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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현대판타지

ITE
작품등록일 :
2017.07.04 19:27
최근연재일 :
2020.09.01 23:59
연재수 :
379 회
조회수 :
164,498
추천수 :
2,936
글자수 :
2,335,429

작성
20.08.30 23:59
조회
156
추천
3
글자
19쪽

쥐(誓) 바람의 결말.

DUMMY

[내가 말하긴 뭣하지만, 궁금한 것 없어?]


왜 안이 여기 있는 거라던지, 자신의 현실 육체는 어떻게 된 거냐던지 궁금한 건 많다.


"물어보면 안 싸울 건가요?"

[그건 아니지만.]

"...안 싸우면 안 됩니까? 마우스. 이러는 새에도 저 밖의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을지..."

[네가 쓰러진 순간 저 녀석들에겐 희망이 없었어. 그건 잊어.]

"......"

[가온...나라면 신을 이길 수 있는 최소한의 가능성이 있다. 네가 다시 가봤자 개죽음일 뿐이야.]


가온은 말없이 자세를 잡았고, 그러자 안도 스르르 몸을 움직여 태극권 같은 자세를 잡는다.


중국의 정부공인 순위권자. 안.


세계 최고라 불리는 남자의 패기가 몸을 찔러왔지만 가온은 주늑들지 않고 먼저 달려들었다.


화르륵!


순간적으로 분신을 만들어내며 거대한 화염구를 네 개나 쏘아내는 가온! 동시에 분신들이 섬광을 내지른다!


"그게 지금의 자네의 한계인가."

"!"


정신을 차렸을 땐 공중에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쳐지고 있었으며 분신은 진작 사라진지 오래였다.


쿵!


"큭!"


바닥에 처박혀 신음을 내면서 천천히 일어나는 가온. 안은 딱히 추격타를 가할 생각은 없는 듯 했다.


"날 이기면, 그 다음은 마우스가 상대하 준다고 했습니까?"

"그래. 그렇네."


안은 그저 싸우고 싶을 뿐이란 걸 가온은 순식간에 알아챘다.

그는 십이지신과의 싸움에, 강자와의 싸움에 목말라 있다.


"그럴거면 지금 당장 현실에 가서 그 놈들에게 맞서도...!"

"아니, 최소한의 싸움이 성립되어야 즐거운 법. 개죽음을 당하면 그보다 허무한 것은 없지."


의외로 실리를 추구하는 말에 가온의 말문이 막혔다.


"십이지신의 수장은 나에게 신에게 최소한의 저항법을 가르쳐 주기로 했고, 나는 그것을 배워 신에게 싸움을 걸어볼 생각이네. 그 전에 자네나 수장에게 죽는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런가요."

"그리고 착각하는 것 같네만. 이곳도 현실이네."

"네?"

"자네는 그동안 영체 상태로 이곳에서 수련을 했던 것 같은데...확실히 탐나는 기술이로군."


말끝에 마우스를 쳐다보는 안.

그렇다면 이 공간에 현실 어딘가에 있는 곳이란 말인가?


[처음엔 심상일 뿐이었지. 하지만 너와 만남을 거듭하고 네 힘이 커지면서 나도 권능을 발동할 수 있게 되었을 뿐이야. 그래서, 지금 이 공간은 반반의 세계지]

"그렇다면...전 아직 죽지 않았다는 소린가요?"

[당연하지. 네가 죽었다면 네 몸을 뺏겠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했겠어? 그보다...]


마우스가 붉은 눈을 빛냈다.


[그 남자 상대로 너무 방심하는 거 아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풍경이 주르륵 변화하며 또 날려가는 가온. 이번엔 그냥 당해주지 않고 흐름을 사용하여 맞섰다.

하지만, 안이 한 수 위였다.


"?!"


가온의 흐름이 오히려 흐트러지며 기가 안에게 유리하게 돌아간다. 결국 그의 뜻대로 움직이게 된 가온은 바닥에 패대기쳐지고 말았다.


"..."


안은 흐음. 신음했다.


"기이하군."

"...뭐가 말입니까?"


아픈 등을 참으며 겨우 일어나며 묻자 안이 대답했다.


"그토록 깊은 부분까지 흐름을 사용할 수 있으면서 세부적인 컨트롤은 나보다 살짝 아래라...이룬 경지와 응용력이 맞지 않는다고 느꼈네."

"?"


가온이 흐름을 잘 못 다룬다는 이야기인가?


"혹은 그건, 흐름이 아닌 다른 것인가?"

[안.]


안의 말에 경고하듯 조용히 말한 마우스. 안은 더 대화할 필요는 없다는 듯 자세를 바로 잡았다.

그리고, 이후는 유린이었다.

여기저기 넘어지고 날려가고 패대겨쳐지고.

가온은 꺠달았다.

인간의 경지로는 결코 안을 이길 수 없다.

이 자는, 인간의 힘만으로도 십이지신과 대등 이상으로 싸울 수 있는 진정한 강자.


그래서인가? 안은 전혀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가온에게 기대하는 듯한, 안타까운 듯한 시선을 보낸다.


'...그렇군.'


그 시선과 마우스의 초조한 듯한 모습에 가온은 눈치챘다. 아니, 이미 눈치챘던 걸 확신했다. 이 세상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콰아아앙!


불기둥이 어둠의 세상을 밝힌다.

벙쪘던 안은 얼굴을 밝혔고 마우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곧 불기둥을 헤치고, 붉은 커튼의 모습이 나타난다.


[...그렇군요.]


붉은 커튼의 근원은,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신이 거두어 간 것이다.

이 모습은 가온이 기억하는 상상.


[애초에 이곳이 완전히 현실이었다면 제 몸을 뺏을 필요도 없겠죠.]


가온이 괜히 미쳤다고 자신보다 인간, 커튼인 상태로 훨씬 강한 둘을 상대로 동시에 덤비라고 했겠는가? 이런 게 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있었기 떄문이다.

그리고, 역시 마우스의 저 모습은 완전한 육체가 아니다.

수련중에 기억이 있었다.

공간창조의 끝에 도달하면 현실과 환상의 구분이 가지 않는 곳이 만들어진다고.

그리고 그걸 초월하면...


[신이 된다.]

[...흐음]


마우스가 만족스러운 듯 신음했다.


[...정확히는 신이 아니라 놈의 권능중 하나에 도달하는 거지. 그리고 도달하지도 못한 경지를 이 공간에서 구현할 수는 없다.]

[그렇겠죠.]


그렇지 않으면 지금 가온이 설 수 있을 리 없었으니까.


"이제야 재미있겠군."


안이 희희낙락하며 다시 자세를 잡는다.

그가 싸우고 싶었던 것은 십이지신. 그와 대등, 혹은 근소로 우위인 붉은 커튼은 그야말로 꿈꿔왔던 상대!


[......]


화르륵.


하지만 가온은 변신을 풀었고, 멍했던 안의 표정이 악귀처럼 일그러진다.


"그대...나에겐 붉은 커튼을 쓸 가치도 없다는 겐가?"

"아뇨. 당신은 가히 최강의 인간입니다."


지금 이 경지로는 택도 없는, 그야말로 최강.

하지만...


"이 기회를 놓치면...그 놈에게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알지 못할 소리!"


안이 주먹을 힘껏 뒤로 당긴다. 아까와 같이 물처럼 흐르는 듯한 유려한 동작이 화산이나 지진에 비견되는 강권!!


십이지신의 행성에 피해를 입히는 공격에 비견될 만한 가공할 위력!

안은 이 일격으로 진심으로 가온을 죽일 생각인 것 같았다.


"죽거나, 변하거나!"

"...후우."


붉은 커튼으로 변하지 않으면 확실히 죽는다. 신이 가져간 근원이 없으니 인간으로 죽어도 붉은 커튼으로 변하지는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가온은 그저 검을 쥐어잡고, 자세를 잡는다. 그건 일도양단의 자세.


"그대가 정녕!"


화가 난 듯 기운이 몇 배나 증폭되는 안!

이윽고 그 손에서 무지막지한 강권이 쏘아진다.

차라리 레이저포에 비견되는 그것은 가온을 지워버리려 들었다.


"흐읍...!"


검을 드는 가온을 보고 안이 외친다.


"흐름을 사용할 생각이라면 틀렸다! 이 공격에도 흐름을 응용할 수 있으니!"


그건 예상한 바이다.

흐름으로 이 기술을 비껴내려 들어도 안이 흐름에 상쇄되어 직격되고 말 것이다.

가온이 하려는 것은, 다른 것.


'그때도, 아까도.'


비행물체때도, 신과 싸웠을 때도, 한 번씩 이해못할 현상이 발휘되었었다.

그리고 그게 가온의 힘이라면...아직 파헤치지 못한 힘이라면!


'여기서 각성하지 않으면! 모두를 구할 수 없어!'


가온의 검이 강권에 맞선다. 전력을 다해 휘둘렀음에도 형편없이 밀리며 버티는 게 고작.

어떻게 했었을까? 일단 흐름을 썼었던 것 같다.

흐름이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기운을 뜻대로 컨트롤 하는 것. 그걸 극한으로 연마하면...

모든 걸 조종할 수도..


과연, 안의 강권이 살짝 기세를 잃었고, 안도 당황했는지 눈썹을 꿈틀거렸다.

이걸 응용하면, 이번 공격은 넘길 수도...


'아냐. 이게 아냐.'


이 행성 모든 것은 신의 것이라고 했었다. 놈의 테두리 안에 있어봤자 소용이 없다.

놈이 당황한 이유는, 놈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힘이었기 때문!


'뿜어져라. 내 힘.'


모든 걸 일거에 불태운다는 이미지.

힘이란 뭘까? 물질이란 뭘까? 그것이 결국 미지의 뭔가로 이루어진 거라면, 자신도 가능할 것이다. 아니, 가능하게 해야 한다.


흐름에 의지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겪어왔던, 극한의 상황에서 보아왔던 힘


속도, 질량, 그런것에 구애받지 마라.

애초 주술이란, 붉은 커튼의 힘이란 무엇이었던가? 가온의 경우엔 마음속의 울분.

그 울분을, 스스로의 속에 잠재된 힘과 혼합해라.

그리고 바라는 것이다.

모든 부조리를 불태워라!! 그 부조리가, 세상 자체일 지라도!!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머리까지 올라간 검을 내리친다.

왜인지 해일처럼 밀려오던 강권의 저항감이 전혀 없이...세상이 일순 하얗게 물들었다.


"......허."



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손을 거두었다.

강권이 깨끗하게 사라진 것이다!

숨을 몰아쉬던 가온이 회심의 미소를 짓는데, 안이 안절부절 못하다가 이내 아 하고 깨달았다는 듯 엄지 손가락을 내밀었다.


"최고일세."


푸슉!


상반신에게 뿜어져나오는 피. 그리고 그대로 털썩 쓰러지는 안.

그의 얼굴엔 허망함이 없이 만족감이 가득했다.


"......"

[그게 네 희망이었지.]

"!"


어느새 다가온 마우스의 거대한 어둠의 팔 여덟 개가 사방에서 가온을 감싼다.


쿠구구.


하나하나가 나라 하나를 무너뜨릴 듯한 압박감이 여덟 개!

그것이 가온을 덮치고, 그리고.


[우오오오...]

[흐음.]


불기둥도 없이 붉은 커튼으로 변한 가온은 그걸 견뎌내고 두 팔로 여덟 개의 팔을 뿌리쳤다. 그리고 곧바로 주먹을 내찌르려 했을 때 바닥에 처박히고 말았다.


[크윽...]


넘어진 붉은 커튼의 다리를 팔 하나가 잡고 들어올려 세게 패대기치려 한다. 등에서 불꽃을 분출해 팔도 태우고, 위로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막대한 압박감이 위에서 짓누른다!


[중력!]

[네가 불이라면 난 그거지. 응.]


콰아아아!!


패대기. 그렇게 표현하기에는 이 충격만으로도 대륙이 침몰할 것 같은 힘.

대지가 움푹 파이고 온갖 물질이 허공으로 날아가는 가운데. 섬광으로 팔을 잘라낸 가온은 어느새 마우스가 등 뒤에 폭발적이게 내려셨고 그 충격으로 몸이 두둥실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

[흡!]


여덟개의 팔을 합치자 거대한 주먹이 되어 붉은 커튼을 후려친다.

속절없이 날아가는 가온을 쫒아 여덟 개의 팔에서 쥐와 비슷하게 생긴 에너지를 마구잡이로 발산하는 마우스.

저것 하나하나가 술에 썼던 개의 머리보다 월등히 강했다!!


하지만 붉은 커튼도 역시 인외의 존재!


[우오오오오오오!]


기합 한 방으로 몸에서 핵폭탄과도 같은 힘이 방출되었으며 화염구, 섬광을 마구 잡이로 난사한다!

마우스의 공세에도 전혀 밀리지 않는 힘!


어느새 화신지경으로 변해 중력의 영향에도 벗어나 그대로 철퇴와 같은 오른팔로 마우스를 후려친다!

그러려고 했다.


고오오오.


[......!]


검보랗빛 색깔에 잠겨 아까보다도 훨씬 마왕같은, 아니, 이젠 마신같은 모습으로 군림하는 마우스가 웃었다.


[내가 가르쳤잖아. 내가 화신지경이 되지 못할 거라 생각한 거야...?]

[...큭!]

[애초 이건, 신의 권능에 일일히 대응하기 힘들었기에 패시브로 만든 기술...이었지만, 다른 기능도 있지.]


마우스가 여덟개의 팔을, 그리고 본체의 두 팔을 한꺼번에 들었다.


[권능을 분석해 방어능력을 없애는 것, 우주적인 신에게도 통한다고?]

[크,악!!]


붉은 오른팔과 도합 열개의 팔의 격돌, 놀랍게도...붉은 커튼의 오른팔이 박살이 났다.

직후 바닥에 엎어진 붉은 커튼.


강한 중력에 바닥에 처박혀 일어나지 못하는 붉은 커튼. 그 갑주에 금이 가며 거미줄같은 상흔이 남았다.

아까 안에게 했던 것처럼 힘을 써 보려 했으나 어쨰서인지 잘 되지 않았다.

아니, 그보다도 마우스의 대처가 워낙 뛰어나 틈이 없다!


'...강해.'


신은 그저 마구잡이로 힘을 난사하는 느낌이라면, 마우스는 다르다.

그야말로 실력도ㅡ 힘도 초월에 오른 존재!

십이지신의 수장이자, 가온의 스승님.


'...맡겨도 되지 않을까?'


마우스라면 모두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신을 쓰러뜨려주지 않을까?

그라면 괜찮잖아...

약한 마음이 가온을 붙든다.



[포기하는 거야?]

[......]

[그런가......]


씁쓸한 듯 중얼거린 마우스가 입을 열었다.


[저기 가온.]

[...네?]

[내가 십이지신중 자. 쥐라는 거 언제부터 알았어?]

[음...십이지신에 대해 들었을 때부터?]


엄청 오래됐네~머리를 긁적이며 탄식하는 마우스.


[근데 왜 가만히 있었냐? 그런 수상한 놈, 빨리 쫒아냈어야지.]

[...수수께끼의 힘을 갖고 있는데 괜히 자극해봤자 소용없다 생각했죠...나중에...확실해지면...그때...]

[아아. 그랬구만.]


고요.

안간힘을 써서 벗어나려 하지만 이 중력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가온아.]

[...네?]

[잘 가라.]

[......]


마우스가 손을 쳐 들자 보랏빛 에너지 검이 슈륵 튀어나오고, 붉은 커튼은 포기한 듯 눈을 감는다.


그리고...


파이팅. 조카.


[으, 어어어어어어어어!]

[!]


언젠가 들었던, 스스로의 환상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그 사람의 목소리.

하지만, 그것만으로 포기할 수 없었다. 절대, 절대로!


'모든 것의 구현화가 가능하다면! 모든 것을!'


지금까지 만나왔던 동료들과 강적들, 그 모든 힘을!!

수백의 사람들이 나타나 마우스에게 공격을 퍼붓는다. 그건 마우스의 장갑에 전혀 상처를 입히지 못했지만 밀려나게는 했고 그 틈에 일어난 붉은 커튼이 주먹을 날린다.


[야야. 방심시키고 이러는 게 어딨냐?]

[포기할 수 없어요. 저도.]

[그러신가~아무튼...이건 귀찮군. 역시 상상력과 힘이 무한이군 넌.]


마우스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그는 이런 구현화는 불가능한 듯 했다.


[그럼. 내 색으로 덧칠할 수밖에.]


쿠구구구.

마우스를 중심으로 세계가 바뀌어간다.

다시 한 번 변이된 세계에서 가온이 만들어 낸 자들의 모습은 종적을 감추었다.


[!]

[이게 신에게 맞설 최소 조건. 놈이 그런 권능을 뿜을 수 있는 건 행성 모든 것이 놈의 것이기 때문!]


그러니,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내 권능을 봉인해야 한다!


[너도 배웠지만, 이 정도까진 못하지?]


말끝에 주먹을 얻어맞아 얼굴에 금이 간다.

하지만 붉은 커튼은, 가온은 이를 악물로 마주 주먹을 내지른다.

누가 보아도 힘의 차이는 명확했다.

하지만 가온은 포기하지 않았다.


[왜 십이지신인 거 모른 척 했냐고요? 그거 알아요? 모른 척 하기도 힘들었던 거!]


쾅!


[우웃.]

[이름도 마우스고, 에메라의 전대라 그러고, 흐름을 보고 너나 할 것 없이 수상한 힘이라 그러고! 당신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있고...모르는 게 더 이상하잖아요!]

[그러니 진작 쫒아냈어야지!]


철퇴가 부서져 이젠 정상적이게 된 주먹과 마우스의 주먹이 맞부딪힌다.



[어떻게 그래! 내 스승님인데!]

[......]

[삼촌이 죽고 나서, 삼촌 같은 존재가 된 유일한 사람인데 내가 어떻게 수상하다는 이유만으로 당신을 쫒아내요!]


마우스가 없었으면 가온은 진작 죽었을 것이다.

그가 어떤 의도가 있더라고 그건 사실이다.


[...뭐야. 감정공격 하는 거?]


마우스의 말을 무시하고 가온은 외쳤다.


[그러는 마우스도 날 끝장낼 수 있잖아요! 왜 그러지 않는 건데요!]

[뭐?]

[알아요! 지금 전혀 전력이 아닌 거! 왜 날 포기하게 만드려는 거에요? 그냥 제 정신을 죽이고 빼앗으면 그만인데, 다 설명해주고, 극복하길 바라는 듯이 말하고!]

[야야. 그거 성대한 착각이다?]

[그럼 끝내요! 지금 당장!]

[......]


마우스는 입을 다물었다. 그 표정이 처음으로 분노로 물들기 시작한다.


[원한다면.]


팟.


[순간이동?!]


순식간에 모습이 사라지고 하늘에 나타난 마우스가 등에 달린 여덟개의 금속팔과 본체의 두 팔을 들었다. 몸이 검보랏빛으로 활활 타오르고, 열 개의 팔을 천천히 들어올린다.


[으, 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마우스가 전력을 다하고 있다.

열 개의 팔로 세상 모든 것을 중력의 지배하에 둔다.

가온의 몸은 물론이고 마우스가 만들어낸 행성 크기의 모든 물질이 쿠구구구 떨려온다.

위로 올리는 것만이 아닌, 사방의 방향으로 힘이 작용.


이대로면 가온의 몸은 산산히 찢길 것이다.


'그래. 찢으면 돼.'


얼마나 오랜 세월 기다렸던가.

얼마나 오랜 세월 이 날을 꿈꾸었던가!


'정에 휘둘려서 다 포기한다니, 말이 되냐!!'



하지만 그 망설임은 치명적!

세상이 일순 하얗게, 아니, 붉게 물든다!


[엇...!]


마우스의 지배하에 있던 모든 것이 스르륵 풀리고 그 순간 가온이 근접!


[핫. 광역기만 있는 게 아니라고!]


주먹 하나하나에 붉은 커튼을 바로 박살낼 만한 가공한 힘이 깃든다. 이건 신을 위해 아껴둔 힘이었지만, 그럴 때가 아니다!


콰앙! 쾅!


서로의 주먹이 맞부딪힐 때마다 꺠지고, 수복된다.

마우스는 아연함을 느꼈다.


[그거 맞으면 죽어야 정상이다?!]

[그런가요!]

[그런가요라니! 넌 죽음의 위기에서 겁나 쎄지더라!]


신이 난 듯이 마구 주먹을 난타하는 마우스.


'어라? 내가 신날 때인가?'


쓰러뜨리고, 한시라도 빨리 나가 놈을...신을...죽여야...


그 사이, 붉은 커튼도 최후의 기술을 준비한다.

스스로의 몸이 붉게 타오르고, 이윽고 그것은 검이 된다.

마우스 또한 아까 전처럼 행성 하나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을 한 점으로 모았다.


좋든 싫든 이 일격으로 마지막!


[잘 가라 가온! 내가, 내가 모든 걸 구할 테니까!]

[함꼐가요 마우스! 우리가, 할 수 있어요!]

[......]


의외의 말에 멈칫하는 마우스. 그리고 그게 결정적이었다.

가온의 알 수 없는 힘이 마우스의 공간을 날려버리고 검이 된 붉은커튼이 마우스에게로 날아온다.


'휘둘러.'


그럼 승리하거나, 적어도 이 상황을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마음속에선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다.


'가온이가 다치면 어떻게 하지?'

'아니, 이런 생각할 때가 아니잖아. 연인의, 동료의 죽음을 잊었어?'

'에메라도 붙잡혀 있잖아! 가족과도 같은 그 애를 자유롭게 만들어 주자고 했잖아!'


그리고 가온이 말했다.


[마우스. 이 힘. '자유' 라고 이름 붙이면 어떨까요?]

[...핫.]


마우스가 코로 웃었다.


'네이밍 센스 하곤'


정적.

끝끝내 주먹을 휘두르지 못하고, 방어로 전환한 마우스를 불꽃이 스치고 지나간다.


고오오오...


공중에서 우뚝 멈춰선 둘, 붉은 커튼의 몸이 유리파편처럼 부서져 내리며 몸 반에서 가온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리고 아무 상처도 없어 보이는 마우스가 말했다.



[가온아.]

[......]

[네가 이겼다.]



마왕과도 같은 모습이 불타 사라지고, 그림자 인간의 모습이 나타나 미소를 지었다.


[내 완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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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 소원권 (2) 20.08.22 161 3 20쪽
368 소원권 (1) 20.08.22 163 3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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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3 파멸? (8) 20.08.16 158 2 20쪽
362 파멸? (7) 20.08.15 170 2 21쪽
361 파멸? (6) 20.08.14 166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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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 파멸? (3) 20.08.11 174 3 23쪽
357 파멸? (2) 20.08.10 178 3 12쪽
356 파멸? (1) 20.08.10 170 3 17쪽
355 파멸의 징조 (3) +1 20.08.08 175 4 15쪽
354 파멸의 징조 (2) 20.08.07 172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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