지 못했느냐. 당신이 노력하지 않은것은 아니냐. 당신이 좀 더 능력이 있었다면 살리지 않았느냐?

그런 말이 목구멍까지 치솟아올랐지만 끝내 내뱉지 못했다. 자신은 마셸이 죽을때에도 옆에 있어주지 못했다. 살아오며 부모의 도리를 지키지 못했지않은가.

그런주제에 무슨 말을 하겠다는건가.


“···어떻게, 어떻게 죽었습디까?”


에르네스 메르실은 눈을 내리깔았다.


“어떻게 죽었냐고 묻지 않소!”


“···네임리스에게, 그 악마가 기르른 투명한 뱀에게 죽고 말았어요.”


“하, 겨우··· 겨우 뱀한테?! 겨우 뱀 따위한테 내 아들이 죽었다, 이 말이오?”


알렉 추기경은 눈을 부라렸다. 그녀에게 분노할 주제도 되지 못하지만, 겨우 뱀한테 죽었단건 너무하지 않은가?


“보통 뱀이 아니었네.”


어느새 다가온 대주교가 한숨을 푹 쉬었다.


“이계의 뱀··· 그래. 이계의 뱀일세. 우리가 전혀 알지못하고, 알 수 없는 존재들이지. 내 딸년은 그래도 성자라네. 이 아이가 살리지 못했다면 누구라도 불가능했던거지.”


돌려 말하자면, 그 뱀에게 물린 순간 누구라도 죽게 될 운명이라는 소리다.


“···하, 미안합니다. 하지만···”


알렉 추기경은 양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이해하네. 분명 슬프겠지··· 자네의 마음은 우리 또한 알고있네. 하지만 운명의 신 듀란드께서는···”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모두가 알렉 추기경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지만, 터벅터벅 걷는 한 사람은 그런 분위기 따위는 일체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이 소리친다.


“제기랄. 이해는 개뿔이!”


마치 산통을 깨는것처럼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 그 자리에는 얼굴을 와짝 찌푸리고 있는 비루가 있었다.

이 표범을 닮은 짐승같은 사내는 무슨 말을 하고있는건가?


“이 개같은! 무슨 헛소리들을 하고있는거냐고!”


“···자네는 누군가?”


장내의 사람들이 그에게 물었다. 에르네스 메르실은 긴가민가한 눈으로 비루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아는 ‘비루’ 라는 인물과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외팔이었고, 두 번 다시 검을 잡을 수 없으리라 자신이 장담했던 인물이다. 아무리 얼굴이 비슷해도 그일리가 없을 터.


“마셸이 죽었으면 복수를 해야할거 아니냐고! 이해? 동감? 병신같은 소리들 하고있네! 육갑 그만떨어 병신같은것들아!”


자연스레, 산통을 깬 그에게 좌중의 시선이 꽂혔다. 적개심 가득한 시선에 움츠러들만도 하지만 표범을 닮은 사내는 거리끼지 않는다는 듯이 당당하다.


“네임리스! 그 좆같은 악마새끼를 잡아서 영전에 바쳐야지! 병신같이 위로, 동감, 이해! 이딴 헛소리들을 하면 뭐가 바뀌냐는거냐고!”


비루는 답답했던것이다.

분명, 마셸은 죽었다. 그건 슬픈일이다. 하지만 그 슬픔에 갇혀서 네임리스를 막지 못한다면 어떻게되나? 푸른 악마가 부활하면 모조리 끝장이다.

그런 중대한 사명을 등에 업고 있는데 사람 하나가 죽었다고 여기서 발길을 멈추면 여기까지 오느라고 죽어간 사람들은 도대체 뭐가된단 말인가?

그것들을 제쳐놓고서라도 아무것도 모르는 것들이 안다는듯이 지껄이는게 답답할 지경이었다.

그 악마 하나를 막기 위해서 모든것을 포기한 소년 또한 있는데. 한시가 급한 이 시국에 저딴 짓거리를 하고있을 시간은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지않나.”


그 말은 모렉 공작이 했다. 비루는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머릿속이 빙글빙글 도는것만 같았다. 흔히 말하는 빡이 돈 것이다.


“하, 아직 죽지도 않았구만. 여우의 개새끼가.”


“···굳이 말하자면 왕국의 사자겠지. 오랜만이구나. 표범아.”


두 맹수가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늙은 사자와 표범은 서로를 향한 적개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외팔이가 팔이 자랐는가? 처음엔 눈을 의심했다. 트롤이라도 되는줄 알았으니까.”


“흥.”


비루는 잠깐 감정을 억눌렀다.

그렇게 잘난듯이 말한주제에 여기서 날뛴다면 뭐가 되겠는가?


“이놈은 맘에 들지 않지만, 나 또한 동감이라오.”


모렉 공작의 의견이 비루의 것과 일치했다. 그러자 적개심이 조금은 줄어들었다. 모렉 공작은 뭐니뭐니해도 네임리스와 맞서싸웠고, 사람들을 지켜낸 왕국의 영웅이니까.


“지금은 네임리스를 쫒아야해. 그 악마를 막지 못하면 큰일이 날 거요.”


“···맞소.”


비루의 말은 애초, 듣기는 싫었지만 옳은 말이었다. 냉정하게 생각한다면 여기서 감정 소모를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보단 네임리스를 쫒는게 맞았다.


“하지만 문제가 있소.”


바로 네임리스의 행방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네임리스가 무엇을 하고 있는건지는 알고있지만 어디에 있는지는 특정할 수 없었다.


“···그렇군.”


즉시 벽을 만난듯했다. 모두가 입을 꾹 다물고 있을 무렵에 비루가 짧은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어디에 있는지는 몰라. 하지만 어디로 갈지는 알고있다고.”


모두의 시선이 다시 비루에게도 돌아갔다.


“···붉은 숲. 놈은 십만의 영혼을 모으고 반드시 붉은 숲으로 돌아간다.”


“붉은 숲이라?”


모렉 공작이 고개를 까닥거렸다. 하지만 에르네스 메르실과 대주교는 마치 머릿속에 번개가 번뜩인 듯 했다.

그 둘만큼은 이야기를 들어 알고있는것이다.


“···푸른 악마의 봉인지. 으음!”


“그래. 어떻게 알고있는 사람도 있구만? 놈의 목적이 푸른 악마를 부활시키는거라면 반드시 봉인지가 있는 붉은 숲의 유적지로 가게 될 거라고.”


모두의 시선이 교차한다. 그리곤 고개를 끄덕인다.


“그 말에 일리가 있군.”


위치를 특정했다면 해야할일은 뻔했다. 선수를 쳐서 가능한 빨리 붉은 숲으로 향하는 것이다.


“···그를 상대로는 숫자는 의미가 없겠지. 몇몇만 함께 갑시다.”


그렇게 차출된 인원이 모렉 공작과 비루를 필두로, 성자 에르네스 메르실. 알렉 추기경과 대주교, 성군의 고위사제 셋과 우라드 자작령의 기사단장 베르텐이었다.

겨우 아홉 명으로 꾸며진 적은 인원이었지만, 그 하나하나가 일당백에 가까운 정예중의 정예였다. 고르고 골라 이 자리 최고의 인원들만 모은 것이다.


“네임리스··· 이제 최종막이다.”


하지만 그들은 알까? 이미 최후의 싸움은 벌어지고 있다는것을.




***




“네임리스.”


“하, 짐을 기다렸던것이더냐?”


네임리스는 입가 한 가득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십만의 영혼을 다시 모으고 이제는 고마가 없다는 것이 이리도 기쁠줄야. 발로그가 부활한다면 이딴 세계는 얼른 부숴버리고 자신의 세계로 들어가야한다.


“그래. 여기서 끝을 내자.”


리드리스는 두 주먹을 쥐었다. 리드리스가 싸움을 준비하는것과는 반대로 네임리스는 여유로운듯이 콧노래를 불렀다. 수호자 탈리아는 한 걸음 물러나 그 장면을 지켜본다. 단순히 그녀의 포지션은 전열보다도 후열에 어울리기 때문이었지만, 마치 방관자와 같은 위치에 서 있게 되었다.


“끝··· 좋지. 끝을 내자꾸나. 나도 슬슬···”


네임리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정확하게는 가면이 일그러진것이지만, 리드리스에게는 그 얇은 가면을 꿰뚫고 네임리스의 진짜 표정과 얼굴을 볼 능력이 있었다.


“···이 세상이 지겨워지던 참이노라.”


콰과과과과과과!

같은 타이밍에 짜기라도 한 것처럼 두 사람이 힘을 발출했다. 애꿎은 붉은 숲의 몬스터들은 그 거대한 힘에 두려워하며 울부짖으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건 대형몬스터조차 예외가 아니었다.


“으음···”


수호자 탈리아조차 눈앞이 어둑해지는 힘의 파동이 격돌하고 있었다. 이미 봉인지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저 멀리 날아가고 있었다. 돌과 바위, 나무와 잡초, 깨진 돌맹이들과 흙을 비롯해 모든것들이··· 심지어는 밟고 서 있는 대지조차 그 힘을 견디지못해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것처럼 발밑에서 커다란 진동이 느껴진다.


“네가 감히 짐과 대적할 수 있을 줄 알았더냐?”


리드리스는 그 말에 코웃음을 쳤다.


“짐? 너는 왕이 아니라 그저 흉내만 내고 있는 악마일 뿐이잖아.”


“···놈!”


네임리스는 커다랗게 분노하며 먼저 공격에 나서려했다. 하지만 리드리스는 이미 선수를 치고 단숨에 거리를 좁혀 네임리스의 턱 아래를 가격하려고 주먹을 뻗고 있었다.


“어딜!”


네임리스의 팔을 타고서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입을 벌렸다. 탈리아는 눈을 크게 떠야만했다. 당연하다는듯이 리드리스는 그 무언가의 목을 잡아챈것이다.

그 무언가는 당연 투명한 뱀, 이니시빌타스 앤귀스inuisibilitas anguis였다. 보이지도 않는 몸체인데 정확하게 몸을 잡아챈것이다.

어떻게 가능했냐? 라고 묻는다면 리드리스는 이렇게 답하리라.


‘바람.’


바람을 느낀것이다.

투명한 뱀이라고 어디 진짜로 몸뚱아리가 없겠는가? 움직일 때마다 공기를 밀어내고 움직이는것이다. 리드리스는 그 미세한 공기의 미끌림을 전신으로 느끼며 투명한 뱀의 길이와 체중, 그리고 비늘의 모양과 움직이는 방향, 그 속도까지 알아챈것이다.

그야말로 인간에게 허락된 경지가 아니다. 따라서, 초월.

탈리아의 표현은 전혀 틀린게 없었다.


“어떻게?!”


경악하는 네임리스와 반대로 리드리스는 투명한 뱀의 목을 잡고 힘을주었다. 목이 졸린 뱀은 잠깐 켁켁 거리며 독액을 토해냈지만, 이내 정신을 잃고 만다.

그 모든 일들이 1초도 지나지 않은 사이에 일어난것이다.


“흥. 겨우 이런거였나?”


그 때, 위압을 느꼈던 존재가 겨우 이런거였단말인가? 리드리스는 실망감을 금치 못했다. 이런게 네임리스의 밑천이라고 생각한다면 중앙산맥, 요정향에서의 시간이 헛된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네놈. 기고만장한것이더냐! 지금 짐의 앞에서 감히 코웃음을 쳤느냐!”


리드리스의 반대쪽 손이 이니시빌타스 앤귀스의 머리를 잡았다. 그리곤.


우두두둑!


“······!”


영창을 준비하던 수호자는 놀라고 말았다. 리드리스는 너무나도 과감하게 움직여 네임리스의 투명 뱀을 죽인것이다.

투명 뱀이 제아무리 대단하다고 한들 머리가 뜯기고서 살 수 있는 불사의 존재는 아니리라.


“하, 하하하! 죽였노라? 지금 네놈이 죽, 죽인것이냐!”


네임리스는 머리 끝까지 화가 치솟은 듯 싶었다. 그러나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이미 투명한 뱀은 죽었고 리드리스는 거리를 두고 있었다.


“네 수족, 하나를 잘라냈어. 이제 남은건 몇마리나되지?”


“······.”


악마의 차가운 분노가 장내의 공기를 다르게 만든다.


작가의말

선추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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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결전下 18.09.14 21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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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결전上 3 18.09.12 203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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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 결전上 18.09.09 199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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