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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647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9.21 07:30
조회
192
추천
3
글자
12쪽

결전下 6

DUMMY

초승달 칼날에 갈기갈기 찢겨져 세포 하나조차 남지 않았다. 예상외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던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푸른 화염에 타오르며 재생 속도를 넘는 파괴속도라는 점이겠지만.


-끝이다!


푸른 악마가 내 죽음을 확신한다는듯이 의기양양히 말했다.

하지만 그럴리가!

나는 손가락 끝에서부터 재생되었다. 보험이란, 내 신체의 일부를 떼어둔것이었다. 확신은 없었지만 분명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도박같은 보험은 멋지게 성공해보였다.


“그럴리가!”


순식간에 재생되어 다른 위치에 ‘내’ 가 나타났다. 신기한 기분이었다. 분명 저 앞에까지 나서있었는데 말이다.


‘것보다···?’


푸른 악마의 불꽃이 사라져있었다. 나를 괴롭히던 불꽃이 완전히는 아니지만, 전신에 타오르던것에 비하면 손가락 하나 타오르는 것쯤이야 아이들 소꿉장난 정도였다. 처음에는 화상이라는 것 자체에 적응이 안됐었는데 정말 사람은 간사하다 싶었다.


“하.”


-정말 징그럽구나.


그 목소리에는 명백하게 경멸이 담겨있었다. 언제든지 짓밟을만한 벌레에서 경멸할만큼 징그럽고 끈질긴 상대로 격상된것이다. 푸른 악마에게는 욕지거리겠지만 나는 되려 만족했다. 놈에게 불쾌함을 주었다면 그 이상으로 만족스런 일이 없다.


“흥.”


녀석의 공격이 끝났다면 이번엔 이쪽의 차례다. 고통으로 되려 정신이 맑아진 지금이라면 무언가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푸른 악마는 언뜻보기에는 정상같지만, 지금 달려들지 않는것으로 보아 분명 장난아닌 체력을 소모했다.


‘가능해.’


분명 피할 수 없으리라.

나는 강체력을 쥐어짜냈다. ‘헨리’는 내 체력과 신체를 재생시켜주는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강체력만큼은 재생하질 못했다.

하지만 체력이 무한하다면 강체력은 내가 직접 만들어내면 되는 법. 나는 스스로의 체력을 쥐어짜 강체력을 만들었고, 그 비어버린 체력을 ‘헨리’ 가 채워넣었다.


“···더. 더. 더!”


어마어마한 힘을 강체력으로 환원했다. 원래의 몇십, 몇백배나 되는 초대량의 강체력은 이제껏 본 적 없었고 있을거라 생각한적도 없는 수준의 양이었다.


“더!”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탐욕스럽게 체력을 쥐어짜냈다. 쥐어짜낸 분량만큼 변화된 강체력이 내 몸 곳곳을 휘몰아쳤다.

퉁! 퉁! 파샥, 파샥!

몸이 붕괴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붕괴조차도 헨리는 여유롭게 막아내며 다시 재생한다. 이만한 강체력은 사람의 육신에 담을 수 있는게 아니다. 붕괴되는게 되려 당연한 일이다.


“더!”


담고 있는것만으로도 몸뚱아리가 부숴져나갔다. 컵에 넘치는 물을 담으면 흘러넘치고, 맹수를 나무 울타리안에 가둘 수 없는것처럼.


“···더어어어어!”


한번만 더.

다섯번쯤 죽을만큼 체력을 쥐어짜내자 만족할만한 강체력의 양이 되었다. 단 한번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푸른 악마가 가진 마력을 뛰어넘을 수 있었다.


-···네놈, 도대체 무슨짓을 한게냐?


‘대가없는 힘은 없다.’ ‘완전한 불사란 존재할 수 없다.’

두 개의 법칙을 아슬아슬하게 편법으로 벗어나고 있었다. 대가 없는 힘은 없지만, 그 대가에 비해서도 압도적으로 효율이 높은 힘이다.

완전한 불사는 아니지만 그에 한없이 가까운 재생력이다.

푸른 악마라해도 어이가 없을정도로.

그건 나도 마찬가지 심정이었다. 내가 생각한 모든게 되고있지않은가? 신체의 일부를 잘라놓고 거기에서부터 재생된다는건 트롤의 할아버지가 와도 불가능한 일이다. 체력을 쥐어짜내 강체력으로 만드는건 자살행위나 같았다.


“···전부 가능하게 해 주는 힘이라.”


‘기적’의 결정체가 아닐까.

그 재료를 생각한다면 다시 암울해지지만.


‘탈리아가 노렸을만도 하군.’


그렇게 자신만만히 사람들을 지킬 수 있을거라 말한것도 이해가 갔다.

이 능력은 무엇보다 나와 상성이 좋았다. 무투파인 나에게 무한한 재생이 붙어있다면 호랑이에 날개를 달아도 이만하지는 않으리라.


-네노오오오옴!


푸른 악마가 격노하며 울부짖었다.

하지만 그 공격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불끈 쥐고서, 거리를 좁혔다. 몇십, 몇백배나 빨라진 나를 푸른 악마가 어떻게 할 방법은 없었다. 원래대로라도 속도만큼은 내 쪽이 빨랐다.


“저 세상으로 꺼지라고!”


불끈, 불끈!

허공을 잡아채듯이 주먹을 쥐었다. 측정할 수 없는 악력은 그대로 또 하나의 중력이 되어 주변의 모든것을 휘감아 끌어왔다. 푸른 악마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


하지만 기억하라.

이건 일시적인 힘이다.

이 힘에 취해 여유를 부리거나 해서는 푸른 악마는 두번 다시 기회를 주지 않으리라. 단 한번의 기회다. 반드시 끝장내라!

중력이 담긴 주먹이 푸른 악마를 끌었고, 그 몇배나 되는 속도로 푸른 악마를 끝장내려 달려들었다. 우리 사이에 거리는 0.


“죽어!”


-크오오오오오!


소리는 없었다.

그 자리에 있는건 침묵뿐이었다.

중력이 담긴 주먹은 탐욕스레 모든것을 집어삼켰다. 그것은 대상이 된 푸른 악마 뿐만이 아니라, 소리와 현상조차 집어삼킨것이다.

먼저 음파의 매질이 되어줄 공기가 모두 중력에 집어삼켜지자 당연 소리는 들리지 않았던것이다.

두번째로, 삼켜진것은 ‘빛’이었다. 빛이 모두 사라지고 눈이 보이지 않게되었다. 색채는 물론이고 명암까지 구분할 수 없었다.

세번째, 푸른 악마의 화염이 주먹에 담겼다. 푸른 화염이 사라지자 푸른 악마, 투마왕이라고까지 불리는 악마의 모습은 한낱 소새끼에 불과했다.

마지막으로 그 모든것이 담긴 주먹은 푸른 악마를 타격했다.

악력과 속도에 더불어 강체력이 담긴 주먹은 닿자마자 소멸하고 재생됨을 반복했다. 단련했다고는 하나, 초월했다고는하나 사람의 피부와 관절로는 그 힘을 결코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크아악!”


혈액이 마구 치솟았다. 그 혈액조차도 빨려들어간다.

보이지 않아서 몰랐지만, 그 일격이 끝나고서 다시 세계에 빛이 돌아왔다. 그리고 보였다.


-크으···


푸른 악마는 무참한 모습이었다.

뿔이 잘려나가고 전신이 피투성이에 앞발은 뭉개져있었다. 육신은 일그러지고 마력은 티끌만큼도 남지 않았다.

아마 마력으로 겨우겨우 막아낸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한들 내 꼴은 좋을까? 아니었다. 내 꼴도 농담이 아니다.


‘제기랄.’


분명 헨리의 재생은 이제 얼마 남지않았다. 기껏해야 서너번인가? 하지만 그럴법도 했지. 여기까지 견뎌준게 오히려 대단한 일이다.


-벌레가, 벌레따위에게에에에에에! 쿠오오오오오오오!


서로 마력도 강체력도 남지 않았고 체력도 없다. 푸른 악마의 화염은 방금 꺼뜨려져 타오르지 않는다. 서로 무방비한 상태가 된 것이다.


‘결정···지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상태는 내가 더 좋았다.

아직 서너번이지만 재생할 수 있다. 푸른 악마를 두들겨패줄 수 있는것이다.


“죽어!”


다진 고기가 되기 직전의 모습이 된 소새끼.

나는 푸른 악마를 몇번이나 타격했다. 내 타격이 애초부터 전혀 들지 않는건 아니었다. 만신창이인 모습에선 충격이 더 들어가는 모양이었다. 푸른 악마는 연신 괴로운 신음을 중얼거렸지만, 나는 무시했다.


‘더!’


녀석을 한번이라도 더 타격하는것이 중요했으니까.

하지만 어째서일까?

아무리 쳐대도 녀석이 쓰러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




“방금··· 다들 느꼈는가? 아니 알고있겠지?”


대주교의 물음에 에르네스 메르실, 모렉 공작, 비루가 모두 끄덕거렸다.


“빛이 사라졌어요.”


순간이지만 이 세상에서 ‘빛’이라는 개념이 모조리 사라졌다.


“그것뿐만이 아니오. 소리 또한 마찬가지였지.”


좀 더 감각이 좋은 모렉 공작은 소리 또한 사라졌음을 알았다. 일순간이지만 풀벌레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끌려가는 느낌도 있었다고.”


짐승과 같은 감을 지닌 비루는 미세한 끌림조차도 인지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건지.”


무엇이 벌어진지는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 무언가가 벌어졌다. 빛과 소리, 그리고 중력이 비틀리고 사라진것이다. 평범한 건 아니겠지.


“어마어마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나보군. 서두르세.”


“젠장. 죽지말라고!”


일행은 얼마 가지 않아서 거대한 형체가 보였다. 그건 재앙이라고 불리는 대형 몬스터, 미노타루우스와도 흡사했지만 그 몇배는 크고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위압감이 ‘저런 상태’임에도 줄기차게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이건···.”


푸른 화염은 더 이상 없었다.

하지만 그 괴물이 ‘푸른 악마’라는것을 알았다.


“어떻게, 혼자서, 정말로?”


이곳 저곳을 재빠르게 움직이며 푸른 악마의 몸뚱아리를 마치 산을 타는 산양처럼 움직이며 타격하고 가격하는 모습이 보였다.


“미친···”


비루는 그 푸른 악마를 단신으로 쓰러뜨릴 수 있는 존재에 대해서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건 비루만이 아니라 모렉 공작도 그랬다.


‘으음! 정말로 이겨버릴줄이야···’


격의 차이가 나는 자신도 알 수 있을만큼 리드리스와 푸른 악마의 차이는 극심했다. 숙련된 기사와 일반인의 차이. 그 정도는 나지 않을까? 승산이 0에 가깝다고 생각했거늘 멋지게 이겨보인것이다.


“대단해요.”


에르네스 메르실은 감탄했다.

푸른 악마에게서 느껴지는 생명력은 미미하다. 마력은 티끌은 커녕 남지도 않았다. 반대로 소년쪽은 강체력은 전부 사용한 모양이지만, 체력은 온전하다.

승부는 정해져있다.


“하지만··· 이상하군.”


어째서인지 저런 상황인데도 여유는 푸른 악마에게서 보였다.

반대로, 리드리스는 조급함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럴수록 속도는 빨라졌지만, 패턴은 단조로워졌다. 급소를 노리지 않으니 큰 데미지가 축적되지를 않는다.


“보고있을 시간이 없네! 가세하세!”


지금이 아니면 언제 끝내겠단말인가?

한편, 리드리스는 미칠듯 조급함을 느끼고 있었다.


‘죽질 않아. 쓰러지질 않아!’


밀어붙이고 있는건 자신이다. 푸른 악마는 손끝하나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어째서 쓰러지질 않는단말인가? 죽을 기미가 없단말인가? 생명력도 이능도 남지않았는데 어째서 이렇단말인가?


“···제길.”


그러고보니.

고마는 어째서 푸른 악마를 쓰러뜨리지 못했던걸까?


-인정해주마.


과거, 일만년 전, 용마대전 당시 고마는 마지막으로 남은 악마군주인 푸른 악마를 쓰러뜨리지 못하고 겨우 봉인만 했을 뿐이다.

어째서?

분명 고마는 푸른 악마를 몰아붙이는데 성공했으리라. 그런데 어째서 죽이지 못했을까? 어째서 푸른 악마를 봉인하는데 그쳤을까?


‘죽이지 못했기 때문이야.’


푸른 악마는 어쩌면 ‘진짜 불사’를 가지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런 생각이 미치면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모든게 소용없는 짓거리일지도 모른다.


‘빨리. 빨리!’


내가 조급함을 느끼는건 당연한 이유리라.

결정적인 한 수가, 없었다.


-네놈이 강하다는것을. 벌레, 는 아니라는것을!


방금의 일격은 두번 다시 사용할 수 없는것이다. 여기까지 몰아붙였지만 결정적인 한 수가 되지는 못했다.


-크흐흐흐, 하지만 파멸은 너를 찾아간다했을터! 이는 결코 피할 수 없다! 이 몸은 불사不死이니!


작가의말

선추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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