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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현대판타지

ITE
작품등록일 :
2017.07.04 19:27
최근연재일 :
2020.09.01 23:59
연재수 :
379 회
조회수 :
164,485
추천수 :
2,936
글자수 :
2,335,429

작성
20.08.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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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파멸? (1)

DUMMY

어두운 실험실.

실험관에 둥둥 떠다니던 소년이 씨익 웃고 정면을 바라보았다.

곧 문 너머로 장신의 여성이 들어오더니 대뜸 말한다.


"거래다. 소년."

"거래요."


되뇌이는 소년을 보고 레임이 말을 잇는다.


"널 대등한 거래 상대로 대하겠다. 풀어주는 것도 약속하지. 대신, 알고 있는 정보를 전부 말해라."

"말했습니다만, 저희 동포들에 관한 건 말해드릴 수 없습니다."

"......"


스산한 눈으로 소년을 보는 레임. 하지만 소년은 여유로웠다.

자신이 이길 것임을 알기에.

그리고 예상대로 레임이 한 수 접어준다.


"그럼 이가온의 정보만으로도 좋다."

"좋습니다. 그럼 계약을 할까요."

"계약?"


레임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네. 계약. 우리가 서로 믿기에는 상황이 좀 그렇지 않나요?"

"..계약이란 건 어떤거지?"

"어기면 엄청난 패널티가 오는, 진명의 계약 같은 거죠. 전 당신에게 이가온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 당신은 이가온이 파멸할 때까지 앞으로 제게 어떠한 위해도 가하지 않고 힘을 수복시킨 뒤 풀어줄 것. 이 정도가 될까요."


순간 웃기지 말라고 소리칠 뻔한 레임이었으나 그녀의 뇌리에 일주일 전에 보았던 이가온의 웃음이 떠올랐다.


'...그럴 리가 없어.'


그녀만한 자가, 미국을 이끌고 있는 자가 고작 그런 애송이에게 겁을 먹었을 리가 없다.

이건 그저 사전의 철저한 준비일 뿐이다.


하지만 레임의 뇌리에는 계속해서 가온의 협박이 떠올랐다.


"...좋다."

"그럼, 우선 여기서 나가겠습니다."

"뭐?"


레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실험관이 와장창 부셔지더니 안에 들어있던 액체가 촤르륵 흘러내렸다. 그 속에서 걸어나온 소년이 기지개를 폈다.


"오랜만이군요. 공기란 것."

"너...나올 수 있었나?"

"힘은 거의 없지만요. 그러니...계약부터 하시죠?"


손을 내미는 소년. 레임은 잠시 그를 노려보다가 이내 손을 잡았다.

나올 수 있음에도 고문을 당해주면서 이 순간을 노리던 녀석이다. 더 이상 실랑이는 소용이 없다고 생각했다.


"저 소년은 당신에게 이가온의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그를 파멸시킬 것은 맹세하고, 대신 당신, 레임은 이가온이 파멸할 때까지 저 자신과 저와 관련된 이들을 건드릴 수 없으며 힘을 수복시킨 후 풀어줄 것을 맹세합니까?"


말이 끝나자 어떤 기이한 기운이 그녀를 휘감는 것이 느껴졌다.

이건 주술의 계약과 비슷한 힘이었다.

레임은 망설이다가 이내 대답했다.


"맹세한다."


위잉.


빛이 멎었다.


"계약은 체결되었습니다."


소년이 씨익 웃었다.


"...정보나 말해."


심기가 불편한 레임을 보고 소년이 여부가 있겠냐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 전에, 옷좀 주시겠습니까?"



그리고 잠시 후.


콰앙!!


레임이 탁자를 내리쳐 부셔버렸다.


"그 애송이가 감히 날 속여?!"


뭔가 수상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붉은 커튼에게 한 달에 한 번 부탁할 수 있다는 게 새빨간 거짓말이었을 줄이야!


"붉은 커튼이 이가온 본인이라고...?"


소름이 돋는다.

그 힘이, 오로지 단 하나의 인간의 힘이라고?


"그와 관련된 이들도 하나같이 괴물들이죠.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할 겁니다."


곁에 있던 의자에 앉은 소년의 말에 레임이 히죽 웃었다.


"...그건 걱정마라. 놈이 붉은 커튼 본인이라면,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지."

"그거 기대되는군요. 그럼 그 작전에 도움이 될 만한 자를 소개시켜 드리죠."

"누굴 말하는 거지?"


소년이 웃는다.


"한국의 학생이자 이가온의 피해자...이죠."









터덜 터덜 걷는 남학생.

그는 이기주였다.



'그 년도 일어났어...'


이향이 일어났다. 가온이나 그녀, 둘이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는 공포가 하루하루 그를 좀먹는다.


'내가 대체 뭘 잘못했다고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 거야?!'


식식대는 이기주. 하지만 가온을 상대로는 방법이 없었다.

그는 괴물이다.

오들오들 떨던 기주를 누군가가 가로막았다.

고개를 들어보니 너무나 아름다운 소녀가 서 있었다.


그녀는 바로 친구가 된 소녀. 신우.

요즘 들어 부쩍 예뻐진 그녀를 기주도 흑심어린 표정으로 쳐다보곤 했었다.


'이 년이 왜 나를 찾아왔지?'


잘은 모르겠지만, 이건 분풀이를 할 기회가 아닐까.

가온이 재계약을 걸어 직접적인 위해는 가하지 못하지만 욕설 정도라면...

히죽 웃은 기주가 친구가 된 소녀에게 걸어간다.


"야~여긴 웬일이..."

"아~냄새~"

"어? 뭐?"


기주가 알던 그녀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발언에 표정. 그것에 순간적으로 굳었던 그가 이내 붉으락 푸르락 해졌다.


"뭐?! 이게 감히 누구에게 뭐라..억?!"


말이 끝나기도 전 복부에 발을 얻어맞아 무릎을 꿇는 이기주.

부들부들 떨며 그녀를 노려보며 욕설을 하려던 찰나. 어떤 힘이 이기주를 짓눌러 일어서지 못하게 했다.


'뭐, 뭐야 이거...?'


그리고 뿜어지는 스산한 살기에 기주는 완전히 굳어버렸다.


"아, 으아..."

"너무 겁먹지 말아요."


쪼그려 앉으며 활짝 웃는 친구가 된 소녀.


"쓰레기에게도 활용 방법은 있으니까요."

"으, 으으...워, 원하는 게...뭐야?"


친구가 된 소녀가 눈만 생긋 웃는다.



"지금 당신의 상황, 벗어나고 싶죠?"

"!"

"도와드릴게요. 대신, 날 도와요."





그렇게, 여러가지 음모들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눈을 뜬다.

여느때와 같은 천장, 여느 떄와 같은 방.


"짜증나네..."


얼굴을 비비며 일어나는 가온.

요즘은 일어나면 그냥 다 엿같다고 생각한다.

소를 직접 대면한지 벌써 2주일 째.


"일어나셨어요?"

"설애..."


방 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설마 깰 때까지 대기하고 있었던가?


"이후에 아이나 님이랑 순찰 업무가 있으세요."

"그래, 알았어."


요즘 가온은 원정은 자제하며 커튼 본부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중이었다.

눈에 띄는 행동을 하지 않는 이유는 당연히 앞으로 있을 복수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이다.


얼마 전에 에메라를 찾아가 원수들의 명단을 전부 받았고 여러가지 이야기도 나누었다.

이제 익환이 말한 타이밍에 그들을 찾아가 하나 둘씩 죽이면 된다.


정작 가장 중료한 레임, 상어이빨등의 소재는 전혀 파악되지 않았지만...

상어이빨의 경우 다시 신을 찾지 않을까 싶어 유적의 경계를 강화시켰지만 침입자는 없었다고 한다.


가온을 경계하는지,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인지...



'됐어, 언젠가 반드시 죽인다.'


다시금 맹세하며 업무를 위해 밖으로 나갈 채비를 한다.

순찰이라고는 해도 시내를 어슬렁거리는 정도다. 요즘은 업무라기보다 아이나와 이야기하는 시간 같았다.


지잉. 지잉.


"......"


핸드폰이 두 번 울린다. 누가 연락한 걸까?

열어서 확인해보니 한 명은 에메라, 한 명은 현미였다.


에메라는 조만간 보자고 연락했고 현미는 오늘 만날 수 있겠냐고 물어왔다.

복수의 날까지 시간은 많았으므로 상관은 없었다.

둘 다에게 오늘 업무를 본 뒤 만나자고 연락을 넣었다.

그때 안내 시스템이 말을 걸어왔다.


[마스터...어쩌실 생각입니까?]

"뭘."

[에메라님이 말씀을 듣지 않았습니까? 이대로 가다가는, 마스터는...]

"글쎄. 이제 와서 네가 신경 쓸 일인가?"


안내 시스템이 입을 다물어버리고 가온은 집 밖으로 나갔다.

일할 시간이다.


그리고 탁자 위에 올려두었던 새빨간 천을 호주머니에 소중하게 집어넣는다.


"일해 볼까..."










레임은 상황실에서 소년과 마주 앉아 있었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애송이가 인맥을 잘 쌓아 놓았더군."

"흐음."

"퇴마 이씨 가문은 물론이고, 이곳 저곳에 자기 사람을 심어 둬서 몰래 일을 진행시키가 힘들어."


레임은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해 세계의 커튼 사냥꾼을 불러모아 붉은 커튼. 이가온의 정체를 밝히고 그를 사냥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가온이 의외오 발이 넓은 탓에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중이었다.


"굳이 들키지 않고 진행할 필요가 있나요?"

"그래야 놈이 도망가지 않고 결정타를 날릴 수 있지."

"그런가요."


소년이 속으로 웃는다.

이 여자는 이가온에 대해 잘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뭘 모르나 본데. 이대로 정보를 흘려봤자 찌라시라고 생각될 정도로 저쪽에서 정보를 은폐시킬 거야. 결정적인 떄가 필요한데...네가 말한 그 학생. 도움이 되는 거겠지?"

"물론이다 마다요."



1년 간 이가온에게 괴롭힘을 당해온 학생 이기주.

그를 이용하면 가온을 함정에 몰아넣을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기록을 보니 완전 무능에다 쓸모없는 찌꺼기였는데..."

"말이 심하시군요. 그래봬도 1년 간 잘 버텨온 자입니다."

"너, 지금 이 상황을 장난으로 여기고 즐기는 것 아니..."


말을 끝맺기 전 커다란 스크린에서 소리가 울렸다.

누군가가 영상 통화를 원한다는 뜻이었다.


레임이 말했다.


"연결해


팟.


화면속에 나온것은 정장을 입은 말끔해 보이는 남자. 하지만 그와 대조적으로 태도는 안절부절 못하고 쩔쩔매는 듯 했다.


"서 의원."


그는 서 의원. 얼마 전 가온에게 자신의 부대를 보냈던 그 자였다.


[레임...우리의 의견을 모았소. 당신의 부대가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겠소. 그러니 이번에야말로 이가온을...]

"하아..."


레임이 한숨을 쉬자 서 의원이 움찔한다.


"허락? 뭔가 착각하는 군."

[......]

"제발 도와주십시오겠지? 난 이대로 한동안 이가온을 내버려둬도 상관없어."


물론 이건 허세다. 하지만 서 의원의 입장에서는 너무도 두렵게 들리는 말이었다.

결국 그는 자존심을 접었다.


[우, 우리 모두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그러니...]


레임이 씩 웃었다.

이로써 이가온에 대한 함정이 하나 더 마련된 셈이었다.


"나중에 연락하지."


영상이 뚝 끊긴다.


"그래서. 그 이기주란 놈에게 무슨 가치가 있다는 거지?"

"붉은 커튼이 새긴 힘의 흔적이 있지요. 주술사라면 바로 알아챌 수 있을 겁니다."

"호오."


물적 증거라는 말이다. 그건 솔깃한 것이었다.



"그럼 네가 말한 그 학생에게 접촉하러 가 볼까..."


벌컥.


그때 문이 열리고 레임이 짜증스러운 얼굴로 소리를 지르려 했다. 하지만 곧 벙찔 수밖에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교복을 입은 남녀였던 것이다.

그것도 남자쪽은 방금 전 찾아가려고 했던 이기주!


레임은 다른 소녀쪽을 보았다.

이 세상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 이 정도 외모는 가온을 붉은 커튼으로 만든 장본인이라던 그 백발의 소녀와 '나라를 지키는 자들' 소속 아이나 정도밖에 보지 못한 레임이었다.


이기주에 정신이 팔린 것도 잠시. 소녀의 신비로운 분위기에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니, 알고 있는 자다. 분명 이가온의 지인인데 최근 들어 부쩍 아름다워졌다고 했었던...이름이. 신우?'


이 따위 것도 보고냐며 무시헀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 보니 보고할 만한 내용이었다.

레임은 헛 정신을 차렸다.


"네놈들, 여긴 어떻게 들어왔지?"


이기주가 레임의 서슬퍼런 기세에 벌벌 떨었다. 그는 소년을 보고 구세주를 만난듯한 표정을 했다가 벌벌 떨다가를 반복한다.


"속이고 들어왔죠."

"속여?"


친구가 된 소녀. 신우의 말에 눈살을 찌푸리는 레임


"제 능력이랍니다. 이 먼 땅까지 단숨에 온 것도요."

"......"


그렇다. 지금 이곳은 미국.

학생 두 명이 손쉽게 올만한 곳이 아니다.


"제안을 드릴게 있어서요~"

"제안이라니. 넌 지금 당장 갇혀도 할 말이 없는 상황..."

"아~당신한테 말한 거 아니에요. 좀 조용히 쉿. 알았죠?"


멍했던 레임이 분노하여 화를 내려던 찰나. 소년이 그녀를 제지했다.


"그만."

"뭘 그만이냐! 너도 같이 죽고 싶으냐?"

"지금 이 자리에서 가장 강한 건 그녀라는 걸 정말 모르는 겁니까?"

"뭐?"


소년의 말에 신우와 소년을 번갈아 바라보는 레임. 소년이 묻는다.


"당신, 마녀가 된 겁니까?"

"글쎄요~"


마녀가 뭐지? 레임의 의문은 증폭되었다. 소년은 이가온에 대해 설명해주긴 했지만 세계의 비밀은 무엇 하나 알려주지 않았다.


"대답 드릴 수 있는 건 우리가 협력할 수 있다는 거에요."

"어떻게?"


소년의 말에 신우가 웃었다,


"당신들을 도와드릴게요. 제 능력이라면 지금 당신들의 걱정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으니까."

"......어떻게?"


레임이 되물었지만 신우는 무시했다. 그리고 말했다.


"대신."

"대신?"


소년의 되물음에 신우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가온 씨는 제게 주세요."


잠깐의 정적. 레임이 어이없다는 듯 말을 꺼내려는 순간 신우가 선수를 쳤다.


"거절한다면 이곳의 모두를 파멸시켜 드릴게요~"

"뭐? 이 새파란 애송이가 감히..."

"예를들어. 지금 이 곳에 가온씨가 오거나. 퇴마 이씨 가문이 이 일을 알면 어떻게 될까요~?"


순간 말문이 막히는 레임. 그녀의 손이 허리춤의 병장기로 갔다.

그리고 그녀는 곧바로 한쪽 무릎을 꿇었다.


"뭐...!"


뭔가가 짓누르는 감촉에 당황하는 레임.


"이런. 거절인가요~?"

"아뇨. 받아들이죠."


소년이 웃으며 말했고 레임이 외쳤다.


"이봐! 멋대로 뭐 하는 거지?! 이가온의 신체를 포기하라고?!"

"레임. 우리는 지금 외통수에 몰린 겁니다. 지금 그녀를 잡을 방법이 전혀 없어요."

"웃기는 소리, 우리 나라가 이깟 계집애 하나쯤...!"

"못 잡을걸요?"


환한 웃음. 아름다운 얼굴과 어우러져 환상적이었으나, 그렇기에 섬뜩함까지 같이 자아냈다.

말문을 잃은 레임에게 고개를 돌리고 소년을 보는 신우.


"그럼, 계약할까요? 소년. 레임."

"전 좋습니다."


그리고 한참동안 침묵하던 레임이 끓는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가온의 신체를...포기할 수는..."

"가온 씨가 마음만 먹으면 당신들 쯤은 순식간이에요. 정말 이해 못해요?"


신우의 눈이 가늘어진다.


"그 사람을 파멸시키려면 사회적인 매장뿐이란 걸 이해하지 못한다면 잘못 찾아왔네요. 열심히 잘 해보시길."



그리고 신우는 정말로 등을 돌려 망설임 없이 성큼성큼 걸어갔다. 이기주도 눈치를 보다가 그녀를 따른다.


"...기다려!!"


소리를 지르는 레임. 미소 짓고 천천히 등을 돌리는 신우.

대답은, 이미 나왔다.










"그래서, 우리 '나라를 지키는 자들' 은 너에게 무척 호의적이 되었어."

"그건 좋네."


순찰이 끝나도 돌아오면서 담소를 나누는 아이나와 이가온.

아이나는 사방에서 꽂히는 시선에 남들이 보면 혹시 커플인 줄 아려나 하고 묘하게 부끄러워하고 있었지만 가온은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주술을 썼기에 괜한 걱정이었다.

이 시선은 순전히 아이나의 외모 때문이었다.


'그래도 이 녀석. 최근 기운을 차린 것 같아서 다행이야.'


가온의 옆얼굴을 보며 빙그레 웃는 아이나.

어느덧 커튼 본부의 정문에 도착한 둘. 헌데 정문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현미?"


아이나의 말대로 현미였다. 좀 있다가 만나기로 한 그녀는 가온을 빨리 만나기 위해 직접 찾아온 듯 싶었다.

가온을 발견한 현미가 환하게 웃더니 가온에게 쪼르르 달려왔다.


"수고했다. 가온."

"응. 고마워."

"어...아이나도."

"어, 어 그래."


어색하게 대화를 주고받는 두 소녀를 보던 가온이 말했다.


"만나자고 했지. 왜?"

"그냥. 말해주고 싶어서."

"뭘?"


가온이 어리둥절해 하는데 현미가 말한다.


"나는, 우리 가문은 네가 어떤 일이 처해도 네 편이란 걸 말하고 싶었다."

"......뜬금없이?"


정말 뜬금없었다.

하지만 든든한 말이기도 했다.


"음...조, 좋은 가게를 아는데. 같이 가지 않겠나?"

"나야 괜찮은데...같이 갈래?"

"어? 나? 괜찮아?"







결국 뚱한 현미와 눈치를 보는 아이나와 함께 디저트 가게에 가게 되었다.

거의 반나절을 그렇게 보낸 후, 오후.


예전에 살던 집. 지금은 에메라의 집이 된 곳에 찾아온 가온.

찾아가니 이미 에메라가 현관 앞에 나와 있었다.


"왜 불렀어.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으니까 옷 좀 입고 나오지..."


그떄 말없이 에메라가 가온을 껴안았다.

갑작스런 스킨쉽이었지만 가온은 당황하지 않는다.


"...당신이 무슨 선택을 하든, 전 당신 편이에요."

"그래. 고마워."


얘가 갑자기 왜 안하던 짓을 하지 싶은 가온. 하지만 한편으론 가슴이 뛰는것을 느낀다. 그러다가, 자기 혐오에 멈추었다.

에메라의 머리를 툭툭 쓰다듬는 가온.

소중한 건, 제대로 소중히 여겨줘야 한다.

이제는 거의 가족이나 다름없는, 이 아이를 반드시 지켜야한다고 가온은 마음먹었다.


"가온 씨."

"응?"

"한동안 저랑 하루종일 같이 있으면 안 될까요?"

"......"


가온은 대답하지 않고 그냥 어깨만 으쓱였다. 하지만 에메라가 옷자락을 꼭 쥐더니 말했다.


"저, 뭐든지 할 테니까...절 마음대로 하셔도 괜찮으니까..."

"......"


한동안 그 자리엔 침묵만이 감돌았다.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다만, 집으로 들어가기 위해 문을 여는 소리가 잠깐 들렸다.


그리고 그걸 멀리서 바라보는 자가 있었다.



"아~정말."


발랄한 목소리로, 낮게 중얼거리는 그녀는 바로 친구가 된 소녀.


"저놈의 여자 밝히는 버릇. 완전히 고쳐줘야지."


그리고 저 년은 죽이고.

살벌한 중얼거림이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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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 쥐(誓) 바람의 결말. 20.08.30 156 3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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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 소원을 이루어주는 자 (1) 20.08.23 161 3 15쪽
369 소원권 (2) 20.08.22 161 3 20쪽
368 소원권 (1) 20.08.22 163 3 23쪽
367 동기부여 20.08.21 165 4 27쪽
366 에메라의 이야기 20.08.20 164 2 11쪽
365 파멸? (10) 20.08.18 171 4 28쪽
364 파멸? (9) 20.08.17 160 3 20쪽
363 파멸? (8) 20.08.16 157 2 20쪽
362 파멸? (7) 20.08.15 170 2 21쪽
361 파멸? (6) 20.08.14 166 3 16쪽
360 파멸? (5) 20.08.14 168 3 21쪽
359 파멸? (4) 20.08.12 175 3 19쪽
358 파멸? (3) 20.08.11 174 3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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