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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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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635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9.04 00:43
조회
205
추천
3
글자
12쪽

리드리스3

DUMMY

검을 휘감는 돌풍.

주변의 성기사들조차 똑바로 눈을 뜨고 있을 수 없을만큼 거센 돌풍은 흙먼지를 일으키며 들판의 잡초를 뿌리뽑을만한 위력이 있었다.

과거 비루는 모렉 공작과의 싸움에서 패퇴하고, 그 이후 악마 신봉자들에게 추격당한 적이 있었다. 비루의 이 일격은 말하자면 그의 최후절초이자 최강의 한 수였다. 악마 신봉자들 중의 그 강했던 리치조차도 비루의 이 일격에는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으니까.


“···후우우.”


하지만 당시의 그것과 지금의 이것은 전혀 다르다.

당시, 비루는 지친 몸을 이끌고 겨우겨우 이 기술을 사용했다.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서 이 기술을 사용해서 그런 위력을 발한것이다. 지금이라면 어떨까? 전성기의 육체와 한 팔이 아닌 두 팔로 사용하는 이 기술은?

그건 결과가 말해주리라.


“그대 혼자선 무리야!”


알렉 추기경은 비루를 말리려했다. 이 용병이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어떤 모종의 수를 가지고 있는 것 또한 알겠다. 하지만 이 숫자를 상대로는 한계가 있다.

십만이 넘을 언데드들을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건가?


“······.”


그리고 그건 비루도 이해하고 있었다.

분명, 십만의 언데드를 어떻게 할 수는 없다. 치고 빠지는 게릴라전이라도 지치지 않는 언데드들을 상대로는 언젠가는 잡히고 말겠지. 하지만 비루가 하려는건 언데드들을 모조리 쓸어버리는게 아니었다.


“···하아아아아아아아!”


돌풍은 어느새 폭풍으로.

사나운 기세를 한층 더해간 바람에 성기사들은 눈을 뜨지 못하는것만이 아니라 몸을 가누기가 어렵게 되었다. 자연, 알렉 추기경을 비롯한 성기사들은 후퇴했고 그 반대편의 언데드들은 차츰차츰 밀려 기어오고는 있었으나 그게 힘들어지고 있었다.


“······!”


콰과과과광!

비루의 기합성이 거대한 폭음에 지워진다.

비루는 폭풍을 담은 검으로 지면을 내리찍은것이다. 지면이 깨져가며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것처럼 땅이 울렁였다. 땅속에서 폭풍이 몰아친다면 어떻게 될까? 그건 결과가 말해주었다.


“···오오!”


땅이 들쭉날쭉 올라오고 가라앉은 곳이 많았다. 일대를 완전히 구릉으로 만들어 언데드들이 함부로 다가오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앞열의 상당수는 그 사이에 찧이거나 비틀려지거나 깔려 참혹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


“···쳇.”


그리고 안타깝게도 폭풍을 담은 검, 그 검은 두번 다시 사용할 수 없는 꼴이 되어있었다. 검신이 산산조각나 자루밖에 남지 않은 검을 휙 던져버린 비루는 심호흡을 두세번 하고 몸을 돌렸다.


“이건 역시 지친다고. 자, 어서 가자고. 저놈들 결국엔 지나올테니까.”


그 수를 파악조차 할 수 없을만큼의 언데드다. 지능이 없다고는 하지만 결국 지나가다가보면 틈이란 틈은 언데드들 자신으로 끼워넣고 나머지 놈들은 어떻게든 지나오게 될 것이었다. 시간을 벌었을 뿐이다.


“알겠네. 모두 전속력으로 행군하라!”


알렉 추기경은 도움에 감사를 표하고 부관으로 하여금 뿔피리를 불게하였다. 뿌우우우! 길고 낮은 뿔피리 소리가 들리자 성군들은 재빠르게 물러난다. 이제 언데드따위를 신경쓰고 싶지도 않았다.

비루 또한 씨익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따랐다.




***




암운이 그쳤다.

네임리스는 그 장면을 보며 씨익 웃었다. 암운으로 인해 십만의 영혼이 거의 충족되었기 때문이었다. 오래가지 않는 암운, 절망의 구름이었지만 그 구름으로 인해 병사나 기사들은 모르되 민간인에게는 충분하고도 남을만큼 피해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그 이상의 피해가 있었겠지만, 어둠의 구체에 담을 수 있는것들은 어디까지나 거리 제한이 있었다. 그게 못내 아쉬운 네임리스였지만 이제 남은것은 정말 얼마안되는 영혼이었다.

당장 마을 두세개만 박살내더라도 십만의 영혼이 충족될 터.


“후후후.”


786. 그게 남은 영혼의 요구숫자였다.

네임리스는 찬찬히 걸음을 옮겼다. 어차피 자신을 방해할 수 있는것은 없다. 모렉 공작과 대주교라는 어리석은 인간 벌레들은 자신이 어디있는지도 모를 터. 반드시 고통과 절망속에서 죽여주겠지만, 그건 나중에 해도 될 일.

만년이나 기다린 네임리스는 당장의 감정을 위해 일을 그르치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르칠 수도 없겠지만.’


어느 소녀를 죽이고 부모와 함께 잔악하게 죽였던 것이 기억나자 네임리스는 미소지었다. 어느 지휘관의 마지막 외침을, 그 숨통을 끊어놓았던 기억이 떠오르자 네임리시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큭큭. 이곳에 와서 완전 나쁜것은 아니였노라.”


이제 이 지긋지긋한 곳과 작별해 원래의 세계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밀려오는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 밉게만 보였던 자연도 지금만은 어찌나 아름다운지!


‘자아···’


“수확의 시간이다.”


네임리스는 유쾌하게 웃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




“제길···”


나는 손톱을 물어뜯었다. 막상 네임리스를 찾으려고는 했지만, 그 위치를 특정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분명 이 순간에도 네임리스는 학살을 펼치고 있을것이 분명했다. 푸른 악마가 부활하는것도 부활하는것이지만 그들은 죄 없는 국민들이다.

그렇게 죽어도 될 사람들이 아니라는 소리다.

그러나 상대는 잔혹한 악마. 그런것들을 신경쓸리가 있겠는가?


‘생각해. 생각해. 그리고 의심해.’


어떻게 해야할까?

나는 냉정하게 궁리하기 시작했다. 언제나 그랬듯 빈민가의 꼬마는, 성기사의 제자는 생각하고 추리해야했다.


‘···네임리스를 찾을 방법은?’


없다.

제아무리 지금의 나라고한들 일정 거리를 벗어나면 네임리스를 찾을 순 없다. 어지간한 거리라면 느낄 수 있겠지만, 지금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즉, 네임리스의 위치를 특정할 수 없다는 소리다.

돌려 말하자면 네임리스의 학살을 저지할 방법 따위는 없다.


‘정말? 정말 없는건가?’


이번만큼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손톱을 물어뜯는것을 반복했다. 그러다가 누군가 나의 어깨를 툭 건드리자,


“누구야!”


수호자 탈리아였다.

여전히 아름다운 소녀의 외형을 한 그녀였다. 하지만 더 이상 그런 외모에 얼빠진다는 멍청한 짓을 하지는 않는다.

아니, 그럴 수 없게 되었다.


“···탈리아. 너였나.”


“리드리스.”


나는 한숨을 쉬었다. 지금 괜히 그녀를 만나고 싶지는 않았다. 이러나저러나 해도 헨리의 건으로 그녀와 나는 조금은 틀어진 사이. 눈치가 있다면 그걸 모를리가 없는데 왜 굳이 따라왔단말인가?

그녀의 눈빛은 다소 가라앉아 있었다. 그러고보니 호칭이 바뀌었나. ‘리드 군’에서 리드리스로.

나와 그녀의 거리가, 애초에 가까웠다는 느낌조차 없었지만 더 멀어진 것 같았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가슴 한켠이 아려왔다. 그녀에게 반하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았을텐데.


“···음.”


고개를 끄덕여 말하라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자 그녀는 짤막하게 말했다.


“네임리스는 찾을 수 없어. 십만의 영혼을 모으는건 기정사실이야.”


그걸 몰라서 찾지 않겠는가? 나는 조금 짜증이 섞인 표정으로 다시 한번 턱을 까닥였다.


“그렇다면 봉인지로 가는게 우선.”


“···봉인지?”


그랬다. 봉인지! 푸른 악마는 붉은 숲의 어느 유적지에 잠들어 있었다. 수호자가 펼쳐놓았을 그 결계 어딘가에 잠들어있는 것이다. 어재서 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하지만, 그 회전은 곧 멈추게 되었다.


“그래. 그곳에 간다면 분명 막을 수 있을거야. 그러나 그러진 않겠어.”


하지만 그래선 의미가 없다. 나는 학살을 멈추고 싶었다. 먼저 앞장서려는 나를 다시 한번 탈리아가 붙잡는다.


“···냉정하게 생각해. 이미 영혼 십만개를 모았을지도 몰라. 푸른 악마가 부활한다면 제아무리 너라도 그리고 나라도 끝.”


탈리아는 약간 눈썹을 내리깔았다. 아름다운 얇은 속눈썹이 내려앉자 심장이 덜컹거리는 기분이었다.


“···그러니까 봉인지로 가는게 옳아.”


“하지만 네임리스가 도망친다면?”


네임리스가 부담을 느끼고 도망칠 수도 있잖은가? 네임리스는 바보가 아니다. 봉인지의 존재도 자신을 막으려는 자들이 있다는것도 알고있다면 탈리아가 했던 생각을 그대로 할지도 몰랐다.


“···그럴리는 없을거야.”


“없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는거지?”


그녀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나도 지지않고 시선을 마주치다가 그녀는 알듯 말듯 숨을 흘렸다. 그 의미를 알아채기도 전에 그녀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지금의 너를 알지못하니까. 설령 나와 네가 있더라도 상대가 되지 못할거라 생각할테니까.”


“···제기랄.”


그건 즉, 무시당한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었다. 네임리스는 지금의 나와 마주치기는 커녕 보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네임리스가 가장 최근에 만났던, 코아티르와 아르미안의 전쟁을 막던 나를 기억하고있겠지.

당시의 나를 기억하고 수호자를 알고있기에 승리를 장담하고 봉인지로 서슴지않고 다가설거라는 얘기였다.


“···맞는말이야.”


냉정하게 가라앉히고 생각한다면 그녀의 말이 맞았다. 하지만 이 알 수 없는 답답함은 무엇일까?

이번엔 내가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아마 인간···이라고 생각하지만 확신할 수는 없다. 따를 자 없을만큼 아름다운 외모는 소녀의 것이지만 실제 연령조차 알 수 없다. 그녀가 어떻게 저렇게 강해졌는지도 수수께끼였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말이 내게는 유난히 냉정하게 들려왔다. 헨리의 건으로 멀어진 사이가 이 비틀어짐을 초래했을지도 모른다.


“···봉인지로 가자.”


나는 속에 쌓아둔 말들을 눌러놓았다. 하고싶은 말은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의 말이 맞았기에.

어쩌면 그녀가 일만년이나 세계를 지켜온 수호자의 가문이기에 말할 수 있는걸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무척이나 냉정하게 들려왔다.

그래. 몇번이나 말하지만 이해하고 있는데도.




***




“레너··· 그 애송이의 나라가 파국을 맞고있는것이다!”


코아티르 왕은 자신만만한 웃음을 보였다. 하지만 그 자신으로 가득찬 웃음 뒤에는 과거 전사로서의 용맹과 혈기 대신에 허세와 두려움이 엿보인다. 리드리스에게 패배한 그는 더 이상 왕이되, 왕이 아니게 된 것이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기회를 노리겠느냐!”


언데드가 일어나 백성들을 피살했다고한다. 얼마전에도 언데드가 일어나더니 이번에는 왕국 전역에세 언데드가 일어난다. 그야말로 나라가 망할 징조가 아니겠는가?

코아티르 왕은 국운이 레너 왕에게서 자신에게로 기울었다고 굳게 믿었다.


“그러합니다.”


그리고 이번엔 대신들조차 반대하지 않았다. 사실 말이야 바른말이지. 아르미안의 국력은 무척이나 약해져있었다. 계속되는 사태속에서 귀족들의 단결력은 강해질테지만, 백성들의 불안함은 커져만간다. 왕은 신임을 잃어가고 있고, 공포정치로 다스렸던 왕국은 아직은 아니지만 서서히 분열될게 분명해보인다.


“이번에야말로 아르미안을 치겠다!”


그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건 어느 노인과 어느 소년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코아티르 왕은 애써 웃음을 지우지 않았다. 겉으로는 대담한 웃음을 가장한다.


“병력을 준비하라!”


다시 한번 전쟁을 준비해야한다.

제국이 개입하기전에 다시 한번, 이번에야말로 아르미안을 무릎꿇리고 식민지로 만들자. 그들의 황금벌판이 이번에야말로 코아티르의 것이 되리라!

코아티르 왕은 두 번째 출전을 준비했다.


작가의말

선추코!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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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결전下 7 18.09.24 19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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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결전下 18.09.14 215 3 11쪽
193 결전上 4 18.09.13 201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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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 결전上 18.09.09 199 3 13쪽
189 리드리스6 18.09.07 205 3 14쪽
188 리드리스5 18.09.05 207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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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소년과 용병과 요정2 18.08.29 204 3 12쪽
181 소년과 용병과 요정 18.08.28 201 3 14쪽
180 악마 네임리스3 18.08.27 200 3 15쪽
179 악마 네임리스2 18.08.23 212 3 14쪽
178 악마 네임리스 18.08.23 20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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