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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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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작품등록일 :
2017.07.04 19:27
최근연재일 :
2020.09.0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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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35,429

작성
19.09.03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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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살인범

DUMMY

살인범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던 가온은 아연해 하면서도 본가로 돌아갔다.

본가 앞에는 취재진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담 넘어서 가자."


가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높은 담을 넘어 본가에 들어온 가온은 자초지종을 물었다.


"살인범? 내 이름이라니?"

"말 그대로야. 연쇄 살인이 몇 일어났는데 반드시 피로 네 이름이 쓰여있어."

"섬찟한데."



문득 떠오른 것은 에메라가 말했던 예언.

몇 달 내에 죽을거라는 말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더 골 떄리는건 시체의 상탠데..."

"응?"

"자세한 건 직접 봐. 집사님이 설명해 주실거야."


본당에 들어서자 퇴마 이씨 가문의 일원들이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중 사촌들이 자신을 발견하고 다가오는 것을 발견한 가온이 눈살을 찌푸렸다.



"허. 눈살 찌푸리는 건 너무한데."

"무슨 일입니까."

"무슨 일이긴. 자기 뒤도 못 닦는 동생 챙겨주러 왔지."


깐죽거리는 그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촌 누이. 하지만 눈빛은 오히려 더 싸늘했다.


"사이코패스가 저한테 메시지를 던지는 게 제가 예상이나 가능한 일입니까?"

"글쎄. 보통 사이코패스가 아니라서."



그가 뭔가를 내밀었다. 봉투였다.


"그 안에 이번일에 관한 자료들이 있다. 니 뒤는 니가 닦아. 어머니도 그걸 원하실 거다."

"......"



가온은 대꾸하지 않고 봉투안의 내용물을 탈탈 털어서 보았다.

안에는 몇 장의 사진과 서류가 들어있었다.

서류는 나중에 보기로 하고 사진부터 확인하기로 한 가온은 표정이 일그러졌다.



"...뭐야 이거?"

"특이하지?"



사촌 형. 이차혁이 히죽 웃었다.

평소라면 신경 거슬리는 사촌형에게 코웃음이라도 쳤겠지만 사진을 보니 그럴 수 없었다.


사진의 시체는 마치 뭔가에 뜯어먹힌 냥 참혹함. 그 자체였던 것이다.

비위가 약한 사람은 이 사진만 보고도 토를 할지도 모른다.


"뭐야? 이거?"

"자세한 건 뒤의 사람에게 듣지 그래?"


그의 뒤에는 수석집사인 가 집사가 겉모습만큼은 일견 공손하게 서 있었다.



"제가 간결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도련님."

"...그래주시죠."


여기저기에서 느껴지는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가집사의 뒤를 따랐다.

그는 응접실로 가온을 데리고 가더니 설명을 시작했다.



"우선 상황을 설명드리겠습니다. 어제 저녁 11시부터 오늘 이 시간까지 총 세번의 살인사건이 있었습니다."

"...텀이 엄청 짧네요."

"세 개의 살인사건의 공통점은 둘. 하나는 짐승에게 뜯어먹힌 것처럼 시체가 심각하게 훼손되어 있었고, 다른 하나는..."

"제 이름이 쓰여 있었다는 거군요."


가 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은 뭐라던가요?"


솔직히 사람들이 뭐라 쑥덕이건 그다지 신경쓰이지 않았다. 신경 쓰이는 건 이번 일을 퇴마 이씨 가문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냐였다.

가 집사도 의도를 알아채고는 말했다.


"망상벽이 정말 심한 이들 중에는 도련님이 미쳐서 사람을 죽인 후 자신의 이름을 남긴거다...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습니다만, 우스울 뿐이죠."



우습다. 그게 퇴마 이씨 가문의 견해인가.

이런 트러블 정도는 가문의 위광에 흠집도 못 낸다는 건가.


"다만. 불쾌하게 느끼시고 있습니다."

"...부당주님이요?"

"부당주님의 생각을 감히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마는, 적어도 본가의 분들은 그렇게 여기고 있습니다."

"가 집사님도?"

"전 언제나 퇴마 이씨 가문에 봉사할 뿐입니다."



가 집사는 솔직히 갑자기 본가로 돌아온 이 도련님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걸 내색하지 않고 그는 집사로서 최대한의 대답을 했다.



"본가 여러분은 제가 직접 이 사건을 해결하길 바라겠군요."

"물론 지원은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그거 든든하군요. 그래서..."



가온이 사진을 탁자에 던지고는 말했다.



"이거, 커튼의 짓인가요?"

"...아직 판명되지 않았습니다."


시체들은 하나같이 뭔가에게 뜯어먹힌 듯한 모양새였고, 사람을 먹는다면 커튼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당연하리라.

재무진에 의해 커튼들이 도시 안까지 침범했다는 것을 아는 시민들. 이젠 그럴 일 없다고 안심하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 정체 모를 커튼이 또 도시 내에 도사리고 있다고 하면.



'분위기가 좋진 않겠군.'


가온이 손가락으로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커튼의 짓이라기엔 도련님의 이름이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러게요. 커튼이 사람같은 지능을 가지지 않은 이상 불가능하죠."


커튼들은 결코 모자라는 종족은 아니지만 자기 본능을 거스르지 못하는 종이다.

먹음직한 먹이를 먹다말고 남겨두거나, 인간을 증오하는 본능을 거스르고 인간과 크게 관련된 글자를 쓴다거나 하는 일은 상상도 못할 일.


그런데 어째서일까?

가온의 뇌리엔 어떤 존재가 떠오르고 있었다.

세계대회때 느꼈던 익숙했던 그 기운, 그리고 보통 커튼의 한계를 넘었던 그 커튼이.



"...사건현장에 직접 가보고 싶네요."

"장소는 적어 놓았습니다."


가 집사가 서류를 내밀며 말했다.



"언제 출발하실 겁니까?"

"지금 당장요."

"그 전에 부당주님을 뵙고 가시는 게 어떠하실지."

"가 집사님."


가온이 냉혹한 표정을 했고 가 집사는 순간 가슴이 얼어붙는 듯 했다.


"저 또한 퇴마 이씨 가문에 누가 되고 싶지는 않군요."

"죄송합니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몇 십년을 퇴마 이씨 가문의 집사로 일하면서 웬만한 풍파는 다 겪어보았노라고 자신하는 그였다.

그럼에도 방금 전 가 집사는 진심으로 공포를 느꼈다.

그것에 불쾌감을 느끼면서도 그는 내색하지 않고 가온이 출발할 준비를 하러 나갔다.



"궁금하신 것이 있다면 언제든 연락주십시오."

"그러지요."



가 집사가 나가자마자 가온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래. 슬슬 전화할 거라 생각했어.]



익환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부끄럽지만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혀서요."

[잘 전화했어. 일단 아는 형사님들을 소개시켜 줄게. 현장엔 아직 안 가봤지?]

"네."

[나랑 같이 가도록 하자. 그리고 될 수 있으면 이자견 씨도. 늦은 밤이니까 지금 불러내는 건 실례일까?]



이자견이라고 하니 저번에 있던 일이 생각나 잠시 굳었지만 가온은 이내 회복했다.

솔직히 잔류사념을 읽어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정신 능력자인 이자견이 함께 해 준다면 마음이 든든할 것이었다.



"오늘은 늦었으니 저랑 형만 다니도록 하죠. 이자견 씨에게는 내일 협조를 요청하겠습니다."

[그래, 알았어. 하지만 아마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 거야.]

"잔류사념이란게 하나같이 애매하기 짝이 없는 거라서요?"



가온은 그쪽은 잘 모르지만 생각하는 것처럼 만능은 아니라고 들었다.


[그것도 있는데...우리가 해보려는 방법을 경찰에서 해보지 않았을리가 없지.]

"......"

[이번 사건. 뭔가 꺼림칙한 예감이 들어. 그럼 톡으로 위치를 보낼 테니까 거기서 만나자. ]




가온은 나갈 채비를 마치고 익환과의 약속 장소로 향했다.

차보다는 달리는 게 빨랐으므로 모처럼 가 집사가 준비해준 차량은 슥 지나치고 내달렸다.


익환과 현장에서 만난 가온은 늦은 시간까지 수사를 하고 있는 관계자들에게 인사하고 현장으로 들어갔다.

솔직히 커튼 사냥꾼이 뭐냐며 쫒겨나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환영하는 걸 보면 과연 커튼 사냥꾼은 우대받는 직업인 것 같았다.


"댁이 이가온?"



수염이 덥수룩한 형사가 귀찮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가 가온을 바라보는 눈이 곱지 않은 게 분명 뭔가 있었다.


"안 그래도 당신 불러다 사정청취 해 보려고 했는데 윗선에서 막혔었지."


그럼 마음에 안 들만도 하다. 가온은 고개를 꾸벅 숙이고 공손하게 말했다.


"그건 저희 집안에서 실례했습니다. 이제라도 사정청취를 받겠습니다만."

"...뭐 됐수. 댁 알리바이는 이미 확보되었으니까."

"네?"



그러자 익환이 핸드폰을 가리켰다. 그곳엔 미헤유와 걷는 가온의 모습이 보였다.


"신나게 데이트하고 있는 잘 나가는 양반이 누굴 죽일리도 없고...지금 모습을 보니 누굴 죽일 인사는 아니우."


공손하게 사과한 것이 그에게 급 호감으로 다가온 듯 했다.



"우리 아들내미가 당신 팬인데, 나중에 싸인좀 가능하쇼?"

"얼마든지요."

"거 고맙수. 현장 보러 온 거지? 갑시다."


현장은 어둑한 뒷골목.

한 걸음 내딛자마자 피비린내를 맡은 가온이 얼굴을 찌푸렸다.

사방에 달라붙은 핏자국이 여기서 얼마나 잔혹한 일이 일어났는지 알려주었다.


"여러 현장을 봐 왔지만 이런 현장은 처음이라니까."



지긋지긋하다는 듯 말하는 형사가 벽을 가리켰다.


"칼자국으로 추정하는 중인데 피해자를 벽에 밀어붙이고 난도질했는지 벽에도 자국이 남았수."

"......"


그의 말대로 칼로 찍은 듯한 자국이 가지런하게 나 있었다.

그 갯수는 20개 정도.

위 10. 아래 10개로 단정하다면 단정한 칼자국. 아니...


"이거...이빨자국?"

"...이빨자국? 어라? 듣고보니..."



형사가 턱을 쓰다듬더니 누군가를 불렀다. 가온은 그것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가온의 가슴속은 이상한 예감에 가득 차 있었다.

이번 사건의 끝에. 예상 이상의 뭔가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조금의 빛도 통하지 않는 어둑어둑한 공간 그 속에서 한 남자가 비틀거리며 걷고 있었다.

손에는 술병이 들려 있었는데 바로 옆에 코를 썩게하는 악취가 나는 물보라가 세차게 흐르고 있는데 참 비위도 좋았다.



"꿀꺽. 꿀꺽."


술을 소리나게 들이킨 남자는 아무렇지 않게 물속으로 술병을 던져버렸다.

이곳은 하수구. 그 중에서도 깊디 깊은곳.

평범한 사람이라면 원초적 공포를 느낄만한 곳에서도 그는 전혀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이 보였다.

특이한 것이 있다면 눈과 입.

어둠속에서도 타오르는 듯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빛과 유난히 날카로운 이빨.


그가 갑자기 멈춰섰다.

그는 어두운 공간을 빤히 쳐다보았다.


"......"



잠시 후.

사내의 시선에 대답이라도 하듯 어두운 공간에서 시꺼멓게 빛나는 괴물이 걸어나왔다.

괴물. 인간의 천적. 커튼.

그것도 그냥 커튼이 아니었다.

SS는 족히 넘을 매우 강력한 커튼.

보통 사람이라면 이미 체념하고 고통스럽지 않게 죽기만을 바라야 하는 강대한 적.

그런데 왜일까.

이런 어둑어둑한, 도망칠 곳도 마땅치 않은 협소한 공간에서 사람을 먹는 괴물과 마주쳤음에도 사내는 조금도 겁먹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분노하는 듯 했다.


"내가 알아서 한다."

[크카아아...]

"시끄럽다. 너희 놈들 따위 알 바 아니야."

[크르르르.]



놀랍게도 남자는 커튼과 대등히 말하고 있었다.

검은 커튼은, 예전 호위개체였던 분신의 커튼은 곤란해하다가 이내 좋은 것이 떠오른 듯 했다.


[크카. 카아아아아아]

"...뭐?"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려던 남자가 멈춰서더니 말에 반응했다.



"동족이냐?"

[크카아.]

"애매하다라. 뭐 됐어."


눈을 감은 남자. 다음 순간 눈을 번쩍 뜬 사내가 증오가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가온은 어떻게 됐지?"

[크카카.]

"됐다. 네가 알아보느니 내가 알아보는 게 낫겠지."

[크르르르. 크카아아.]

"...배고프지 않느냐고?"



사내가 조금 웃었다.


"그러고 보니...인간을 먹고 싶긴 하군."


그렇게만 중얼거린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비틀대며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했다.

등 뒤를 지켜보던 분신의 커튼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신음하더니 이내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이가온."


남자가 입가에 상어같은 이빨이 반짝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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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파멸? (10) 20.08.18 171 4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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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3 파멸? (8) 20.08.16 157 2 20쪽
362 파멸? (7) 20.08.15 169 2 21쪽
361 파멸? (6) 20.08.14 165 3 16쪽
360 파멸? (5) 20.08.14 167 3 21쪽
359 파멸? (4) 20.08.12 175 3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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