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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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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작품등록일 :
2017.07.04 19:27
최근연재일 :
2020.09.01 23:59
연재수 :
3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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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35,429

작성
20.08.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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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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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파멸? (2)

DUMMY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기간동안, 레임은 모든 준비를 마쳤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힐끔 눈앞의 소년을 바라보았다.


'이가온을 파멸시킨 후, 이 녀석도 어떻게든 처리해야 하는데...'


하지만 계약에 의해 그건 못한다.

순간적으로 이가온을 잡겠다고 커튼을 놓치는 짓을 해도 되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다.


'괜찮아. 만회할 수 있어. 우리 나라의 기술력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해.'


스스로를 다독이며 후우 숨을 내뱉는 레임.

그녀는 부하들 하나 하나에게 지시한 사항을 세세히 확인하기 시작했다.


한 번으로도 모자라 두 세번 꼼꼼히 어떻게 일처리를 했는지 확인한 레임은 정말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고 확신했다.

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있다.

그 잘 돌아가는 상황이 눈앞의 존재와 건방진 동양인 계집애 덕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네놈이 가지고 있던 그 영상. 빨리 공개했으면 좀 더 신속하고 빠른 시일내에 준비를 갖추었을 텐데 말이야."


레임이 불만스러운 듯 말했다.

소년이 어디에선가 가져온 영상. 그것은 결정타나 다름없는 영상이다.

좀 더 빨리 내놓았다면. 지금쯤 이가온은 파멸했으리라.


"글쎄요. 공개해 봤자 증거 없이 영상만으로는 불충분 했을테죠. 의심은 불러 일으켰겠지만 아마 이가온은 멀쩡히 활동했을걸요?"

"......"

"거기다가 그가 가진 배경이라면 조작된 영상이라며 여론을 몰아가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했을 테고...전 그저 실패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빠른 시일이 아니라도 확실하게 말이죠."


레임은 할 말이 없었다. 괜히 혀만 찼다.



"저희는 이제 그녀의 지시를 기다리면 됩니다. "

"...너. 그 계집애보고 마녀라고 부르던데, 그게 무슨 뜻이지?"


마녀. 그건 십이지신 술이 언급했던 단어이기도 했다.

분명 뭔가 중요한 것일 테지만 소년은 웃을 뿐이었다.


"대답할 의무는 없지요."

"너......"

"그보다, 신경 쓰이는 분은 처리했습니까?"

"방금 전에 확인 연락 하는 것을 봤을 텐데?"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요? 그 남자는 저로서도 주시하고 있던 남자니까..."


레임이 콧방귀를 뀌었다.


"피터라면 다른 데에 정신이 팔렸다. 지금 내 행동에 신경 쓸 여력은 없어."

"글쎄요. 제가 아는 그라면 이가온에게 관심을 가졌을 텐데? 그는 왜 지금껏 이가온에게 접촉하지 않은 거죠?"

"글쎄. 능구렁이 같은 놈이라...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는 지금 우리의 상황을 모르고 있다는 거야. 그 계집애의 능력 덕에 말이지."

"흐음..."


소년은 고개를 모로 꼬다가 이내 끄덕였다.


"뭐, 당신이 장담한다면 믿겠습니다."

"흥."


다시금 콧방귀를 뀐 레임은 팔짱을 꼈다.

그리고 피터를 떠올린다.

자신이 미국을 위해 일한다면, 그는 인간을 위해 일하는 인간이었다.

레임과는 사상이 맞을 것 같으면서도 비틀린 남자다.


'제아무리 피터라도 일이 끝나고 난 후는 어떻게 하지 못할테지'


레임은 눈을 감고 앞으로를 생각했다.

잡혀가서 돌아오지 않는 올리버와 부하들. 이가온...


'감히 나를 협박해? 파멸하는 건 네 쪽일 것이다.'


이제 곧 그는 파멸한다.

그가 보일 절망의 표정을 상상만 해도 흥분되었다.


'기대해라. 이가온.'











"에취!"

"감기야?"

"어...그런갑네."


오랜만에 학교에 나온 가온과 아이나.

한 달 동안 거진 순찰 업무만 맡던 두 사람이었지만 일주일 전쯤부터 색다른 임무를 맡았다. 그건 바로 학교에 가서 학생들에게 현장이 어떤지 말해주는, 일종의 강사 일이였다.


아이나의 경우 자신이 정부공인 순위권자라는 것을 철저히 숨기고 있었으나 가온의 원정에 몇 번 참여하고 사람들이 원정 참여자들을 영웅으로 추앙하고 명단을 밝히면서 그녀의 신분도 드러났다.


지금은 강의를 이미 마치고 점심 시간이었다.

벤치에 나란히 앉아 교정을 거니는 학생들을 지켜보는 둘.

보통이라면 가온과 아이나도 저기에 끼어 있었을 것이다.

가온을 힘끌 쳐다보는 아이나. 뭔가 말하고 싶은지 머뭇거리다가 눈길을 돌렸다가 다시 힐끔 쳐다보는 식이다.


"왜?"

"어? 아니...넌 학교생활이 그립나 싶어서."

"그럴리가 있냐. 잠만 퍼질러 잤는데."


기현이와 있던 것은 즐거웠으나 그 외에 별로 좋은 추억이 없다.


하지만, 기현을 비롯한 가온과 인연이 생긴 사람들이 같이 있었다면, 그건 꽤 즐거웠을 거라고 가온은 생각했다.


"며칠 후에 축제잖아."

"그렇지."


1년간 한국에, 특히 서울에 부쩍 재앙이 일어난다고 서울시와 커튼 본부가 힘을 합쳐 야심차게 준비한 축제가 며칠 후에 열린다.


꽤 대규모로 열릴 예정인지 본부에서 타국에 초대장을 보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온에게도 초대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하라기에 백지로 내려다가 알래인과 프랑스의 정부공인 순위권자들.

루카스 루이스. 미헤유 등등에게 초대장을 보냈다.

알래인은 곧장 메일로 기쁘다고, 반드시 가겠다고 답했지만 프랑스의 순위권자들은 아직 답이 없으니 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게 왜?"

"아니, 누구랑 다닐 예정이 있나 해서."

"집에서 잘 건데.

"......"


뜨악하다는 표정으로 가온을 바라보는 아이나.


"뭐. 왜. 집이 제일 편하고 재밌는 거 모르냐."

"아니, 내가 뭐랬다고?"


툴툴거리는 아이나를 보며 가온이 빙그레 웃는다.


"왜. 혼자 다닐까봐?"

"혼자가 편한데 난."

"그러냐."


잠깐의 침묵.


"하아...가람 언니가 있었으면 언니랑 다니는 건데."

"...그러냐."


가온은 할 말이 없어 그렇게만 말했고 아이나는 헛 숨을 삼켰다.

슬그머니 눈치를 보았지만 가온은 의외로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소중한 이를 잃은지 얼마 되지 않은 가온. 그는 이제 극복한 건지 멀쩡해 보였다.


'다행이네.'


계속 골골거리면 어쩌나 걱정했었다.


'아니...걱정이 아니라 그냥 생각만 한 거지. 생각만.'


스스로를 부정하며 고개를 젓는데 조금 거리가 있는 곳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렸다.

한 소녀를 둘러싸고 학우들이 몰려다닌다.


"저 애. 엄청 예뻐졌네. 어떻게 한 거지?"


아이나가 말한 건 친구가 된 소녀. 신우였다.

그녀가 학생들의 중심에 서서 때론 말하고, 때론 웃어주면서 그룹을 이끌고 있었다.

일주일 전부터 본 바로는, 그녀는 이미 반을 물론이고 학교의 중심이라고 불릴 수 있을 정도였다.


"글쎄..."


가온은 그렇게만 대답했다.

그리고 그녀의 주위에 붙어다니는 사람들, 대부분 남자들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원래 본판도 예쁜 편이긴 했지."

"그래도 저건 너무할 정도로 예뻐졌잖아."


그렇긴 하다. 거의 에메라에 견줄 정도다.


"하여간...외모지상주의네."


그녀가 외모를 드러내지 않았을 땐 관심도 없던 것들이 이젠 관심을 받지 못해 안달이라니.


"그래도 쟤는 너 좋아하잖아. 좋겠네?"

"뭐야. 질투하냐."

"뭐, 뭐?! 질투는 무슨...!"


가온의 심드렁한 대답에 말을 더듬는 아이나.


"네가 더 예뻐. 그러니까 엄한 애 질투는 마라."

"......"

"그리고 축제도 괜찮아. 넌 예쁘니까 같이 다니자고 할 사람 많겠지."


아이나가 고개를 돌려 잠깐 가온을 응시하고 팩 돌려버린다.


"뭐야. 작업 멘트도 칠 줄 알아?"

"내가 너한테 작업을 왜 걸어. 넌 성격은 드러워도 얼굴만은 진짜 예쁘니까 그거라도 잘 살리라는 뜻..."

"아이 씨 이게."



가온의 복부를 주먹으로 퍽퍽 두들기는 아이나.

한 달간 대부분 붙어 다니며 부쩍 친해진 둘이었다.



그떄, 학우들의 그룹이 두 사람 쪽으로 다가왔다.

가온과 아이나의 명성도 있고, 어쩐지 다가가기 힘든 분위기에 아무도 접근하지 않았는데 친구가 된 소녀가 중심으로 움직이자 거리낌없이 다가온다.


"가온 씨~"


생글생글 웃으며 가온의 팔에 붙으려 하는 친구가 된 소녀.

그걸 제지하며 가온이 웃는다.


"무슨 일이야?"

"에이~저희가 무슨 일이 있어야만 대화하나요~?"


그녀의 말에 곁에 있던 남자들이 날카로운 눈으로 가온을 본다.

절세의 서양미인인 아이나에 이어 친구가 된 소녀까지 달라붙으니 질투가 샘솟는 모양이다.

하지만 가온은 가뿐히 무시하고 친구가 된 소녀하고만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가온 씨. 며칠 후 축제에서 저랑 같이 다니지 않을래요? 재밌을 거예요~"

"음...그건."


거절하려던 찰나, 그녀가 웃는다.


"아무 일도 없을 거고요~"

"......"


말없이 웃은 가온은 잠시 후 고개를 저었다.


"그날도 일이 있어서."

"...그렇군요~ 그럼 일이 끝나고라도 같이 다녀요!"

"그래. 할 수 있으면."

"꼭이에요~?"


눈웃음 지으며 아이나를 한번 노려는 친구가 된 소녀. 아이나도 뭐? 하는 눈빛으로 마주보았다. 그녀는 아이나에게 눈을 돌리더니 가온을 보고 또 눈웃음 짓고 손을 흔들며 멀어져 간다.


그녀가 멀어진 것을 확인한 가온이 천천히 일어나 벤치 뒤에 있던 나무로 갔다.


"그래서. 뭔데?"

"어? 어? 우와. 대단하네...기척을 숨긴다고 숨긴건데"


나무 뒤에 숨어있던 건 한나였다.

아까부터 뭔가 말하고 싶은 듯 숨어 있었다.


"하고 싶은 말 있지?"

"음..."


망설이던 한나가 입을 열었다.


"신우...요즘 좀 이상해"

"발랄해지긴 했네."

"그것도 그렇지만 뭐랄까...조금, 아니 많이 애가 변했다고 할까."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단어를 고르는 듯한 한나를 보고 가온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알았어. 조심할게."

"어? 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알아들은 가온에게 놀라는 한나.

그리고 가온은 한나와 좀 더 이야기를 나누었다.

최근에 친구가 된 소녀는 더 이상 한나와는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고 했다.

갑자기 왜 저러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한탄하는 한나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은 후, 강사 업무까지 마친 가온은 집으로 갔다.


가다가 아버지 이이협과 누나, 여동생인 가영 가은과 마주쳤다.

가영과 가은은 최근에 얼굴 볼 일이 별로 없어 상당히 어색한 얼굴이었다.



'뭐라도 말해야 하는데...'


이대로 있으면 사이가 점점 멀어질 뿐이라고 고민하는 가은. 하지만 가온은 그냥 고개를 숙이더니 옆을 지나치려고 했다.


"가온아..."


가영이 가온을 붙잡으려다가 멈췄다.

자신이 말해봤자 통하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그떄.


"어떠냐."


이이협의 말에 우뚝 멈추는 가온. 그는 뭘 잘못 들었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네?"

"어떠냐고. 몸."

"......아......"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몸을 뒤틀던 가온이 이내 입을 열었다.


"괜찮아요."

"그래. 그럼 됐다."

"......네. 감사합니다."


이이협은 성큼성큼 멀어져갔고 가온만큼이나 당황한 가영 가은도 황급히 뒤를 따른다.

가온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중얼거렸다.


"왜 안 하던 짓을..."


하지만 왜일까.

기분은 꽤 좋았다.


방에 도착한 가온은 바로 씻을까 하다가 일단 침대에 앉았다.

휴우. 숨을 내쉬고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그 생각은 매우 흉흉했다.



'어떻게 죽일까.'


레임을, 원수들을 어떻게 찢어 죽일까 하는 상상.

절대 잊지 않도록 놈들에게 당한 것을 되새기고, 어떻게 복수할지 생각한다.


그리고 그때, 핸드폰이 울린다.

폰을 들고 전화를 받은 가온. 그리고 잠시 후. 입이 귀에 걸린다.



[서 의원을 습격할 만한 날이 정해졌어.]



익환이 잠깐 말을 끊더니 잇는다.


[며칠 후. 축제날 당일이야.]

"네. 알겠습니다."


폰을 내려놓은 가온은 미친놈처럼 히죽 웃는다.


'예언을 기억하세요. 제발...'


순간 어떤 소녀의 말이 머리에 소생했지만 기억에서 지워버린다.

드디어 당신의 복수를 할 수 있겠다며 가온은 웃는다.


그걸 위해서라면. 파멸해도 상관없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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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 쥐(誓) 바람의 결말. 20.08.30 156 3 19쪽
375 세계와 내면의 진실 (2) 20.08.29 158 2 16쪽
374 세계와 내면의 진실 (1) 20.08.28 160 3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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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1 소원을 이루어주는 자 (2) 20.08.24 164 3 14쪽
370 소원을 이루어주는 자 (1) 20.08.23 161 3 15쪽
369 소원권 (2) 20.08.22 161 3 20쪽
368 소원권 (1) 20.08.22 163 3 23쪽
367 동기부여 20.08.21 165 4 27쪽
366 에메라의 이야기 20.08.20 164 2 11쪽
365 파멸? (10) 20.08.18 171 4 28쪽
364 파멸? (9) 20.08.17 160 3 20쪽
363 파멸? (8) 20.08.16 157 2 20쪽
362 파멸? (7) 20.08.15 170 2 21쪽
361 파멸? (6) 20.08.14 166 3 16쪽
360 파멸? (5) 20.08.14 167 3 21쪽
359 파멸? (4) 20.08.12 175 3 19쪽
358 파멸? (3) 20.08.11 174 3 23쪽
» 파멸? (2) 20.08.10 17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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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5 파멸의 징조 (3) +1 20.08.08 175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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