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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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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629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8.22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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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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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가시나무요정2

DUMMY

“너희가 가시나무요정들인거···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다. 하지만 어렴풋이 이것들이 ‘지성’ 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검은색 날개의 요정, 검은 요정은 여전히 울기밖에 하지 않았지만, 하얀 요정은 내 주위를 맴돌았다. 하지만 그것가지고는 대답이 되지 않는다.


“야.”


놀리듯 우리를 맴돌며 빙빙대는 하얀 요정에게 열이라도 뻗쳐오른건지 비루 씨가 손을 뻗어서 하얀 요정을 잡아채려했다. 그런데···


“잉?”


와짝 얼굴을 찌푸리며 몇번이나 손짓을 해 보지만, 하얀 요정이 잡히는 일은 없었다.


“뭐야, 이게?”


하얀 요정이 빨라서 안 잡힌게 아니었다. 내 눈이 잘못된게 아니라면···


“이게!”


하얀 요정이 안 잡히자 비루 씨는 검은 요정을 잡아챘다. 울어재끼기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않는 검은 요정이 잡히지 않을리는 없을텐데도.

잡지 못했다.


“······!”


“지금 통과한거냐?”


숫제 어이가 없다는 듯이 비루 씨가 아예 검은 요정이 있는 위치에서 손을 휘저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다는 듯이 손은 애꿎은 허공만 때렸다.


“···이게 뭐야?”


마치 눈에 비치는 허깨비처럼 보이되, 잡히지 않는다.

분명 존재하되, 실존하진 않는다.

나는 그제서야 아라넨 아르쿠잔이 전해준 벤터스 아르쿠잔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실존하나 실존하지 않으며, 질량이 있지만 동시에 무게를 느낄 수 없다··· 마치 신기루같은 존재···라.”


정말로 그 말대로였다.

눈 앞에 분명 존재하는것을 느끼지만, 실제로 만질 순 없으니 실존한다고 하긴 어려웠다.존재를 가지고 있으니 미세하게나마 질량이 존재할것이지만, 간섭할 수 없고 간섭받지 않으니 무게가 있다고 하긴 어려웠다.


“과연. 말 그대로였단거군.”


“대주교 영감님이 약을 팔던 존재가 바로 이 존재라는건 확실해보여요.”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갑작스레 풍경이 바뀐것은 분명 그들의 능력이리라. 우리의 눈을 가린건지, 아니면 다른 공간으로 이동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쪽이던 대단한 능력이라 할 수 있으리라.


“···이 공간은 아마 환각이겠지.”


가시나무요정의 갑옷에 있던 능력이 환각이었으니까.


“벤터스 아르쿠잔은 도대체 어떻게···”


이들과 친해지는 방법을 알고싶었다. 분명, 벤터스 아르쿠잔은 가문을 나와서 수련중이라고 했을 터. 특별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을 턱은 없을텐데.


“뭔가가 있는건가?”


몇번이나 주변을 둘러보아도 그럴듯한건 없었다.

그저 겨울의 잎사귀 떨어진 나무들과, 절벽과 언덕뿐이었다.


“···으으음.”


우린 그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




수호자, 탈리아는 동대륙에 ‘그것’을 전하고는 곧바로 서대륙으로 돌아왔다. 동서대륙을 오갈 수 있는것도 놀라운데 그 시간이 왕복하는데 한달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는건 누구라도 믿을 수 없으리라.


“네임리스···”


결국 움직였구나.

탈리아는 그를 막지 못한 자신을 자책했다. 혹시나싶은 마음에 바로 봉인지로 돌아왔지만, 다행히도 푸른 악마의 봉인은 깨어지지 않은 듯 보였다.

역시 10만의 영혼을 다 채우지 못한채로 부활하면 제아무리 푸른 악마라한들 차원의 틈을 열수는 없는것일까.


“리드 군··· 도대체 어디에.”


힘의 상관관계는 명확하다. 하지만, 자신과 리드가 함께라면 어쩌면 네임리스를 무찌를 수 있을지도 몰랐다.

일전에 볼드 남작령의 참사 때, 탈리아는 네임리스와 맞붙었다. 그 때, 자신은 분명 패배했지만 네임리스도 작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다시 한번 싸우면 그렇게까지 큰 차이가 벌어질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애초에 네임리스의 ‘능력’들을 모른채로 싸웠으니까.


“이번에 싸우면 다를거야. 리드 군이 가세한다면···”


그의 능력과 힘 앞에서는 약한자들의 숫자따위는 의미 없는 발버둥에 불과하다. 진정한 강자··· 최소한 모렉 공작급의 인사들이 모여야 조금이라도 저항할 수 있었다.


“···십만의 영혼이 모이기 전에. 서둘러야해!”


어두운 구름暗雲은 점점 짙어지고만 있었다.




***




“오, 왔군.”


모렉 공작은 눈쌀을 찌푸렸다. 진득한 어둠의 마력이 이 멀리에서부터 느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온몸을 조이고 압박하는 마력은 결코 어설픈 종류의 것이 아니다. 어지간한 존재들은 그 앞에서 목숨을 부지하는것조차 어렵겠지.

힘을 행사하지 않은, 단순히 존재하는것만으로도 그랬다.


“무엇이더냐? 짐을 위해 친히 목숨을 바치러 나선것이더냐?”


후후후.

불길하게 웃음을 흘리며 네임리스는 만족스러워했다. 사실, 일일이 찾아가 죽이는것이 여간 귀찮은게 아니었다. 국경 주변의 인간들을 몰살하면서 현재 소지하고 있는 영혼들은 총합이 54000.

앞으로 46000의 영혼이면 100000에 달할 수 있었다. 앞으로 보름정도는 발품을 팔아야하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것이 이내 생각이 바뀌었다.

인원수는 많지만, 그건 어차피 시간벌이에 불과한 것.

차라리 한꺼번에 이렇게 죽일 수 있다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얼추 보름이 걸릴 일을 어쩌면 오늘 하루로 마무리지을 수 있을것이다.


“좋노라. 짐이 친히 이 손에 피를 묻혀주겠으니, 목을 빼고 있거라.”


천천히 다가가는 네임리스로부터 위압감을 느끼는 모두.


“이 자리에 모인 전 인원은 40000! 네놈이 이 모두를 상대할 수 있으리라 보느냐?”


그 말에 네임리스의 가면이 일그러졌다. 시력이 좋은 자, 나쁜 자 할 것 없이 이상하게도 네임리스의 가면만은 또렷하게 시선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아쉽구나.”


“아쉽다고?”


대주교가 되묻는 말에 네임리스는 가면을 쓸었다. 피 묻은 손으로 쓸자, 가면에 붉은 선 다섯개가 죽 그어져내렸다.


“그렇지않느냐. 6000이 부족하니까. 결국 내가 발품을 팔긴 팔야아 하는 모양이노라.”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모렉 공작과 대주교는 눈쌀만 찌푸렸다. 하지만 대주교는 이내 그 뜻을 알아챘다.


‘···그렇다면 벌써 54000의 영혼을 모았다는 소리로군.’


“하, 제가 저 악마의 목을 가져오겠습니다.”


호기롭게 귀족 하나가 칼을 뽑아들며 앞장섰다. 분명 투구를 열어보면 콧수염이나 났을까싶은 어린 티를 채 벗지못한 청년이었다. 젊은 귀족. 즉, 도련님이라는 뜻.


“무슨 소릴 하는겐가! 자넨 정신이 있는겐가?!”


“자네가 나설 타이밍이 아닐세.”


주변의 지인들이 그를 만류했지만, 기어코 귀족 청년은 호기롭게 나섰다.


“악마! 정말 네가 악마라면 나와 일대일로 겨뤄보자!”


쥐고있는 검 또한 바스타드 소드다. 영웅전에서나 나올법한 화려하게 휘황찬란히 도금을 해 놓은 검에다가 삐까뻔쩍한 은빛 갑주를 입고 있었다. 그야, 평생 떠받들어지며 살아온 도련님이라면 영웅심에 취해볼법도 했다.

성큼성큼.

크게 걸음을 옮기는 귀족 청년. 아무도 그를 말릴 순 없는듯 보였다. 이미 병사들의 최전방 앞열에서 몇걸음이나 가 있었으니.

그러나 그의 실력은 진짜배기이기도했다.

눈앞의 악마라면 다가오는것만으로 심장이 옥죄이고 일반 사람들은 그 존재를 유지할 수 없게되는데 청년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보였다.

영웅심과 호기로움에 나름 근거가 있기는 한 모양이었다.


“···후후후. 이건 또 별미로구나.”


다섯개의 혈선이 그려진 가면을 쓴 악마. 반대로 영웅담에 아이들이 그릴법한 모습을 하고 있는 귀족 청년. 겉으로 보기에는 이야깃속의 한 장면같지만, 그들의 힘의 차이는 명백하다.


“갈!”


모렉 공작은 속천불이 나는 기분을 느꼈다. 이 멍청한 작자들이 말로 네임리스가 쉽다 우리가 이길것이다 떠들더니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게 된 모양이다.


“멍청한 애송아! 네놈이 감히 끼어들 자리가 아니다! 정신차리지 못할까!”


“공작님! 저라면 저 악마를!”


퍽! 하고 모렉 공작은 귀족 청년을 후려쳤다. 갑옷 위에서부터 강타한 주먹이 머릿속을 울린다.


“네놈! 그 목이 떨어지고나서도 그 말을 똑같이 내뱉을 수 있을까!”


병사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도 그럴것이 호기롭게 나선 귀족 청년을 자신들의 총지휘관이 막은 셈이 아닌가?

하지만 모렉 공작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선봉에 선다는것은 군을 대표해서 나선다는 것과 같았다. 싸움에서 진 장수는 유구무언이나, 싸움에서 진 선봉장은 결코 용서할 수 없는 법이다.

그리고 실제로 귀족 청년이 나섰더라면 참혹하게 박살이 나고 그 목숨까지 빼앗겼을 것이다. 차라리 나서지 않았다면 모르되···


“···죄, 죄송합니다.”


귀족 청년은 여전히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지만 결국 고개를 숙였다. 그도 그럴것이 상대는 그 모렉 공작이었다. 감히 대들었다가는 주춧돌 하나 남기지 못할지도 모른다.


“···자리로 돌아가라.”


모렉 공작은 그런 말을 하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네임리스를 경계하고 있었다. 상대는 인간이 아니라 악마. 도대체 어느 타이밍에 갑작스레 달려들지 모르는 일이었다.


“아, 알겠습니다!”


귀족 청년이 경례하고 자리로 돌아간다. 은빛 갑주는 어느새 흙이 묻어 처참한 꼴이 되어있었다. 네임리스는 그 꼴을 보다가 킥킥 웃었다.


“참으로 재밌게도 노는 꼴이노라. 결국엔 모조리 숨을 거둘 불나방들이···”


“그 입 닥쳐라. 악마여. 왕국은 절대 쉽게 무너지지 않을것이다. 우리의 왕은!”


“오오, 그래. 너희것들의 왕. 그 여우같은 국왕전하께서는 평안무사하시더냐? 후후후!”


“···우리의 왕께서는 네놈을 처단하라 말씀하셨다. 네놈이 이 왕국의 국민들을 죽이고 이 나라를 혼란스럽게 한 죄를 지금부터 묻겠다!”


“가능하다면 말이노라.”


날개가 펼쳐진 것 같았다.

네임리스를 주변으로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생겨났다.


‘기류? 마력?’


그런 단순한게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그 자리에 분명히 있었다. 그건 알겠지만 아무리 안력을 돋워봐도 그게 무엇인지 보이지 않았고 짐작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대주교. 함께 하시겠소?”


미지의 적이라면 혼자 싸우는 것은 좋지 않았다. 그럴 생각도 없었지만.


“물론이오. 애초에 그럴 생각이었지않소?”


두 노인이 눈빛을 마주했다. 친하지 않은 두 사람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서로의 생각이 눈에 보이는듯이 읽을 수 있었다.


“저도 함께하겠어요.”


성자, 에르네스 메르실.

모렉 공작과 대주교는 사양하지 않았다. 신성력 부문에 있어서 대주교조차도 그녀에게는 몇 수 뒤쳐지는게 사실이었으니까. 적어도 보조와 지원이라는 측면에서 그녀를 뛰어넘을 자는 이 세상에 없으리라.


“하찮고, 쓸모없노라.”


네임리스가 그들을 조소한다. 그와 동시에 모렉 공작과 대주교가 땅을 박찼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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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리드리스5 18.09.05 207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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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소년과 용병과 요정 18.08.28 201 3 14쪽
180 악마 네임리스3 18.08.27 199 3 15쪽
179 악마 네임리스2 18.08.23 212 3 14쪽
178 악마 네임리스 18.08.23 207 3 12쪽
» 가시나무요정2 18.08.22 224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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