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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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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작품등록일 :
2017.07.04 19:27
최근연재일 :
2020.09.01 23:59
연재수 :
3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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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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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35,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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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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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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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23쪽

소원권 (1)

DUMMY

[대체 이가온은 뭘 하고 싶은 걸까요? 그를 파헤쳐보겠습니다...]


[망상증은 거짓일까요. 진실일까요?]


[피터와 이가온의 관계를 알아봅시다. 그 둘은 예전부터 커넥션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커튼을 진압하면서 보인 잔혹함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아무리 범죄자라지만...그는 인권을 무시하는 겁니까?]


[속보입니다. 붉은 커튼이라 알려진 이가온 커튼 사냥꾼이 최근 김 의원을 살해했다는 속보가 들어왔습니다...]


[이가온 커튼 사냥꾼이 인류의 영토를 또 되찾았습니다. 이번엔 특히 커다란 땅이라 파장이 큰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침입해온 커튼에게 수많은 생명을 구한 이가온 사냥꾼의 행동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사람에게 해를 입히는 범죄자를 벌하는 그는 그야말로 심판자! 그 자체입니다!]


[영웅 이가온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사람들은 왜 그를 좋아할까요?]


[정치권조차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켈렌이라 불렸던 전 미국의 정부공인 순위권자 레임은 대체 왜 그를 시샘했을까요?]


[이가온이 또 커튼의 영역을 불태웠습니다.]


[십이지신은 뭐고, 왜 그만 그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일까요?]


[이가온 씨의 지원을 받은 황석필 교수가 또 획기적인 발명을 해 냈습니다!]


[그의 원정대 규모가 이젠 명실상부 세계 최대 규모가 되었습니다.]


[이가온 씨가 여러 여자와 함께한다는 염문이 들리고 있습니다만, 진실을 알아보겠습니다.]


[이런. 이가온 씨는 수많은 여성과 두루두루 친할뿐 아직 연인은 없다고 합니다. 신기한 일입니다. 정말로 그의 애인인 커튼인 걸까요?]


[이가온 씨를 정부공인 순위권자에 올려놓자는 논의가 나왔다고 합니다. 이는 오래전부터 이야기 해 온 것이지만 본인이 극구 사양하여...]



......


2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세월.

그리가 가온은 눈이 빗발처럼 내리치는 어느 장소에 우뚝 서 있었다.


서릿발같은 눈을 현실감 없는 눈으로 내려다보면서 손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오늘은 그동안 고대하던 사냥감을 죽이는 날이다.

가온은 눈을 감았다.


'제발! 살려줘! 제바알!!'

'으아아아아아!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아아. 좋은 비명들이었다.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대한민국이 나고 내가 대한민국이야! 내가 바로 김 검사야! 알아!'

'우리들을 건드렸다간 후회할 거다!'


아, 그렇게 나온 놈들도 있었지.

의외로 고통에서 오래 버텼다. 물론 고통을 버틴 게 아니라, 프라이드가 오래 버틴 것이었지만.


'내가...내가 누군 줄 알고 감히...!'

'후회...후회한다니까아!?'


그중 가장 반항이 거셌던 두 사람이 떠오른다. 역시 스무스하게 넘어간 녀석들보다 못난 놈들이 더 기억에 남는 법인가 보다.


'저, 저는 병신입니다! 병신입니다아! 두 번 다시 나대지 않을 테니 제발...!'

'으, 아아! 아아아아아아! 잘못했습니다...제발...'


마지막은 두 사람 다 제발로 끝났었다. 어떻게 했었더라.

첫 번째 놈은 조금씩 고문하면서 넌 특별한 존재도, 인간도 아니며 그 이하라고 계속 주입시켰더니 똥오줌을 지리며 절망감에 빌었고, 두 번째는 녀석이 믿던 커넥션을 전부 부셔버리니 한 말이었던가.


좀 더 반항하길 바랬었는데...


'그것도 재밌었지.'


일부러 잡혀줘서 고문당하는 척 하면서 반응을 보다가 어느 정도 당해주고, 일어나서 배로 되갚아 주는 것.

의기양양해 하는 녀석들이 순식간에 뒤바뀌어 후회하고 목숨을 구걸하는 것을 보는 건 그야말로 꿀잼이었다.


물론 그 와중 몸이 아픈 건 좀 그랬지만, 고통도 꽤나 익숙해져서 아무렇지 않게 넘겼다.

그 이후에 딴 과실이 더욱 달콤했으니까...


[으아아아...! 다신 그러지 않겠습니다!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흐흑...크흑...흐흐흑...]


"흐흐흐..."


절로 웃음이 떠오른다.

솔직히 이런 걸로 웃으면 진짜 미친놈인 거 같아서 자제하려고 했는데 오랫동안 바라왔던 일을 자신의 힘으로 이루었다는 것은 정말로 기분 좋은 일이다.


그렇다.

그동안 죽여온 삼촌 이현수의 원수들. 그들 대부분은 가온의 손에 잔혹하고, 비참하게 죽었다.

그들이 이루어 낸 모든 것도 가온이 박살냈다.

가족까지야 건드리지 않았지만 덤벼온다면 친히 철저히 박살내주었다. 그 중엔 쓰레기들도 많아 죄책감도 전혀 없었다.


그리고 오늘.

고대하던 사냥감을 잡을 시간이다.


치직.


[가온 씨. 발견한 거에요.]

"네. 미헤유씨."


사실 가온은 그들의 위치가 어딘지 대강 알고 있었지만 굳이 말하지 않았다.

그들이 더 힘들어하고, 더 괴로워하고 절망했으면 좋겠으니 천천히 압박해갔던 것이다.

피터의 배려가 맞았다.

그 날 피터가 그녀를 잡아서 복수를 이루게 했다면 이만한 달성감을 맛보지 못했으리라.


"진짜 변태 같은 거 알아요?"

"아...그런가?"


옆에서 투덜거린 것은 금발의 미녀. 안내 시스템이다.

보통 가온과 붙어다니는 그녀는 오늘도 어김없이 그의 곁에 서 있었다.


"남들 앞에선 혼자서 히죽대지 말아요. 영웅 이미지 다 날아가니까."

"난 가끔 예전의 네 말투가 그리워."

"기계적인 어투도?"

"응."


긍정하자 찌릿 노려본다.

또 잔소리 할 분위기라 가온은 선수를 쳤다.


"이름은 언제 가르쳐 줄 거야?"

"그, 그건...그...때가 되면..."


안내시스템의 이름을 2년간 물었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전혀 가르쳐주지 않았다.

더군다나 묘하게 부끄러워하는 반응이라 가온은 그녀에게 곤궁한 일이 있으면 이 이야기를 잘 써먹었다.


"그럼 슬슬 가 보실까..."

"오늘은 일부러 놓치지 않는 거예요?"

"음...그럴 상황이 이젠 안 되잖아?"


놓치고 놓쳐준 결과 이 극한의 땅까지 도망친 그녀다.

더는 둘러대기도 힘들다.


"아마 대부분 대충 알고 있을걸요?"

"그런가? 그건 고맙네."


알면서도 일부러 건드려 주지 않는 것이 참으로 고맙다.

역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리고 나도 슬슬 끝내고 싶거든."


달콤한 과실을 거둘 때가 온 것이다.






"후우...후우..."


자신을 둘러싼 포위망을 느끼며 꾀죄죄한 군복을 입은 여성은 내달리고 또 내달린다.

하지만 포위망은 튼튼하여 도저히 빠져나갈 길이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끝낼 수는 없어...'


지금까지 어떻게 도망쳐 왔던가? 모두 찬란한 영광의 나날을 기다리며 버텨왔다.

이제 와서...잡힐수는...


타앙!"


"윽!"


발포를 감지하고 멈춰선 레임의 발치에 탄환이 박힌다.

그리고 그녀가 잠깐 멈춰서자 하나의 인영이 쇄도해 들어와 검을 휘두른다.


"크윽!"


마주 검을 맞대는 여자. 상대는...


"익환! 이가온의 개!"

"그래. 그리고 당신은 구제할 길 없는 쓰레기지."


으르렁거린 익환이 맞댄 검에 힘을 주었다.


"내가 쓰레기라고?! 악에 매료된 구제할 길 없는 우매한 녀석들이!"


으르렁거리며 검에 힘을 주는 여성.

그녀는 본디 강력한 커튼 사냥꾼이지만 오랜 세월 도망치고 제대로 쉬지도 못하면서 힘이 많이 약해진 상태였다.

그리고 익환은 정부공인 순위권자급이라고 평가 받는 남자.

여성이 밀리는 건 필연적이었다.


"내가...너 따위에게!"

"정말 오만하군..."


쯧 혀를 차며 여성을 밀어붙이는 익환. 여성은 이를 갈더니 등을 돌려 달리기 시작한다.

익환은 굳이 쫒지 않았다.

저 방향은 도망칠 곳이 없기 때문이다.


"후욱. 후욱."


내달리던 여성은 넓고 깊은 계곡을 보며 숨을 내쉰다.

입에서 내뿜은 김이 선글라스를 흐리게 만든다.

떨어져 내려도 그녀의 신체능력이라면 아마 살긴 살 테지만...계속 저 아래에 있을수도 없다.

뛰어내려봤자 추격자들이 뒤쫒아 온다면...


서벅.


눈을 밟는 소리에 여자가 빠르게 뒤돌았다.

그리고 그 얼굴에 안도감이 깃든다.


"너희..."


그들은 예전의 동료들이었다.

인형을 껴안은 여인과 머리를 빗자루처럼 세운 근육질 군인.

후우. 숨을 내쉰 여성에 당당하게 가슴을 핀다.


"오래 걸렸군..."

"......"


여성의 중얼거림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둘. 그런 둘을 보고 여성은 웃는다.



"그래. 드디어 반격의 실마리를 찾았나?"

"?"


의아한 표정의 남성을 보고 껄껄 웃는 여성.


"뭘 그런 표정인가? 내가 이만큼 쫒기면서 이목을 끄는동안 반격의 실마리를 찾는 건, 너희라면 일도 아니지 않나?"


이가온. 그 놈은 아무것도 없는 어린시절부터 힘을 차곡차곡 모아 위를 부쉈다.

힘 있는 그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리가 없지 않은가?


"너희들을 기다렸다. 그래서 지금껏 더러운 놈들과도 협력하며 버텨온 거다. 그래...이제 더 이상 끌지말고 알려다오. 뭘 준비했지?"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하는 여성을 보던 빗자루 머리 군인. 폴이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너 뭔 소리 하는 거냐? 레임?"



그렇다. 쫒기던 여성은 레임!

가온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장본인이었다.



"무슨 소리냐니? 그야..."

"너 진짜 정신병 있나 보구나?"

"...뭐?"


폴이 자세를 잡았다.


"우린 널 잡으러 온 거다. 그래야 죄가 사해지고 좀 움직이기 편해 지거든."

"무슨 농담을..."

"농담은 뭔 농담이냐? 너는 동료였지만 가족과 비교할 순 없잖냐?"


가족에게도 피해가 갈 가능성이 있는 한, 폴이 레임을 도울일은 없다. 그리고.


"거기다 너 거들먹거리는 거 은근 거슬렸거든. 오늘 누가 강한지 한 번 해 보자고."

"......"


농담이지? 라는 표정이 된 레임을 보며 인형을 더욱 세게 껴안는 여인.


"이봐 셀...폴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저 녀석. 왜 저래?"

"너야말로 왜 그래? 레임."

"뭐?"

"커튼과 협력하면서까지 도망치다니..."

"아니,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더 큰 악. 이가온을 잡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일이었단 말이다.

그래서 소년을, 그 휘하의 상어이빨과 협력하며 지금까지 도망쳐 살아남아 온 것이란 말이다.


"레임, 넌 신념이 있었어. 오명을 뒤집어 쓰더라도 미국을 위해 일한다는..."

"그래! 그리고 그건 너희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리는 함꼐한 것 아닌가?! 그런데 왜 지금 그런 이해 못할 농담들을..."

"하지만 아니었어."


셀이 레임의 말을 끊고, 증오스럽다는 듯 레임을 노려보았다.


"넌 그냥 미국을 위한다는 자신의 업적을 남기고 싶었던 궁극의 이기주의자야. 2년 전 소년과, 그 마녀와 협력했을 때 그걸 알았어야 했는데..."

"...셀?"

"너 때문에 지금 미국의 평가는, 아니, 우리의 평가는 악화일로야. 그걸 만회하려면, 적어도 우리 손으로 널 잡아야 해."

"농담은...그만둬라."

"아니, 농담이 아니야."


폴이 나섰다.


"우리에게 기회를 준 이가온을 봐서라도. 널 잡겠어 레임."


셀이 쿠구구 주술을 내뿜었고 이가온의 이름을 들은 레임이 발작했다.


"그 놈! 그 놈이 너흴 세뇌한 거구나! 그 쓰레기 같은 놈! 이젠 그런 사악한 주술까지 쓰는 거냐!"

"...답이 없네 이건."


폴이 킥 웃었다.


"병신같은 년."


그 목소리에 예전의 전우를 대하는 친밀감은 전혀 없었다. 그저 모멸감 뿐.

셀의 약화가 레임의 몸을 무겁게 만들었고 주술을 한껏 끌어올리고 커튼 사냥꾼 전용 무기를 든 폴이 레임에게 달려든다.


전혀 쉬지못한 레임은 약화에 거의 고꾸라지고-폴의 태클을 먹고 차디찬 눈바닥에 쓰러진다.


"하. 진짜 약해졌구만. 이젠 정부공인 순위권자라 부르기에도 부끄러운 걸?"

"폴...그만둬. 이건 잘못됐어."


아연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레임을 보고 폴의 얼굴이 뒤틀렸다.


"이..개 같은 년!"


퍼억!


"커억!"


선글라스가 꺠지고 코뼈가 부러진다.

그럼에도 폴은 멈추지 않고 주먹을 내리친다.

어느새 셀도 다가와 몸을 부들부들 떤다. 그건 레임이 불쌍해서가 아닌, 분노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 발을 쳐 들더니 사정없이 레임을 짓밟았다.


"개 같은 년아! 너 때문에 내 평가가! 얼마나 떨어졌는 줄 알아?! 뭐?! 반격의 실마리?! 피터가! 이가온이 있는데 뭘 어떻게 해 이 개년아!! 우리가 지금 얼마나 웃음거리인 줄 알기나 해?! 하루하루 버티는 것도 힘들다고! 내 가족도 우스갯 거리가 되고 그 많던 부하들이 죄다 실직자가 되었다고! 어떻게 책임질 거야?! 어떻게?!"

"너! 너 때문에 우리 미국이! 미국을 위해서 일했던 내 평가가! 너! 너! 너!"

"크악. 크엑."


괴상한 소리를 내며 얻어맞고만 있던 레임. 그녀는 이게 농담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절대 이가온을 속이기 위한 연기 따위가 아니다.


...그럼. 반격의 실마리는?

없어?"


그 순간.

콰쾅!


"어억!"

"악!"


폴과 셀이 날아가버렸다.

그리고 그들의 주위에 붉은색과 검은색 후드를 뒤집어 쓴 자들이 빙 둘러싼다


폴은 벌떡 일어나더니 당황한 듯 그들을 쳐다보았다.


"이가온 원정대! 이번일은 우리에게 일임하기로 했을 텐데?"

"마, 맞아!"


그러자 대표로 나온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류열이었다.


"보자 하니 엿 같아서 원...니들은 진짜..."

"끼어들지 마라! 남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군!"

"마, 맞아!"


하아. 한숨을 내쉰 류열의 옆에 누군가가 훅. 떨어져 내렸다.

전혀 기척도 없어서 깜짝놀란 류열은 얼굴을 확인하고 이내 안도의 표정이 되었다.


"아. 기척 좀 내고 다녀라. 가온아"

"죄송해요."


그렇다.

가온이 드디어 등장한 것이다!


"아, 이가온 씨!"


폴이 곧바로 비굴한 표정이 되어 손을 슥삭슥삭 비볐다. 셀도 고개를 숙이고 부들부들 떨었다. 공포로 인한 떨림이었다.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일을 마치겠습니다. 그러니 저번에 얘기했던..."

"내가 시키긴 했는데 진짜 역겹네."

"네, 네?"

"끼리끼리 논다더니...쯧."


혀를 찬 가온이 둘을 무시하고 대자로 누워서 몸을 부들거리고 있는 레임에게 걸어간다.


"이, 이가온 씨...억!"


가온에게 다가가려다 안면에 주먹을 얻어맞고 날아가는 폴.

고통에 데굴데굴 구르는 그의 귀에 차가운 목소리가 꽂힌다.


"죽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알아."


그리고 그 말을 들은 폴은..


"네, 네..."


그렇게 중얼거렸을 뿐이었다.

2년동안 이가온에게 온갖 외적 압박을 받아 온 그는 감히 가온에게 반항할 생각을 못했다. 셀은 말할것도 없었다.

적어도 그녀에게 있어, 미국의 위상을 살려주고 있는 가온에게 반항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오랜만입니다. 레임."

"이...가온...이...악마같...은...억!"


목을 붙잡힌 레임.


"그런데. 흑교아는 어디 갔습니까?"

"크...윽..."

"한동안 같이 다녔잖아요? 아...그런데 커튼으로 변했다고 절 까내린 당신이 살기 위해 커튼의 밑에 빌붙다니...너무 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허억...헉..."


숨을 몰아쉬는 레임을 차갑게 내려다보던 가온이 그녀의 입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머...멀..."


뿌직.


"가악! 갸아아아아아아악!!"


이빨이 뽑힌 고통에 몸부림치지만, 그것조차 붙잡힌 통에 제대로 되지 않는다.

레임은 눈물을 질질 흘리면서도 호소한다.


"그만둬라...네게 양심이 있다면, 지금 당장 뉘우치고..."

"그런데 어땠어요? 내 선물."

"뭐?"

"옛 동료라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배신당한 기분이요. 와...솔직히 저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기껏해야 외면하는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당신 주위에 있던 건 정말 쓰레기들 뿐이더라구요."


끼리끼리 모인다는 건 이런 거군요.

가온의 말에 몸을 파르르 떠는 레임.


"그거 아세요? 미국은 당신을 세계적인 범죄자 이하. 매국노 취급이에요. 당신 평가가 뒤바뀔 일은 절대 없어요."

"나, 나는...미국을 위해서 일했어..."

"아뇨. 당신 자신을 위해서 일했겠죠. 그걸 미국을 위해서라고 합리화 시킨 것 뿐."


그렇지 않았다면, 가온과 협력하려고 했을 것이다. 차라리 가온을 미국에 끌어들이려 했을지도 모른다. 가온이라면 애국심 따위 없으니 조건만 맞다면 그랬을 가능성도 농후했다.

하지만 레임은 그러지 않았다.

미국을 위해서라며, 무조건 미국이 최고여야 한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레임이 그랬던 건 최고인 미국에서 자신의 최고여야 진정한 최고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온과 협력할 생각따윈 전혀 하지 않았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 나는...어떻게 되는 거냐...죽일, 거냐?"

"아뇨. 이렇게 될 겁니다."


레임에게 사진을 들이미는 가온. 거기엔...


"히익...힉!"


레임이 숨을 집어삼키며 진저리를 쳤다.

거기엔...얼굴만이 멀쩡한 올리버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머지 몸은...


"아직 살아있어요. 편히 죽여주긴 싫었거든요. 아. 올리버에게 뭐라고 했는 줄 알아요?"


가온이 레임의 귓가에 입을 가져가 댔다.


"당신과 싸워 이긴쪽을 풀어주겠다 했어요. 그는 당신이 언제 오냐고만 묻더군요."

"아아...아아아!"


정신을 잃고 발광하는 레임의 목을 누르는 가온은 히죽 웃었다.

그리고 그때 레임의 몸이 팟 사라졌다.

눈을 끔벅거리는 가온은 어느 방향을 쳐다보았다.









"허억...헉..."


레임은 떨리는 몸을 끌어안고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언젠가 보았던 어린 남자아이가 있었다.


"소...년..."

"오랜만이군요. 레임."

"하. 하하. 그래. 그렇지..."


이 나에게 가치가 없을리가 없다.

소년이 자신을 부른 건, 어딘가에 써먹기 위함일 것이다.

그래도 좋다.

이가온을 파멸시킬 수 있다면...


"날 어디에 쓰려는 거지...말해다오. 최대한 협력하겠다."


소년이 싱긋 웃었다.


"죽어주세요."

"...뭐?"

"당신이 도움이 될 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냥 단순히 분풀이입니다."


소년의 손이 흐물텅거리더니 검처럼 변했고, 사태를 파악한 레임이 뒤로 기어갔다.


"히이이이익!"

"당신 따위에게 더 이상 가치가 있을 리 없지 않습니까. 미끼? 어차피 이가온은 저나 교아를 증오하기에 함정이란 걸 알아도 올 건데...굳이 당신이 필요할 이유가?"


당신의 가치는 하나. 소년이 웃었다.


"이가온이 복수할 대상을 잃어 기분이 나빠진다...그 정도겠죠. 예전의 당신이라면 모를까 우리의 계획에 당신같은 허약자는 필요 없어요."

"아아! 아아아아!"


쿠아아아아아앙!


"!"


두 사람이 있던 장소. 설산이 폭염에 터져나간다. 그 여파에 날아간 소년은 칫 혀를찬다.


"말도 안 되는 감지력이군..."


꽤 거리가 있는데도 순식간에 파악하고 거리를 좁혔단 말인가?

눈과 불 사이에서 이가온의 얼굴이 엿보인다. 도발이라도 날리고 싶었지만 그럼 잡힐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소년은 자신의 몸이라도 지키기 위해 전이를 사용. 그 전에 팔에 뜨거운 감각을 느낀다.


"으윽...!"


잘렸다. 재생이 되는 느낌조차 없다.

그걸 느끼며 소년은 겨우 도망쳤다.


"아아....아아아..."


신음하는 레임을 차가운 얼굴로 내려다보는 가온은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걱정했어요."

"아아, 아아아..."


레임은 감정이 솟구쳤다.

2년간, 쫒겨다니고, 잠도 제대로 못 자고...온갖 스트레스를 받으며 따뜻한 말 한 마디 들어본 적 없었다. 그런 와중 이가온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온갖 감정이 솟구쳤다.

그와 화해하고 싶었다 참회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레임은 무릎꿇고 절을하여 외쳤다.


"자, 잘못했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

"제가, 제가 틀렸습니다...제발..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가온은 조용히 레임에게 다가가 그녀를 일으켰다. 그 표정은 더없이 자애로웠다.

눈물을 흘리며 성스러운 것을 바라보듯 그를 바라보는 레임. 그런 그녀에게, 가온이 고한다.


"그러지 마세요"

"네, 네?"

"이제부터 매일 고문할 건데, 벌써부터 반항심이 사라지면 재미가 없지 않습니까."

"......"

"그렇죠? 제발 그러지 마세요. 김 빠지니까..."

"아아, 아아아아아아아!"


가온에게서 벗어난 레임이 품속에서 총을 꺼냈다.

그리고, 자신의 머리에 겨눴다.


"지옥에서 만나자! 개 같은 자식아!"


타앙!


주술을 쓰지 않은 연약한 인간의 몸뚱아리가 형편없이 터져나간다.

피와 뇌수가 튀고...그리고 시간이 역행하듯 촤르륵 머리의 상처가 재생되어간다.


"...어?"


왜 자신이 살아있지? 그런 눈으로 이가온을 올려다보는 레임.


"치유주술이에요. 이젠 제가 독보적이 되었죠."

"...어..."

"당신은 마음대로 죽을수도 없어요. 이제."


내가 놓아줄 떄까지는.

가온의 말에 절망어린 표정이 된 레임이 울부짖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제바아아아아아알! 용서를....!!"








레임을 포획했다.

2년간 온갖 방법으로 괴롭혀온 그녀를 잡자 포획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달성감의 숨을 토했다.


"그런데 방법이 너무 악독한 거 아니냐.."

"자각은 하고 있지만요. 그래도 봐줄 이유가 없는 여자잖아요?"

"그건 그런데...쩝."


류열이 할 말이 없어 입을 쩝쩝거렸다.

가온은 거적대기를 뒤집어 쓰고 라이플을 든 남자에게 가 어꺠를 두드렸다.

거적대기가 내려지고, 얼굴이 드러났다.

그는 바로 올리버였다. 사지가 잘렸을 그인데 팔 다리가 멀쩡했다.


"포획 수고했어요. 올리버."

"가, 감사...합니다."

"말했듯이, 레임과의 결투에서 이긴다면 당신은 건드리지 않겠어요."

"네. 기회를 주셔서...정말 감사합니다."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인 가온은 자리를 벗어난다.

레임에게 보여준 사진은 아주 오래전의 사진이다 가온이 원수들에게 고문을 가할 정도로 싫어하긴 했으나 몇 년이고 고문하는 건 그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다른 원수들도 그 자리에서 고통과 절망을 보여줬을 뿐이지 구태여 살려두어 내내 괴롭히진 않았던 것이다.


올리버도 레임의 명령을 따랐으니 그녀의 피해자라 볼 수도 있었다. 그래서 기회를 주었다.


뭐, 레임에게 패배하면 정말 죽일 생각이긴 했지만...


'그래도 레임은 내내 괴롭혀야지.'


벌써 정신병이 생기고 붕괴직전까지 간 레임이었지만 가온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녀만은 평생 괴롭힐 것이다. 간단히 죽여줄까 보냐.


띠리리리.


"네. 피터."

[동생. 다음 원정지에 대해 논의해 볼까? 령화님도 와 계셔. 십이지신 문제도 논의해야 하고.]

"네. 금방가죠."

[속은 좀 후련해 졌어?]

"꽤요. 하지만 아직 모자라요."

[그래. 조금 있다 보자고.]

"네."


전화를 끊은 가온은 본부로 돌아가기 위해 준비했다.

그리고 귓가에 갑자기 염화가 울린다.


[가온.]

"소 누님. 왜요."


요 2년간 거의 일상적으로 대화하게 된 십이지신 소의 연락에 가온이 대답했다.


[네 성적이 최고조로 올랐어.]

"어...성적요?"

[소원권 말이야. 우리들끼리 얘기해봤는데, 역시 네가 압도적이야.]

"네?"

[그 개자식에게 소원을 빌러가자.]

"......"

[네 연인과 소중한 사람. 이자견과 이현수를 살려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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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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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 쥐(誓) 바람의 결말. 20.08.30 156 3 19쪽
375 세계와 내면의 진실 (2) 20.08.29 157 2 16쪽
374 세계와 내면의 진실 (1) 20.08.28 160 3 24쪽
373 절대적인 신(神) 20.08.26 154 3 15쪽
372 소원을 이루어주는 자 (3) 20.08.25 173 3 13쪽
371 소원을 이루어주는 자 (2) 20.08.24 164 3 14쪽
370 소원을 이루어주는 자 (1) 20.08.23 161 3 15쪽
369 소원권 (2) 20.08.22 161 3 20쪽
» 소원권 (1) 20.08.22 163 3 23쪽
367 동기부여 20.08.21 164 4 27쪽
366 에메라의 이야기 20.08.20 164 2 11쪽
365 파멸? (10) 20.08.18 171 4 28쪽
364 파멸? (9) 20.08.17 159 3 20쪽
363 파멸? (8) 20.08.16 157 2 20쪽
362 파멸? (7) 20.08.15 169 2 21쪽
361 파멸? (6) 20.08.14 166 3 16쪽
360 파멸? (5) 20.08.14 167 3 21쪽
359 파멸? (4) 20.08.12 175 3 19쪽
358 파멸? (3) 20.08.11 174 3 23쪽
357 파멸? (2) 20.08.10 177 3 12쪽
356 파멸? (1) 20.08.10 169 3 17쪽
355 파멸의 징조 (3) +1 20.08.08 175 4 15쪽
354 파멸의 징조 (2) 20.08.07 172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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