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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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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644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9.14 00:07
조회
215
추천
3
글자
11쪽

결전下

DUMMY

“각자 대열으로!”


아홉이 일사분란히 움직였다. 미리 작전에 짜두었던대로, 성자를 비롯한 사제들은 후열으로 이동했고 비루와 모렉 공작, 대주교와 알렉 추기경, 기사단장 베르텐까지 다섯은 전열에 나섰다.


-고마아아아아!


푸른 악마는 분노하며 주변을 마구 헤집었다. 그를 상대하기 위해 아홉명의 사람들이 전열을 짜던말던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푸른 악마의 시선에서는 인간이 강하던 약하던, 결국에는 벌레에 불과했으니까.


“우릴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모렉 공작의 입술끝이 떨렸다. 이렇게까지 무시받아본적이 있었던가?


“···어떻게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목소리를 낮추고 속닥이고 있다. 하지만 뾰족한 수가 갑자기 생길리는 없지않나.


“···정면승부밖에는 생각나지 않는데.”


대주교가 보기에 눈앞의 소와 인간, 박쥐를 섞은듯한 모습의 괴물은 완전무결하게 보이기까지했다. 신이 있다면 바로 저 악마가 아닐까?


‘신일리는 없나.’


인류를 멸절시키려는 존재가 신일리는 없지않은가. 그래. 신의 대척점에 있는···


“과연, 푸른 악마라는 이름 한번 잘 지었구먼.”


대주교는 고개를 까닥거렸다. 가장 리드리스에 가까운 위치에 있는 기사단장 베르텐이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습니다.’


서로의 눈빛이 교환되고 베르텐은 조용히 발을 끌어 발소리를 내지 않고 리드에게로 다가섰다.


“으윽···”


리드를 끌어 베르텐이 가져오려했지만, 푸른 악마는 진작에 그들을 눈치채고 있었다. 모르고 있던게 아니라 개미들을 굳이 신경쓰지 않았을 뿐이다.


-하찮은 벌레가···!


쿠웅!

푸른 악마가 몸을 돌리는것만으로 땅이 가라앉는듯한 굉음이 울려퍼졌다. 베르텐의 안색이 하얗게 질리고 베르텐은 재빨리 리드를 던졌다.


“받으시오!”


베르텐은 리드리스를 일행에게 던지는것과 동시에 앞으로 데굴데굴 굴렀다. 그 자리를 푸른 화염이 이글거리며 뒤덮었다. 정말 조금만 늦었더라도 베르텐은 바싹 구워질뻔한 것이다. 섬뜩한 열기가 이마 한가득 땀으로 적신다.


“음!”


-쥐새끼같이도 피했구나!


리드리스는 제법 먼 거리를 날았고 대주교가 캐치했다.


“치료를 부탁한다!”


캐치한 대주교는 다시 한번 리드리스를 던진다. 고위사제 하나가 리드리스를 받아들고는 곧바로 땅에 눕혔다.


“심하군! 멀리서 보았던 이상이다!”


혈인血人이 되어버린 모습은 둘째치고서라도 전신의 뼈가 부숴지고 심지어는 가루가되기도 했다. 근육은 마모되고 찢어져있어 성한곳이 없었으며 피부는 피를 씻어내더라도 그 아래로 새파랗다못해 까맣게 멍이 들어있었다.


“비키세요!”


에르네스 메르실은 황급히 무릎을 꿇고 리드의 상세를 살폈다. 하지만, 살필것도 없이 멀쩡한곳이 전무하다.


“신성력! 있는대로 들이부으세요!”


어차피 푸른 악마와의 싸움에서 전열에 나선 다섯을 제외하고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것이다. 치료역이나 보조역으로 왔을뿐이지 정면에서 싸울 생각은 아니었으니까. 고위사제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시체나 다름없지만···”


성자 에르네스 메르실이 있다면 모르는 일이다. 에르네스 메르실은 눈을 찌푸렸다.


‘상처가 너무 심해. 이건 저 분보다···’


에르네스 메르실은 죽지만 않았다면 목숨줄을 붙여놓을 수 있다. 죽은자를 제외하고는 모두를 치료할 수 있는 힘을 가진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라도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상처가 살아오면서 손에 꼽히게 있었으니, 비루의 외팔이 그러했다.

그리고 단언하건데, 리드리스의 상처는 비루의 외팔과 비교할 것이 아니었다.


“···가능한대로 해요! 어서!”


목숨은 붙을 수 있을까.

아직 살아있는게 정말 기적중의 기적. 에르네스 메르실과 고위 사제 셋은 치료에 들어갔다.




***




“피해!”


비루는 창으로 대주교의 허리를 후려쳤다. 강하게 친것은 아니었지만 적절한 각도와 힘의 분배를 비롯한 기술이 돋보였다. 대주교는 거의 데미지를 받지 않고 타의로 먼 거리를 이동했다.


-잘도!


푸른 악마의 화염이 그 자리를 뒤덮는다. 5년전의 그 때처럼, 화염은 공터 곳곳을 뒤덮었다. 피하는건 어렵지 않았지만, 점점 움직일 자리가 없어지고 있었다. 이 푸른 화염은 푸른 악마가 봉인하거나 거두기 전에는 결코 꺼지지 않는다는것을 비루만큼은 알고있다.


‘젠장··· 이래가지고는 힘들다고!’


푸른 악마는 과거 5년전보다 당연하게도 강해진 상태였다. 차라리 그때였더라면 저항해볼 엄두라도 났을테지만, 지금의 푸른악마는 당시의 5배는 거대하다. 그때도 찰과상조차 입히지 못했는데 지금에서야.


“간다!”


모렉 공작이 자신의 보검으로 하여금 푸른 악마를 거세게 후려친다. 제아무리 거대한 괴물이라한들 단번에 죽어나갈 일격이었지만 푸른 악마는 찰과상조차 입지 않는다. 귀찮다는듯이 팔을 떨쳐내자 모렉 공작은 붉은 숲의 커다란 나무기둥에 박혀들었다.


“크헉!”


-벌레치고는 제법이다만!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

고막이 위험할정도의 성량이 터져나온다. 비루는 귀를 막고 창으로 땅을 쳤다.


“저 괴물에겐 평범한 타격은 듣지 않는다고! 다시 봉인해야한다!”


봉인을 위한 방법은 너무나 잘 알고있다. 마법진을 찾아 그 위에 피를 뿌리면 되는것이다. 비루는 사전에 이를 설명했었고, 모렉 공작은 맞붙어보기도 전에 도망칠 생각이냐며 비루를 비웃은 바 있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야 비루가 옳았다는것을 확실하게 알았다. 푸른 악마는 재앙보다도 거대한 대재앙大災殃!

결코 사람의 손으로는 닿지 않고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존재인것이다.


“그래! 봉인이다! 마법진을 찾아야한다!”


알렉 추기경과 기사단장 베르텐이 발빠르게 움직였다. 공터는 이미 푸른 화염으로 뒤덮이고 이곳저곳이 파여있기에 찾는게 쉽지는 않을것이다. 하지만 찾아야만했다. 푸른 악마를 어떻게든 할 수 있다면!


“봉인진은 어디에있나!”


하지만 그들은 알까.

이번엔 그 마법진조차 의미없어진 완전한 부활 ‘이었었다’는것을. 설령 마법진을 찾아 봉인하려한다한들 두 번 다시 푸른 악마는 봉인될 리 없다는것을.


“제기랄! 어디에있는거냐! 마법진은!”


쓸모없는 짓을 위해 목숨을 바쳐 노력한다. 이미 공터의 절반 이상은 화염으로 뒤덮여있었다.




***




“···여기는.”


내 내면세계였다.

나는 분명 정신을 잃지 않았다. 정신은 또렷한데, 그 정신이 두개로 나뉜듯하다. 정신분열증이라도 걸린걸까? 나는 침음을 흘렸다.


“···네가 날 부른거구나.”


아주 조그마한 새가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아름다운 황금새처럼 보였찌만, 그 속에는 내가 보았던 중에 가장 아름다운 소녀의 모습이 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아주 조금 안심했다.


“그렇지? 탈리아.”


“······그래.”


너는 죽은게 아니었나. 방금 푸른 악마의 일격에 머리가 터져나가지 않았느냐고 물으려했지만, 물을 필요도 없었다.

그녀가 내 안에 있다는것은 영혼이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 영혼조차도 온전치 않아보였다.


“어떻게 하고싶어?”


그녀가 물었다.

뜬금없는 물음이다. 어떻게 하고싶냐니. 내가 도대체 뭘 할수있다고? 무엇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어떤 선택권도 없다. 상처입고 쓰러진 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것이다.


“네가 지금 원하는건 뭐야?”


당연하지 않은가.

그 물음에 대한 답은 진작부터 준비되어 있다.


“푸른 악마를 쓰러뜨리고 싶어.”


“그럼 나를 먹어.”


뭐라고?

귀가 이상한건가? 이상한 소릴 들은 것만 같은데.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탈리아.”


탈리아는 팔을 내밀었다.


“날 먹으라고 했어.”


“···무슨 소리야. 그게. 난, 이해를 할 수가···”


내 망설임에 탈리아는 짧게 한숨쉬었다.


“헨리가 어떻게 됐는지 알고싶지않아?”


“···너.”


여기서 그 이야기를 꺼내는건가. 나는 입술을 씹었다. 그 이야기는 내가 아니라 헨리를 위해서라도 꼭 알아야했다.


“너는 영혼을 받아들이면 그 기억과 힘을 이어받게될거야.”


즉, 헨리에 대한 것도 알 수 있다는건가.


“그래도 난!”


탈리아는 순간 차갑고 매섭게 나를 노려봤다. 그 눈에 나는 움찔해 한 걸음 물러나고 말았다.


“어리광부리지 마. 이대로라면 결국 난 사라질뿐이야. 네가 시간을 끌면 끌수록 다른 사람들은 고통받는거야. 그걸 모르겠단말이야?”


“난···”


“리드 군. 너는 상냥해.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탈리아는 나를 위로한다.


“···모두를 지키기 위해서야. 날 먹어.”


부들부들.

떨리는 주먹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녀의 말이 옳다. 나는 그녀의 영혼을 탐욕스레 집어삼키고 그 기억과 힘을 이어받아야했다. 그래야만, 이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승산이 생기겠지.

···그녀가 준비한 마지막 기회다.

이번에도 난 선택할 수 없었다.




***




“아르미안의 쥐새끼들아! 문을 열지 못할까!”


쿠우웅!

파쇄추가 성문을 두들겼다. 울긋불긋한 전사들이 웃통을 벗은채로 몇명이나 붙여 겨우 사용할 수 있는 파쇄추다. 그 위력은 실로 대단해, 문짝은 이미 너덜너덜해진 채였다. 한번이나 두번만 더 친다면 성문이 부서져버리겠지.


“이번에야말로 아르미안의 돼지새끼들을 도살할 차례다! 코아티르의 늑대들아! 울부짖어라! 소리쳐라!”


“우ㅡ오오오오오오!”


전사들이 소리침과 동시에 다시 한번 파쇄추가 전진한다.


“크흐흐! 국경이 완전히 초토화되었다더니···”


정말이었던것이다. 국경이 초토화되어 너무나 쉽게 아르미안의 영토에 발을 디딘 코아티르의 전사들은 우라드 자작령까지 전진해 성문을 부수고 있었다.

쿠우우웅!

끝내 성문이 부숴졌지만, 그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우라드 자작령이라는 이 곳 또한 빈집이었던것이다.


“빈 곳인가.”


코아티르 왕은 퍽이나 실망한 얼굴이었다. 피를 보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은 기분인데도 피를 볼 자가 아무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어쩔 수 없는것이, 이 영지에 있던 모든 주민들은 진작에 피난했고 우라드 자작령에 남았던 병사들을 포함, 영주까지 모조리 네임리스를 피해 모렉 공작령까지 후퇴한 상황이었다.

당연히 빈 집일 수 밖에 없는것이다.


“전진한다! 조금만 더 가면 분명 돼지새끼들이 꿀꿀거리고 있을것이다!”


코아티르의 진격은 이번에야말로 아르미안을 집어삼킬 수 있을까?


작가의말

선추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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