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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현대판타지

ITE
작품등록일 :
2017.07.04 19:27
최근연재일 :
2020.09.01 23:59
연재수 :
3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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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35,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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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8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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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4쪽

세계와 내면의 진실 (1)

DUMMY

[도와준다고? 네깟 놈이 말이냐?]


신은 하찮다는 듯 코웃음 쳤다.


[원숭아. 가련하고 가여운 원숭아. 지금 네가 나에게 반역하겠다는 말이냐?]

[애초 널 따른 적도 없으니 반역이라곤 할 수 없지!]

[기고만장하구나. 억겁의 세월동안 나에게 대들지 못하고 엄한 곳에 분노나 표출한 주제에 이제 와서 나에게 덤비겠다고? 저 벌레가 네놈의 희망이더냐?]


가온쪽으로 빛을 비춘 신이 다시 웃었다.


[왜? 자의 힘을 갖고 있으니 내게 통할 것이라 여기는 거냐? 애초에 그 자도 내게 패배하여 사라졌거늘...]

[시끄럽다! 저런 쓰레기 따위를 희망이라고 여길 것 같으냐!]

[거짓말에 모순이군. 증오하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다니...]


경멸스럽다는 말투로 이야기하던 신이 용, 말, 그리고 호랑이에게 빛을 비추었다.


[더 이상 말할것도 없다. 어서 처리하거라. 나는 계시를 진행할 것이니라.]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호랑이가 공격 자세를 잡는다.

아까 전엔 원숭이가 기습을 날려 그를 날려버렸으나 제대로 임한다면 호랑이는 밀리지 않는다.

오히려 순간적인 파워에선 확실한 그의 우위!

그를 증명하듯 대기를 찢어발기는 발톱이 원숭이에게 직격한다.


꾸드득 주먹을 쥐어 반격하는 원숭이였으나 주먹만 베이고 말았다.


[크엉!]


원숭이가 조금 주춤거리자 마자 그에게 달려들어 목에 송곳니를 꽂아넣으려 하는 호랑이! 그걸 두 손으로 간신히 붙잡으며 안간힘을 쓰는 원숭이.


그 사이 어느새 말이 그들의 지척까지 다가왔다.


'김일씨와 령화씨가 마크하고 있었을 텐데...?!'


설마 두 사람이 당한 것인가? 하지만 둘은 멀쩡했고 서둘러서 위를 향해 날고 있었다.

아무래도 말이 두 사람을 뿌리치고 달려든 것 같았다.


'하긴. 방어전이라면 몰라도 그냥 무시하고 다른 곳을 공격하면 별 도리가 없긴 해.'


움직임이 느릿느릿한 용이라면 몰라도 말은 인류의 최강자들도 가뿐히 뿌리칠 수 있는 것이다.


아니, 용도 다르지 않다.

용 자체를 상대할 순 있어도 놈이 쏘아내는 구탄을 정면에서 받아낼 수는 없다. 그게 인간의 한계.


용이 대놓고 가온이나 원숭이를 향해 브레스를 쏘아도 머리 쪽을 후려쳐서 방향을 틀어내는 정도밖에 못 하는 것이다. 그나마도 용의 무지막지한 힘과 현란한 움직임으로 인해 쉽지가 않았다.


이 중 하나도 버거운데 셋이 합공한데다 십이지신보다 확실히 강할 것으로 추정되는 신까지 있으니 답이 보이질 않았다.


[역겨운 것들! 저 놈에게 모든 것을 잃고도 놈을 따른단 말이냐!]


분노로 포효하며 순간 힘을 주어 호랑이의 틱을 쩍 벌린 후 어퍼를 날리는 원숭이.

그걸 아무렇지 않게 팔로 방어하며 호랑이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잃어버린 것을 되찾을 수 있다면 그 뭐리 대수란 말인가.]

[무어?!]

[너처럼 자존심을, 감정을 우선시하다 실리를 잃지는 않겠다.]


나는 반드시 되찾을 것이다.

호랑이의 말에는 오만도, 분노도 없었다. 그저 신념만이 있다.

그것에 의외감을 느낀 가온은 입을 다물었다.


[웃기지 마라!!!]


분노가 한계에 달한 원숭이의 몸이 찬란한 금색으로 빛났다.

아까보다도 몇 배나 강해진 것이 현저히 느껴진다.

갑자기 힘일 늘릴줄은 몰랐는지 당황한 호랑이가 주먹에 맞아 지상으로 떨어져나간다.

원숭이는 굳이 추격하지 않는다. 추격해봤자 태세를 가다듬은 호랑이에게 반격이나 당할 것이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예전에 진작 했어야 할 일을 지금 행하겠다!]



꾸드드드드득.


주먹을 쥐는 것만으로 공간이 일그러진다. 막강한 힘에 풍경이 일렁거린다.

그리고 그 모든 힘을 주먹 한 점에 담아 원숭이가 하얀 구체에 주먹을 갈겼다.


'엄청나다!'


저 주먹이 실수로라도 지상에 맞으면, 지상의 반이 날아갈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될 정도의 위력!



[죽어라!]


떵.


[!]


그리고 세상을 반파시킬만한 위력의 주먹은 너무도 어이없고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괴상한 소리와 함꼐 막혀버렸다.


[학습능력이 없구나. 원숭아.]


무형의 기운의 원숭이를 휘감는다. 저항하고 몸부림쳤으나 무형의 기운을 풀리지 않는다.


[지금 나의 특별한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려고 하고 있지 않느냐? 어딜 끼어드는 것이냐?]

[크악! 이 놈! 이 년! 이 빌어먹을 자식!]

[하아...역시 네놈은 몸에 직접 알려줘야 할 것 같구나...]


말끝에 원숭이의 팔이 퍼석. 터져버렸다.


[크우우욱...!]

[어딜 신음인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이번엔 양 다리가 꾸불텅거리더니 있을 수 없는 방향으로 돌아간다. 다리만이 아닌, 팔도, 몸통도, 전부 그랬다.


[끄우아아아아악...!]

[오랫동안 고통과는 연이 없었겠지? 어떠냐? 억겁의 세월에 오랜만에 맛보는 각별한 고통의 맛은...]


퍽퍽. 원숭이의 몸이 터져나갔다가 스스로의 재생력에 의해 재생되고를 반복한다.

그걸 보며 신이 껄껄댔다.


[주제도 모르고 천방지축처럼 날뛰더니 참으로 우스운 꼴이구나!]

[크아아아...!]

[자존심도 없느냐고 했더냐? 저 녀석들은 너처럼 머리가 없지 않을 뿐이다. 그 증거로 봐라. 이 지경까지 왔는데 다른 십이지신들이 움직이려 하고 있느냐?]

[크으으으...]

[아니, 이도저도 못하고 사태만 관망하는 다른 놈들보단 저 셋이 훨씬 현명하지! 내게 화가 났다고 했나? 왜? 네 소중한 자들을 죽여서? 그들은 죽어 마땅했다. 그리고 지금 네 행동으로 더욱 죽어 마땅해졌다. 그렇게 그들이 보고 싶다면, 다시 되살려줄까?]

[너어...!]

[물론 다시 죽이겠지만 말이다!]


말끝에 원숭이의 상반신이 퍽 터져나간다.

가온은 얼굴을 찡그렸다.


'저게 신이라고?'


이건 숫제 양아치 같았다.

자신이 모든 이의 아버지이자 어머니라고 말했는데 하는 꼬라지를 보니 의심스러움을 넘어서 그냥 농담처럼 느껴질 지경이었다.

지가 지 입으로는 물론 다른 십이지신까지 신이라고 부르니 신이 맞기는 한 모양이라 그게 더 충격이다.


'뭐, 저 새끼가 당하는 건 나한테 좋긴 하지.'


원숭이가 당하든 말든 가온에겐 아무런 상관도 없다. 아니, 오히려 아주 좋다고 할 수도 있었다. 이자견이 죽은 것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원수놈.


하지만, 족쳐도 자신이 족쳐야 한다.

더한 쓰레기에게 당해봤자 찜찜하기만 할 뿐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현실감이 없었던 삼촌이 죽는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말이 와 닿기 시작했다.


저건 지 멋대로 하는 쓰레기다.

이 세상에 있으면 안 되는 존재다.


'지금이 기회야.'


원숭이에게 정신이 팔려있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 하지만 그건 적들도 알고 있어서 십이지신이 가온을 견제하며 호시탐탐 제압할 찬스를 노린다.


'한 순간, 한 순간의 기회라도 있다면...'


하지만 인류의 최강자들도 십이지신을 견제하느라 틈이 없다. 대체...어떻게...


[지금!]

[피터?]


피터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과 거의 동시에 지상에서 수 백개의 빛이 쏘아져온다.


[뭣...]


호랑이 용. 말 등이 수많은 주술과 주술 레이저포에 주르륵 밀려난다.

데미지는 전혀 없어도 잠깐 멈추게 하는 것 정도는 가능한 것이다!


"가온 씨!"


어디선가 들려온 듯한 미헤유의 목소리를 들으며 가온은 순간적으로 불꽃을 분출.


[흥!]


그것도 간파한 신이 콧방귀를 뀌며 제지하려 했다.

그리고 그 순간 새하얀 힘이 그를 제지한다.


[...반역의 마녀.]


같잖다는 듯, 분노한 듯 중얼거리는 신.

그리고 붉은 커튼은 순식간에 신의 앞에 다가와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주먹을 드는 붉은 커튼.


[음?]


어리둥절한 목소리를 내는 신.

가온이 달려들어 패버렸다.


퍼억!


광구에서 파지직 스파크가 튀었다. 깜짝 놀랐는지 신이 원숭이를 놓아 주었다.



[...이 놈이?]

"뭘 이 놈이야! 시발 새끼가!"


퍼억!


[!]


생각 대로다.

녀석은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로 이루어져 모든 공격을 차단한다.

원숭이의 공격이 평범한 주먹인 것처럼 막을 수 있는 절대적인 방패!


하지만 가온에겐 방패 자체를 없앨 수 있는 기술이 있었다.


흐름.

그것으로 놈을 억지로 뒤튼다. 이에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는지 어어 하고 어리둥절한 목소리를 낸다.


가온은 멈추지 않았다.

붉은 커튼이 하나하나가 핵폭발을 연상시키는 난타를 날린다.

녀석의 방어막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흐름을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원숭이 놈이 계속 공격했다면 깰 수도 있었겠군...'


가온은 씩 웃었다.

적은 공격이 통하지 않는 무적의 존재가 아닌 것이다!


[라고 생각하나?]

"!"


깨진 곳이 수복된다.

공간이 깨지는 것보다 수복되는 것이 훨씬 빠르다.


[......!!]

[애초 그 삼라만상을 멋대로 재배치하는 그 기술이 없었다면, 십이지신 중에서도 내 본체에 닿는자는 얼마 되지 않는다.]


자신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붉은 커튼이 불을 오히려 밀어 붙이는 신.

그리고 가온은 분노를 태운다.


'삼촌을 죽인 놈을 내가 어찌할 수 없다고? 웃기지 마라!'


화르륵!


[호오...]


불꽃이 타오르고 수복보다 파괴가 좀 더 빨라지자 신이 놀랍다는 듯 신음을 흘렸다.


[분노로 더욱 강해지는 건가...하지만 나도 결코 진심이 아니었음이니...]

[우오오오오오오!]

"어쩌라고!"


붉은 커튼이 포효하며 불꽃을 분출하고, 가온이 흐름으로 놈의 방어막 같은 것을 흩어낸다.


[후후후...나도 놀고만 있었던 게 아니다. 이제 와서 내 법칙을 조금 비튼 힘 따위 얼마든지...]


신의 말이 진행됨에 따라 흐름이 사라지는 것을 느낀 가온은 순간 힘을 내뿜었다.


"흡!"


붉은 커튼도, 흐름과도 다른 가온의 순수한 힘!


[뭣!]


신이 놀랐고, 그리고 순식간에 방어막이 벗겨졌다!


[......]

"이제 쳐맞을 준비 해야지?"


다시금 붉은 커튼과 하나가 되는 가온을 보며 신이 놀랍다는 듯 중얼거렸다.


[본연의 힘도 그 정도인가...호오...순간적으로 힘을 불어넣어 무력화 시킬 줄이야...]


감탄한 어투로 말하던 신이, 구체가 모습을 변화해간다.

정확히는 구체를 중심으로 어떠한 힘이 사방으로 퍼져간다.


'뭐지?'


가온은 이게 어떤 힘과 비슷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건...마우스에게 배웠던, 공간 만들기와 비슷하다!

세상 자체는 허공에 땅 하나 생긴 걸 제외하면 변화한 것이 없었다.


다만, 빛나고 있던 구체가 점점 모습을 변형해 간다. 구체에서, 인간의 그림자 같은 모습으로.


[오랜만의 신체로군...어떤 모습이 될까.]

[우오오오...]


어떤 모습? 무슨 소리지? 의이아해던 찰나, 신이 말한다.


[그래. 이게 좋겠군...]


어쩐지 비웃는 듯한 음색으로, 빛이 사라지면서 인간의 피부가 드러나고, 얼굴이 조형되면서...


[......]


붉은 커튼은 우뚝 서 있었다.

왜냐면, 눈앞에 있는 사람은, 저 얼굴은...장난기 가득하고 제법 잘생겼지만, 엉뚱한 얼굴이 그걸 다 망쳐버리는 저 얼굴은...


"한 때, 나를 거슬리게 했던 벌레이자...너의 소중한 자. 이름은...이현수! 이현수였지!"


삼촌의 얼굴을 한 신이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가온아! 오랜만이야!"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분노.

태산과도 같은, 하늘과도 같은 분노의 힘이 신을 겁박한다.

하늘을 뒤덮는 것도 모자라 우주까지 뻗을 기세인 불꽃이 신을 짓누르고, 그리고.


"훅."

[......?]


촛불을 끄는 것 같은 소리 하나에 타올랐던 오른팔의 불이 훅 꺼져버렸다.

그리고.


"이렇게 하는 거던가..?"


살짝 주먹을 뻗는 신.


쨍강!


[?!?!]


그것만으로 붉은 커튼이 저 멀리 튕겨나가버린다.

간신히 멈춰서서 저항하지만 밀려는 힘은 계속해서 진행 중.

증오스러운 신을 노려보지만 놈은 그저 여유로웠다.


"정말이지...삼촌에게 왜 주먹을 날리는 거니?"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분노를 태우는 붉은 커튼이 다시금 신을 노려본다. 그의 곁엔 어느새 한 명의 소녀가 한 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


"나의 무녀야. 무슨 일이더냐?"

"신님. 저 사람은 제가 사랑하는 사람...자비를 베풀어 목숨만은 살려주시어요."

"호오 그랬지. 나를 받들어야 할 무녀가 누군가를 최우선으로 사랑한다...불쾌하지만, 허가하마. 애초에 그것이 네가 무녀가 될 수 있었던 조건이었으니."

"신님."

"음. 그래. 살려달라고? 내 귀여운 무녀의 말인데 들어 주어야지. 그 녀석...자가 남긴 유물. 그리고 십 수년이라는 웃음도 나오지 않는 세월을 살았으면서 십이지신 급. 어쩌면 그보다 근소하게 우위인 강함...자랑할 만한 애완동물이 되겠어."


애완동물?

그 말에 더욱 타오르는 가온.


"앗앗. 저랑 결혼시켜 주시는 거죠? 신님?"

"하하하. 취미도 독특하구나. 뭐 좋다."


까불지 마.

그렇게 생각한 가온이 달려들었다. 녀석이 성가신 점은 권능. 근접전을 유도한다면..


"흠흠. 그래. 이런 자세였지."

[!]


붉은 커튼은 놀라고 말았다.

신이 취한 자세는 누가 봐도 무술이었기 때문이다!


"헛차. 헛헛차. 하하! 오랜만에 몸을 쓰니 참으로 재밌구나!"

[우오! 우오오!]


그것도 하나의 격투만이 아닌 여러 개의 격투를 적절하게 섞어 사용한다. 심지어 가온이 본 적 없는 자세도 있었다.

근접전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밀리고 있다!


"왜? 격투는 못할 거라고 생각했더냐?"

[......!]

"나에게서 비롯된 것들, 내가 사용 하지 못하는 게 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쾅!


복부에 무릎을 얻어맞고 주르륵 한껏 밀려나는 가온. 다시 달려들기 위해 고개를 쳐들었을 땐 신이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키고 있었다.


또옥.


물방울 하나가 똑 떨어진다.

허공에 파문이 일고, 파문 속에서 물보라가 솟구치고, 이내 물줄기로, 시냇물로, 강물로 변하여 가온에게 닥쳐온다. 이윽고...


'바다?'


그렇게 생각될 만큼의 양의 물이 붉은 커튼을 직격한다.


[크윽!]


물 속에서도 자세를 바로잡기 위해 움직였으나 이번엔 몸이 정신없이 어지러이 돌았다.

잔잔했던 하늘의 구름이 쿠구구 휘몰아치더니 이내 거대한 태풍이 되어 붉은 커튼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콰릉! 콰르르르르릉!


하늘은 전부 뒤덮을 만한 번개가 붉은 커튼 하나를 노리고 사장없이 닥쳐든다.

또한 신이 만들어냈던 땅에서 별안간 산이 솟더니 화산을 분출한다.

별안간 불덩이가 날아와 마주 불로 밀어내면 운석이 가온을 덮치기도 했다.


쿠쿵! 쿠쿠쿵!


이 땅이 없었으면 대지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냥꾼들은 진작에 죄다 죽었으리라.

이건 차라리 천재지변을 상대하는 격이었다.

하지만, 붉은 커튼 또한 천재지변.


쿠아앙!!


세상을 뒤덮을 힘들을 힘의 방출만으로 근원을 날려버리고 돌진한다.

불과 불의 대결에선 밀렸기에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신이 이내 활짝 웃으며 다시 장난ㅇ 돌입한다.


"헛차 헛차."


우스꽝스러운 소리를 내며 손에서 빛을 발사하거나, 낯과 밤이 바뀌거나, 어둠이 잠기게 하거나, 수많은 검을, 병장기를 소환하거나...뜬금없이 화기를 만들어내 쏘거나...


다가갈 수조차 없다.


'하지만, 상대 못할 것도 없어.'


신의 공격도 붉은 커튼의 갑주를 깨부수진 못하고 있다.

이 정도면 십이지신과 그다지 다를 것도 없다. 다가가지 못하는 점만 뺀다면 말이다.

이제 곧 공략법을 찾아서 흠씬 패주고. 그리고...


"쯧. 질렸다."


갑자기 공격을 그만둔 신이 히죽 웃었다.


"너희에게 금지된 힘. 신격을 써 주마."

[우오?]


말이 끝나자마자 뭔가에 얻어맞은 붉은 커튼. 고개를 내리니 복부에 금이 가 있었으며 곧 쩌적 갈라지고 피가 쏟아져나온다.


'뭘 맞은거지...?'


뭘 맞았냐는 둘째 치고, 붉은 커튼의 갑주가 이렇게 쉽게...?

정신을 차렸을 땐 신이 지근거리까지 다가와 있었다.


[!]

"왜? 내가 먼저 다가오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더냐?"


즐거운 듯이 또 격투를 펼치는 신.

아까와 다른점이 있다면 놈이 말했던 신격이란 힘을 쓰는지 붉은 커튼의 몸 여기저기에 상처가 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눈에 띄게 파괴되어가는 붉은 커튼. 그러나 불과 함께 수복하여 다시 주먹을 맞댄다.


'흐름! 흐름을!'


흐름을 응용한다면 이 정체불명의 힘에도 어느 정도 저항할 수 있다.

그걸 꺠달은 가온은 적극적으로 흐름을 이용, 화신지경으로 몸을 두르고 맞섰다.

그럼에도 형편없이 밀리는 현실이었으나, 아직 싸울 수 있었다.

싸울 수 있는 한, 죽일 가능성이 있는 한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마음먹은 가온이 섬광을 내지르려 했다.


"아...격투도 질리네. 거 더럽게 끈질기구나. 힘을 제법 잘 키웠어."


심드렁하게 말한 신이 손을 뻗는다.


"내놔라. 내 힘."

[우오...뭐?"


인간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금은 붉은 커튼의 몸 속에 있을 터인데.

고개를 들어보니 붉은색의 기운이 신의 손에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뭐,야."

"뭐긴 뭐냐? 내 힘이니 회수해가는 것이지."

"......"

"반역의 마녀라 해도 어디까지나 나의 힘. 예전이면 모를까 약해진 지금 반항하는 것도 불가능하며, 게다가 역대 계약자중 네가 취한 형태는 나의 사냥개의 형태! 여러 조건이 잘 맞더군."


슈르르륵.


이윽고 빨간 기운이 신의 몸에 완전히 빨려 들어가고, 가온은 한쪽 무릎을 꿇고 멍하니 신을 올려다보았다.


"어떤가? 알량한 힘마저 빼앗긴 심정은..."

"......"

"무서운가? 아깐 그토록 분노했지만, 막상 힘이 사라지니 무섭지? 그렇지?"


신이 웃는다. 삼촌의 얼굴로.


"아까처럼 나대 봐라. 응?"


뻑!


"......"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뺨을 어루만지는 신.

그의 표정은 곧 악귀나찰처럼 변헀다.


"이 놈이 감히...읏?!"


또 주먹을 날려버리는 가온에게 진심으로 분노했는지 신격을 콰르르 내뿜는 신. 가온이 말했다.


"삼촌 얼굴로 엿같은 얼굴 하지 마. 씨발놈아."

"...좋아. 교육시켜주지."


애완동물이 될 놈이다. 교육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붉은 커튼의 힘이 사라졌으니 그저 한낱 인간. 아까는 미련할 정도로 강력한 방어력 덕택에 버텼지만 지금은 어떨까?


사지가 부러져도 지금같은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받아 보아라."


가볍게 내지른 주먹. 팔로 막는 가온. 그리고 팔이 우드득 부러진다.

흐름으로 방어했음에도 이 지경.

그럼에도 가온은 공방을 이어간다.


1분도 안 되어 피투성이가 되는 가온.

십이지신과 대치하던 사람들은 도저히 못 보겠다는 듯 눈을 질끈 감는다.

어린애가 어른의 싸움? 그런 것도 아니다.


개미와, 주술사의 싸움. 그렇게 표현해야 옳으리라.

그 장면을, 상어이빨은 팔짱을 끼고 지켜보았다.


"자 언제 마음이 꺾일까? 응?"


즐겁다는 듯이 몰아붙이는 신은 가온을 관찰했다.

전지전능한 신인 그는 보는 것만으로 마음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그리고, 가온을 관찰한다.


언제 꺾일까?

언제 분수를 알까?

그리고...


"...꺾이지 않는다고?"


그럴리가 없다.

한낱 인간이, 얼마나 세월이 흘러도 꺾이지 않는다고? 그럴 수가 있나?

가온속에 있는 게 무엇이길래?


화륵.


"...불?"


아니, 그건 불이자 분노였다.


"......"


당황하는 신.


'뭐지? 이게 인간이란 말인가?'


이변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일방적으로 방어만 하고 있던 가온이, 조금이지만 반격을 시작했다.

맞아봤자 간지럽지도 않았지만 그건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한 사실이었다.


"그건 뭐지? 흐름? 아니...뭔가..."


신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무심한 눈으로 막고, 공격하고에 집중하는 가온.


"오, 오오...!"

"가온...!"


신이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김일과 피터의 탄성을 들은 그가 둘을 노려본다.


"고작 겨우 버티는 것 가지고 희망이라도 생겼더냐?"


다시 가온을 쳐다본 신이 히죽 웃는다.


"외야가 시끄럽구나..."


두쿵.


신의 몸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운이 모인다.

이 힘 또한 신격.

터지면, 흐름을 터득한 사람들이면 몰라도 다른 이들은 반드시 죽는다.


"불을 참 좋아하던데. 나도 진심으로 불을 써주마."


"잘 가라."


기이잉.


신의 몸이 빛나고, 세상이, 이 행성이 무너질 듯한 힘이 분출된다.

모두 종말을 예감했다.

그리고, 가온만이 움직였다.


'뻗어!'


흐름을 쓸까? 안 된다.

저 힘을 분출할 만한 장소가 없다. 우주로? 거기로 다 분출하기도 전에 사람들이 전부 죽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 부조리한 힘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순간, 가온의 머리에 언젠가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건 2 년전, 비행 물체의 힘을 지워버렸던 힘.

그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위력과 상황이지만, 그래도 그나마 비슷한 상황이기도 하다.

그때, 어떻게 했었더라...?


분명 흐름을 썼었다.

아니, 흐름만이 아닌..


다시 신을 쳐다본다.

모든 게 열받는다.

저 얼굴도. 행동도. 자신의 약함도.


그러니까...


'어떻게든 되란 말이다! 전부 짜내 버려!!'


그래서라도 저놈을 죽여라!!

가온의 몸이 불타는 것 같았고, 그리고.


후욱.


"......"

"......"


고요한 침묵만이 남았다.

가온이 무릎 꿇고 헐떡이는 소리만이 간혹적으로 들릴 뿐이었다.


"......아, 아?"


부들부들 떨던 신이 매섭게 가온을 노려보았다.

그건 개미를 보는 인간이나, 장난감을 보는 아이의 시선이 아니다.

공포가 어린 인간다운 감정!!


"너, 그건 어떻게...! 그게 무엇이더냐!"

"......?"



모두가 의아해했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신은 부들부들 떨더니 손을 팍 들었다.


콱!


"크윽...!"


보이지 않는 손이 가온을 옥죈다.

꼼짝할 힘도 없는 그를 향해 신이 전 힘을 집중한다.


그건 너무나도 아까운 힘.

한낱 인간에게 쓰기엔 너무 과한 힘이었다.


과장없이 전 세계에서 얼음이. 물이. 흙이. 풀이. 불이. 빛이. 천둥이. 어둠이. 바람이. 검이, 총이...온갖 물질이 최강의 형태로 구현되어 단 하나의 존재에게 쏟아진다.


"죽, 어어어어어어어!"

"어? 어? 신님! 신님! 가온 씨를...!"


신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공격은 적중되었고 하나로 뭉쳐진 힘은 인간만한 크기로 압축되더니 그 속에서 끊임없는 연쇄적인 폭발을 일으킨다.


고오오오..


그것이 이윽고 사라졌을 때.

가온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하, 하하...죽였다! 내가 죽였다고! 아하하하하하하하!"



신의 광소가 충격의 현장에 울려 퍼졌다...












슈우우욱.


"크윽?!"


어딘가로 내동댕이쳐진 가온.

벌떡 일어서서 보니, 마치 우주같은 공간이었다.

이곳은 자주 오던 장소. 하지만...뭔가 달랐다.

아름다운 우주를 표현하던 것이 평소라면, 지금은 마치 암흑이 지배하는 것만 같은...



"여어."

"마우스?"


어째서 자신이 마우스의 공간에 있단 말인가? 분명 공격에 적중당해...


"...전 죽은 겁니까?"

"으음~반반?"

"반반..."


무슨 말인지 모르겠으나 완전히 죽지 않았다면 됐다.

다시 리벤지 할 것이다.


"마우스. 당장 내보내줘요. 죽여야 할 놈이에요!"

"맞아. 나도 놈을 죽이고 싶어."

"그래요. 그놈은 살려둬야 할 놈이..."

"몇 년인지도 기억이 안 날 세월 동안, 놈을 죽이고 싶었어."

"...마우스?"


마우스가 걸터앉은 바위에서 천천히 일어난다.

그리고 히죽 웃자, 이빨과 잇몸이 드러나고 기괴한 느낌을 주었다. 평소의 친숙한 그가 이낟.


"가온, 죽어주라."

"......"

"네 몸. 줘라."



침묵하던 가온이 입을 열었다.



"그건...어떤 입장에서의 말인가요?"

"응?"

"...십이지신의 수장으로서의 말입니까?"


가온의 말에 벙찐 마우스가 히죽 웃었다.


"아아...설명해 줘야겠네~"


손을 뻗자 우주공간이 모습을 바꾸어간다.


"이 세상에 있었던 진실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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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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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 쥐(誓) 바람의 결말. 20.08.30 156 3 19쪽
375 세계와 내면의 진실 (2) 20.08.29 158 2 16쪽
» 세계와 내면의 진실 (1) 20.08.28 161 3 24쪽
373 절대적인 신(神) 20.08.26 155 3 15쪽
372 소원을 이루어주는 자 (3) 20.08.25 173 3 13쪽
371 소원을 이루어주는 자 (2) 20.08.24 164 3 14쪽
370 소원을 이루어주는 자 (1) 20.08.23 161 3 15쪽
369 소원권 (2) 20.08.22 161 3 20쪽
368 소원권 (1) 20.08.22 163 3 23쪽
367 동기부여 20.08.21 165 4 27쪽
366 에메라의 이야기 20.08.20 164 2 11쪽
365 파멸? (10) 20.08.18 171 4 28쪽
364 파멸? (9) 20.08.17 160 3 20쪽
363 파멸? (8) 20.08.16 157 2 20쪽
362 파멸? (7) 20.08.15 170 2 21쪽
361 파멸? (6) 20.08.14 166 3 16쪽
360 파멸? (5) 20.08.14 168 3 21쪽
359 파멸? (4) 20.08.12 175 3 19쪽
358 파멸? (3) 20.08.11 174 3 23쪽
357 파멸? (2) 20.08.10 178 3 12쪽
356 파멸? (1) 20.08.10 170 3 17쪽
355 파멸의 징조 (3) +1 20.08.08 175 4 15쪽
354 파멸의 징조 (2) 20.08.07 172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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