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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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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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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650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9.04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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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리드리스4

DUMMY

봉인지.

붉은 숲에 있는 푸른 악마가 봉인된 봉인지. 악마들의 여섯 군주 중에서도 특출나게 강했다는 투마鬪魔의 왕, 발로그가 잠들어있는 땅이다.

이따금씩 발로그는 스스로 봉인을 깨고 부활하고는 했지만, 완전한 부활은 아니었다. 고마가 아니라 수호자로서도 충분히 재봉인 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물론 그건 그들의 기준이지 이따금씩 재앙이라고 불릴만한 일들은 보통 발로그의 부활때마다 일어나곤했다.


“···오랜만이네.”


이 장소에 오는것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5년만의 장소. 좋은 추억이라고는 쥐뿔만큼도 없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장소.

이 장소에서 모든게 시작된것이다.

비루가 부활한 푸른 악마에게 모든 동료를 잃었기에, 그런 사내가 있다는 소식을 레너 왕이 흘렸기 때문에 하쉬가 비루와 접촉했고 하쉬는 푸른 악마에 대해서 알게되었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여기서 그가 죽었어.’


바람이 차다.

시리도록 차가운 바람이 그의 죽음을 애도라도 해주는것일까? 그렇다면 쓴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너무나 늦은 애도니까.

쓸데없는 감상일 뿐.


“···결계가 깨져있잖아?”


다가간 봉인지에는 분명 결계가 걸려있어야할터. 하지만 이 유적을 포함한 어디에도 결계같은건 존재하지 않았다.

즉, 깨져있다는 것이다.


“네임리스가 벌써 왔다간건가? 그럼!”


나는 다급하게 고개를 돌렸으나,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아직 봉인되어있어. 푸른 악마는.”


“···그렇군.”


그녀의 말을 듣고보니 알 수 있었다. 아직 이 토지에는 미증유의 거대한 힘이 잠들어 있다는것을.


-크르르르.


왜인지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너도 들리는건가?”


“···그래. 초월超越의 경지에 이르렀다면 들을 수 있게 돼.”


즉, 인간을 넘어서는 경지라는 뜻이겠지. 그녀는 그 경지를 초월이라고 부르는 듯 했다. 나는 피식 웃어버렸다.


‘심심했나?’


그런 말같은걸로 나누는 경지따위는 의미가 없는데.


“초월이라···”


나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녀가 말하는 초월이라는건 분명 인간을 넘어섰다는 뜻이겠지. 즉, 모렉 공작 이상의 실력자들··· 그녀의 방식대로 심심한듯 표현해보자면 모렉 공작은 무신武神? 정점頂點쯤 되는걸까?


“···그래.”


아무튼 수긍했다.

일정 경지에 이르지 않으면 푸른 악마의 말소리조차 들을 수 없다는거겠지. 나는 기왕 들린김에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나보자싶었다.


-네노옴! 아직 살아있었느냐··· 크흐흐. 인간치고는 명줄이 길구나.


무슨 소린가? 5년밖에 지나지 않았거늘. 나는 코웃음쳤다. 명색이 악마라는것이 시간감각조차 없단말인가?


-하지만 분명히 말했을 터! 파멸은 크르르르!


지저 아래에서 천개의 가마솥의 기름이 한번에 끓는 소리를 들으면 이러할까? 여전히 두번다시 듣기 싫은 목소리였다.


-반드시 네놈을 찾아가리라!


“···흥.”


하지만 그 예언은 틀려먹었다.

이미 놈은 재봉인당했고, 이곳으로 네임리스가 온다고한들 봉인을 풀게 놔둘생각은 없었다. 놈이 풀려난다면 아마 모든것이 끝이날 터. 결국 이 싸움에서 지면 몰살당하는 것이다.


“···꿈도 꾸지 마.”


네임리스는 이 자리에서 패퇴한다. 그리고 푸른 악마는 영영 부활하지 못한다. 가령 시간이 지나 스스로 부활한다한들 내가 막을것이다.

초월했다는 것은 즉, 인간을 벗어났다는 뜻이다. 따라서 수명의 제약도 나를 붙잡진 못할것이다.


‘그러면 혹시···’


그녀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


“···온다!”


이야기가 끝이라는걸 고하는것처럼 저 멀리서 악한 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네임리스의 것이리라.


“조심해. 네임리스는···!”


생각보다 거대한 기였다. 내가 막연히 느끼던 이상의 기. 하지만 상대하지 못할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본래, 수련으로 기량을 쌓으려 했으나 그 와중에 깨달은것이다. 기량과 역량은 쉽게 나눌 수 없는 것이라고. 기량이 쌓이자 역량은 늘어갔다. 키가 자라면 체중이 함께 느는것처럼.


“···충분해.”


그리고 현재 내가 느끼기에 네임리스와 나의 역량은 호각에 가까웠다. 어쩌면 이쪽이 더 높을지도 몰랐다. 내가 아래가 아니란것만큼은 확실하다.

기량과 역량이 나눠지지 않는거라면 기량 또한 호각이겠지.


‘···승부는 몰라. 하지만 나는 혼자가 아니지.’


우리 둘만이 싸우는거라면 전투경험이 많은 네임리스가 유리할 수 있었다. 초월에 경지에 들어서고 제대로 싸우는게 된건 처음이었으니까. 하지만 수호자인 탈리아 또한 있었다. 나와 네임리스에 비하면 약하다고하나 그녀 또한 그녀가 말하는 초월의 경지에 들어있다.


‘승부는 이대 일. 질 이유가 전혀 없어.’




***




“···으음.”


시간은 흘러 결국 이 암운의 사태가 멈추게 되었다. 모든 언데드들은 언제 그랬냐는듯이 흙으로 되돌아갔고, 많은 피가 흘렀지만 다시 잠잠하게 되었다.


‘···제길.’


레너 왕은 입술을 짓씹었다. 어째서 자신의 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악마 신봉자들은 모조리 뿌리뽑았을것이다. 그런데 왜 지긋지긋한 언데드들이 다시 설치는것인가?

악마신봉자를 시작으로 네크로맨서의 참사와 코아티르와의 전쟁, 암운의 언데드들까지!


‘나는 왕이 되어선 안 됐던것인가.’


이 무슨 나약한 생각이란 말인가.

어미가 이 눈 앞에서 죽었을 때, 스스로 자결하여 목숨을 끊었을 때부터 다짐했지않은가? 그리고 아비를 이 손으로 죽였을 때, 다시 한번 각오했을텐데.

나는 왕이 되겠다고. 반드시 왕이 되어서 저 더러운것들을 뿌리뽑으리라고.

성공했다.

성공했는데, 왜 이렇게 시련들이 다가오는가? 자신의 능력은 분명 부족함이 없었을텐데. 역대의 그 어느 왕보다도 뛰어났다고 감히 자부할 수 있는데.


‘···제길.’


그럼에도 왕은 여유를 보여야했다. 저 백성들은 자신의 이름을 부르짖는 자들이다. 지금은 잠시 원성 담긴 비명과 욕설을 퍼붓고 있지만, 곧 잦아들것이다.


‘수호자. 그녀에게 부탁해야하는건가.’


네임리스의 사태가 끝난다면 그녀에게 부탁해야겠지. 가장 문제가 되는것은 그래. 바로 그 악마였다. 그 악마를 막지 못한다면 세상이 끝난다는건 사실이겠지만···


“···코아티르. 움직이겠지.”


당장, 코아티르 또한 문제였다.

그 늑대들이 이 기회를 놓칠리 없지않은가? 모든 소식을 통제하는건 제아무리 왕이라한들 불가능한 일이었다.


“···또 전쟁인가.”


이미 아르미안엔 그런 여력이 없었다.

이번만큼은 제아무리 레너 왕이라도 앞이 막막했다.



***




“저들은 누구지?”


모렉 공작은 의아하다는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가 놀라고 말았다. 언뜻봐도 일만···은 넘는듯 보이는 듯한 군세였다. 다만, 모렉 공작이 놀란점은 그들의 숫자가 아니라 그들 모두가, 개개인이 병사따위로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사? 아, 아니다. 저들은 성기사다.’


“성기사가 저리도 많이··· 허허.”


대주교는 헐헐 웃으며 모렉 공작의 옆에 섰다. 대주교라는 위치에 있는 그로서도 몇만이 넘는 성기사들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네임리스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소. 진정한 강자라면 네임리스를 상대조차 할 수 없을것이고.”


네임리스를 상대할 수 있는건 어느정도 격을 가진 자들뿐이다. 무인중에서도 분명 한줌에 불과한 이들이리라.


“저 많은 군세는 그저 네임리스 놈의 먹잇감일 뿐이오.”


“진정하시오.”


“차라리 돌려보내는게 나을거요.”


모렉 공작은 엄중히 경고했다. 이미 그들은 느낀 바 있지않은가? 다른 이들은 둘째치고서라도 모렉 공작과 대주교만큼은 잘 알고있지않은가? 그 힘에는 대항하지 못할거라고.


“···오, 성하.”


대주교는 모렉 공작의 말에 무어라 대답할까 고민하다가 가장 먼젓번의 노인의 얼굴을 보고는 가슴께에 손을 가져다대고 허리를 약간 숙였다. 목례한 그가 다시 고개를 들자 노인은 푸짐해보이는 미소를 한껏 머금고 있었다.


“대주교. 여기서 보는구려. 그래. 반갑소.”


교황과 대주교가 인사하자 말을 멈춰세우고 말에서 내린 알렉 추기경이 대주교에게 한쪽 손을 내밀었다. 대주교는 이게 무엇인고? 하고 잠깐 쳐다보다가는 악수를 청하는 것이라고 알았다.


“별일이군. 그대가 내게 손을 내밀때도 있고 말이오.”


“···무엇을. 별것아니오. 그것보다 내 멍청한 아들놈이 어디있는지 알려주지 않으시겠소?”


자신의 아들, 마셸이 보이지 않자 알렉 추기경은 고개를 갸웃갸웃거렸다. 신경쓰지 않으려는듯 보이고 싶었겠지만 그의 눈알이 좌우를 반복해서 움직이는것은 보는 이를 웃기게 만들었지만, 대주교는 웃기는 커녕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없네.”


“없다라. 그렇소? 대주교께서 그렇다 말하시면 그런 것이겠지. 허면 내 아들놈이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시는거구려?”


대주교는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나 지인의 친인에게 부고를 전하는것은 싫고 꺼려지는 일이었다.


“···알 듀란델.”


모든것은 우리의 신이신 듀란드님의 뜻대로.


“···왜 갑자기 호를 외치는것이오?”


“잘 들으시오. 알렉 추기경. 그대의 아들 빌, 아니 마셸 경은···”


“···전사했어요.”


대주교의 말을 그 딸인 성자 에르네스 메르실이 받았다. 대주교는 흠칫하며 뒤를 돌아봤다가 매서운 눈초리로 그녀를 쏘아보았다. 하지만 에르네스 메르실은 고개만 절레절레 저을 뿐이었다.


“···그분은 이제 이승에 있을 수 없겠죠. 이미 듀란드님의 곁으로 떠난지 오래랍니다.”


“하하. 성자님께서 농담을 하시는 경우도 있으시군.”


알렉 추기경은 그것을 농담으로 받아들인 듯 했다. 교황은 잠깐 모렉 공작을 비롯한 인물들과 눈을 마주치다가 한숨을 쉬었다. 그들의 눈은 어디까지나 한 점 거짓없는 진실만을 이야기하고 있단걸 느낄 수 있었다.


“···아, 알렉.”


“그래. 마셸! 내가 졌다. 그만 나오는게 어떠냐?”


불안해진 알렉 추기경은 평소라면 절대 쓰지 않을 졌다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며 마셀을 불렀다. 하지만 돌아오는것은 이따금씩 들려오는 바람소리와 전혀 대답없는 침묵 뿐이다.


“···마셸!”


한참을 그 이름을 연호하던 알렉 추기경이 허탈하게 웃었다. 믿기 어렵지만, 이 정도씩 되는 인물들이 이런 상황에 농담하리라곤 생각되지 않은것이다.

머릿속이 하얗게 비는 기분이었다.


“···그의 시체는 우라드 자작령에 묻어주었습니다.”


에르네스 메르실의 말에 알렉 추기경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초점이 없었다. 냉정하고 냉철한, 냉혈한에 가까운 권력지향형 인물이었을텐데.

아비는 아비라는걸까?


“···하. 제기랄.”


알렉 추기경은 이 순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언제 암운이 드리웠냐는듯이 새파란 하늘이 뼛속깊이 원망스러웠다.


“···하, 하하. 진짜라는거군. 재밌지않습니까? 신이여! 제, 제 아들이 이곳에서 죽었다합니다!”


성기사 된 자, 자신의 숭배의 대상인 신을 욕하지 말지어다. 그러나 그 성기사들의 우두머리라 할 법한 추기경이 지금 이 순간은 사무치게 신을 원망하게되었다.


“···내, 아들의 시체를 봐야겠습니다.”


어질어질. 알렉 추기경의 말에 몇몇 병사들이 그를 이끌었다. 그러나 그 자리, 마셸이 죽은 자리에는 곧 알렉 추기경의 흐느끼는 소리와 차가운 바람만이 그들을 맞을 뿐이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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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결전下 7 18.09.24 19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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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결전下 3 18.09.18 194 4 11쪽
195 결전下 2 18.09.17 197 3 13쪽
194 결전下 18.09.14 216 3 11쪽
193 결전上 4 18.09.13 202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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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 결전上 18.09.09 199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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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리드리스5 18.09.05 208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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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소년과 용병과 요정2 18.08.29 204 3 12쪽
181 소년과 용병과 요정 18.08.28 201 3 14쪽
180 악마 네임리스3 18.08.27 200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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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악마 네임리스 18.08.23 20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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