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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현대판타지

ITE
작품등록일 :
2017.07.04 19:27
최근연재일 :
2020.09.0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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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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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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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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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파멸? (4)

DUMMY

가온이 서보해의 팔을 자르기 약 한시간 전.

한국의 커튼 본부 소속의 사냥꾼들은 강당에 모여 저마다의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아니 바빠 죽겠는데 왜 안 와."

"어차피 항상 하던 소리일 건데..."


여기저기서 불만이 들려온 순간, 입구에서 가은 가영을 대동한 이이협이 모습을 드러냈다.

불만어린 목소리들은 쏙 들어가고 모두 기합이 들어 정자세가 되었다.

커튼 사냥꾼들을 둘러보던 이이협이 음. 하고 엄숙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단상 위에 올라간 그는 입에 주술을 실어 말했다.


"이번 소집은 내가 한 것이 아니오. 곧 영상으로 설명이 있을 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오."


이이협은 그렇게만 말하고 자리에 앉았다.

여기저기서 잠시 술렁임이 일었다.

커튼 본부에서 주의점을 주려고 소집한 것이 아니라고? 그럼 누가 소집령을 내렸단 말인가? 이이협은 설명하지 않았다.


"음...그럼 누구야. 무슨 목적으로 바쁜 우리들을 불러모았어."

"어...기다려봐."


맨 앞의 정부공인 순위권자들의 대열에 서 있던 류열의 말에 호운이 어디론가 연락했다. 몇 분후. 호운의 핸드폰이 울었다.


"보니까 높으신 분들 명령이라는데."

"하여간 십새들. 우리가 지들 꼬붕인 줄 아나."


호운의 말을 뒤에서 들은 커튼 사냥꾼이 그걸 또 옆의 사람에게 속삭이고, 그것이 반복되어 이내 내부의 모든 사람들이 누가 불러모았는지를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이협도 불만을 말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데 그 앞에서 욕할수는 없는 노릇이라 침묵을 유지한다.


가은이 옆에서 조심스럽게 묻는다.


"아버지, 대체 무슨 일이에요? 축제 순찰이랑 방벽 순찰이랑 로테이션 돌리기도 벅찬데..."

"나도 모른다. 다만 소집한 건 우리 본부 뿐만이 아니다."

"네? 그럼 다른 지역도?"

"아니."


이이협이 고개를 저었다. 가은과 가영의 얼굴이 의문으로 물든 순간, 이이협이 말했다.


"누구인지 몰라도 전 세계의 본부의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는군."

"......"


대체 왜?

그나마 한국은 지금 쩅쩅한 아침이지만 현재 늦은 새벽인 나라도 있을 터.

뭘 전하려 하기에, 대체 얼마나 중요한 정보기이게 이런 대규모의 소집을 열었을까?

의문스러웠지만 어차피 곧 풀릴 것이었다.


"그런데 이가온은요?"

"부르지 않았느냐?"


오히려 되묻는 이이협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가은.

이번 소집은 비번인 사람들도 다 불러모은 이례적인 소집이다. 가온도 예외는 아닐 터인데 그는 어딜 간 것일까?


가은은 무심코 강당 가운데에 설치된 거대한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주술로 작동되는 영상통화가 가능한 영상 기기.

저기서 어떤 자가 나와서 어떤 정보를 줄까?

기다림은 길지 않았다.


약 10분 후. 스크린에서 빛이 나기 시작하여 어떤 사람의 얼굴을 송출했다.


"어, 뭐야?"

"왜 저 자가 나와?"


이름도 잘 모를 것 같은 높으신 분비 나올거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제법 친숙한 얼굴이 송출된다.


그 얼굴은 바로 미국의 정부공인 순위권자. 레임이었다!

주술을 이용한 영상 기기는 자동으로 언어를 번역해주는 힘을 갖고 있었다. 레임은 거리낌없이 입을 열었다.


[세계의 동지 여러분. 공사가 다망한 가운데 모이게 해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시작부터 사과하고 보는 레임.

하지만 곧 고개를 들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여러분을 긴급 소집할 정도로 중대한 사실이 밝혀진 것도 사실. 저와 제 동료는 지금부터 진실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진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따분한 연설이나 들을 줄 알았는데 갑자기 나온 미국의 정부공인 순위권자가 무슨 얘기를 하려나 흥미를 가졌던 이들이 더더욱 귀를 기울였다.


[특히, 이건 한국의 커튼 사냥꾼 분들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진실입니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림이 일었다.

한국에?

그렇지 않아도 온갖 재해에 재무진 같은 것들까지 나와 그다지 이미지가 좋지 못한 가운데 그나마 요즘 가온이 그 이미지를 희석시켜주고 있었다. 그런데 또 무슨 일이 터졌단 말인가?


[거두절미하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바로 붉은 커튼의 정체에 대해서입니다.]


정체?


"뭐야. 그거 역시 커튼이 아니라 비밀병기였나."

"응? 난 주술의 일종이라고 들었는데?"

"나는 돌연변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그떄 누군가가 말했다.


"나는 커튼에게 원한을 가진 사람이 변한 거라고 들었는데..."


모두 웃었다.


"그건 아니지~"

"재밌는 이야기네."


대열 맨 앞에 있던 아이나가 눈을 날카롭게 떴다.

죽은 가람의 오버랩되며 저도 모르게 칼자루를 꽉 쥐었다.

다른 정부공인 순위권자들도 흥미 깊은 기색이었다.


온갖 이야기가 난무하는 가운데, 레임이 말을 이었다.


[붉은 커튼은, 어떤 자와 이상하리만치 엮여 있었죠.]

"...저 여자가 뭐라는 거야."


류열이 중얼거렸다.

그 어떤 자란, 당연히 가온을 말하는 것일 거다.

그런데 붉은 커튼의 정체라고?


[네 그렇습니다. 붉은 커튼의 정체. 그건, 현 커튼 본부 소속의 커튼 사냥꾼이자 퇴마 이씨 가문에 소속된 자...]


웅성거림이 멎었다.


[이가온! 그가 바로 붉은 커튼 본인입니다!]


침묵. 그리고 서서히 피어나는 당황.

대부분의 사람이 생각했다. 저 여자가 뭐라는 거지?

하지만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떤 영상이 틀어졌기 때문이다.


그건 가온이었다.

그리고 불기둥에 휩싸인 직후, 붉은 커튼이 그 속에서 걸어나왔다.

하나만 촬영한 것이 아니었다.

몇 개나 되는 상황에서 붉은 커튼으로 변하는 듯한 가온의 모습이 보여지고 있었다.


"어...뭐야? 저게."


가은이 멍하니 말했고, 그리고 류열이 소리질렀다.


"개소리 집어쳐!"


모두 류열에게 주목했다.

레임은 전 세계에 자신의 이야기를 송출하고 있었지만 정부공인 순위권자다운 인지능력, 그리고 특히나 한국의 반응을 주시하고 있었기에 류열의 격한 반응을 바로 잡아내었다. 이때다 싶어 그와의 대화를 다른 장소에 송출시킨다.




[믿지 못하는 심정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진실입니다.]

"웃기지 마! 우린 가온이가 붉은 커튼과 동시에 그 괴물을 상대하는 걸 두 눈으로 똑똑 히 봤다고!"

[그건, 이가온이 최근에 습득한 새로운 기술입니다.]

"무슨 억지를..."

[십이지신이란 커튼과 싸우던 그때, 붉은 커튼은 일부러 불길 속에 떨어졌었죠. 그 전까지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이가온이 그제야 등장했습니다.]

"추측일 뿐이잖아! 애초에 저 따위 영상, 조작인지 뭔지 알 게 뭐야!"


레임이 웃는다.


[조작판별은 전문가에게 보이면 금방 판별될 터.]

"불에 휩싸였을 뿐이잖아! 붉은 커튼이 다른 곳에서 나타났을 가능성...도..."



류열도 말하면서 자신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애초, 전세계의 커튼 업계의 사람들에게 이런 사실을 밝히면서 확실한 증거도 없이 움직일리가 없었다.

그것도 현재 세계구급 영웅을 말이다.


"뭐야...그게 무슨 소리야..."


아이나가 두 눈을 크게 뜨고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아니, 그녀 뿐만이 아니라, 누구나가 그랬다.


"가온...씨..."


전 세계 소집이라는 소식에 2층에서 영상을 구경하던 프랑스의 정부공인 순위권자들도 그랬다. 미헤유는 가온의 이름을 불렀다.


"설사...설사 그렇다고 해도! 붉은 커튼인 게 무슨 문제란 말이야?!"

[진심으로 하는 말입니까? 류열...]


레임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 특별한 몸을 세계에 공개하지 않아 커튼을 멸살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다...라는 건 접어두겠습니다. 도의적으로는 해야할지라도 개인의 판단이며 그는 현재 세계에 공헌하고 있으니까...]

"......"

[하지만. 무고한 전 정부공인 순위권자 이가람을 살해하고, 온갖 사람들에게 저주를 내린 것은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일.]



가람의 이름이 언급되자 류열이 입술을 꺠물었고 아이나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붉은 커튼이...가람을 죽였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증인은 있습니다. 바로 그곳에 말이죠.]


웅성거리는 사람들 속, 어디선가 나타난 서양인들이 호위하는 가운데 누군가 단상위에 올라왔다.

그건 학생이었다.


"저 녀석은..."


김일이 눈을 크게 떴다.

분명 예전에 가온이 범인이라며 자신을 선동했던 이기주라는 놈이었다.


[눈앞의 소년은 1년 간 이가온에게 갖은 협박을 당한것은 물론이고, 행동에 강력한 제약이 있는 저주를 받았습니다. 또한 그 힘은 붉은 커튼의 기운과 아주 흡사. 아니, 똑같습니다.]


이기주가 입을 열었다.


"저, 저는...이가온에게 1년 간 괴롭힘을 당했습니다...제가 녀석의 비밀을 알고 있는 걸 숨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전...놈이 너무나 두렵지만, 레임님의 도움에 용기를 냈습니다."

"무슨 개소리를..."


류열이 이를 가는 가운데 기주의 말은 계속해서 들렸다.

1년간, 가온이 자신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에 대해서 계속 나불거린다.


[못 믿으시겠습니까? 직접 그 소년의 몸을 만져 확인해보시죠. 제약 자체는 없앴으나 기운은 남겨두었습니다...]


몇몇 사람들이 튀어 올라가 기주의 몸을 살펴보았다. 그 중에는 정부공인 순위권자 4위의 아연도 있었다.

아연은 잠시 후. 침음성을 흘렸다.


"확실히이...붉은 커튼의 기운이네에..."


이제 웅성거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네. 이가온은 파렴치한입니다. 하지만 여기까지라면, 아직은 괜찮았을지도 모르죠...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습니다. 그에겐 망상벽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다하다...! 개소리도 정도껏...!'


이번에도 류열의 말은 가로막혔다.

어떤 영상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영상은 실시간이라는 것을 곧 알 수 있었다.


[이가온은 자신의 삼촌을 높은 직위의 자들이 죽였다는 망상병에 시달려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망상을 믿고 선한 정치인인 서보해 국회의원을 암살하러 가는 길이죠. 지금 그 자리에 이가온이 없는 이유는 그것입니다.]

"잠깐...! 이거 우리 뿐만 아니잖아?"


누군가의 뜬금없는 소리. 하지만 의미는 곧 알 수 있었다.

이 상황과 가온의 지금 실시간 영상이 말 그대로 전 세계에 생중계되고 있는 것이다.



[와 이가온 쎄다. 덩치들을 순식간에 제압하네]

[뭐야? 진짜 사람 죽이러 가는거임?]

[미친놈 ㅋㅋㅋㅋ 내 저럴줄 알았다ㅋㅋㅋㅋ]



"이게 무슨 짓이지! 레임!"


이이협이 벌떡 일어나 외쳤다.

제아무리 레임이라도 이이협의 말에는 잠시 움찔할 수밖에 없었으나 이미 대의는 자신에게 있다고 상기. 곧 여유있는 미소를 보였다.


[전 이렇게 할 생각입니다.]

"뭐?"

[이가온이 이대로 서 의원에게 아무런 해도 입히지 않으면 지금까지 있었던 일은 모두 잊고 물심양면 그를 도와 정신적으로 그를 치료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잠시 말을 끊은 레임이 세계의 모니터를 둘러보다가 말을 이었다.


[여러분들은. 저 미친 범죄자를 잡는 것을 도와야 할 것입니다. 그게 같은 커튼 사냥꾼인 우리의 의무입니다.]

"......"

[서 의원은 자신의 몸이 위험함에도 불구하고 나라를, 세계를 위해 기꺼이 협력해 주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닌 수많은 사람들이요!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말끝에 서보해의 영상도 나왔다. 그는 굳은 얼굴로 출입문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이협은 고개를 돌려 가온의 영상을 바라보았다.

가온은 서 의원의 호위들을 전부 제압하고 그의 방에 들어가고 있었다...


가온은 서보해에게 위해를 끼치지 않고 대화할 생각인 듯 했다. 의자에 앉아서 뭔가를 들으려는 듯 했다.

하지만 서 의원이 인류의 역적이라 칭하며 일어서자 곧 그를 죽일 기세로 바뀌었다.

심지어 고문 운운까지 한다.



[고문이랰ㅋㅋㅋㅋ]

[와. 진짜 존나 무섭네.]

[미친 새끼였네.]



그리고...검을 치켜든다.


"그...만."


류열이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저 표정.

저 악귀같은 표정을 한 소년이 정말 자신이 아는 그 이가온이란 말인가?


그리고 결국 서보해의 입에서 붉은커튼 이가온이라는 이름이 튀어나오고, 그의 사방에 화면이 퍼졌다.

잠깐 멍한 표정을 짓는 가온. 그리고 그를 압박하는 레임.



[허세는 그만 부리라고 했을텐데? 어린애가 따로 없군...그 나이대면 어른이나 다름없지. 어른답게 행동해라. 남들과 다르게 행동하면 특별해진 것 같나?]



그리고 레임의 그 말을 하고, 서보해가 가온의 주술에 압박당하면서도 소신 발언을 한 순간.


서걱.


그 소리는 유난히 크게 들렸다.

화면을 칠하는 붉은 빛과 소름끼치는 비명.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무엇보다 소름끼치는 것은, 그 일을 하고 전혀 죄책감없는 표정을 짓는 가온이었다.

아니, 죄책감이 없는 정도가 아니다.

즐거워하고 있었다.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가온이 레임을 향해 가운뎃 손가락을 든다.


[좆이나 까잡숴.]


모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레임만이 겨우 입을 열었다.


[네놈...끝까지 선을 넘어버렸군. 지금 이 영상을 누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바로...]

[내 가족, 내 친구, 그리고 세상 사람들?]

[뭐...]


움찔했던 레임이 목청껏 외쳤다.


[철면피 같은 놈! 그걸 아는 놈이 이런 짓거리를 해?! 발뺌하는 것보다 더욱 악질이다!]

[발뻄? 그딴 걸 내가 왜해.]


가온이 웃는다.


[내가 붉은커튼 맞아. 근데 뭐 어쩌라고?]


가온의 말에 모든 사람들이, 레임조차 말문을 잃었다.


[큭큭큭큭큭큭큭큭...]


몸을 부들거리며 웃는 가온은, 서보해에게 성큼성큼 다가간다.

뭔 짓을 하려는 걸까.


답은 금방 나왔다.


서걱.


[끄으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번엔 서보해의 반대 팔을 절단, 그 정도가 아니라 끄트머리부터 파를 썰듯 차례로 절단해간다.


[아악! 가아아아아아아아악!]

[아 왜 그래 투사 나리. 시발 소신 발언 지켜야지?]


악마같은 미소를 짓고 서보해를 난도질 하는 가온은 너무나 즐거워보였다.

피의 낭자. 낭자. 낭자.


"야. 영상 꺼!"

"이런 게 세계에 송출되다니...무슨 생각이야 레임?"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영상을 끄고 재빨리 출동해야 하는데 영상은 전혀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거기다 이상한 점은 서보해가 뭐라 말하고 있는 것 같은데 비명만 들릴 뿐 다른 말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얼마나 계속되었을까? 사지가 거의 잘린 서보해는 부들부들 떨며 입에 게거품을 물고 있었다. 하지만 가온이 치유 주술을 건 탓에 죽지도 못한다.


[아...이런 데에 쓰려고 습득한 게 아닌데 조온나 쓸만하네.]

[아, 으아아...]


대답조차 못하는 서보해에게 고개를 돌리고 화면을 쳐다보는 가온.

그는 무슨 이야기를 할까? 숨죽이는 가운데, 그가 입을 열었다.


[그랜 그룹 양 회장. 인천시 시장 유보림, 검찰청 소속 이 검사 , 김 검사...]



갑자기 열거되는 사람들. 그건 한동안 계속되었다.


[이 의원. 최 의원...아따. 정치인들 많기도 하네. 또 누가 있었더라...]


곰곰이 생각하던 가온이, 히죽 웃는다.


[퇴마 이씨 가문. 이이천. 이격분. 이자림.]


그건, 자신 가문 사람들의 이름이었다.

또 한동안 열거하다가 멈춘 가온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레임. 너, 여기로 왔군?]

[......]

[오늘 전부 죽일거다. 걱정 마. 쉽게 죽이지는 않을 게. 적어도 이놈만큼은 해 주지.]


서보원의 목덜미를 잡고 들어올린 가온이 무표정한 얼굴로 선언한다.


[기다려. 곧 간다.]

[사...살려...주세요...]


서보해의 말을 끝으로 영상은 끊겼다.

어떻게 한 건지 모르지만 가온이 자력으로 없애버린 모양이었다.


'큭! 그 계집. 절대 안 끊긴다더니...그보다 뭐냐 이 엉성함은...마지막의 목소리는 왜 들려준 거냐?'


역시 그런 계집애를 믿는 게 아니었다며 레임은 호령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커튼 사냥꾼들이여! 지금 당장 저 미친 살인마를 막아야 한다!! 우선 우리 나라의 정부공인 순위권자들이 투입될 것이다. 당신들도 마음을 추스르면 바로 합류하기를 바란다. 또한 같은 커튼 본부 소속인 익환과 그가 데려온 소녀 에메라라는 자도 한 패이니 속히 체포 바란다.]


그리고 레임의 영상마저 끊겼다.

장내엔 침묵만이 감돌았다.


"아 시발."


호운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탄했다.


"이거 꿈이지?"











"어, 어어..."


이야기가 달랐다. 양 회장은 오늘 건물 개방으로 축하를 위해 나온 상태였다. 모두 이가온을 곧 잡아들일 거라는 말을 믿고 안심하고 나온 것이었다.

그런데, 서 의원이 죽었다. 그렇게 끔찍한 몰골로.

그리고 자신도 죽이겠다고 한다.


"회장님. 지금 당장 돌아가시죠."

"그래."


부하의 말에 급히 고개를 끄덕이는 양 회장.

커튼 사냥꾼도 놈을 잡으러 가고 있고, 서 의원의 집까지는 거리고 있다.

서둘러 들어간다면 이가온도 자신을 죽이지는...


후욱.


쿠앙!!


그리고 누군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먼지구름이 피어오르는 가운에 양 회장의 발치에 무언가가 떨어졌다.

그건 바로 서보해의 눈물 콧물 질질 짠 목이었다.


"히이이이익!"


세상에 군림하는 자로서 결코 내지 않았던 한심한 소리를 저도 모르게 낸 양 회장은 엉덩방아를 찧는다. 그리고 먼지를 뚫고, 그가. 아니, 악마가 다가온다.


"으아아, 아아아아...!'


어떻게 벌써 왔단 말인가.

하지만 당연한 일.

정부공인 순위권자가 주위를 신경쓰지 않고 진심으로 주술을 방출하여 오면 이 정도 거리는 순식간이다.


하지만, 어떻게 자신의 위치를 알았단 말인가?

점점 거리를 좁혀오는 이가온.


"기, 기다리게!"

"싫어."

"돈은 얼마든지 주겠네! 이야기부터 함세!"

"싫다고 씨발놈아. 그리고 어디서 반말이야. 혀부터 뽑힐래?"

"히이이익!"


진심어린 살기가 휩쓸자 양 회장은 오줌을 지렸다.

그걸 보며 즐겁게 웃는 가온.


"자~두 번째~"


그리고 그 순간.


쿠콰쾅!


가온의 주위에 세 개의 인영이 내려선다.

무시하고 검을 내리치려 했지만 강렬한 주먹이 가온을 밀쳐낸다.


"아~귀찮네."


목을 우드득 꺾으며 정면을 바라보는 가온.

그들은 다름아닌, 류열, 호운, 아연. 정부공인 순위권자 집단이었다!

가온이 진심을 내면 거리를 순식간에 좁히는 것처럼, 그들도 마찬가지.


"가온아..."


류열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말하고 싶은 건 많았다. 이대로 함께 가자느니, 내가 도와주겠다느니, 이런 건 현수도 원하지 않을 거라느니...


하지만 정작 나온 건 다른 목소리였다.



"네가, 가람이를 죽였어...?"


그리고 가온은 웃었다.

검을 겨누고, 불을 뿜는다.


"말, 너무 길지 않아요?"

"...대답하라고 씨발!!"


류열의 절규와 함께 내질러진 주먹.

그리고, 피비린내 나는 하루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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