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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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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작품등록일 :
2017.07.04 19:27
최근연재일 :
2020.09.0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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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5,429

작성
20.08.20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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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에메라의 이야기

DUMMY

이제와서, 싶지만요.

가온 씨가 물어보니까 알려드릴게요.

머나먼 과거에, 그러니까 아무 힘도 없었을 때의 저는 누구였을까요?


당신이 안내시스템이라 부르는 그 아이처럼 일국의 공주? 아니면 귀족가의 따님이나,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었던 예쁜 소녀?


예쁜 건 맞았네요. 그때도 외모는 지금이랑 크게 다른 건 없었어요. 마녀의 기운이 신비로움을 주는 것만 제외하면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얼굴을 가리고 다녀야 했죠. 높으신 분들에게 들키면 불려가서 험한 꼴을 당할 게 뻔했으니까요.


이쯤 들었으면 눈치채셨겠지만...네. 전 평범한 소녀였어요.

평범한 부모 밑에 평범하게 살던, 전쟁과 배고픔을 두려워하던 평범한 소녀요.

그런 제가 어떻게 마녀의 힘을 손에 넣고 십이지신조차 백발의 마녀랑 이름을 기억할 정도로 강력한 존재가 되었느냐...


다 우연이에요.

네. 우연요.


그날도 안 좋은 일이 있었고, 평소에도 우울함을 많이 느꼈던 터라 훌쩍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계시를, 도움을 주겠다고.


순간 신이시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물었었죠. 왜 저를 선택했냐고.

여러 이유를 대셨지만 지금 생각하면 단순히 외모가 좋아서, 그래서 뽑힌 거 같아요.


아무튼 힘을 얻은 저는 지금껏 절 괴롭힌 모든 것을 파괴해버렸죠.

평범한 소녀가 살던 작은 마을은 저 하나만으로 충분했거든요.

하지만 제 소문이 퍼지고, 절 잡으려는 이들이 많아진데다가 그 자가 내려준 사명을 완수해야 하는 책임이 생기면서부터 전 제 특수 능력을 써야만 했죠.


네. 계약이에요.

다른 마녀들에게는 없는 저에게만 허락된 특별한 능력. 제 계약은...계약한 대상의 '가능성'을 한없이 끌어올려주는 것.


그래요. 가온씨도 계기만 있었으면 언젠가 붉은 커튼의 힘을 자력으로 손에 넣었을지도 몰라요. 그래도 커튼으로 변하거나 하지는 않았겠지만요.


아무튼, 전 강력한 계약자를 찾고, 계약하여 세상에 맞섰어요.

아, 부여한 사명이 뭐냐고요? 곧 나와요. 기다려보세요.

...표정은 또 왜 그래요? 아...음...ㅡㄹ

어쨌든간에 계약자를 찾고 계약하며 평범한 소녀는 꿈도 못 꿀 일들을 경험했어요.

고문 비슷한 것도 당해봤고, 고통에 익숙해지고. 피를 봐도 무감각해지고...아. 물론 나쁜 일만 있던 건 아니었지만요.


제 적은 세계 자체였으니까. 고난은 필연적이었죠.

계약했던 자들이 외부의 힘이나 세월의 힘으로 죽어가고, 절 이용하려는 자들이 즐비하고...그들의 마음이 들려와 미칠 것 같고.

언젠가부터 전 마음을 닫고 사명만을 위해서 살고 있었죠. 분명 처음엔 좀 더 편하게, 안전하게 살고 싶다는 열망 뿐이었는데...


생각하기도 싫을 정도로 세월이 흘렀어요.


그러다가, 그 계약자와 계약했어요.

당신의 바로 전대였죠. 그리고 그는 -----가 되었어요. 어? 안 들리시나요? 이상하네요.


음...일단 넘어가고. 그 사람은 세상의 법칙을 뒤트는 힘을 사용했어요.

순식간에 어떤 계약자들보다도 강해지고, 세상에 군림했어요.

전 드디어 사명을 이룰 때가 되었다 생각했죠.


인류가 쓸데없는 파괴를 멈추게 하라는 사명.


인간은 욕망에 따라 움직이니까 세뇌하거나 힘으로 찍어 누르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죠. 그리고 그건 불가능에 가까웠어요.

억겁의 세월이 흐르고 우연에 우연이 겹쳐져서야 만난 계약자. 그 덕분에 드디어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얻게 된 겁니다.

그땐 전 인류를 동시에 찍어 누를만큼의 힘을 얻었으니 드디어 사명을 이루겠다고 어딘지 모르게 안도하고, 허망해하고 있을 때. 그가 말했죠.


그 자를 죽이자고.


생각도 못한 발상이었어요. 제게 힘을 주고 저를 움직인 그를 죽이자고 할 줄은 몰랐어요. 지금까지의 계약자는 오로지 제 힘이나 외모를 보고 이용하거나 기대려 했던 자들 뿐이었는데, 그는 좀 특이했죠.


그리고.......

음...결과를 미리 말해버리시면 어떻게 해요? 의연하게 이야기하려 하고 있는데...

뭐 됐어요. 가온 씨 말대로예요.

그와 전 패배했어요. 그러니 봉인당해 소년의 수중에 있었죠.

역사상, 그 어떤 역사에도 없었던 일을 처음 행한 것 치고는 훌륭하게 몰아붙였지만 결과는 패배였죠.


그는 죽었고, 저는 봉인당했어요. 봉인당한 저를 당신의 사명을 이룰 때 사용할 것이라고 소년이 달라고 간청. 절 데려가기도 곤란했던 모양인지라 결국 그의 수중에 떨어졌죠.


봉인하다니, 그래도 그가 절 아낀 모양이라고요? 천만에요. 전 차라리 죽여주길 바랬어요. 생각해 보세요. 꼼짝도 못하고 수 없는 세월을 갇혀 있는 기분을...

그건 고문이었어요.


그래도 소년은 나름 신사적으로 대해주어서 완전히 최악까지는 아니었지만요.

어떻게 신사적이었냐고요? 음...그냥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해주거나, 제가 세상을 볼 수 있도록 기운을 불어넣어 주거나? 뭐, 절 이용하려고도 했지만 그 정도면 충분히 신사적인 수준이었죠.


아...안내 시스템이랑 소년은 어떻게 알게 되었냐고요?

그냥...당신의 전대랑 그 자에게 맞서는 동안 우연히 알게 되었어요. 그는 그 자를 따르는 가장 오래된 자들 후보였지만 그땐 가진바 힘이 미약해서 저희에 맞설 수 없었죠.


그들의 정체는 별 거 없어요. 가온 씨가 알다시피, 그리고 짐작하다시피 소년은 하얀색 기본개체에서 가장 오래된 자까지 오른 특이한 자였고, 그리고 안내 시스템은 일국의 공주였죠.


안내시스템...이게 저로서도 특이한 만남이었죠. 같은 마녀는 드물게 만나긴 했지만 적의가 없던 건 그 아이가 처음이었으니까.


저흰 세계의 귀빈 취급이었고 그녀는 세계 최강국의 공주. 당연히 안면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나 할까...물론 말로는 좋지 못했죠.


먼저 공격해 온 건 나라 쪽이었고 저흰 받아쳐서 멸망시켜버렸죠.

네...악당이죠. 하지만 자의도 아니라 그 자의 사주를 받아서 온 만큼 저는 몰라도 당신의 전대의 의지를 꺾을 순 없었죠.


그리고 안내시스템은...절 언니 언니하면서 따랐고, 또 그 자에게 선택되기도 해서 여러가지로 귀여웠었죠. 그런데 그런 애가 그런 녀석의 말을 따라 절 공격해오니, 정말 엄청 오랜만에 열이 확 오르더라고요.


수없는 세월을 살아오면서 그 자와 비슷한 능력을 얻기 위해 매진하던 중 봉인에 대해 비슷한 힘을 얻었기에 그 아이의 육체를 봉인시키고 정신만을 부리기 위한 술식을 걸었죠. 문제는 걸었어도 해주하는 방법은 없었고 그걸 몰랐던 저는 뭐...후회해도 이미 늦었죠.


그 아이는 그때부터 안내 시스템이 된 거에요.

설마 당신이 그걸 풀어버릴 줄은 몰랐지만...


모든 걸 아는 듯한 말투는 위장이었냐고요? 아...처음 계약할 떄 당신의 원수들에 대해 전부 안다는 듯이 말했었죠? 반은 사실이고 반은 거짓말...이라고 해둘까요.


계약했을 땐 당신의 과거까지 들여다 보고 제 나름대로 유추해서 말한 것이고. 봉인이 풀린 이후에는 세계의 지식고를 가져다 썼죠.


그게 뭐냐면, 마녀에게만 허락된...이 세상의 역사나 현재에 대한 정보를 볼 수 있는 그런 장소죠.

그 자에게 미움받은 제가 들어갈 만한 장소는 아니지만 잠깐 들어갔다 나가는 정도는 가능해서 당신의 원수들에 대해 알아본 거죠.


십이지신도 절 아는 이유는 아까 말씀 드렸듯이 그 자에게 처음으로 맞섰고, 선전했기 때문이에요. 하긴 당신 전대가 ----의 필두였으니 그것도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지만...


어? 또 안 들려요? 음...이상하네.

일단 제 이야기는 간략하게 끝났지만, 역시 현실에서 말하는 게 낫겠네요.

이제 슬슬 깨어날 때가 된 것 같네요 가온씨.


깨어나세요.


......아. 그리고 눈 뜨기 전에 하나만.


저, 계약할 때마다 입맞춘 건 절대 아니거든요? 다 손가락만 대는 정도의 접촉이었어요.

힘이 강해지려면 제약을 걸어 강대하게 하는 것이 최고로 빨랐고, 저도 그랬죠.


저 힘을 한없이 끌어올리는 조건은, 제 순결성.

...입맞춤은 가온 씨와만 했다고요? 그땐 힘이 없어서 최고로 좋은 의식을 했어야 하니까...


그러니까...오해는 하지 마시고...

얼굴 안 빨간데요?

그보다 이제 일어나시죠.

해결할 게 많잖아요?




"......"




눈을 뜬 가온은 주위를 둘러본다.


익숙한 천장...이긴 했지만 뭔가 이질감이 느껴졌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가온은 뇌까렸다.



"에메라...어디에..."


"여기요."


"!"


고개를 돌려보자 그곳엔 에메라가 뚱한 얼굴로 있었다.


가온은 침묵했다가 말했다.




"아니, 영원히 사라질 것처럼 얘기를 하길래. 그런 줄 알았지."


"아뇨. 저도 꿈에서 튕겨자 나자마자 깨어나실 줄은 몰랐네요."



에메라가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다시 일어나셔서 다행이에요. 가온 씨."


"여긴...?"


"당신의 방이잖아요?"


"장난 말고."


"아, 안 속네요. 자기 방은 다 알아보는 건가요?"



역시 가온의 방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럼 누가 구태여 가온의 방과 똑같이 인테리어하는 수고를 들였을까?



"...어...나 어디에 있는 거야? 시간은...하루? 그 정도는 흐른 것 같은데."


"하루 같은 소리하고 계시네요."



목소리는 다른 방향에서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자 그곳엔 안내 시스템이 서 있었다.




"어..."



왜 여기 있냐는 말은 목소리가 되어 나오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쳐다보는 가온을 마주보며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려버리는 안내 시스템.



"가온 씨는...마스터는...아 그러니까 당신은..."


"...좋을대로 불러."


"...가온 마스터는."




어감이 이상한데? 하지만 가온은 구태여 지적하지 않았다.



"일주일 넘게 잠들어 있었어요."


"...엥? 진짜?"



엄청 난리를 피우다가 정신을 잃기는 했어도 그 정도로 잠들어 있었다고? 어째서?


그 기간이면 골백번 죽어도 남을 시간이다.


물론 죽어서 붉은 커튼이 되었다면야 사람 수준으로는 죽이기 힘들고 그 정도로 맞았다면 아무리 그래도 깼을 테지만.



"세상의 법칙에 반항한 대가로는 싸지 않나요?"


"어? 뭐?"




상황을 따라갈수가 없다. 가온은 조금 생각하고 말했다.



"다 어떻게 됐어?"




여러 궁금증이 섞인 질문이었다.


하지만 가온이 제일 중요한 것은 하나이리라.



"원수들은..."


[이야아! 가온 군!! 나의 주인이여!! 깨어나서 정말 좋은데?]




목소리는 벽이라고 생각했던 벽걸이 TV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곳엔 잘생긴 금발의 남자. 피터가 보이고 있었다.



"당신은?"



[내 주인의 열망대로 자네의 원수들은 도망치지 못하게, 하지만 일상생활은 가능하게 해 두었지.]


"......"


[같이 확인하러 가 보겠나? 그들만이 아니라, 세상의 반응과 자네를 아끼는 자들...그 외 여러 사람들을 말이야.]



가온은 침대에서 발을 내렸다. 그러자 피터가 말했다.



[그 전에, 씻고. 법 먹고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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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 소원권 (1) 20.08.22 163 3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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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메라의 이야기 20.08.20 16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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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3 파멸? (8) 20.08.16 158 2 20쪽
362 파멸? (7) 20.08.15 170 2 21쪽
361 파멸? (6) 20.08.14 166 3 16쪽
360 파멸? (5) 20.08.14 168 3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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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7 파멸? (2) 20.08.10 17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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