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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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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636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9.03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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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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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리드리스2

DUMMY

“저건···”


교황은 두 손을 마주쥐었다. 먹구름의 사이로 푸른빛 창연한 하늘이 보였기 때문이다. 아아, 역시 어떤 때에도 빛은 있음이란뜻이다!

아무런 정황증거도 없었지만, 그저 하늘 하나가 보였다고 교황은 외쳤다. 단순히 하늘이 보였다기뿐만이 아니라 노인이 될 때까지 일평생을 믿음으로써 살아온 신자로서의 감이 외치고있었다.


“저리로 가세! 어서!”


“음? 다들 저리로 간다!”


푸른 하늘에서 내리쬔 빛이 짱짱하게 보이고 있었다. 기분탓일지도 모르지만 언데드들이 조금 흐물거리는것도 같았다.


“후퇴! 후퇴하라!”


시체들을 모조리 돌려보내겠다는 의지와 다르게 슬금슬금 발을 끌며 후퇴한다. 그러면서도 칼을 놀리는 손은 전혀 느려지지 않는다. 언데드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엉켜 방해가 되기도 했지만, 성군들은 함께 싸워본 경험도 없는 자가 많았지만 무척이나 일사분란했다.


“이리 오게. 어서!”


전열이 무너지면 후열이 전열을 끌어주고 앞으로 나선다. 알렉 추기경은 지쳐버린 성기사를 끌어 뒤로 당기고 다가오려는 언데드를 막았다.


“가, 감사합니다! 추기경님!”


“물러서게나.”


땀이 방울방울 맺힌 성기사에겐 누가 봐도 휴식이 필요해보였다. 하지만 성기사는 고개를 젓는다.


“아직 더 싸울 수 있습니다!”


“용기와 만용을 구분하게. 자네가 죽으면 우리 모두의 발목을 붙잡게된다.”


성기사는 지그시 입술을 물었다. 공포가 없는건 아니었지만 그의 말대로 중요한건 발목을 잡지 않는것이었다. 가슴으로는 거부하고 싶지만···


“알겠습니다!”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기에 성기사는 힘차게 대답하고 물러났다.


“꺼져라! 언데드들아!”


이젠 우라드 자작령까지 사흘 남짓한 시간이 남는다. 그 시간동안 이 언데드들을 상대로 계속해서 도망치는것도 사실상 말이 되지 않는다. 추기경은 어떻게 해야할까 머리를 굴렸지만, 마땅한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 때 즈음.


“언데드들. 많기도하군.”


리드리스는 손을 움켜쥐었다. 삐걱삐걱, 계속되는 수련으로 근육이 마모되고 뼈는 비명을 질렀다. 사실, 리드리스는 상당히 무리를 쌓아온 것이었다. 리드리스의 재능은 고금에 없었던 뛰어난 것이다. 무에 대한 재능은 그 모렉 공작조차도 새발의 피라고 불릴 만큼 뛰어난 것.

하지만 덕분에···


“···시간이 얼마 없어.”


싸울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있다.

주먹을 쥔 네임리스는 그 주먹을 어깨 뒤로, 그리고 뻗으려는 찰나 멈췄다. 뒤에서 뒤늦게 따라오는 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빨리왔다고?’


중앙산맥에서부터 아르미안의 국경 너머까지다. 리드리스 자신이라면 모르겠지만, 비루가 쉽게 올 수 있는 거리는 아닐텐데··· 24시간을 달린다고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했을 터.


‘어떻게 가능했지?’


엄밀히 말하자면 아직 국경 근처일 뿐 이곳까지는 거리가 남았다. 그러나 국경까지 왔다는 사실 자체가 말이 안 되는것이다.

나나 수호자 혹은 네임리스 정도가 된다면 모르되, 비루는···


‘아니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은건가?’


모르겠다. 하지만 비루가 온다면 내가 나설것까지는 없겠지.


‘요정과 함께 떠난 이후로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그는 내가 알던 비루보다 강했다. 모렉 공작까지는 아니겠지만, 그에 준할 정도로.


‘나는 네임리스를 찾으러 가야겠어.’


쥔 주먹을 풀었다.




***




“···이거 신세를 졌다고.”


비루는 몸을 뒤로해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 미칠듯한 고통은 자신의 의식만이 아니라 죄책감과 죄의식, 그리고 두려움조차도 몽땅 쓸어버린것이다.

육체의 시간이 되감긴 비루는 웃기지만, 정신과 육체간에 괴리가 생기고 말았다. 사십대의 전성기시절의 육체를 가지고 양팔 또한 가지게 된 자신은 강하다. 스스로가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모렉 공작과 함께 악마신봉자들을 쓸어버리던 그 시절보다 더더욱.

그런 지금의 비루가 있게된건 리드와 그 흑백요정들 덕분이겠지. 과정은 고통스러웠고 의심으로 넘쳐났다. 끝에서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이었지만 결국 성공하게됐다.

게다가 여기까지 옮겨주지 않았는가? 정말 감사 외에는 생각나지 않는다.


“간다!”


비루는 달렸다.

지금의 육체가 과거의 육체가 아닌것 같았다. 보통, 육신의 전성기라한다면 이십대를 떠올리겠지만 강체력을 가지고 있는 자들은 가능한 최근의 육체였다.

하물며 비루의 사십대는 아르미안 왕국의 최고의 용병단 그 단장으로써 맹위를 떨치던 시기가 아닌가? 푸른 악마만 만나지 않았더라도 그의 이름은 아르미안만이 아닌 타국에까지 널리 떨쳐졌을게 분명했다.

이제 머나먼 곳에서 여기까지 왔다. 모든것을 끝낼때가 되었을 터.

바람을 가르고 달리며 비루는 마치 자신이 말같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의 허벅지는 밀도 높은 근섬유로 가득 차 있어 한치의 틈도 없을만큼 촘촘했다.

한 걸음 한 걸음의 보폭이 몇미터는 우습게 떨어져 있었다. 그만큼 속도가 나오고 있다. 진작에 말보다 빨랐을텐데.


“···강체력도 전성기. 육체도 전성기다. 흐, 하하하!”


물론 그렇다고 사십대에서 발전이 없는건 아니었다.

기억은 또렷했고, 뇌에 새겨진 경험은 잊혀지지 않는다. 전성기의 육체와 이제까지의 모든 경험이 녹아들어있는 육체.

비루는 싸우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함을 느꼈다. 당장에라도 적이 튀어나갈것만 같다. 레너 왕의 얼굴을 떠올리면 콧김이 거세게 뿜어진다.


“음?”


그러다가 초입에서 조금 벗어나니 언데드들이 떼 지어 있는것이 보였다. 정확히는 그건 언데드였던 시체로 보였다. 파란색 혈색에 검은색 핏줄이 도드라져 보인다.


“허?”


언데드들이 다시 돌아다니고 있었다. 비루는 눈쌀을 찌푸렸다. 이 암운과 비가 평범하리라 생각치는 않았지만, 날카로운 감이 외치고 있었다. 이 암운과 비가 언데드들을 무덤에서 불러내고 있다고.

그리고 그건 사실상 정답인 추론이었다. 정황증거도 없이 비루는 언데드들의 시체와 기분나쁜 암운과 흘러내리는 비를 보고서 정답을 감각적으로 알아낸것이다.


“이거 일이 재밌게 흘러간다고.”


비루는 시험삼아 창을 휘두르려고 등에 손을 가져다댔다. 하지만 창은 개뿔이. 아무것도 들지 않은 상태였다.


‘아, 제기랄.’


그제서야 아차싶었다. 팔이 생기고 육체가 전성기로 돌아간것에 정신을 너무 팔고있었던 모양이다.


“창을 가져왔어야지! 이 새대가리같은!”


자신의 멍청함을 탓할 수 밖에 없지 않겠나. 비루는 짜증난다는 듯이 손을 털고 꽉 주먹을 쥐었다.

본업이 몬스터를 잡는 부류의 용병인지라 무투쪽에는 취약한 면이 있다.

퍽!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동급의 상대에게 그런것이지 저급한 언데드들을 상대로는 아니었다. 비루는 다가오는 언데드의 골통을 주먹 한번으로 깨부숴버렸다. 파삭 하고 골통이 깨지자 스켈레톤은 그대로 무너져내렸다.


‘흐음···’


비루는 주먹이 얼얼한걸 느꼈다. 하기사 당연한 일일것이다. 뼈랑 주먹이랑 부딪혔는데 충격이 없을리가 없으니까.


“칼은 있는데말이지.”


언데드와 교전하며 쓰러진 성기사의 칼이다. 비루는 아쉬운대로 이거라고 써야겠다며 칼을 어깨에 걸쳐맸다.


“음?”


그러고보니 저 멀리가 시끄러운 것도 같았다. 어디보자.

비루는 자신의 손을 마치 경례라도 하는것처럼 눈 위로 가져다댔다.




***




“으음!”


끝없이 밀려오는 언데드의 물결. 그건 차라리 언데드의 파도라고 부르는게 맞을것이다. 과연 아르미안은 얼마전에 전쟁을 겪었다. 그 뿐이랴? 네크로맨서의 소행으로 인해서 곳곳에는 시체가 만연하다. 또한, 제법 역사가 깊은 왕국이니만큼 시체들이 쌓이는건 당연한 일일터. 아직 백골이라도 남아있다면 스켈레톤으로 부활할것이요, 살점이 남아있다면 좀비로 일어나게된다.


‘십만은 훨씬 넘겠다.’


알렉 추기경은 속으로 그 숫자를 새며 암담한 기분을 느꼈다. 말이 좋아 십만이지 지평선 너머까지 펼쳐져있는것이다. 실제로는 얼마만한지···


‘일당백의 성군들이건만···’


그 일당백의 성군들이라도 이렇게는 견디지 못한다. 더욱 과한것은 이게 이곳뿐만이 아니라 암운이 있는 모든곳에 비가 내린다면, 그렇게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얼마나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지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다.

아르미안 왕국은 그렇게 된다면 존속할 수 없을 터.


‘···교국이 아니라 다행이다.’


알렉 추기경은 가장 먼저 그 생각을 했다.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위에 선 자라면 누구나 할 법한 생각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건 둘째치고 견딜 수 있을까?’


언데드의 가장 무서운점이 무엇인가? 지치지 않는다는것이다. 지금이야 아직 성군이 압도적으로 강하다. 언데드들은 그저 숫자로 흐물거려 밀려올뿐이지만 나중이 된다면 다를 터. 끝도없이 밀려오는 언데드들. 심지어 지치지도 않는다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알렉 추기경은 등골이 오싹함을 느꼈다.


‘······전멸이다!’


그리곤 교황이 있는쪽을 본다.


‘차라리 성하를 데리고 빠져나갈까.’


이만에 가까운 성군들이 아니라 소수로 이루어진 몇몇 뛰어난 실력자들만이라면 탈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때였다.


“언데드들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 언데드들이 파죽지세로 쓰러지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하니 언데드들을 수수깡처럼 부러뜨리고 갈라버리며 다가오는 남자가 있었다.

남자의 칼은 성기사의 것이나, 그 몰골은 결코 성기사의 것이 아니었다. 얼마나 많이 싸우고 베었는지 언데드들의 검은 피가 전신에 튀어 검은색 옷을 입은 것처럼 보였다.


“저 자는 누군가!”


하지만 이 상황에서 그는 절대적으로 도움이 되는 강자다. 아무도 모른다고 답하고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남자는 수백의 언데드를 더 베어넘기고 이쪽까지 당도했다.


“여. 댁들은··· 교국 사람들이쇼?”


원래는 어땠는지 알 수 없지만 검게 물들어 추레하게 된 복장과 듬성듬성히 난 수염. 근육이 발달한 체형은 피와 살육을 생업으로 삼는 사람이란걸 알 수 있었다.


“···그렇소. 그대는 누구시오?”


외형은 사십대 초반.

하지만 그의 실력은 알렉 추기경 자신조차도 우습게 내려다보는 실력이었다. 왕국의 모렉 공작이나 교국의 대주교쯤은 되어야하지않을까?

그런 자가 어디서 갑자기 나타났단말인가?


“아 뭐. 난 대단한사람은 아니고··· 것 참. 제길!”


자기소개를 하려는 와중에 언데드가 덮쳐들자 남자는 신경질 난다는듯이 칼자루를 휘둘렀다. 샤악! 하고 깔끔하게 두 동강이 난 좀비가 철퍼덕 바닥에 엎어진다.


“비루라는 용병놈이오. 것보다 당신들 이 사태에 대해 알고있소?”


“비루··· 비루라··· 알겠네. 이 사태에 대해서는 어느정도는 알고있다네. 왜 그러나?”


상대가 스스로를 용병이라고 신분을 밝히자 알렉 추기경은 편하게 말을 했다.

그나저나 일의 전말을 모른단 말인가? 알렉 추기경은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저 정도 되는 사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건가?


“제길. 아는게 있어야지. 뭐라도 좋으니 좀 알려주쇼.”


“···으음. 알겠네. 하지만 이 언데드들에게 도망친 이후에 얘기해야겠군. 그럴 여유가 없다네.”


한시가 급한 상황에 한가롭게 이야기나 나누고 있을 수는 없다. 그런 뜻을 표현하자 비루라는 용병 사내는 고개를 까닥거렸다.


“그건 그렇지. 그럼 처리해주겠수.”


처리한다고? 무엇을 말인가?

그 순간, 용병 사내는 몸을 딱딱하게 굳힌채 검을 틀었다. 마치 투창하는 듯한 자세였다. 그리고 그 검의 중심으로 돌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작가의말

추 천,선작,조회,코멘트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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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 결전上 18.09.09 199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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