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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현대판타지

ITE
작품등록일 :
2017.07.04 19:27
최근연재일 :
2020.09.01 23:59
연재수 :
379 회
조회수 :
164,470
추천수 :
2,936
글자수 :
2,335,429

작성
20.09.01 00:55
조회
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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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30쪽

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DUMMY

"어떻게 살아있는 거냐...!"


신의 경악하는 것을 보며 가온이 아이나를 슬며시 내려놓았다.

그리고 신을 향해 뚜벅뚜벅 걸었다.


"이 놈! 내 질문에 대답하지 못할까!"


역정을 낸 신이 손을 뻗자 이 행성의 삼라만상이 가온을 짓이기려 들었다.

신이 등장한 첫 날, 가온을 죽였다고 생각했던 그 기술이었다!


그리고.


후욱.


"?!"


세상이 햐얗게 빛나는가 싶더니 신의 권능이 일거에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너, 그거...그건!"

"그거 뭐."


이죽거리는 가온 옆에 소가 섰다.

그녀는 새삼스래 가온을 쳐다보았다.

그가 죽은 줄 알고 얼마나 상심했던가? 비원을 이루는 데에 또 얼마나 걸리냐...그런 문제가 아니다. 가온 자체를 잃은 것이 슬펐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아우의 아이라도 가져볼 걸 그랬나...'


때늦은 후회였다.

신은 이미 현계에서 날뛰기 시작했고 호랑이와 말, 그리고 용이 그의 뒤를 따랐다.

이번에 비원을 이룰 기회는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쿠쿵! 쿵!


"어윽!"

"꾸엑. 어? 타 죽는다 타 죽어어!!"

"흠."

"엥?"


세 사람이 별안간 소의 동굴에 들어오고, 거기다 그 중 둘은 너무나 낯이 익었다.


"아, 아우?! 살아있었어?! 그, 그리고...! 너 이 빌어먹을 자식!"

"어?! 여기 네 레어였어?! 야. 야. 니가 지금 치면 진짜 죽어! 죽는다고! 가온! 플리즈!"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 뒤에 또 공간이 열려 이상한 구체가 튀어나오더니 마우스에게 흡수되었고, 그 마우스는 가온의 내면으로 들어가고 난리도 아니다.


그리고 십이지신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우리 열둘이 모여도 말이지~신에게는 안 돼~]


권능이 봉인당하기 전에도 열 둘이 덤벼도 무리였다

심지어 지금은 십이지신 중 셋이 신의 편이며 하나는 죽었고, 하나는 사로잡힌 상태. 나머지 하나는 도움이 될지 알 수가 없었다.

계란으로 바위치는 격이었다.


[야야. 가온이가 새로 얻은 기술 있으면 희망 있다니까?]

[[넌 닥쳐.]]

[...네.]


마우스의 말에 십이지신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아. 우리 마우스한테 왜 그래요..."

"우리 마우스라니! 아우! 얘가 뭘 했냐면!"

"알아요. 그러니 지금 되돌리자고요."


가온이 진지하게 말했다.


"놈에게 빼앗겼던 것을, 다시 빼앗을 때에요."

[...승산은 있냐?]


닭의 말에 가온이 말없이 손을 폈다.


"소 누님.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고 그랬죠."

"어? 그렇지. 비원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은..."

"흡!"


가온이 기합을 내지르자 세상이 일순 하얗게 변하고, 그리고 소의 공간에 구멍 하나가 뚫렸다.


"...이건?"


잠시 눈을 감고 상황을 감지하던 소가 경악했다.


"말도 안 돼. 봉인을 풀었다고?!"

[뭐?]

[그게 가능한가? 쉿.]


다른 십이지신의 경악에 가온이 자신이 새로 습득한 힘을 설명했다. 그리고 십이지신들이 중얼거렸다.


[그거라면...확실히 희망은 있겠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기본적인 힘의 차이가 너무 커. 권능을 봉인하는 것만으로는 안 돼. 붉은 커튼이란 최강의 창이자 갑옷도 잃었고...게다가 자 자식이 힘을 깎아먹고 있는 상태에서야...]


알지 못하는 목소리였다 싶었는데 다름 아닌 토끼였다.

그도 마우스에게 상당히 반감을 가진 듯 했다.


[으음~뭐, 틀린말은 아니구만.]


마우스가 씁쓸한듯 말했고 가온이 뭐라 변호하려 했을 때였다.


[그럼 내 상상력을 믿어 봐.]

"뭐?"


소가 얼굴을 찡그려도 아랑곳 않고 그는 말을 이어간다.


[너희는 너희의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억겁을 살아왔잖아? 그것만 생각해왔어. 그런데 나는, 그 빌어먹을 신 새끼를 죽이는 것만 억겁을 상상해 왔거든? 그 싸움 이후로, 어떤 순간에 어떻게 했으면 좋았을 거다...그런 생각만 수십 수백 번 반복했어.]


마우스가 웃었다.


[믿어 봐.]

"......"


그리고 대부분의 십지이신들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겠다고 했다.

비원을 위해 자신의 몸은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말이다.

유일하게 확답을 준 것은 다름아닌 마우스를 제일 싫어할 소였다.


"네 상상력을 쓸만 하니까..."


소는 적어도 마우스의 능력만큼은 확실히 인정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가온은 곧바로 출발하려 했으나 소가 만류했다.

당장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고 했으나 소가 뭔가를 설명했고, 그에 납득한 가온은 최적의 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쉬었다.


그 와중 소가 이상하게 들이댔지만...가온은 간신히 참아냈다.


[어이구, 이제야 노처녀 위기가 느껴지셔?]

[닥쳐라 쥐새끼. 끄집어내서 존나 패기 전에.]

[에베베베 가온이 몸속에 있지롱 에베베베.]


그렇게, 불편하고도 편안한 시간이 지나가고. 당일날.

소가 나름대로 모았던 강자들을 대동하고 온 가온은 십이지신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다고 여겼었다.


그리고 아이나의 말 하나 덕에 십이지신이 전부 나섰다.

아이나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냥 조그만 울분 하나만으로 그들이 나섰을 리 없다.

요는, 그들도 더는 참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



말을 잇지 못하는 신 대신 앞으로 나선것은 바로 상어이빨. 흑교아였다.


"그래, 어디 갔다 왔지?"

"...역시, 넌 내가 살아있는 걸 알고 있었냐."

"뭐? 그게 사실이냐?"


신이 흑교아를 쏘아보았지만 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넌 내가 죽인다. 이가온."

"응. 너도 내가 죽여. 상어이빨. 거기 아직도 주저앉아 있는 꼴사나운 신님이랑 함께 말이지."

"...!! 감히 나를 우롱해!"


신이 척 손을 폈다. 하지만 이번엔 가온에게가 아닌 흑염을 불태우는 고양이에게!


"자! 묘여! 지상의 인간들에게서 주술을 빼앗아라!"

"!"


주술은 원래 묘의 권능이라고 했었다.

인간이 마냥 살해당하지 않도록 배려한 묘의 권능!

그렇다면 다시 거두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아...미렌.]


마우스가 안타까운 듯 말했고, 동시에 가온이 손을 뻗었다.


"그 힘이 뭔지는 모르겠으나, 늦었다!"


신이 가온의 행동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가온은 딱히 묘도, 신도 방해하려는 게 아니었다.

가온이 손을 뻗은 건 지상.


"뭐?"


슈르르르륵!


지상과 천공에서 수 억개의 빛깔이 묘에게 흡수됨가 동시에 세상이 하얗게 번쩍이고, 다시 수 억개의 빛깔이 사람들에게 깃든다.


"어, 어라?"

"뭐인 거예요?"


아이나와 미헤유가 당황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주술은 아닌데 비슷하게 응용할 수 있는 무언가가 그들의 내면에 가득 들어차 있는 것이다!


"뭐...!"


가온이 행한 말도 안 되는 짓거리에 신은 할 말을 잃었다.

이래서야 주술을 빼앗아도 소용이 없지 않겠는가?


"...흥! 그래봐야 급조한 힘! 갑자기 얻은 새로운 힘을 단시간만에 본 실력대로 응용하는 게 쉬울 듯 싶더냐!"


신의 말대로 가온이 새로 불어넣은 힘으로는 시간이 지나면 모를까 당장 주술을 쓰는 것만큼 쓰진 못할 것이다. 가온이 눈썹을 찌푸리는 찰나.


"그럼 저와 계약하시겠어요?"

"엉?"

"엥?"


뜬금없는 목소리에 신과 가온 모두 그쪽을 쳐다보자 고양이의 옆에 신우가 서서 그녀의 몸에 손을 대고 있었다.


"울분. 마음껏 풀어요."

"너, 너 이 계집이 뭐하는 짓이냐아아아아아! 억?!"


신이 발작적으로 외치며 신우에게 쇄도하려는 걸 가온이 발로 차버렸다.

그리고, 묘의 몸이 까맣게 빛나는가 싶더니 이내 편안함을 주는 듯한 연한 검은빛으로 바뀌었고, 검게 불타올랐던 몸도 연보랏빛으로 변했다.


"냐아아..."


기지개를 핀 고양이는 가온을 바라보았다.


"거기 있구나. 아자트."

"......"

"고마워 무녀. 이야아...진짜 오랜만에 깼네."


그리고 날카로운 눈으로 신을 쏘아본다.


"죽을 준비는 됐어? 망할 놈."

"이, 이것들이 하나같이! 내가 내려준 힘으로 날 배신해?! 신우?!"

"당신이 가온씨를 죽였을 때, 이미 우리 주종 관계는 끝났어요."


신우가 차갑게 말했다.


"저 더러운 커튼이 가온씨가 아직 죽지 않았다고 긔띔 해주지 않았다면 진작 덤볐을 텐데...그러지 않길 잘했네요."

"크윽! 내가 준 힘을 내놓아라!"

"가져가 보시죠?"


신우가 키득대도, 그 옆에 이이나가 내려섰다.


"못하겠죠~? 우리가 다섯 명 이상이 되고, 환경이 일정 이상 파괴되어야 간신히 현계 강림 조건이 충족된 거니까...우리가 마녀로 각성할 때 당신이 개입한 것은 어디까지나 계기일 뿐."

"이미 각성한 힘을 빼앗을 수 없다!"


현미의 주변에 얼음 알갱이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금발의 여인과 백발의 소녀가 서로를 부축하며 앞으로 나왔다.


"저, 멸망한 엘프국의 공주 엘하임."

"반역의 마녀. 에메라."

""우린 신을 죽이겠습니다.""


신이 고개를 푹 숙였다.

곧 녀석의 얼굴에서 크크크큭. 웃음소리가 흘러 나온다.


"웃어?"


가온이 으르렁거리자 신이 박장대소했다.


"우습지 않을쏘냐...? 그래. 인정하마 벌레."


신의 두 눈이 섬뜩하게 빛났다.


"네가 원리를 알 수 없는 새로운 법칙을 손에 넣었다는 것을 말이다...그런데, 너희 전부가 덤벼봤자 나는 너희의 근원. 너희가 쓸 수 있는 건 나도 전부 쓸 수 있단 말이다. 거기다, 내 권능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네놈은 붉은 커튼이란 힘을 잃은 상태."


몇이 늘어나도 상대가 안 된다고 선언한 신은 주먹을 쥐었다.


"그래. 그때처럼 박투라도 해 볼 테냐? 엇..."


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에게 달려든 가온. 신은 히죽 웃으며 주먹을 휘둘렀다.


퍽! 퍼퍽! 탓.


현란한 공투. 하지만 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뭣...!"


오히려 신이 밀리고 있었다!!


"일주일 간 내 기술을 빡세게 가르쳤으니 말일세."

"노망난 영감탱이...어디갔다 온 거야?"


부축하는 안에게 쓴소리를 하는 령화.


"글쎄?"

"그런데 저건?"

"가온과 마우스의 싸움을 보고 내가 떠올린 신에게 대항할 기술...은 내가 쓰려고 아껴두고 있고, 그냥 기본만 잡아주었네."


퍼억! 퍽!


"어억! 억! 이익!"


안면을 몇 차례 얻어맞은 신이 이를 갈더니 손을 뻗는다. 그 손에서 무수한 광선이 튀어나오자 가온도 마찬가지로 손을 뻗고 일순에 없애버린다.


"이...놈!"


대체 이 힘은 뭐란 말인가? 어떻게 무한에 가까운 세월을 살아온 신에 맞먹는 권능을 쓸 수가 있는가?

전력을 다하면 눈앞의 놈을 죽일 수 있다.

하지만...그랬다간...

신이 등 뒤의 십이지신. 말과 호랑이, 용등을 보고 소리질렀다.


"보고만 있을 것이냐! 쓸모없는 것들!"


엉거주춤하게 서 있던 호랑이와 말이 움찔했고, 용은 입을 쩍 벌렸다.


쿠아앙!


[엉? 크악!]


닭이 브레스에 직격, 몸이 화르륵 타올라 지상으로 추락한다.

유는 결코 방어력이 낮지 않았다. 십이지신 중에서는 평균이라고도 할 수 있으리라. 그런 것을 일거에!


[하긴. 저놈 커튼 출신이었지. 반편이인 자 놈과는 다르게 진짜배기. 꿀]

[신이 준 버프, 커튼의 강화에 저놈도 포함되어 있는 건가..쉿.]

[야 돼지. 너 지금 아무렇지 않게 나 디스하지 않았냐...?]


그 사이 용이 또 브레스를 쏘려고 했고, 그 순간 소가 외쳤다.


"지렁이 자식이 이떄다 싶어 날뛰기는!!"


쿠아아아아아아!!


소의 몸이 태산만큼 거대해졌다. 소의 뿔에 거대한 소의 얼굴을 한 거인이 된 소는 발굽으로 용을 갈긴다.


쿠아아앙!


[크오오오...]


용이 얻어맞아 날아가면서도 브레스를 쏘았다. 닭을 일거에 쓰러뜨린 위력의 공격인데도 간지럽다는 듯 앞으로 나아가는 소!


[큭!]

[멈춰라!]


말이 고속으로 이동하여 막강한 속도와 질량으로 소를 차려는 찰나,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금속으로 이루어진 멧돼지가 더욱 압도적인 질량으로 맞선다.


쿠아아아!


충격파 만으로 세상에 뻗어나가는 힘!!



[멈춰라!]


호랑이의 발톱이 세상을 찢어발길듯이 거대한 공기의 칼날이 되어 소에게 쇄도한다. 하지만 팔을 채 휘두르기도 전이 급작스럽게 작아진 뱀의 그의 몸을 휘감더니 빙그르르 회전.


쿠아아아아!


핵폭탄에 비견되는 폭발이 연속적으로 호랑이에게 일었다!


[크윽...!]

[아앙...!]


그 와중 독니를 박아넣으려는 뱀의 머리에 앞발을 갈기는 호랑이!

뱀이 떨어져나가며 다시 커지면서 아가리를 쩍 벌렸다.

그리고 그 사이 태세를 가다듬은 용이 이번엔 힘을 조금 모았다가 브레스를 쏘아낸다!


[메에~]


갑자기 뿅 튀어나온 양이 몸을 크게 부풀린다. 양털에 막히는 브레스!

최강의 방패와 최강의 검이 맞선 모순으로 인해 행성 자체가 뒤흔들린다.


쿠구구구.


[크아아아!]

[크르르르!]


그게 신호라도 되듯 가만히 있던 검정, 노랑, 초록, 보라...그리고 특이한 색의 커튼들이 일제히 공격에 나섰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에 작달만한 토끼가 섰다.


[얍.]


들고 있던 모래시계 같은 지팡이를 빙글 돌리자 공간이 일렁이더니 수 백만의 커튼이 순식간에 세상에서 지워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몇 억은 넘게 남아있는 커튼들!

설상가상으로 용이 그 틈을 타 또 구체를 쏘아낸다.


[아~나 방어력 최하윈데...]


시무룩한 목소리로 말하는 토끼. 강렬한 구체는 커튼들을 퍼퍼펑 부수며 날아가더니 토끼에게 직격...


[아아 씨바알! 이 미친 용 새끼가!]


화르르르르르르륵!


적금색의 봉황이 몸을 수복시키면서 순식간에 날아오르더니 불사조로 변신, 구체를 받아내고 날개를 활짝 폈다!


화르르르륵!


[크르륵!]

[카카악!]


불꽃의 태풍이 또 수백만의 커튼을 불태워버린다.


[야 묘. 몸사려. 네 환술로 저 십새끼좀 어지럽게 해]


불타는 부리로 신을 가리키는 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토끼.


[야 용 개새꺄! 내가 다시 살아나는 핸섬한 존재 아니었으면 어쩌려 그랬냐? 앙?!]

[크오오오...]

[아오. 하여간 싸우는 것밖에 머리에 든 게 없는 새끼! 힘만 세져선!]


용이 이번엔 먹구름을 소환한다. 먹구름에서 하나하나의 크기가 미친 듯이 거대한 낙뢰가 지상을 휩쓸어버린다.


[아아니 미친놈들아! 아래에 사람들도 신경 써라! 가온! 공간 만들기다!]


마우스의 말에 신의 권능을 정면으로 받아내고 있던 가온이 힘겹게 말했다.


"아오. 잠시만요. 이 새끼좀 패고..."

[패긴 뭘 패?]


어느새 나타난 토끼가 지팡이를 겨누자 신이 비틀거린다.


"감히 이 몸에게 환술을...!"


틈에 생기자 마우스가 말한다.


[지상의 사람들도 휩쓸린다. 권능도 막을겸, 공간 펼치자.]

"그게 좋겠네요. 그리고 마우스가 직접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엉? 뭐?]


말끝에 아이나 곁으로 순간이동한 가온이 그녀를 한 팔로 껴안았다


"어, 어? 야, 야! 이럴 때에 무슨...!"

"아이나."

"어, 어?"

"내 마녀가 돼 주라."

"......"


붉어진 얼굴을 거두고 진지한 표정을 한 아이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좋아. 오케이."


그리고 자기 자신과 아이나에게 손을 대고, 세상이 새하얗게, 붉게 물든 순간.


"...엉?"


마우스는 세상에 현현해 있었다.

아이나의 몸은 마우스의 힘을 구현해내고 있었다!



"...뭐?"


신이 벙찐 목소리를 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소년도, 신의 주변에서 커튼들을 통솔하던 가장 오래된 자들도 경악의 목소리를 냈다.


"...아자트님?!"

[크르르르!]

[크오오오!]


가온가 함께 왔던 이들도 중얼거렸다.


"허어...십이지신의 수장께서 정말 현현하시다니..."

"대단하군."


손바닥을 내려다보던 마우스가, 고양이를 쳐다보았다. 고양이도 마우스를 쳐다보았고, 마우스는 이내 씨익 웃었다.


"재회는 나중에다!"

"그래야 내 애인이지!"


마우스와 고양이의 선언이 끝남과 동시에 아이나에 강신한 마우스의 몸이 가온과 싸웠을 때의 마왕과 같은 모습으로 변했다.


신이 말로 강화된 용조차 압도하는 막강한 기운에 모두의 이목이 그쪽으로 쏠렸다. 그리고.


[으, 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도합 열개의 팔을 들어올리며 몸을 검보랏빛으로 활활 불태우면서, 이 별 자체의 중력을 조종!


[크르르륵?!]

[카아아악!!]


속수무책으로 공중에 두둥실 떠오른 수억의 커튼들. 다음 순간.


콰직!


작은 소리와 함꼐 놈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그들 뿐만이 아니라 말과 호랑이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는지 몸에 금이 간 채로 비틀거린다!


"말도 안 돼! 피아구분을 하면서 이만한 범위 공격을...!"


소년이 경악했다. 그랬다. 그는 멀쩡했다

의외로 소년을 비롯한 가장 오래된 자들은 상처하나 없었는데...


"멍청한 놈! 내 권능이면 네놈의 힘 따위 아무 소용도 없다는 걸 학습하지 못했느냐?"


그렇다. 신이 친히 힘을 내려준 소수는 아무 피해도 입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마우스는 히죽 웃었다.


[응. 잘 봐 븅신아.]

"뭐?"


쿠아아아아.


마우스의 힘아 닿은 하나하나에 물감이 번지듯 새로운 풍경이 덧칠해져간다.

그것은 마치 우주같은 공간.

그리고 마우스의 몸속에서 작은 구체가 쏙 튀어나오더니 블랙홀처럼 변해 콰르르륵 돌았다. 마우스가 가온을 부른 심상 공간. 어찌된 일인지 사라지지 않고 마우스를 쫒아왔었던 것이다. 이건 의외의 수확이었다.


[이것들이 있는 이상, 네 권능 상쇄하기 쉬울 걸?]

"......이 놈이!"


광분하여 손을 뻗어 뭔가를 발사하려던 신이 벙쪄서 자신의 손을 보았다.

발동이 잘 되지 않는다. 그나마 발동되었던 것도...사라졌다?

정면을 보자 이가온이 손을 뻗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아! 이노옴!! 억?!"


마우스의 주먹에 얻어맞고 쿠당탕 바닥을 구르는 신!


[진짜! 진짜 너 존나 패고 싶었다!!]

"크아아악! 죽인다! 죽여 버리겠다!!"

[가자! 가온!]

"네!"

"잘난척 하기는! 내 사냥개들아! 지상에 있는 것들부터 쓸어버려라!"


분명 사라졌던 커튼들, 하지만 새까만 공간이 열리더니 수억은 우수운 커튼들이 우수수 쏟아져 나온다.

심적 부담을 주기 위해 한 명령. 하지만 그 순간.


"우린 보호받는 존재가 아니다!"


지상에서 들려온 분연한 목소리.

그곳엔 머리에 붕대를 감은 이이협과 가슴 벅찬 표정으로 가온을 보는 가은 가영이 있었다. 김일을 필두로 한 정부공인 순위권자들, 그리고 커튼 사냥꾼들도 하나같이 결연한 표정으로 각자의 병장기를 빼들었다.


"모두! 결사항전한다! 오늘 우리는 신을, 커튼들을 멸절시킨다!"

""오오오오!!""


그리고 대지에 한 명.

이 광경을 지켜보는 남자.

허망한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 보는 그 남자는 토로시니였다.


"무슨 몰골이야?"

"...날 죽이러 왔나. 피터."


힘없는 목소리의 토로시니. 그 목소리는 오히려 죽음을 원하는 듯도 했다.


"다른 사람들은?"

"...커튼들에게 먹혔다."

"저런."


예상했다는 듯이 피터가 어깨를 으쓱였다.


"하, 하하. 멍청했다...왜 약속을 지킬거라 믿었던 거지...저런,괴물들이 말이야..."


인류를 지킬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던 건 멸망의 한 걸음이었다.

신념이 무너진 토로시니는 눈을 감았다.


"죽여주게. 피터..."

"무슨 소리?"


뻑!


"억!"


뒤통수를 얻어맞은 토로시니가 뒤를 돌아보자 피터가 엄한 얼굴로 말했다.


"자네는 지금이라도 최선을 다해 인류에 기여해야 해. 죽음으로 도망치겠다고? 그렇게 쉽게 놓아줄 것 같아?"

"피, 피터..."

"가자고."

"......"


토로시니는 울먹이더니 이내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커튼들의 무리로 함께 날아갔다.




이이협의 명령에 각자의 전투를 시작하는 사람들. 그걸 가소롭다는 얼굴로 쳐다보던 신이었지만 곧 마우스와 가온의 협공에 정신없이 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분후. 신은 느꼈다.


'말도 안 돼!'


십이지신 전부가 덤벼도 한꺼번에 매장지을 수 있는 자신이, 밀린다고?

토끼가 결정적인 순간에 걸어오는 환술도 무척이나 짜증났지만,가온과 마우스는 차원이 달랐다.


가온의 권능은 말할것도 없고, 마우스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신이 들렸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신이 어떤 식으로 응용하여 공격을 퍼부어도 대응하고 반격하며 밀어 붙인다.

마음속까지 속속들이 엿보인 느낌에 신이 역정을 낸다.


"빌어먹을 쥐새끼가!"

[네가 부여한 동물일 뿐! 이 얼굴이 어디가 쥐냐!]


굳이 말하자면 꼬리가 닮긴 했지만 가온은 구태여 말하지 않았다.

신은 이를 악물었다.


'...그래. 더는 지체할 수 없다.'


그동안 모았던 것을 전부 써야 한다는 생각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솟아올랐다. 이 분풀이는 여기 있는 모두를 정신이 붕괴될 때까지 괴롭히는 것으로 풀리라.


[?! 가온 저놈이 뭔가를 하려 한다! 우리가 모르는 뭔가야!]

"알겠습니다!"


눈치챈 두 사람이 덤비려 했을 떄.


쿠-웅.


행성이, 아니, 우주가 떨린다.

동시에 근처에 있던 토끼의 몸 반쪽이 훅 날아가버렸다.



[우웃?!]

[이건?!]


닭과 돼지가 신음한다. 십이지신조차 운신이 불가능할 지경인 가공할 이 힘은 대체?

돌아보니 신이 막대한 힘을 내뿜고 있었다.



"...지금껏 살아온 세월중 저장해두었던, 비장의 나의 힘. 아낌없이 쓰겠노라...벌레들아!"


번쩍!


[크악!]

[아악!]


닭의 날개가 뚫려 지상으로 추락했고 세상에서 가장 단단할 터인 돼지의 몸 반이 박살이 났다. 고작 기운을 뿜은 것만으로 십이지신이 무력화 된다.


[크윽!]


흐름을 응용해 어떻게든 제어하려는 마우스, 하지만...


[미친...! 뭐야 이게! 힘이 너무 거대해서 흐름으로 전부 커버할 수가 없어!]


마우스의 전지 능력으로도 전부 움직일 수 없는 거대한 힘!

더불어 커튼들도 무진장 강해지기 시작했다.

용이 아가리를 쩍 벌려 브레스를 쏜다.


쿠앙!


[큭!]


그때까지 용을 사정없이 몰아붙이던 소의 어깨가 뻥 뚫려버렸다. 그럼에도 소는 아랑곳 않고 전진한다. 용의 꼬리를 잡고 사정없이 패대기치기 시작한 소!


콰앙! 쾅!


힘이 가장 강한 십이지신답게 한 방 한 방이 같은 십이지신조차 탈진에 이를 강렬한 일격!


[크오오오...]


하지만 용은 몸을 뒤틀더니 소의 팔뚝을 깨물고 어떻게든 벗어난다.

거기다 몸이 빠르게 수복되고 있었다.

원래도 재생력이 강했지만 신의 버프를 받아 더욱 빨라진 것이다.

원래라면 방금 전 드잡이로 전투가 끝날 상황이었지만, 이놈의 버프는 답이 없었다.


[...적어도 금제만 없었다면...]


안타까운 듯 중얼거리는 소를 마무리하기 위해 아가리를 쩍 벌리는 용.

그 순간, 소의 앞에 네 명의 인간이 선다.


이이협, 김일, 피터, 그리고 안!!


[아니...비켜! 너희들까지 휘말린다!]

"다 같이 싸우는 통에 그럴 수 있겠소?"

"죽으려면 이렇게 죽어야지!"

"하하하. 저 재수없다고 하신 거 취소해 주시깁니다?"

"음...신에게 시험해 보고 싶은 기술이 있건만...힘의 차이가 너무 나서 원."


안만이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었지만, 소는 충분히 감동했다.


[...얘들아.]


쓰러지거나, 전투를 하고 있는 십이지신이 귀를 귀울였다.


[적어도, 인간의 금제라도 풀어주자.]

[야, 그건...]


상당한 힘을 동반한다. 대다수의 결정이 있으면 가능하지만 신의 노여움을 사는 것은 당연하고, 만약 대다수의 동반이 없다면 그냥 힘만 낭비하는 꼴!

성공한다해도 상황을 뒤집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신은 피조물들조차 두려워하여 금제를 걸었다. 십이지신과 마찬가지로 금제가 풀리면 확연히 강해지리라.


그리고 금제가 풀린 자들이 아직 몇 천만이나 있으면...어쩌면 십이지신의 금제조차 풀어줄지도 몰랐다.


그 때 하늘이 까매지더니 수 억, 아니 수백억은 넘는 커튼들이 지상을 향해 내려온다...


세상의 종말. 그렇게 생각될 광경.


[어쩔래? 난 할 건데.]

[...신뢰라. 오랜만이군.]


닭이 몸을 일으키고 몸의 반절을 잃었던 토끼와 돼지도 조금이지만 몸을 수복시키며 일어난다.


그리고 뱀은 말과 호랑이를 노려보았다.


[저 본능에 가까운 전투의지밖에 없는 용은 그렇다 치고, 우리도 너희와 같았으니 뭐라 말하고 싶진 않았지만, 짜증나는구나 너희 쉿.]

[......]

[......]


[나 축은 인간의 금제를 풀겠어.]

[나 사는 인간의 금제를 풀겠다 쉿.]

[나 유는 인간의 금제를 풀어주지 뭐.]

[나 묘는 인간의 금제를 풀겠다.]

[나 미는~ 인간의 금제를 풀겠어~]

[나 해는 인간의 금제를 풀겠다 꿀.]


여섯 명의 선언. 신이 코웃음 친다.


"이제와서 뭘...이제 곧 금제된 너희만큼의 힘을 지닌 내 작품들도 나올 것이다. 얌전히 죽음을 기다려라..."


그리고 그때.


[나 오는...인간의 금제를 푸는 것에 동참하겠다.]


"뭐?!"


신이 고개를 홱 돌렸다. 이로서 과반수가 넘은 것이다! 하지만 아직 신의 의지가 있어서 여섯. 아직은...


[나 인 또한, 인간의 금제를 푸는것을 맹세하노라.]

"무슨?! 돌았느냐?! 소원권을 포기하겠다고?!"


거기다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이 상황에서, 이제와서 배신을? 어이없어 하는 신을 보며 말이, 호랑이가 웃었다.


[내 동포들이 지금의 날 보면, 살아난다 해도 자랑스럽지 못할 것 같군...]

[내 제자들도 마찬가지다...]

"......!!"



그때, 아무도 몰랐다.

레임이 십이지신 신에게 다가간 것을...


"그래! 아이야! 지금 그 놈을 죽이면...!"

"난."


가온의 시선을 느끼며 레임이 훗 웃었다.



"속죄하겠다."

"...뭐?"


신의 벙찐 목소리가 끝나기도 전 레임이 신에게 받았던 권능을 이용해 원숭이의 구속을 푼다. 구속이 풀린 원숭이는 순식간에 팔 다리를 수복하더니 레임을 힐끗 보았다. 그리고...


[나 십이지신 신은...정말 본의가 아니나 어쨌든 인간의 금제를 풀겠다.]


그 말에 닭이 피식했다.


[하여간 저 원숭이 새낀 끝까지 삐딱선이야...]



핏줄이 불거진 신이 고함을 지른다.


"오냐! 그럼 너희 모두 죽...!"


[나 십이지신의 수장 자는.]

"엇..."

[인간의 금제를 반드시 풀겠노라!]



쿠아아아아!


빛이 솟구친다.

지상의 모든 인간에게서, 빛이 뿜어진다.


[흥! 그래봤자 바다에 부딪히는 오줌 줄기에 불과한 것들! 모두 찍어눌러주...억?!]


가온이 신에게 태클을 걸어 멀리 끌고간다.

다른 이는 몰라도 가온의 권능만은 무시할 수 없는 신이 순간이동으로 벗어난 후 가온에게 모든 힘을 집중한다.


[내 권능과, 무한에 가까운 세월동안 모아온 힘...자. 받을 수 있겠느냐?]



쿠궁...


거대한 힘이 내려온다. 가온이 손을 뻗어 권능. '자유'를 발동했으나...


'...다 없애기 전에 내가 짓눌린다.'


신의 권능을 신이 경악할 속도로 없애고 있었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짓눌려버린다.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계속 지울수도 있지만, 그랬다간 다 죽는다.


"하, 하하! 그래! 피했다간 다 죽는다 이가오온!"

"......"

"여기에 힘을 보태볼까!"


화륵! 콰아앙!


불기둥이 신을 감싼다. 곧이어, 붉은 갑주에 휩싸인 커튼이 걸어나온다.

가온과는 달리 눈이 검었다.


[하하하하하! 그래! 이런 느낌이었군! 제법 괜찮지 않느냐!]


반신 같았던 붉은 커튼이 이젠 앞을 가로막는 모습에, 가온이 손을 거두었다.


[응? 포기한 거냐? 그래, 이 모습으로 변하니 힘이 몇 배로 증폭되었으니 당연한..]



"붉은 커튼."

[......?]

"넌 나였지만, 또 다른 나였지."


언제나 함께했고, 가온의 꿈을 이루어주었던 존재.

그 근원이 저 역겨운 놈일지라도 가온에겐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다.


"그러니 널 다시 뺏겠어. 붉은 커튼."

[...하! 개소리! 원래 나의 힘이었던 걸 무슨 수로 뺴앗는단 말이...]


파앗!


가온이 신의 공격을 막지 않고 신과 연결된 붉은 커튼을 향해 '자유'를 사용.

신이 코웃음 쳤다.


[멍청한! 네 힘은 다른 힘을 일거에 지우는 것일텐데 원래 내 힘인 것을 빼앗겠다고? 어림도 없는...!]


화륵.


[...응?]


붉은 커튼의 몸에서 불이 피어오른다. 그건 공격의 불씨가 아닌, 스스로를 태우는 불!


[억?! 어억! 뜨거워! 뜨겁다! 으아아아아!]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사람으로 따지면 달려있는 팔이 머리를 가격한 꼴.

그러나 그 일은 실제로 일어났고, 이내 뜨거움을 참지 못한 신은 붉은 커튼에게서 벗어났다.


"허억!"


빠져나오자마마자 붉은 커튼은 구체가 되어 가온의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아. 저 놈 속에 있었으니 정화해둘까."


자신의 몸을 향해 또 '자유'를 쓰는 가온. 그리고


콰아아아아아앙!!


불기둥 속에서, 이번에야말로 진정한 붉은 커튼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곧바로 붉은 커튼에게 분리되어 신에게 검을 겨누는 가온.

동시에 붉은 커튼은 위를 향해 권능 '자유'를 발동.

권능에만 신경쓰면 가온에게 공격당할 게 뻔했기에 신은 공격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간의 고요 속에서, 신은 웃었다.



"하, 하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뭐가 웃기지?"

"웃기지 않을쏘냐! 하하하하하하! 날 쓰러뜨리면 모든 게 끝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지? 응? 그거 아느냐? 날 쓰러뜨리든, 그러지 못하든 결말은 같다!"

"......"

"왜냐면...난 너희 자체니까!"


가온은, 유적지로 가기 전 소와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때 물었었다.



'아...그러고 보니 궁금한 게 있었는데.'

'응? 뭐지.'

'그 분이란 거...신인거지?'

'...신인가. 우리 입장에선 그럴지도.'

'엉? 신이면 신인거지 무슨 소리야?'

'뭐라고 해야 할까...그놈은, 우리 자체야.'


좀더 고민하던 소가 생각을 정리한 듯 말했었다.


'그야...그놈은, 신은, 이 행성 그 자체지.'

'...무슨 소리야?'


벌써 이 질문만 몇번쨰냐고 생각한 가온의 말에 소가 이보다 적절한 단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녀석은 지구의사(地球義思) 이 행성 녀석 본인이나 다름없지.'




지구.


그랬다.

인류를 멸하려는 건, 다름아닌 지구 그 자체.


"난 신이다! 너흴 태어나게 해준, 고맙고 고마운 신!!"



발악하듯 외치는 신을, 지구의사를 보며 가온이 차갑게 말했다.


"어쩌라고?"

"...! 날 죽여봤자. 너희도 멸망한다. 내가 죽으면 행성 자체가 죽는단 말이다!"

"그래?"

"그래! 그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세상의 파멸이란 말이다!"


가온은 푸핫 뿜고 말았다.

왜냐면 그건, 언젠가 나누었던 문답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는 귀엽고 귀여운 백발의 소녀와 나누었던 문답!


그럼, 그때의 대답은 그대로 들려주어야겠지.

웃은 가온이 입을 열었다.


"네가 죽으면 세상이 멸망한다고?"

"그래! 알았으면 지금 당장 복종하라. 그럼 관대한 처분을..."

"그럼 난."

"...?"




가온과 붉은 커튼의 몸에서 불꽃이 피어오른다.


"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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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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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20.09.01 153 3 30쪽
377 소(牛) 토끼(兎) 양(羊) 닭(鷄) 뱀(蛇) 돼지(豚) 말(馬) 호랑이(虎狼) 용(龍) 고양이(猫) 20.08.31 157 3 26쪽
376 쥐(誓) 바람의 결말. 20.08.30 156 3 19쪽
375 세계와 내면의 진실 (2) 20.08.29 158 2 16쪽
374 세계와 내면의 진실 (1) 20.08.28 160 3 24쪽
373 절대적인 신(神) 20.08.26 154 3 15쪽
372 소원을 이루어주는 자 (3) 20.08.25 173 3 13쪽
371 소원을 이루어주는 자 (2) 20.08.24 164 3 14쪽
370 소원을 이루어주는 자 (1) 20.08.23 161 3 15쪽
369 소원권 (2) 20.08.22 161 3 20쪽
368 소원권 (1) 20.08.22 163 3 23쪽
367 동기부여 20.08.21 164 4 27쪽
366 에메라의 이야기 20.08.20 164 2 11쪽
365 파멸? (10) 20.08.18 171 4 28쪽
364 파멸? (9) 20.08.17 159 3 20쪽
363 파멸? (8) 20.08.16 157 2 20쪽
362 파멸? (7) 20.08.15 169 2 21쪽
361 파멸? (6) 20.08.14 166 3 16쪽
360 파멸? (5) 20.08.14 167 3 21쪽
359 파멸? (4) 20.08.12 175 3 19쪽
358 파멸? (3) 20.08.11 174 3 23쪽
357 파멸? (2) 20.08.10 177 3 12쪽
356 파멸? (1) 20.08.10 169 3 17쪽
355 파멸의 징조 (3) +1 20.08.08 175 4 15쪽
354 파멸의 징조 (2) 20.08.07 172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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