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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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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작품등록일 :
2017.07.04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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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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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35,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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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28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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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3쪽

돌아온 김남일 1

DUMMY

인질들은 모두 무사히 구출되었으며, 일은 그렇게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현장보고를 들어야 한다는 것을 뿌리치고 집으로 온 상태였다. 매우 피곤했다.

돌아오자 가문의 고용인들이 고생했다느니 멋진 활약이었다느니 온갖 칭송의 말을 늘어놓았지만 듣고 싶지 않았다.

그는 누군가에게 상담을 하고 싶을 뿐이었다.

가온의 머릿속에 몇몇의 얼굴이 스치고 지나갔다. 에메라...익환...혹은 이자견.

풋. 저도 모르게 뿜었다.

설마 이자견의 얼굴을 떠올릴 정도로 몰려 있을 줄이야.

침대에 누운 가온은 눈을 감았다.

역시 제일 좋은 상담 상대는 바로 마우스였으니까.

그 순간, 가온의 핸드폰이 울렸다.

하지만 가온은 가뿐히 무시하고 눈을 감았고, 곧 소용돌이 치는듯한 느낌과 함께 어둠의 공간으로 와 있었다.


"마우스."


눈 앞에 앉아있는 그림자 인간에게 말을 건다.

헌데 보통이라면 능글맞게 말을 걸어왔을 그가 어쩐일로 심각한 듯한 분위기였다.



"마우스. 불어볼 것이..."

"골 때리는군."


마우스가 가온의 말을 끊었다.


"설마 자력으로 그 경지까지 도달한 녀석이 있을 줄이야...아니, 완전히 자력은 아니지만..."

"...그거, 상어이빨의 이야기인가요?"

"그래."


마우스가 앉으라는 듯 손짓했고 어느새 푹신한 의자가 나타나 있었다.

가온은 거기에 앉으면서 후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놈이 어떻게 살아있는거죠?"


분명히 짓이고 아작냈다. 그런데 대체...



"짐작 가는 게 있지않아? 전에도 느껴봤을텐데."

"그건..."


그랬다.

재무진이 아직 살아있었을때. 지금의 상어이빨과 똑 닮은 기운을 느낀 적이 있었다.

그럼 이것도 재무진의 소행이란 말인가?


"이용만 당한 권력자가 노리고 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녀석이 어느정도 영향은 끼쳤겠지. 뭐,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녀석은 왜 그런 모습으로...."


어째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가?

커튼이 사람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는 것인가? 하지만 그렇다기보단 그건 마치...


"너의 커튼화와 비슷하군. 그렇지?"

"......"

"너에게 영향을 받은 건지, 아님 다른 요인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어쨌든 안 좋아, 엄청나게 안 좋아."

"뭐가 말이죠?"

"자세히 설명해 줄 수는 없지만 커튼의 기원을 생각해 본다면 녀석의 존재 자체는 정말 이례적이란 말이지."

"......"

"'소년' 녀석이 탐을 내는 것도 이해가 가. 어쩌면 그 녀석은 새로운 십이 지신이 될 수도..."

"마우스."

"응?"


가온의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어떻게 하면 놈을 죽일 수 있을까요?"



지금 그 녀석이 어디에 있을까? 가온은 그게 미친듯이 궁금했다.

사실 상어이빨이 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고 어떻게 살아돌아왔냐는 중요치 않았다.

지금 놈의 목숨이 붙어 있고 같은 하늘 아래에 있다는 것 자체가 참을 수 없는 것이다.


"소년이 데려갔으니 머나먼 숲에 있겠지."

"머나먼 숲...그건 어디에 있는 겁니까?"

"이젠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하는 커튼들의 영역에 있지. 정확한 위치야 나도 잘 모른다만...아, 에메라는 알려나."

"......"

"그렇게 조급해하지 마. 내 생각이지만 놈은 아마 돌아올테니까."

"돌아와요? 이곳으로?"


마우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녀석의 목적은 오로지 너잖아? 가만히 앉아있으면 언젠가는 찾아올 거야."

"......"


언젠가.

그 언젠가가 대체 언제란 말인가.

가온은 한시라도 빨리 녀석을 죽이고 싶었다.



"소년도 고민이겠지. 어떻게 그런 모습이 되었는지 차분히 연구하고 싶지만 녀석은 널 만나고 싶어하니 붙잡아 둘 수도 없겠고...무엇보다 그 모습은 여러모로 유용하니까."

"유용..."

"그렇잖아? 녀석은 인간 사회에 얼마든지 녹아들 수 있어. 지금까지 존재를 들키지 않았다는 것으로 그건 증명됐다. 그런 좋은 말을 가만히 두기엔 아깝겠지."

"......"


말이 없는 가온을 보며 마우스가 머리를 긁적이는 시늉을 했다.


"뭐, 시간을 단축하는 방법도 어쩌면 있어."

"그 방법은?"


단숨에 물고보는 가온을 보고 마우스가 훗 웃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커튼 영역에 사냥을 가겠다고 신청을 넣어."

"......!"


커튼 영역의 사냥.

여왕 개체에 의해 이제 커튼의 땅으로 변해버린 그곳에 잠입하여 어떤 생태계를 가졌는지 조사하고 위협이 될만한 개체를 처치하는 원정.

재무진도 처리했겠다 삼촌의 죽음과 관계된 것들을 몇 더 죽이고 나면 곧바로 원정을 신청하려 했던 가온이었다.


"네 힘이라면 여왕개체의 영역에도 데미지를 줄 수 있으니까...위협이 될만한 피해를 끼치고 나면 소년측도 널 무시할 수 없겠지."



결과적으로 상어이빨이 더 빨리 오게 될 거라고 마우스가 중얼거렸다.


"어쩌면 운 좋게 머나먼 숲을 찾아낼지도 모르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지금은 그 방법밖엔 없을 것 같았다.

가온은 최대한 빨리 원수들을 제거하고 원정을 나가기로 결심했다.


"그보다 이제 꺠어나지 그러냐? 전화 계속 울린다."

"아...알겠습니다. 상담해주셔서 감사해요."

"뭘. 나도 더 생각해 봐야겠어."



마우스가 정말로 고민이 깊은 것 같았기에 가온은 꾸벅 인사하고 마우스의 공간에서 나왔다. 꺠어난 가온은 전화벨이 울리는 것을 자각하고 스마트폰을 들어 발신자를 확인했다.


레임.


끈질기게 가온에게 전화를 걸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그녀였다.

가온은 잠깐 화면을 보다가 전화를 받았다.



"전화 받았습니다."

[녀석을 어디로 빼돌렸지?]

"빼돌려요?"


뭘 말하는 지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푸른 커튼에 대해서다.


[너와 접촉하고 나서 녀석을 놓치고 말았어. 뭘 한 거지?]

"상상력이 풍부하시군요. 제가 뭘 했다는 거죠?"

[너...]


레임의 말대로 가온은 푸른 커튼에게 자리를 벗어나라고 말했다.

가온에 대해 이것저것 알고 있는 그를 이제 와서 레임에게 보내주기엔 위험했고 본인도 실험실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했다.

물론 사람은 먹지 말라고 일러두었다. 푸른 커튼에 의한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착잡한 기분이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레임은 가온에 대해 뭔가를 의심하고 있다.

가온은 그걸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나와도 될까? 날 적으로 돌려도 되겠어?]


은근히 협박을 하는 레임에게 가온이 무뚝뚝하게 말했다.


"무슨 소리를 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적들을 몰래 빼돌린 사람이 너무 당당하군요."

[......]


레임이 침묵했다.

가온도 레임의 존재를 진즉에 눈치채고 있었고 그녀의 곁에 유사 커튼화를 할 수 있는 존재 두 명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현장에서 아무것도 듣지 않고 곧장 온 터라 레임이 지금쯤 그들을 정부기관에 넘겨 취조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가온은 그녀가 그러지 않을거라고 확신했다.



[...좋아. 이번엔 넘어가 주지. 더 이상 도움은 요청하지 않아. 하지만 방해는 마라.]

"그러시든지요."


심드렁하게 대꾸한 가온은 전화를 끊었다.

엮이면 엮일수록 피곤한 여자였다.

그떄 또 전화가 울렸다. 발신인을 보지도 않고 전화를 받은 가온이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자꾸 귀찮게 굴면 저도 가만히 있진 않을 겁니다."

[......]


상대가 침묵했다.

숨소리를 듣고 나서야 상대가 레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가온이 황급이 발신인을 보았다. 바로 이자견이었다.


"아...이자견 씨. 그게 아니라..."



횡설수설대던 가온이 이내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왜 전화한 겁니까?"

[아니...그냥...좀...]


누가 들어도 기가 죽은듯한 목소리였다.

최근에 그나마 가온에 대한 공포심이 옅어지고 있나 싶었는데 이건 좋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녀의 의도는 짐작되었다.


"걱정해주신 겁니까?"

[음...그게...]


가온은 정신적으로 지쳐있었고, 다른 일에 정신을 할애하기 싫었다.

평소라면 거부감을 가져 퉁명스럽게 대했을 이자견이었지만 가온은 솔직한 심정을 뱉었다.


"죄송해요. 전 레임이 전화한 줄 알고...전화해주셔서 기쁩니다."

[......]


전화 너머에서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조그맣게 네...라고 이자견이 중얼거렸다.

가온은 그녀에게 커튼 영역 원정 신청에 대해 물어볼까 했지만 이내 그만두고 말했다.


"도와주신 것에 대한 건 다음에 꼭 사례하겠습니다. 지금은 다른 할 게 있어서...다음에 뵙겠습니다."

[아, 알겠,어요.]


그리고 전화는 끊어졌다.

후우. 한숨을 쉬던 가온은 문득 마음이 조금은 평온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일까.


"......"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던 그는 몸을 일으켜 집밖을 나갔다.

커튼 본부로 가기 위함이었다.

흔들리는 택시에 몸을 맡기고 상념에 잠긴지 몇 십분.

커튼 본부에 도착한 가온을 보고 사람들이 놀란 눈을 했다.

한 시간 전 쯤에 피곤하다며 집에 돌아온 그가 왜 왔는지 궁금하다는 얼굴들이었다.

가온은 너무 졸려서 충분한 수면을 취했고 이제 보고를 하겠다고 둘러댔고 모두 납득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상황보고를 하러 간 곳은 지부장실 이었다.

이이협을 만나야 한다는 것에 꺼림칙함을 느끼면서도 가온은 군말없이 본부장실로 향했다.

헌데 지부장실이 뭔가 소란스러웠다.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어보니 아이나가 소리치고 있었다.


"지금 당장 붉은 커튼 토벌령을 내려야 합니다!"

"놈이 커튼인 이상 그게 마땅하겠지만, 글쎄...다른 적들이 더 위협적으로 보이는군."

"그게 무슨..."


이이협이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류열의 말에 따르면 붉은 커튼은 그간 보여온 행동대로 커튼만을 공격했다고 하는데."

"그, 그건..."

"내가 지금 신경이 쓰이는 것은 붉은 커튼이 아니라 여왕 사냥전떄의 지휘개체로 추정되는 개체와, 자네들이 조우했던 개체일세."


단호히 말한 이이협의 눈이 문을 연 가온에게 향했다. 그는 눈짓으로 너도 앞에 서라도 말했고 가온은 시키는 대로 따랐다.


"...!! 이가온, 너도 말 좀 해봐. 붉은 커튼이 뭘 했는지...!!"

"조용. 류열. 마저 보고하도록."


아이나의 말을 가로막은 이이협의 말에 류열이 떨떠름한 기색으로 보고했다.


"아까 보고드렸던 대로 저희는 여왕사냥전때 조우했던 개체, 호위 개체중 분신을 쓰는 녀석과 만났습니다. 다만 저희를 견제만 하고 금방 사라졌지만요."

"그래서, 맨 꼭대기까지 올라가 보니 지휘개체와 붉은 커튼이 싸우고 있었다...?"


이이협이 머리가 아픈듯 매만졌다.



"녀석이 어떻게 살아 돌아온 거지? 아니, 그 전에 지휘개체. 일명 상어이빨과 붉은 커튼은 어떻게 도시 안에 있었을까? 분신의 호위개체도 마찬가지고."


침묵이 깔렸다.

그런 가운데 가온이 입을 열었다.


"그 자리에 어린 꼬마애가 있었습니다."

"꼬마...?"

"아, 지금 막 보고드리려고 했는데..."


류열이 머쓱해하며 맞장구를 쳤다.


"무슨 소리지? 어린애라니?"

"정황상, 인간이 아닌 것처럼 보였고, 또 말하는 투를 보아서 방벽 바깥에서 온 것 같았습니다."


거듭되는 정보에 당황하는 이이협을 보며 가온이 말했다.


"지부장님."

"뭐지?"

"전, 커튼들의 영역을 공격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


이이협이 놀란 눈을 했고, 가온은 이어서 말했다.


"원정을 가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머나먼 숲.

강력한 동포와, 그것도 둘이나 함께 돌아온 소년은 기분이 좋았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습니까? 치료하는 동안 이야기 해 보시지요."

"...하수구속에서 지냈지. 이가온을 찾으면서."


사실 아까부터 질문하는 소년에게 아무런 대답도 않고 있었으나 싱글벙글 웃으며 계속해서 질문했기에 결국 상어이빨이 지고 말았다.

그는 짧게나마 그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다.

호위개체도 흥미가 있는지 팔짱을 끼고 경청하려 했다. 그리고 그때.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가장 먼저 눈치챈 것은 상어이빨이었다.

그가 비어있는 공간을 쳐다보았고 소년이 이어서 무표정하게 그곳을 바라보았다.


쿠구구구구.


검은 소용돌이가 치더니, 이내 그 곳에서 누군가가 걸어나왔다.

놀랍게도 양복을 입인 인간 남자였다.


[크르르르...]


분신의 호위개체가 공격하려는 순간, 소년이 제지했다.



"이 영역에 인간이라...어떻게 아시고 왔습니까?"


그러자 남자가 싱긋 웃었다.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공허한 웃음.


"제 이름은 김남일."


그리고 뒤이은 말에 소년은 물론 상어이빨도 눈을 크게 떴다.


"에메라와, 그리고 이가온에 대해서 제안드릴 것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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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3 파멸? (8) 20.08.16 157 2 20쪽
362 파멸? (7) 20.08.15 169 2 21쪽
361 파멸? (6) 20.08.14 165 3 16쪽
360 파멸? (5) 20.08.14 167 3 21쪽
359 파멸? (4) 20.08.12 175 3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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