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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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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632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9.20 00:01
조회
194
추천
4
글자
11쪽

결전下 5

DUMMY

싸움은 오래도록 갔다. 수백합을 싸웠다. 재생능력이 없었더라면 수천번은 죽었을정도로 싸워댔다. 이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던 고통도 익숙해져 슬슬 무감각해져가고 있었다.


-징그러운 것!


그 말에는 솔직히 공감했다.

타오르는 와중에도 끝없이 달려든다면, 짓밟아도 다시 살아나고 뭉개뜨려도 살아나고. 머리가 터지던 전신이 타오르던간에 나는 살아난다.

정말로 일격에 ‘소멸’이라도 시키지 않는 한.


“몇번이고.”


몇번이고 몇번이고 부딪힌 끝에 푸른 악마도 적잖은 데미지가 쌓였다. 놈에게도 재생이 있지만, 솔직히 말해서 더뎠다. 자기가 칼을 들고 있다고 그 칼에 베이지 않는건 아니잖은가? 자기 뺨을 때려도 아픈것처럼, 푸른 악마는 자신의 푸른 불꽃때문에 제대로된 재생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몇번이고!”


정신력만 멀쩡하다면, 정신만 차린다면 이 승부는 나의 것이었다. 어쩌면 억겁의 시간이 지날지도 모르지만 이 ‘동력’ 이 사라지지 않는 한, 반드시 내가 이기게 되어있다.

이 몸은 그렇게 되어져있으니까.


-그만 날뛰어라!


푸른 악마의 주변으로 푸르스름한 구체가 생겨났다. 일전, 5년전에 처음 보았던 푸른 불꽃을 휘감은 마력의 구체. 하지만, 곧 그 형태가 뒤바뀌었다.

파샤삿- 파샷!

날카로운 소음과 함께 예리한 초승달 모양으로 바뀐것이다. 도대체 얼마나 예리한것인지 공중에 있는것만으로 바람이, 공기가 닿아 잘려나간다는걸 알았다.


“그게 네 비장의 수냐!?”


푸른 악마는 제대로 부활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어느정도인지 몰랐는데 이 일격과 탈리아의 기억으로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절반··· 정도인가?’


지금의 내가 상대하는것도 벅찬데 제대로 부활했더라면··· 아니, 생각하지말자. 놈은 이미 불완전하게 부활했지않은가.


-비장의 수?! 크하하하!


푸른 악마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턱을 젖혔다. 미친듯이 광소하던 푸른 악마의 웃음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네놈 정도는 일만년 전, 얼마든지 있었다! 건방떨지 마라! 벌레야!


칼날이 내쏘아졌다.

모든걸 가르고 심지어는 공간조차 갈랐다. 무형의, 원래라면 간섭할 수 없을 공간조차도 억지로 찢어버리는 예리함. 저것에 닿았다가는 ‘재생한다’라는 개념조차도 찢어발겨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저것만큼은 피해야 해!’


푸른 악마는 이미 상당한 힘과 마력을 소모했다. 아마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나를 쓰러뜨릴 수 없음을 직감하고 마력을 쏟아부은 모양이지만 저걸 피하면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바꿀만했다.


‘지금!’


날아오는 칼날을 피해냈다. 어렵지않게 피해냈다! 라고 자신하는 순간, 섬뜩한 기운에 머리를 숙여야만했다.


“돌아온다고!?”


푸른 악마는 바보가 아니었다. 원래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칼날은 나를 쫒고 있었다. 게다가 푸른 악마도 멍 때리고 보고있는게 아니라 직접 나를 묵사발을 내놓으려 움직이고 있었다.


-발은 빠르구나!


땅끝이 내려앉는다.

마치 절벽 위에 서 있는것처럼 아슬아슬한 심정으로 나는 화염의 칼날을 피해냈다.


‘제기랄.’


분명 푸른 악마에게 이길 수 있다. 하지만, 이 공격에 ‘소멸’ 당한다면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재생이라고 한들 무에서 창조해낼 수는 없는 법. 아주 작은 티끌만한 조각이라도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정말로 소멸되는걸까?’


미지수다.

하지만 저 칼날이 내포하고 있는 예리함과 힘은 예사 것이 아니었다. 도박을 해 볼 수는 없었다. 이 어깨위에 달린건 자신의 목만이 아니라 세계의 명운이었으니까.




***




“뭣? 그냥 보냈단말이냐?”


대주교는 드물게도 자신의 딸에게 눈쌀을 찌푸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럴만도 하지않은가? 몇일만에 깨어난 아이이거늘 일어나자마자 적에게, 그 강대한 푸른 악마에게 홀몸으로 달려가게 만들다니!


“녀석이 마지막 희망이란걸 알지 않았니! 왜 그렇게 보낸게야!”


에르네스 메르실은 작게 입술을 떼다 말았다. 말릴 틈도 없었다. 라는건 사실이지만, 변명이기도 했다. 어떻게든 말려야했던것이다.


“···죄송해요.”


“우리가 가야겠소! 녀석을 구출해야 해! 지금의 녀석은 절대 그 악마를 이길 수 없소.”


모렉 공작에게 대주교가 어깨를 흔들며 충동질했다. 모렉 공작은 그 나름대로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대주교의 말이 맞기는 하다. 리드리스는 분명 푸른 악마에게 대적할 유일한 카드였다. 그런 리드리스가 홀로 푸른 악마에게 향해 개죽음을 당한다면 그보다 어이없는 일이 있을까?


“···하지만.”


하지만 모렉 공작의 발을 붙잡는것이 있었다. 그건 어디에 숨어있을지 모르는 비루의 존재였다. 비루는 레너 왕에게 강한 원한을 가지고 있기에 모렉 공작은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모렉 공작이 아니라면 그 누구도 비루를 막을 수 없을테니까.


“당신의 생각은 알겠지만 이 세계가 끝난다면 아무 소용도 없는게 아니오!”


모렉 공작은 입술을 물었다.

푸른 악마. 악마신봉자들의 신을 처리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을 죽게 내버려둬선 안된다. 확실히 그건 세계의 명운이 달린 일이었으니까. 레너 왕은 죽는다고 하더라도 누군가가 왕이 될 것이다. 혹 그렇지 않고 내전이 일어난다한들 아르미안 왕국 하나가 지도에서 사랒리 뿐이다.

어느쪽에 경중이 쏠린지는 분명하다.


‘하지만 결과론이지.’


어느쪽이던 예정되지 않은 결과와 미래일 뿐이다. 리드리스가 정말로 푸른 악마에게 향했다는 보장은 없다. 또한, 아주 미약한 확률이지만 기적에 기적이 몇번이나 겹쳐 푸른 악마를 쓰러뜨려 줄 수도 있다.


‘머리아프구먼. 이 몸이 이렇게 고민한게 도대체 언제였던가?’


생각해보니 얼마 되지 않았는지도.

모렉 공작은 낮게 웃었다.


“미안하지만 이 몸은 갈 수 없을 것 같소. 그 짐승같은 놈은 나의 왕의 숨통을 노리고 있을테니까. 세계의 명운이 걸려있다는 스케일은 솔직히 감도 오지 않지만 중요하다는것은 아오.”


“그렇다면!”


“하지만. 나는 그의 기사요. 왕국 제일의 검이자, 왕국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지. 왕에게 위협이 닥쳐있음을 아는데 이 몸이 떠날수는 없다는거요.”


“젠장. 썩어도 기사라는거군.”


그 말을 한건 대주교가 아니었다. 낯선, 아니 낯익은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퍼졌다.


“네놈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다니··· 무슨 꿍꿍이더냐?”


분명 암중에서 기회를 엿보고만 있을 비루가 당당히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창을 등에 메고서 두 발로 모렉 공작의 앞에 섰다.

모렉 공작은 그가 등장하는 순간 허리춤에서 검의 손잡이를 쥐었다.


“이승에 미련이 없는것이냐? 아니면 설마 왕의 목숨을 취하는걸 포기한것이냐?”


약간의 기대를 품었지만 비루는 코웃음친다.


“흥. 포기할리가 있냐고. 레너 왕의 목은 반드시 이 손으로 취한다. 하지만 그 전에···”


비루는 대주교와 에르네스 메르실을 곁눈질했다.


“리드. 그 녀석과는 인연이 있지. 죽어가는걸 알면서도 내버려둘수는 없단말이다!”


“호오.”


익히 그 인연은 알고있었다. 하지만 비루는 그런 인연따위에 연연할 사람이 아닐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렇다한들 쉽게 움직일 순 없다. 네가 노리지 않는다고는 해도 이곳엔 코아티르의 왕이 남아있으니까.”


“들개들의 왕이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걸.”


“뭐?”


비루는 등 뒤에 무언가를 꺼냈다. 그리고 등 뒤에 메달린, 창에 묶여져있는것은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웠다.


“네놈이! 어떻게?!”


바로 코아티르 왕의 목이었다. 착각할 여지는 없다. 몇번이나 전장에서 맞싸워본 상대였으니까. 그런만큼 그의 힘 또한 잘 알고있다. 아티펙트에 강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분명 정점에 이른 강자였다.

그런 강자를 비루가 처치했단말인가?


“흥. 이걸로 방해는 없어졌겠지. 적어도 녀석을 구할때까지는 휴전 할 생각은 있다고.”


“···네놈이 코아티르 왕을 왜 죽였는지, 어떻게 죽였는지는 심히 궁금하다만 그건 뒤로 미루도록하지. 아무래도 이제 상관없어진 것 같군. 대주교. 그리고 성자여. 시간이 급박하니 우리끼리라도 먼저 가야할 것 같소.”


대주교는 일순 교황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고개를 저어 상념을 없앴다. 어차피 교황의 곁에는 자신이 아니더라도 알렉 추기경이 남아있었다.


“···갑시다. 푸른 악마가 어디있는지는 찾지 않아도 될 것 같군. 여기까지 그 어마어마한 기운이 느껴지니까.”


에르네스 메르실은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그리고 그 근처에··· 이미 도착한걸지도 몰라요.”


“서두르자!”




***




콰작!

어깨가 깨끗하게 잘려나갔다. 하지만 골절됨과 동시에 다시 붙어 재생했다. 뜯겨나간 살점이 시간이 되감기는것마냥 붙었고, 흩어진 피는 다시 모여들었다.


“큿.”


스치기만 했을 뿐이다. 시험이나 해보자며 정면에서 맞는 대신에 아주 약간만, 닿을까 말까한 정도로 말이다. 닿았다기보다도 스쳤다고하는편이 옳으리라.

그런데 어깨가 잘려나갔다. 절단된것이다.


‘···견딜 순 있겠어.’


돌려 말하자면 그것뿐이다.

스쳐서 절단된건 대단한 일이지만은 제대로 맞아도 소멸하진 않겠다 싶었다.


“크윽!”


전력으로 칼날에 부딪혔다. 이대로 계속 방해받느니 저 칼날을 몸으로 없애는것이 차라리 낫겠다는 판단에서였다. 몸이 갈려나가고 동시에 재생하는것을 반복했다. 몰랐는데, 초승달의 끝은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크으으으으으!”


그것뿐만이 아니라 푸른 화염이 진동을 타고 내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안그래도 전신에 화상을 입고 있는데··· 제기랄. 외부에서의 화상과 내부에서의 화상은 비할 바가 아니었다.

훨씬 더 극심한 고통에 신음하고 있을 무렵에 나는 내 존재가 사라지고 있음을 느꼈다.


‘이걸로?!’


재생능력의 한계가 벌써 찾아왔단말인가? 아니. 그렇진 않았다. 지금도 느리지만 재생되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고 어이없지만 ‘재생의 속도’가 ‘파괴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것이다. 한순간에 소멸하지는 않겠지만 이대로라면 분명 소멸에 이르고 마는것은 시간문제였다.


“크으크으크으크으크으크으!”


발성기관이 사라져 쇳소리만이 나오다 재생되어 소리가 나오고 이를 계속해서 반복했다. 스스로가 듣기에도 괴이한 소리였다.


-시끄럽다! 벌레야!


나는 웃을 수 있었다. 스스로가 소멸되어가는 중에도 웃을 수 있었다. 침을 탁 뱉으며 나는 작게 미소지었다. 고통속에서도 미소지은것이다.

소멸되겠지만, 돌아올 수 있다.

나는 ‘보험’을 들어두었으니까. 확신은 없고 시험해본 적도 없지만 분명 가능할것이다.


작가의말

선추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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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결전下 18.09.14 215 3 11쪽
193 결전上 4 18.09.13 201 4 12쪽
192 결전上 3 18.09.12 203 3 14쪽
191 결전上 2 18.09.11 193 3 13쪽
190 결전上 18.09.09 199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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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리드리스5 18.09.05 207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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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소년과 용병과 요정2 18.08.29 204 3 12쪽
181 소년과 용병과 요정 18.08.28 201 3 14쪽
180 악마 네임리스3 18.08.27 199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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