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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ition :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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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나
작품등록일 :
2020.01.21 15:23
최근연재일 :
2024.05.14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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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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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54,850

작성
20.05.12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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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5화 : 추적(Pursuit) (2-4)

DUMMY

* * * *


상어와 사냥꾼들의 전투가 시작된 직후, 1988년 1월 3일 일요일 21시 49분.

강원도 고성군, 가진항 인근.


일방적인 싸움이었다.


기습당한 것도 아니었고 숫자가 딸리지도 않았다. 실전 경험은 없다지만 다들 칼 꽤나 휘두르고 법칙도 날려본, 나름 훈련된 사람들이었다. 그것도 다섯 명이 한 명을 상대하는 상황.


진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어긋났음을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주 약간의 공방을 뒤로하고, 잘려나간 정하진의 머리가 마른 흙 위로 떨어졌을 때였다. 단 세 합 만에 일어난 현실성 없는 일이었다.


“!!!!!”


수박 같은 것이 떨어지면서 난 섬뜩한 소음이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둥그런 실루엣은 어둠 속에서 몇 바퀴를 구르다가 바위에 걸려 멈췄다.


쌍두날의 주인 - 지수가 말했던 「상어」 - 은 얼어붙은 네 명의 얼굴을 빙 둘러보았다. 최지훈은 칠흑 같은 어둠 뒤로 그가 웃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등줄기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역시... 안기부는 아닌가...”


그렇게 네 명을 둘러본 상어가 말했다. 그리고는 여전히 무심하게 말을 이어갔다.


“... 「사냥꾼」이군. 이번에는 좀 덜 불행한가.”


서준호는 상어의 말이 대화가 아닌, 한가로운 독백임을 알 수 있었다. 그저 자기 일을 하는 도중에 나온 무게감 없는 중얼거림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살인조차 일의 영역에 속해 있다는 뜻이었고, 이 사실은 섬뜩한 공포로 다가왔다.


사는 세상이 다른 어떤 괴물과 맞닥뜨린 것과 비슷했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은 자신뿐만 아니라 나머지 사냥꾼들에게도 확실히 퍼지고 있었다.


“이... 개새끼가...!!”


최지훈이 욕지기를 뱉으며 칼을 세웠다.


한 사람의 죽음이 가져온 혼란은 엄청났다. ‘상어를 만나면 반드시 피하라’던 지수의 명령 따위는 완전히 잊힌 상태였다. 머릿속이 백지장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남은 사냥꾼들이 무질서하게 그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


여전히 4대 1의 상황. 하지만 상어는 어떠한 동요도 없었다. 그는 울창한 숲이라는 환경을 이용하여 상대의 공격 타이밍을 교묘하게 흩트리고 있었다. 상어를 노린 칼이 넘실거리자 소나무 몇 그루가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상어는 칼이 나무를 파고들 때, 아주 약간 느려지는 그 때를 노렸다. 연속된 칼부림이 나무에 걸리면서 조금씩 느려졌다. 상어는 지체 없이 그 공간을 파고들었다.


“이놈이-!”


서준호가 이를 악 물고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궤도를 읽어낸 상어가 공격을 피하며 쌍두날을 고속회전 시켰다. 나무를 베고 나온 서준호의 칼끝이 상어의 머리카락을 몇 개 잘라내는 동안, 일그러진 몇 개의 원이 허공에서 생겨났다 사라졌다.


“크아악!!”


날이 꺼진 칼자루(Hilt)와 팔 두 개가 허공으로 날려갔다. 마치 정밀한 외과수술처럼, 같은 길이로 잘려나간 팔이었다. 붉은 물감이 붓질하듯 나무에 거칠고 긴 궤적을 남겼다. 피는 흑백의 음영만이 가득한 세상에서도 붉게 빛나고 있었다.


순식간에 전투불능이 된 그에게 처형수의 칼이 날아들었다. 칼날은 무게감 없이 그의 등으로 들어가 가슴으로 나왔다.


사람의 신체가 땅에 쓰러지는 소리는, 흡사 종소리처럼 들려왔다. 죽음을 알리는 낮고 무거운 종소리였다. 뒤이어 피비린내가 흙먼지에 섞여 코 안의 끈적함을 자극했다.


사냥꾼들의 공격이 멈췄다. 공포는 어둠보다도 빠르게 그들의 마음을 좀먹어 들어갔다. 식은땀과 오한, 좁아지는 시야, 말단 신경계의 간헐적인 발작, 사고 기능의 급격한 저하...


이제 그들에게 승산이란 사라졌다. 패닉에 빠진 사냥꾼들이 본능적으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어는 곱게 그들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흔들리던 다리들이 흩어지기 직전, 주변의 나무를 끌어 모아 사방에 벽을 쌓은 것이었다.


“뭐... 뭐야!!”


한 사람의 것이라고는 보기 힘들 정도로 넓은 의지도달공간이었다. 거기서 튀어나온 회색빛 불투명한 여러 개의 팔이, 근처의 나무들을 잡고 끌어당겼다. 그러자 흡사 통나무집과 같은 공간이 순식간에 모습을 드러냈다.


“!!”


나무가 압축되는 기괴한 소음이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부러진 가지들이 바늘처럼 폭발했다. 뿌리 채 뽑힌 나무들과 함께 흙먼지가 솟구쳤다.


그리고 시야가 흐트러진 박상훈의 복부에, 상어의 칼이 깊숙하게 들어왔다.


“커헉...”


상어는 꽂아 넣은 칼을 밖으로 베며 뽑았다. 순간 복부의 반이 갈라지며 내장이 쏟아져 나왔다. 액체를 머금은, 탄력 있는 물질이 땅에 닿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상어는 바닥으로 고꾸라지는 박상훈을 뒤로하고 고개를 돌렸다. 다음 목표를 찾는 행위였다.


하지만 이때였다. 흙먼지에 가려진 한쪽 구석에서 최지훈의 칼이 날아들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정신을 쥐어짜낸 반격이었다. 박지연은 넋이 나간 상태로 바닥에 주저앉은 상태. 그는 상어와 칼을 부딪치며 소리쳤다.


“정신 차려!! 다 죽을 셈이야?!!!”


그의 외침에 박지연도 번뜩 정신이 들었다. 그리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아랫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다. 입술에서 올라온 고통에 머릿속의 안개가 조금 사라졌다. 그녀는 비릿한 피 맛을 느끼며 오른손에 칼을 고쳐 쥐었다.


그래, 일단은 살아 도망치는 것이 중요했다.


“으랴아-!”


그녀는 상어를 향해 달려가며 왼손으로 응축된 공기탄을 여러 발 발사했다. 순간 상어 오른쪽의 나무벽에 폭발이 일어났다. 큰 구멍이 만들어짐과 동시에 차가운 바람, 바늘 같은 나무 파편이 그녀의 온 몸을 때렸다. 그러나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우오오!”


박지연은 상어와 경합 중인 최지훈의 옆을 파고들었다. 단 한 번이라도 상대의 움직임을 묶어두어야만 했다.


“이야아아-!”


왼손에는 고밀도로 모아놓은 공기를 쥔 상태로 칼을 휘둘렀다. 그리고 모아놓은 공기탄에 불을 붙임과 동시에, 상어의 바닥면을 향해 내질렀다.


“!!!”


벽력같은 폭발이 일어났다. 하지만 폭발의 의도는 타격을 입히는 것이 아니었다. 지면을 뒤집어 상어를 흔들기 위함이었다.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나 적어도 공세로 전환하여 우선권을 잡을 필요는 있었다.


찰나였다. 폭발에 상어의 스텝이 아주 잠깐 느려진 순간. 휘두른 그녀의 칼이 쌍두의 아래쪽 면과 부딪혔다. 거기에 남은 한 면은 최지훈의 칼과 엮여 있는 상태.


‘됐다!!’


박지연의 의도를 파악한 최지훈도 공세로 바꾸었다. 지금까지의 방어 일변도에서 변화하여, 상대의 칼을 묶었다고 생각한 두 사람이 포효하며 상어를 밀어붙였다.


그러나 상어는 어떠한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양 날이 봉쇄되어 공격이 불가능했음에도 그랬다. 그는 유연한 공수 전환을 보이며 안정적인 방어를 해나갔다.


그러다 두 사람의 공격이 겹쳐 오는, 그 순간이었다.


연속된 두 번의 파공음이 귓가를 때렸다. 쌍두날을 휘둘러 두 번의 공격을 막아낸 상어는, 칼자루(Hilt)에서 때어낸 왼손을 크게 내질렀다.


“?!”


예상치 못한 물리 공격이었다. 최지훈은 날아드는 상어의 주먹을 보며 표막을 집중시켰다. 어차피 큰 타격은 없을 것이기에 다음 공격을 준비했는데-


“!!!”


붉게 물들은 주먹이 아주 간단히, 간단하게 표막을 뚫고 그의 복부를 파고들었다. 다행히 뚫리지는 않았으나 엄청난 충격이었다. 최지훈은 종잇장처럼 펄럭이며 날아갔다. 매끈한 직선 궤도를 그리며 날아간 그는 반대편 나무에 강하게 부딪혔다.


챙그랑 소리가 나며 칼자루가 바닥을 굴렀다. 크게 피를 토한 최지훈이 기절한 듯 힘없이 쓰러졌다.


“!!”


경악한 박지연의 눈동자에 자유를 찾은 쌍두날이 비쳐왔다. 일렁이는 불꽃을 배경으로, 담백하게 움직이는 상어의 칼날에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었다. 정확히 그녀의 목을 노리고 들어오고 있었다.


“아...!!”


대응하지 못할 정도로 빠른 공격이었다. 그렇게 박지연이 죽음을 떠올린 그때였다.


“?!”


작가의말

항상 읽어주시고 관심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행복하세요.

From PlasmaK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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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6화 : 슬픔(Grief) (2-2) 20.10.09 48 0 14쪽
103 6화 : 슬픔(Grief) (2-1) 20.10.08 48 0 13쪽
102 6화 : 슬픔(Grief) (1-3) 20.09.26 50 0 14쪽
101 6화 : 슬픔(Grief) (1-2) +2 20.09.25 62 1 13쪽
100 6화 : 슬픔(Grief) (1-1) 20.09.24 57 0 13쪽
99 5화 : 추적(Pursuit) (6-3) (1부 끝) 20.09.19 56 0 15쪽
98 5화 : 추적(Pursuit) (6-2) 20.09.18 52 0 12쪽
97 5화 : 추적(Pursuit) (6-1) 20.09.17 50 1 12쪽
96 5화 : 추적(Pursuit) (5-5) 20.09.12 48 0 12쪽
95 5화 : 추적(Pursuit) (5-4) 20.09.11 49 1 13쪽
94 5화 : 추적(Pursuit) (5-3) 20.09.10 51 0 15쪽
93 5화 : 추적(Pursuit) (5-2) 20.09.05 48 1 11쪽
92 5화 : 추적(Pursuit) (5-1) 20.09.04 48 0 22쪽
91 5화 : 추적(Pursuit) (4-5) 20.06.14 54 0 13쪽
90 5화 : 추적(Pursuit) (4-4) 20.06.12 50 0 15쪽
89 5화 : 추적(Pursuit) (4-3) 20.06.01 47 1 10쪽
88 5화 : 추적(Pursuit) (4-2) 20.05.31 52 0 11쪽
87 5화 : 추적(Pursuit) (4-1) 20.05.30 48 1 10쪽
86 5화 : 추적(Pursuit) (3-4) 20.05.29 50 0 12쪽
85 5화 : 추적(Pursuit) (3-3) 20.05.25 52 1 12쪽
84 5화 : 추적(Pursuit) (3-2) 20.05.18 47 1 13쪽
83 5화 : 추적(Pursuit) (3-1) 20.05.17 49 0 13쪽
82 5화 : 추적(Pursuit) (2-5) 20.05.15 49 0 19쪽
» 5화 : 추적(Pursuit) (2-4) 20.05.12 49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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