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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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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648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9.18 00:14
조회
193
추천
4
글자
11쪽

결전下 3

DUMMY

까악- 까악-

까마귀들이 울부짖었다. 장송곡일까? 아니 그건 단지 생존에의 몸부림일 뿐이었다. 불행으로 상징되는 새들이라해도 생존욕이 없을 리 없다. 비단 까마귀 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떠나간다. ‘그 악마’가 있는 장소에서 모두 떠나가려 한다.


“도대체 저런걸 어떻게 상대하라는겁니까?”


베르텐 기사단장은 힘겹게 말했다. 타고왔던 용마를 타고 도망치고 있는 일행들. 패주하는것은 몇번이나, 누구나 있을 경험이지만 면면을 보면 그럴리가 없어야했다.

이들이 누구인가? 대륙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맹자猛者들이 아닌가?


“···으드득.”


비루는 입술을 물었다.

봉인을 제외하고서는 푸른 악마를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그런데 정작 그 봉인진을 찾을 수 없는것이다. 상대할 방법이, 없다!

힐끗 돌아본건 이 자리에서 가장 강할게 분명한 모렉 공작. 그의 표정 또한 어두워보였다.


“저것만큼은 도저히 상대할 엄두가 나질 않는군!”


“진짜 악마적인 힘이에요. 우리와는 전혀 다른···”


보통 사람이 자신들을 본다면 그런 느낌이 아닐까? 침묵이 그들을 감돌았다. 용마의 발은 폼이 아닌지라 푸른 악마와의 거리는 착실히 벌어지고 있었다. 푸른 악마가 빠르게 달리지 않는건지 아니면 그저 신경쓰지 않는건지는 모른다.


“···다른곳으로 간다고 뭔가 달라질까요?”


고위사제의 물음에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설령 자신들과 같은 사람들이 수천, 수만이 있더라도 닿지 못하리라. 정점에 이다랐다고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던 푸른 악마에겐 이길 수 없다.


“······상처하나 입히지 못했지. 누구라도 마찬가지일게야.”


대주교의 말이었다.

실제로 공격을 퍼부은 횟수는 제법 됐다. 모렉 공작의 경우에는 스무 번에 이르고 비루의 경우도 열 번은 넘게 공격했다. 하지만 공격을 했을 뿐이다. 데미지는, 유효타는 단 하나도 없었다.

되려 푸른 화염에 휩싸여 위험했던것이다.


“그럼 어떻게해야 하겠냐고? 당신이 좀 말해보라고!”


답답하다는 듯 비루가 대주교에게 소리친다. 암울한 말만 해대는 이 작자들에게 화가 나려하는 것이다.


“그럼 그 자리에 있어야했다는겐가? 거기 있었더라면 모두 타 죽었어!”


“제기랄!”


비루는 눈쌀을 꿈틀거리다 결국 말을 잇지 않았다.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봉인진도 보이지 않았고, 푸른 화염이 장내를 뒤덮었던것도 사실이었으니까.


“왜 네임리스가 그토록 푸른 악마를 부활시키려했는지 알겠군. 정말, 이 세상의 종말이라고 불릴만한 존재로군.”


담담하게 말하는 모렉 공작에게 비루는 화가 치밀어올랐다.


“그딴걸 말하고 있을 때냐고!”


분위기가 자연 험악해졌다. 방법은 없고, 이대로 간다고 한들 막을 수 없다. 되려 많은 사람들이 몰살당하고 말 것이다. 어떠한 해결법도 찾을 수 없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막막한 상황에 에르네스 메르실은 입술을 떼었다.


“···방법은 있어요.”


품속에 안은 얼굴을 쓰다듬는다. 마치 애지중지하는 신줏단지를 만지는듯 조심스런 손길이었다.


“그 녀석이··· 할 수 있겠느냐?”


대주교의 물음에 에르네스 메르실은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이 아이밖에 없어요. ···이 아이밖에.”


리드, 리드리스의 상처는 모두 치유되었다.

하지만 그건 에르네스 메르실과 고위사제들의 힘이 아니었다. 어느 상황에서라도 목숨을 살릴 수 있다고 장담했던 것처럼 대단한 실력이기는 했지만, 리드의 상처를 휴유증 없이 낫게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가 나은것은 어째서인지 자연적으로.

마치 그래야했던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 회복된것이다. 아니, 되려 재생이라는 말이 어울리겠지.


‘너한테 뭐가 일어나고 있는거니?’




***




“돌아가야해!”


쿨럭, 쿨럭.

갑작스럽게 폐속에 많은 공기가 들어와 사레가 들렸다. 하지만 이제 나는 확실하게 일어났다. 눈을 뜬 나는 여기가 어딘지를 살폈다.

처음보는 천장이다.


“···천장이라고?”


제기랄. 내면세계에 있던 시간은 짧지 않았나? 내가 죽은게 아니라면 여긴 분명 마을이나 도시의 집이라는 소리인데 나는 분명 붉은 숲에 있었는데.


“여긴 어디란거야?”


이럴 시간이 없다. 아니, 이런 시간이 주어져서는 안 됐다. 나는 실수해선 안 된다. 여기서 시간을 끌을 순 없었다. 나는 침대의 시트를 젖히고 벌떡 일어났다.


“아, 리드?”


가장 먼저 보인 얼굴에 난 눈쌀을 찌푸렸다. 그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라 몰골이 정상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 아름다웠던 얼굴에 피골이 상접해 있었다.


“아줌마?”


“일어났구나! 드디어, 일어났구나.”


“···얼마나 지난거죠?”


당황하고 말았다. 설사 식음을 전폐했다고 하더라도 하루 이틀로 피골이 상접할리가 없었다. 적어도 사나흘은···


“···일주일이야.”


절망적인 대답이었다.

거기서 일주일이나 시간이 지났다는건가? 실수하지 않기로 했는데··· 벌써 실수해버렸다는건가?


“제기랄! 농담이죠? 농담이라고 해 달라고요!”


“···네가 붉은 숲에서 쓰러지고 정확히 일주일이 지났어.”


“지금 그럼 푸른 악마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된거죠? 여긴 어디!”


“···모두 설명해줄게.”


에르네스 메르실은 조용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붉은 숲에서부터 무려 일주일이 지났다. 고작 몇시간만에 일행은 모렉 공작령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벌어졌다.


“모렉 공작령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던거야.”


성군聖軍과 왕국군, 그리고 코아티르의 전사들이 싸우고 있었다. 커다란 전쟁은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가 만연하고 있었다.


“문제는 거기야.”


“푸른 악마가, 푸른 악마가 당도한거에요?!”


“아니.”


문제는 전쟁으로 인한 피비린내였다. 푸른 악마는 여유롭게 아니면 그게 최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거대한 힘에는 어울리지 않는 속도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문제는 푸른 악마 때문에 도망친 붉은 숲의 몬스터들이었다.


“···애초에 어떻게 할 수 없어서 미개척지였던거야. 그 몬스터들의 위용은, 그 숫자는 도저히 막을 수 있는게 아니었어.”


싸우고있던 삼국의 병사와 전사들이 모두 몬스터들을 향해 칼을 돌렸지만, 결국엔 소용없는 짓이었다. 물어뜯기고, 찢어발겨지고, 삼켜져 모두 절망하고 말았다.


“지금도 그 몬스터들에 포위된 상황이야.”


전사들이고 누구고 할 것 없이 성벽 안으로 피신했고 모렉 공작령은 굳게 문을 걸어잠궜다. 레너 왕까지 이 곳에 있어 왕국은 사실상 마비상태에 가까웠다.


“···그래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는건가요?”


애초에 창칼을 맞대던 자들이 사이가 좋을리 있겠는가? 당연하게도 평화는 지속되지 않았고 이틀만에 무법지대로 변해버린것이다. 식량이 강탈되는 상황에서 왕국군과 전사들은 다시 싸움을 시작했지만, 사태는 진정되지 않았고 초과될만큼 많은 인원들이 있어 식량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 맥락에서 에르네스 메르실은 거의 먹지 않고 시간을 보내온 상태였던것이고.


“그래. 생각지도 못하게 발목이 잡혀버리고 말았어. 그래도 영주성은 우리가 점령하고 있는채지만···”


이어서 에르네스 메르실은 ‘뿔뿔이 흩어졌다.’라고 말했다.

비루는 레너 왕과 함께 있을 수 없다며 어딘가로 사라졌다. 함께 붉은 숲으로 향했던 베르텐 기사단장은 싸움에 휘말려 중상을 입었고, 고위사제 하나는 싸움에 휘말려 목숨을 잃었다.

모렉 공작은 레너 왕에게 착 달라붙어 있었고 대주교와 알렉 추기경 또한 마찬가지로 교황의 곁에 있게 되었다.


“···하. 다행이군요. 아주 늦지는 않았어.”


“그래··· 하지만 푸른 악마는 멀지 않을거야. 아무리 늦더라도 슬슬 다가올 시간일테니까.”


나는 순간, 가시나무요정의 영역에서 본 ‘그 존재’를 생각해냈지만 고개를 저었다. 분명 그 존재는 움직이지 않으리라. 이 일은 내가 해야할 일. 그 존재는 대륙이 소멸하지 않는 이상, 인간이 몇이나 죽던간에 신경도 쓰지 않으리라.


“···알겠어요. 그럼 지금부터 움직여야겠군요.”


나는 뻐근한 어깨를 돌려 몸을 점검했다. 하지만 그럴것도 없이 몸상태는 최상에 가까웠다.


“자. 걱정하지 말고 있으라구요. ‘아무일도 없을테니까.’”




***




간단한 일이다.

몬스터가 얼마나 있던 도망치게 만들면 된다. 나는 스스로의 힘을 겉으로 방출했다. 안으로 갈무리하고 있던 힘이 뻗어져나가자 비교를 불허하는 힘이 주변의 모든것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찻잔이 깨져나가고 벽에 금이간다. 바람이 술렁이고 대지가 갈라진다.


“흠···”


삐걱거리던 감각이 사라졌다.

스스로의 재능에 붕괴되고 갉아먹히던 몸뚱이에 완전히 리스크가 사라진것이다. 그도 그렇겠지. 내가 먹어치운건 ‘수호자’였으니까. 아니, 이건 그녀보다는 ‘헨리’를 먹어치웠기 때문일까?


“···후우.”


그걸로 아주 간단했다.

힘을 방출하자, 그에 화답하듯 이곳 저곳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키에에에에엑!

쿠오오오오오!

아우우우우우!

온갖 몬스터들의 울부짖음은 한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여기에 있어선 안 돼!’


푸른 악마의 힘과 그 존재감에 도망쳤던 것과 같다. 지금 도망쳐와 모렉 공작령을 둘러싸고 있는 몬스터들이 이번엔느 내 힘과 존재감에 도망치려하는것이다.

즉, 기세만큼은 얼추 푸른 악마에게 닿았다는 것일까?


‘지지 않아.’


이번에는 결코 지지 않는다.

봉인따위가 아니라 제대로 소멸시켜버리고 말겠다. 완전히 부활하지 못한게 네 한이라고 생각해라. 동시에 그건 탈리아가 준 기회이자 그녀의 설계이기도 했다.

그 설계와 마지막 남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실패하지 않겠다. 그렇게 다짐했다.


“와라. 푸른 악마!”


몬스터들은 왕국의 깊숙이로 도망치고 있었다. 붉은 숲을 향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쫒기는 듯이 더 멀리로.

그 이유는 간단했다.

재앙. 푸른 악마가 이 자리에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파멸은, 반드시 너를 찾아간다고 말했을터다.


도망칠 수 없다고 말하는 듯 하다. 하지만 나는 입꼬리를 끌어올려 그에 비웃어주었다.

아직은 먼 거리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하루는 족히 걸어야 닿을 수 있는 거리인데도 우리는 서로 당연하다는 듯이 말을 주고받았다.


“도망칠 생각따위는 처음부터 없었어.”


그녀가 만들어준 기회다. 이렇게까지 다가온 상황인데 이용하지 않고서는 말이 안 되지 않은가.


“나는 이번대의 영웅. 리드리스다. 기억해 둬. 망할 파란 소새끼야!”


그만한 거리를 일순一瞬에 좁힌다.

푸른 악마의 모습이 내 눈에 똑똑히 들어오는 거리가 되었다.


“마지막 스테이지. 시작이다!”


푸른 화염을 뚫고 이번에야말로.

5년전의 악연을 여기서 끝내겠다.


작가의말

선추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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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소년과 용병과 요정 18.08.28 201 3 14쪽
180 악마 네임리스3 18.08.27 200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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