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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ition : 1988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플나
작품등록일 :
2020.01.21 15:23
최근연재일 :
2024.05.14 23:53
연재수 :
257 회
조회수 :
18,477
추천수 :
141
글자수 :
1,454,850

작성
20.06.0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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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추천
1
글자
10쪽

5화 : 추적(Pursuit) (4-3)

DUMMY

“으랴아아!!”


지수의 이글거리는 양 주먹이 상어를 향해 달려들었다. 엄청난 압박감을 느낀 상어는 표정을 찡그리며 뒤로 물러났다. 마치 손에서 거대한 칼이 튀어나온 것과도 비슷했다. 푸른색 화염이 닿은 주변의 땅은 마치 먼지를 불어내는 것처럼 파여 나가고 있었다.


몇 번을 피한 상어였지만 더 이상은 어려웠다. 그 역시 양팔에 붉은 화염을 둘러치고 방어 자세를 취했다.


“!!”

“!!”


상어가 비켜내듯 공격을 받아내자 거대한 폭발음이 바람소리를 삼켰다. 양팔이 교차하면서 하얀색 나뭇가지 같은 전격이 서로의 팔을 타고 올라왔고, 두 사람을 중심으로 발생한 충격파가 사방을 쓸어내듯 퍼져나갔다. 숲 아래에 깔린 낙엽과 마른 흙은 거대한 모래폭풍과도 같이 겨울바람에 섞여 솟구쳤다.


상어의 양팔은 엄청난 압력을 버텨내며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는 팔과 팔 사이의 공간으로 지수와 피맺힌 시선을 교환했다. 하지만 상어와는 달리 지수에게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


“이제... 끝을 볼까!”

“!!”


다시 한 번 푸른 화염이 주변을 감쌌다. 장작에 기름을 부은 듯 순식간에 타오른 푸른 화염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주변의 모든 것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볼리셔니스트로 살아온 세월동안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강력한 법칙이었다. 상어는 욕지기를 내뱉으며 뒤로 몸을 뺐다.


그리고 그때였다. 눈앞의 지수가 감각에서 사라졌다.


“!?”


겨우 거리를 벌렸다고 생각한 순간.

이미 지수의 주먹은 상어의 배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


고통을 느낄 새도 없었다. 격통이 머리를 울렸을 때, 자신의 몸은 이미 수 십 미터 뒤로 날아간 상태였다. 부딪힌 나무는 흡사 수수깡처럼 부러지면서 아무런 방해가 되지 못했다.


상어는 그렇게 날아가던 몸을 가까스로 바로 세웠다. 두 발이 땅에 닿자 흙먼지가 일어나며 속도가 줄어들었다. 그리고 자세를 낮춘 그가 고통을 참아내며 고개를 들었다.


“!!!”


푸른 안광이 중력과 관성을 무시하면서 자신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손으로 아무렇게나 줄을 긋는 것처럼, 폭주하는 맹수처럼, 숲 사이를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며 달려들고 있었다.


‘지랄...’


상어는 실로 오래간만에 패배에 대한 감각을 떠올렸다. 죽음을 이겨내고 전사로 각성한 지 어느덧 5년. 그 이후 숱한 싸움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절망감을 느낀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질 수 없었다. 남은 임무와... 자신을 위해서라도.


“우오오오오!!!!”


공포를 이겨내듯 소리 지르며, 입속에 비릿한 피를 삼키며, 상어는 붉게 물들은 두 주먹을 내질렀다. 동시에 시간이 느리게 흐르며 소리조차 늘어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집중한 세상에는 오직 두 사람만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때, 두 사람의 세계에 누군가가 끼어들었다.


“?!”


달려드는 지수의 양옆으로 그림자가 하나씩 날아왔다. 바로 가진항에서 출발하여 합류한 북한 측 볼리셔니스트였다.


“엇?!”


후측방에서의 공격을 예상하지 못했던 지수는 당황했다. 고속으로 움직이는 두 개의 칼날은 자신의 양 옆구리를 노리고 있었다. 지수는 온몸을 경화(硬化)시킴과 동시에, 상어를 향하던 두 팔을 좌우에서 달려드는 볼리셔니스트들에게 향했다.


“!!”


아슬아슬한 경화 타이밍을 뚫고 칼이 그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다행히 중간에 경화에 성공하여 치명상은 피했지만, 상처가 크게 나며 피가 튀어 올랐다.


“으어어-!!”


그러나 지수의 양손에서 나온 푸른 화염은, 양옆에 있는 북한 볼리셔니스트들의 머리를 후려잡았다. 그리고 그가 표정을 구기며 힘을 준 순간.


“!!”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크게 나면서 머리 두 개가 흔적도 없이 박살났다. 회백색과 붉은색이 섞인 끈적한 물질들이 물폭탄 터지듯 사방으로 날렸다. 동시에 힘을 잃어버린 두 구의 시체가 허우적거리며 진행방향 그대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상어는 눈앞에서 훈련받은 볼리셔니스트 두 명이 말 그대로 삭제당하는 것을 보며 경악했다.


하지만 이 틈을 놓칠 상어가 아니었다. 두 개의 생명을 대가로 얻은 단 한 번의 기회였다. 그는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피의 장막을 뚫고 지수에게 달려들었다. 붉은 주먹이 그의 명치를 노렸다.


그러나 지수는 아무런 방어자세 없이 머리통을 부순 그 공격을 그대로 상어에게 향했다. 상어의 공격이 먼저 닿을 것이 분명한 상황이었음에도.


“그아아아아!!”


다시 한 번 충격파가 숲을 뒤흔들었다. 상어는 손끝에 선명한 감각을 느꼈지만, 그것을 채 맛보기도 전에 자신의 갈비뼈 한쪽도 붕괴됨을 느낄 수 있었다. 그야말로 몸을 내준 크로스카운터였다.


두 사람은 소리보다도 먼저 서로 반대방향으로 튕겨 나갔다. 양 측의 몸이 바닥에 내리꽂히면서 만든 흙먼지 위로 충격파와 폭발음이 쏟아졌다.


“수장!!”


지애림이 전투 현장에 도착한 것은 이 시점이었다. 그녀는 난장판이 된 주변을 둘러보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숲이었던 것은 반 쯤 망가져 흔적만이 남은 상태. 지금은 그저 여러 그루의 소나무가 꺾이고 뽑혀 나뒹구는, 목제소와 비슷할 정도였다.


이때 충격파가 그녀를 지나면서 하나로 땋인 머리카락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바람에 섞인 진한 피비린내에 피부의 솜털이 바싹 섰다.


그녀는 칼을 꺼낸 후 지수의 충돌 지점을 향해 달려갔다. 작은 크레이터 생기면서 주변부가 방사형으로 갈기갈기 찢겨 있었다. 지수는 크레이터 가운데에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었다.


“!!”


만신창이였다. 동공이 커지면서 걸음 역시 빨라졌다. 그녀는 지수 옆에 무릎을 굽혀 앉은 후 가지고 온 붕대를 꺼냈다. 그리고 흉부와 복부 전체를 강하게 감기 시작했다.


‘상어는...?!’


그러면서 반대편을 바라보았다. 어둠 저편에서 뭔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지수는 여전히 의식을 차리지 못한 상태. 그녀의 손이 더욱 빨라졌다. 일단은 출혈을 막는 것이 중요했다. 사정없이 당겨가며 붕대를 감은 그녀는, 칼을 집어넣고 지수를 들쳐 업었다.


‘어디로 가지?’


무조건 멀리 벗어나야했다. 먼저 숲 밖으로 나온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단조로운 해안 지형에서 몸을 숨길 곳은 많이 않았다. 그녀는 해안선을 따라 남쪽으로, 좀 더 멀리 있는 숲에 주목했다. 여기와는 대략 백 미터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저곳에 몸을 숨기고자 다짐한 그녀가 달리기 시작했다. 사람이 있는 지를 확인하며 도로와 철책 사이 공간을 이용하여 움직였다.


달이 누우며 만든 그림자가 모래사장 쪽으로 길게 늘어섰다. 숨이 점차 거칠어졌지만 걸음걸이를 늦출 수 없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지수를 고쳐 맸다. 그 순간, 작은 목소리가 지수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애... 애림아...?”

“수장!”

“고... 고마워.”

“아니에요. 아프시겠지만 정신 바짝 차려요. 안전한 곳으로 데려갈게요.”

“그래...”


그러나 둘의 대화는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그녀의 앞에서 붉은 화염구가 날아왔기 때문이었다. 저 멀리 어둠 속에서 생겨난 붉은 광탄은, 그녀의 바닥 부분을 향해 속도를 높였다.


“!!”


부상자가 있기에 급격한 이동은 불가능했다. 결국 그녀는 남은 한쪽 팔을 들어 작은 불꽃을 연속으로 발사했다. 궤도의 중간 부분에서 폭발한 화염구가 여러 갈래로 부서지며 사방으로 날렸다.


그녀는 화염구가 폭발하며 만든 연기를 이용하여 도로 가장자리로 움직였다. 그리고 지수를 눕힌 후 칼자루를 빼들었다. 그걸 본 지수는 일어나려 했지만, 흉부에서의 엄청난 고통에 다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죄송해요. 일단 적을 따돌릴게요.”


시야에 걸린 이상 곱게 빠져나가기는 힘들었다. 더구나 이쪽은 사람 하나를 안고 도망쳐야 하는 상황. 지애림은 칼날을 전개한 후 자세를 낮췄다. 지수 역시 포기하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연막... 치고...”

“알겠어요.”


표정을 굳힌 그녀가 앞으로 달려 나갔다. 칼을 쥐지 않은 왼손바닥 위에 하얀 연기가 회오리치듯 압축되고 있었다. 맹렬히 회전하는 하얀 구의 크기가 계란 정도로 줄자, 그녀는 그것을 자신의 발밑에 던졌다.


“야앗-!”


분진(粉塵)과 비슷한 하얀 연막이 몇 십 미터 반경으로 벽처럼 펼쳐졌다. 그냥 보더라도 보통의 연기가 아니었다. 바람에도 쉽게 날려가지 않는 것에서 무게감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그녀는 연기 깊숙이 들어간 후 기척을 죽였다. 칼까지 꺼버린 그녀는 조심스럽게 양손을 들어 허공에서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와 비슷한 크기의 뿌연 무언가가 「걸어가기」 시작했다.


무거우면서 다급한 걸음걸이는 흡사 사람의 그것과 비슷할 정도였다. 발자국 소리가 뚜렷하게 들리며 점차 멀어졌다. 그렇게 그녀는 몇 개의 디코이Decoy를 해안 철책 쪽으로 보낸 후, 자신은 바닥에 엎드려 기척을 숨긴 채 상대를 찾고 있었다.


“......”


잠시 뒤.


뿌연 분진 속에서 디코이 중 하나를 좇아가는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신중하게 디코이가 사라진 방향으로 전진하던 그림자가 등을 보이자, 그녀도 조심스럽게 일어나 발자국을 옮겼다.


공격과 동시에 칼날을 방출할 수 있도록 칼자루를 꽉 쥐었다. 어른거리는 검은색 음영은 어둠 속에서도 잘 드러났다. 그리고 그림자의 거의 뒤에 접근한 순간, 칼날을 내뿜음과 동시에 크게 휘둘렀다.


하지만 칼은 아무런 저항 없이 허공을 갈랐다. 칼의 흐름에 잘려나간 분진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합쳐지고 있었다.


‘피했어?!’


칼끝에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등줄기가 확 달아오르며 그녀는 반사적으로 뒤쪽으로 몸을 날렸다.


“큿!”


분진이 바람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냈다. 강하게 불어 닥친 작은 폭풍에 주변 지형의 모습도 나타났다. 그리고 하얀 연기 속에서 형태를 보인 적이 그녀를 향해 쇄도했다.


작가의말

항상 읽어주시고 관심주시는 분들께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행복하세요.

From PlasmaK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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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6화 : 슬픔(Grief) (2-1) 20.10.08 48 0 13쪽
102 6화 : 슬픔(Grief) (1-3) 20.09.26 49 0 14쪽
101 6화 : 슬픔(Grief) (1-2) +2 20.09.25 61 1 13쪽
100 6화 : 슬픔(Grief) (1-1) 20.09.24 56 0 13쪽
99 5화 : 추적(Pursuit) (6-3) (1부 끝) 20.09.19 56 0 15쪽
98 5화 : 추적(Pursuit) (6-2) 20.09.18 52 0 12쪽
97 5화 : 추적(Pursuit) (6-1) 20.09.17 49 1 12쪽
96 5화 : 추적(Pursuit) (5-5) 20.09.12 48 0 12쪽
95 5화 : 추적(Pursuit) (5-4) 20.09.11 49 1 13쪽
94 5화 : 추적(Pursuit) (5-3) 20.09.10 51 0 15쪽
93 5화 : 추적(Pursuit) (5-2) 20.09.05 47 1 11쪽
92 5화 : 추적(Pursuit) (5-1) 20.09.04 48 0 22쪽
91 5화 : 추적(Pursuit) (4-5) 20.06.14 52 0 13쪽
90 5화 : 추적(Pursuit) (4-4) 20.06.12 49 0 15쪽
» 5화 : 추적(Pursuit) (4-3) 20.06.01 46 1 10쪽
88 5화 : 추적(Pursuit) (4-2) 20.05.31 51 0 11쪽
87 5화 : 추적(Pursuit) (4-1) 20.05.30 48 1 10쪽
86 5화 : 추적(Pursuit) (3-4) 20.05.29 49 0 12쪽
85 5화 : 추적(Pursuit) (3-3) 20.05.25 52 1 12쪽
84 5화 : 추적(Pursuit) (3-2) 20.05.18 47 1 13쪽
83 5화 : 추적(Pursuit) (3-1) 20.05.17 48 0 13쪽
82 5화 : 추적(Pursuit) (2-5) 20.05.15 48 0 19쪽
81 5화 : 추적(Pursuit) (2-4) 20.05.12 48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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