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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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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641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9.25 03:46
조회
217
추천
4
글자
11쪽

결전下 8

DUMMY

‘지켜야 해!’


푸른 악마가 그 거대한 몸집을 앞세웠다. 걸음걸음에 땅이 울리고 구름이 갈라지며 에르네스 메르실을 향했다. 그녀는 사태를 파악하고 재빨리 도망치려고 몸을 돌렸지만 발을 디디고 있던 지면이 사라져있었다.

자연스레 추락하는 그녀.


“······!”


빙하의 크레바스처럼, 지면의 크레바스 속으로 사라지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아연실색했다. 하지만 곧 신색을 회복했다. 아무리 그래도 겨우 걷는것만으로 얼만큼 땅이 갈라지겠냐는 생각에서였다.

그 생각을 증명하듯 곧 그녀의 손이 지면 위를 짚고 기어오르는게 보였다. 그러나 올라온 그 앞에는 새파란 괴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벌레답게 기어올라왔구나.


내가 고민하는 사이에 이 꼴이 난 것이다. 물론 그 동안 내가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그녀의머리통을 부숴놓으려는 푸른 악마의 손을 정면에서 잡아냈다.


“크으으으읏.”


화염이 이글거리며 살을 태웠다. 고기 굽는 소리와 함께 화염이 나를 각인시켰다. 제정신으로 있을 수 없는 고통이지만 이미 익숙해진 이후였다. 푸른 악마는 ‘부활’ 이라는 단어가 어울릴만큼 다시 힘을 되찾았다.

어디서 갑자기 힘이 돌아온건진 모르겠지만, 그게 한번으로 끝난다는건 내 형편좋은 생각일 뿐이다. 몇번이나 계속될지 알 수 없으니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했다. 정면에서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자 내가 우두둑, 밀리고 있었다.


‘제길.’


뾰족한 수가 없었다. 에르네스 메르실은 떨어지면서 다리에 상처를 입었는지 제대로 서질 못했고 나는 그녀가 비킬때까지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어야했다.


“놈! 아직 이몸이 죽지 않았다. 무시하지 마라!”


샤악! 푸른 악마를 베었지만, 다시 베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푸른 악마는 이전의 고통을 기억했는지 반사적으로 손을 떼었다.


-벌레같은, 놈이!


그 사실에 푸른 악마는 분노한 듯 했다.

벌레가 주는 고통에 겁을 먹었다는게 맘에 들지 않는 듯 보였다.


“모렉 공작!”


모렉 공작이 뒤로 날아갔다. 모렉 공작은 반사적인 움직임으로 칼을 던졌다. 팅- 하고 푸른 악마의 팔뚝에 부딪혀 쨍, 하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진 왕국의 보검.


“큿.”


나는 그 사이 에르네스 메르실을 안전한 곳까지 옮기는데 성공했다. 그녀는 내 팔을 보고서 치료라도 하고 싶었던 모양이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푸른 악마의 시선이 모렉 공작에게로 옮겨간 것이다.


-네놈이 가장 귀찮다!


두 손을 맞잡고 내려찍은 푸른 악마의 거대한 양손에 핏물이 치솟아 올랐다.


“헙!”


뒤에서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헛바람 소리가 들렸다. 이 순간, 분명 모렉 공작은 목숨을 잃은것이다. 저렇게까지 당해서는··· 제기랄.


“후퇴. 후퇴해야해요!”


창이 꺾인 비루는 어쩔 도리가 없다는 듯 대주교를 부축하고 도망쳤다. 나는 화염에 휩싸인 손목을 스스로 ‘끊어내고’ 다시 재생시켰다. 에르네스 메르실을 업고 그대로 도망친다.


-벌레들이. 도망치는 재주밖에 없느냐!


쿠우우우우우우!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거대한 화염이 일대를 휩쌌다. 도망치지 못하게 하려고 힘을 일으킨 모양이었다. 너무나도 높게 치솟아오른 화염의 장벽은 개미 한마리 빠져나갈 틈이 없었다.


‘도망은 글렀어. 제길!’


-그리한들.


불길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파멸을 피할 수 있으리라 여겼느냐!


다른 수를 강구해야했다. 무언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는 사이, 에르네스 메르실이 나를 건드렸다.


“리드, 큿···”


자신의 상처를 돌보지도 않고 내게 신성력을 쏟아붓고 있다. 안색이 좋지 않은걸 보니 또 과다사용한지 오래인 모양이었다. 푸른 악마의 공격마다 그 공격을 늦추고 방해하고 일행의 상처를 돌본건 그녀였을테니까.


“···고마워요.”


하지만 아직 재생이 있다.

아주 미약한만큼밖에 ‘헨리’ 가 남지 않았지만 분명 남아있다. 나를 신경쓸바에야 차라리 자신의 상처를 돌보는 편이 좋았던것이다.


“푸른 악마를 쓰러뜨릴 수 있는건, 너 밖에 없으니까.”


그녀의 목소리에는 짙은 확신이 담겨 있었다. 내가 아니라면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그것에는 동감이었다.

분명 내가 아니라면 안 되는 일이겠지. ···하지만 나라고 한들 할 수 있을까?

‘헨리’를 모두 사용해 여기까지 왔건만, 푸른 악마는 부활했다. 다시 한번 푸른 악마를 어떻게든 하기 위해서는 헨리의 동력이 한번 더 필요할 터.

하지만 나머지 반쪽의 ‘헨리’는 고마의 안배로 인해 수호자가 동대륙의 누군가에게 건네주고 온 뒤다. 갑자기 나머지 ‘헨리’ 가 어떻게 나타날리가 없으니.


“···내가 해야해.”


눈을 감고 주변을 인식했다. 푸른 악마는 비루와 대주교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나를 마지막 메인 디쉬라고 생각하기라도 하는걸까?

문득, 기시감이 느껴졌다.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있는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럴리가 없을텐데도.


“···그런가.”


해야할 일을 알고 있었다. 나는 푸른 악마가 있는 방향으로 내달렸다. 타탓, 타닷, 타닥! 불타버린 잎들이 힘 없는 소리와 함께 바스라진다.


“너였어.”


나는 손에 쥔 것을 두 손으로 맞잡았다.

손잡이를 꽉 쥐자 그에 응답하듯 검이 조용히 울었다.

왕국의 보검.

모렉 공작은 이 검을 왕국의 상징이며, 결코 부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검은 네임리스의 공격을 몇십번이나 견뎌냈고, 푸른 악마의 불꽃에도 변형되지 않았다. 재질조차 알 수 없는 미지의 것이었다.

그래. ‘재질조차 알 수 없는.’


“알 수 있을리가 없었던거야.”


수호자의 기억을 이어받은 나였기에 알 수 있었다. 이 검이야말로 ‘위대한 금속 미스릴’로 만들어진 신검神劍이라는 것을.

미스릴이란, ‘영혼의 정수’

이 세상에서 가장 강대했던 종족이 마지막으로 남긴 그들의 영혼을 녹여 금속의 형태로 빚어낸 것이었다. 일만년 전, 용마대전에서 죽어간 모든 용들의 영혼으로 빚어낸것이 바로 이 미스릴이었다.


“미스릴. 내게 힘을 빌려주겠어?”


미스릴으로 만들어진 유일한 검. 도대체 누가 만들었는지도 알 수 없지만, 짐작가는 존재가 둘 있었다.


“···고마 혹은 ‘그 존재’인가.”


적어도 수호자는 이것이 미스릴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르는 모양이었다.


-크으음?


푸른 악마는 무언가 불길한 낌새를 느낀듯이 이쪽으로 몸을 돌렸다. 검 한자루를 들고 있는 나를 보며 푸른 악마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불길한 낌새가 헛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무기를 든다고 바뀔 성 싶더냐! 네놈의 파멸은 예정된 운명이다! 잠자코 기다려라!


맞는 말이다.

무기를 든다고 바뀔 격차가 아니다.

단, 이게 평범한 무기였다면 말이다.


“···미스릴.”


내가 그 이름을 꺼내자 비루와 대주교를 뭉개버리려던 푸른 악마의 손이 멈추고 다시금 몸을 돌렸다.


-네놈, 뭐라고 했느냐?


“이 검이야말로 위대하고 강대했던 존재들의 영혼을 정수로 만들어 빚어낸 금속. 미스릴을 제련한···”


푸른 악마를 이길 수 있는,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였다.


-···혹!


샤앙, 하는 한 줄기 청명한 소리와 함께 미스릴 검을 쥔 내 몸이 가벼워지는것을 느꼈다. 놀랍게도 이 검은 단지 들고있는것만으로도 소유주를 몇 단계 격상시켜버린것이다. 이런게 정말 가능하다곤 상상조차 해본적 없거늘.


-···크하하하!


네임리스는 말했었다.

모렉 공작은 이 검의 힘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그 능력을 제대로 알지조차 못하고 있다고 말이다. 그 말대로였다. 모렉 공작의 기량과 실력은 물론 놀라운 것이었다만, 인간따위가 사용할 수 있는 무구가 아니었다.

아무리 정점에 이르렀다한들 ‘한계를 초월하지 못한 이상에는.’ 말이다.


-재밌군! 생각이 바뀌었다. 역시 네놈부터 처리해주마!


샤악- 일검을 가볍게 휘둘렀다.

공격을 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그저 검의 무게와 길이를 측정하기 위해서였다. 무투파로서 두 주먹을 사용하는 나는 검을 다루는데도 익숙했지만, 그래도 푸른 악마를 상대하기 전에는 이 정도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에.

하지만 그 결과는 놀라웠다.


-무, 슨?


푸른 악마가, 두동강난것이다.

상체와 하체가 잘려져 무릎 어림에서부터 상체가 스르르 내려앉아 지면에 부딪혔다. 콰아앙 하는 폭음과 함께 거대한 흙먼지가 피어오른다.


“···미친.”


이 검은 존재하는것만으로도 차원을 일그러뜨리는 힘을 가졌다. 방금도 참격이 공간과 공간을 접어 푸른 악마에게 닿았고, 그 순간 푸른 악마의 상체가 홀라당 내려앉은 것이다.


‘그런가.’


모렉 공작이 일전에 네크로맨서를 상대했을 때, 공간을 뛰어넘은 힘을 발휘한 적이 있었다. 공간의 참격은 모렉 공작이 인간의 가능성을 보여준 일격이었다. 불가능을 가능케만든 그것은 모렉 공작이 아니라 미스릴의 힘이었던 것이다.

다만, 인간의 몸으로서 일말이나마 그 힘을 끌어낸 모렉 공작은 괴물중 괴물이라는 것이겠지.


“···이거라면.”


얼마든지 싸울 수 있다. 자욱했던 흙먼지가 가라앉아 모습이 보이는 시점에 푸른 악마의 상체는 이미 사라졌고 무릎어림에서부터 다시 재생하고 있었다.


-···위대한 금속 미스릴! 내 앞길을 막는것이냐!


용들은 악마와 싸우다 멸절된 종족.

따라서, 악마의 군주에게 증오와 적개심을 품는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나를 돕겠다는듯이 다시 한번 검이 웅웅거렸다.


“알겠어.”


멀리서 쏜 참격이 이 정도였다.

직접 검을 박아넣는다면 결코 이 정도로는 끝나지 않겠지. 푸른 악마가 얼마만큼의 불사를 가지고 있는지는 몰라도 분명 싸울 수 있다.


“리드, 무슨?!”


비루가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나는 그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고개만을 돌렸다.


‘···지쳐있군.’


뒤로 검을 그었다.

치솟아있던 화염 장벽이 갈라지고 바다가 열리듯 길이 열렸다. 나는 그 길을 보며 고개를 까닥였다. 어서 빠져나가라는 뜻이었다.


“···제길. 알겠다고!”


대주교를 부축한 비루는 화염의 장벽 사이를 뚜벅거리며 빠져나간다. 나는 이어서 에르네스 메르실에게도 고개짓했다. 그녀는 망설이는듯 손톱을 조금 물어뜯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부디 조심해.”


마지막까지 방심할 생각은 없다.

실수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끝을 내고올게요. 기다려요.”


작가의말

선추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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