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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ition : 1988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플나
작품등록일 :
2020.01.21 15:23
최근연재일 :
2024.05.14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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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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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54,850

작성
20.05.30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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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0쪽

5화 : 추적(Pursuit) (4-1)

DUMMY

-4-


다음날, 1988년 1월 9일 토요일 11시 7분.

서울 모처(某處), 국가안전기획부 「제9국」 국장실.


“미안하네. 주말인데 불러서.”

“아닙니다. 국장님.”


국장실 안에는 여섯 명의 사람이 있었다. 책상 뒤의 한강진 국장과 그 앞에 의자에 앉은 SOSS의 에이단 중위, 그리고 각 과장 3명과 민혜림 대리가 그들이었다. 한강진 국장은 책상 위에 서류 뭉치 하나를 들어 에이단에게 건넸다.


표지에는 「‘87.12 선형방호작전 추진 현황」이라는 제목과, 「국가안전기획부 9국 행정지원과」라는 작성부서가 적혀 있었다.


“번역할 시간이 없었네. 이해해 주게.”


한글로 된 서류를 받아든 에이단이 천천히 그것을 읽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최근 일의 진행 현황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내용은 자세했고 숨기는 것도 없었다.


한 장 한 장 종이를 넘기던 에이단의 표정이 굳어가기 시작했다.


“... 이거 정말인가요?”

“이런 일을 놓고 거짓말을 하겠나?”

“그런 건 아닙니다만, 너무 현실감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티어 0의 그릇이라뇨. 리틀 보이가 나타났군요.”

“우리도 처음 반응은 그랬지.”

“......”

“도움을 요청하는 건 아니네. 일단 시급한 그릇의 확보, 상어의 축출까지는 어떻게든 우리가 해결할 거야. 다만 그릇의 향후 처리 방안에 대해서는... 어차피 SOSS와 상의해야하는 걸 피할 수 없을 테니까.”

“감히 제가 뭐라 드릴 말씀이 없군요. 이건 저희 내부에서도 엄청난 논쟁거리가 될 겁니다. 9국의 방향은 무엇입니까?”

“아직 정해진 건 없네. 윗선도 마찬가지고. 확보 가능 여부도 미지수인 상황이니.”

“음...”


에이단은 날숨을 길게 뽑아내면서, 고개를 들어 한강진 국장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일단 이 문제는 향후에 고민하기로 하시죠. 말씀처럼 확보가 먼저일 테니까요. 본부에도 전해 놓겠습니다.”

“고맙네.”

“아닙니다. 그런데 이거...”


그리고 그가 어느 한 페이지를 보면서 얘기하려던 순간이었다. 노크 소리가 들리면서 문 바깥쪽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투가 올라간 것이 급한 느낌을 주었다.


“팀장님. 염하린입니다.”

“들어오게.”


문이 열리고 다급한 하이힐 소리가 국장실 바닥을 울렸다. 여전히 화려한 차림의 그녀는, 성큼성큼 들어와 꾸벅 인사하면서 말했다.


“회의 중에 죄송합니다. 지금 티비 한 번 봐주시겠습니까?”

“티비?”

“네. 긴급 뉴스입니다. 8번입니다.”

“?!”


티비와 가까이 있던 정은정 과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로터리 스위치를 돌렸다. 틱 소리와 함께 브라운관에 열이 오르면서 희미한 화면이 진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토요일이라 오후까지 프로그램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황급히 멈추고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앵커는 강한 어조로 같은 내용을 되풀이해서 말하고 있었다.


[오늘 오전 8시 반 경, OO 대학교 교수동에서 폭발이 일어나 현재 2명이 죽고 8명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최근 기업체에 대한 연쇄 폭발 사건으로 시민들의 불안이 더해지는 가운데, 학교까지 폭발에 휘말리며 그 우려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


한강진 국장은 마치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느꼈다. 커뮤니티를 끝낸 후, 지금의 폭발이 얘기하는 건 확실했다.


“수장부다...!!”


토해내듯 외치는 그의 말에 방안의 시선이 한 곳으로 쏠렸다. 순간 바뀐 화면에는 폭발에 연기가 오르는 한 건물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검붉은 연기가 차가운 겨울바람에 흩어지는 모습과, 여러 대의 소방차가 물줄기를 쏘는 모습이 함께 들어왔다.


“......”


앵커와 패널이 같은 내용을 얘기하고 있었다. 한강진 국장은 이마에 손을 얹고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그리고 침울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꺼주겠나?”

“네.”


정은정 과장이 티비를 껐다. 국장실이 다시 조용해지자 염하린이 말했다.


“방금 반채림 문주께서 전화를 주셔서, 팀장님께 알려드려 달라고 했습니다. 확실치는 않지만 수장부 테러가 의심된다고 하셨습니다.”

“......”


그야말로 화룡정점이었다. 아무도 저곳이 수장부라고 확신하지 않았다. 그러나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저곳이 베일에 감춰져 있던 소문의 그곳이라는 것을.


이걸로 한 줌 남았던 수장부와 연결에의 희망이 사라졌다.


“이걸로 강(江)은 전열이탈인가. 미치겠군...”


국원들 앞에서는 어지간하면 비관적인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한강진 국장이었다. 그러나 이번만은 그도 감정을 감추지 않고 날 것 그대로의 말을 던졌다. 정은정 과장도 쓰게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이때 분위기를 보던 에이단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국장님?”

“?”

“하나 여쭤볼 게 있습니다만...”

“보고서 관련인가?”

“네. 이번 커뮤니티 모기업 테러 건은 향후 조사하실 예정으로 되어 있던데요.”

“일단 급한 불부터 꺼야 하니까. 그릇이랑 상어가 먼저겠지.”

“방해가 아니라면... 이 일은 제가 도와드리면 안 되겠습니까?”

“?!”


한강진 국장은 놀란 얼굴을 지으며, 표정으로 되물었다. 에이단은 그 특유의 웃음을 보이며 말을 이어갔다.


“힘들 때는 서로 도와야죠. 절 「사냥꾼」으로 고용해 주십시오.”

“가능한 건가 그게? SOSS 소속 중위를 우리가 고용한다니.”

“치프께는 제가 잘 말씀드려 놓겠습니다. 사실, 이쪽에 필요한 일이 있으면 가능한 적극적으로 도움을 드리라는 명령을 받은 상태입니다. 저번에 일본과의 대승적인 판단을 해주신 것에 대한 협조 차원에서요.”


한강진 국장은 그의 장기 체류 이유가 여기에 있음을 깨달았다. 꽤나 직설적이었던 은사(恩師)의 성향을 생각하면, 저 명령은 거짓이 아니리라.


“도움이라. 꽤 답지 않은 명령을 내리셨군.”

“뭐... 관계가 좋아서 나쁠 거 없으니까요.”


까칠한 한강진 국장의 말에 에이단이 양손을 으쓱하면서 대답했다. 하지만 SOSS의 수장을 놓고 농 아닌 농을 던질 수 있다는 건, 관계가 가깝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물론 그렇긴 한데... 우리도 입장이라는 게 있어서 말이지. 윗선은 미국이 개입한다고 생각할 걸세. 방금 본 보고서를 SOSS에 공개하는 것도 반대가 많았으니까.”

“그래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시선이 집중된 상어와의 싸움에 제가 끼어드는 건 좀 아닌 거 같고, 미뤄두신 일을 하고자 하는 거죠. 거기에 정식으로 사냥꾼 계약을 맺어서 움직이면 그런 부담도 한결 더실 수 있을 겁니다. 저야 돈도 받고 좋죠.”

“......”

“맡겨 주시면 북한 측과 연결된 스파이를 색출하도록 하겠습니다. 서류 내용처럼 이쪽이 연락책일 수 있다면, 한시 바삐 축출하는 게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갑작스럽기는 했지만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사실 에이단에게 부탁할까 고민까지 했던 일이기도 했다. 한강진 국장은 그가 입대 전에 탐정 일을 했던 것을 알고 있었다.


“음... 하지만 자네 모습은 너무 눈에 띄네.”

“잘 감추고 다니겠습니다... 만, 하여 괜찮으시다면 사람을 하나 붙여주시겠습니까? 일본과도 관련된 일이라면 통역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갑자기 시선이 염하린에게 쏠렸다. 그저 말을 전하러 왔던 그녀는 갑작스러운 시선에 놀람을 감출 수 없었다.


“염 대리를? 아직 기본 교육도 끝나지 않았네.”

“커뮤니케이션만 부탁드릴 거예요. 힘쓰는 건 당연히 제가 해야죠.”

“마치 계획하고 온 것처럼 얘기하는군.”

“아닙니다. 정말로요.”


손사래를 치며 웃어넘기는 저 표정 뒤에 무엇이 있는지는 몰랐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성실과 신뢰를 생각하면, 이 제안에 저의가 없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거기에 한강진 국장도 알고 있듯이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강자였다. 목적이 우호 증진이든 뭐든, 에이단은 동아시아 방면 임무를 단독으로 맡고 있었다. 그것의 의미는 확실했다. 그가 SOSS의 최고 중 하나라는 것.


“......”


그렇기에 정은정 과장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도 별 얘기가 없었다. 이때 분위기를 살피던 염준철 과장이 입을 열었다.


“음, 먼저 예산 문제는 나쁘지 않습니다. 일본에서 출연금이 들어왔으니 본사에 더 달라고 큰소리 칠 수 있죠. 그리고 염 대리는... 일단 정 대리(미유키)가 꽤 적응했어요. 강도가 세지 않다면 다른 임무에 투입해도 괜찮을 겁니다.”


한강진 국장이 정은정 과장을 슬쩍 바라보았다. 그녀 역시 딱히 반대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이제 자신의 판단만이 남았다. 만약 받아들인다고 하면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


“......”


그는 이 제안을 받음으로써 일어날 일들에 대해서 고민했다. 제일 중요한 건 상부 설득이었다. 사건 해결을 위해 사냥꾼을 고용하는 건 납득시킬 수 있었다. 사건의 위중함이나 인력 부족은 이미 수도 없이 어필해 왔었으니.


문제는 그 사냥꾼이 SOSS 소속이라는 것. 보나마나 미국이 개입했다고 난리가 나겠지. 그렇게 대답 없는 한강진 국장의 마음을 읽은 듯, 에이단이 조심스럽게 말을 얹었다.


“지금 다른 곳에서 사냥꾼을 고용하사는 건 불가능할 겁니다. 돈을 억만금 준다 해도요.”

“음...”


작가의말

항상 읽어주시고 관심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행복하세요.

From PlasmaK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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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6화 : 슬픔(Grief) (1-3) 20.09.26 49 0 14쪽
101 6화 : 슬픔(Grief) (1-2) +2 20.09.25 61 1 13쪽
100 6화 : 슬픔(Grief) (1-1) 20.09.24 56 0 13쪽
99 5화 : 추적(Pursuit) (6-3) (1부 끝) 20.09.19 56 0 15쪽
98 5화 : 추적(Pursuit) (6-2) 20.09.18 52 0 12쪽
97 5화 : 추적(Pursuit) (6-1) 20.09.17 49 1 12쪽
96 5화 : 추적(Pursuit) (5-5) 20.09.12 48 0 12쪽
95 5화 : 추적(Pursuit) (5-4) 20.09.11 48 1 13쪽
94 5화 : 추적(Pursuit) (5-3) 20.09.10 51 0 15쪽
93 5화 : 추적(Pursuit) (5-2) 20.09.05 47 1 11쪽
92 5화 : 추적(Pursuit) (5-1) 20.09.04 48 0 22쪽
91 5화 : 추적(Pursuit) (4-5) 20.06.14 52 0 13쪽
90 5화 : 추적(Pursuit) (4-4) 20.06.12 49 0 15쪽
89 5화 : 추적(Pursuit) (4-3) 20.06.01 46 1 10쪽
88 5화 : 추적(Pursuit) (4-2) 20.05.31 51 0 11쪽
» 5화 : 추적(Pursuit) (4-1) 20.05.30 48 1 10쪽
86 5화 : 추적(Pursuit) (3-4) 20.05.29 49 0 12쪽
85 5화 : 추적(Pursuit) (3-3) 20.05.25 52 1 12쪽
84 5화 : 추적(Pursuit) (3-2) 20.05.18 47 1 13쪽
83 5화 : 추적(Pursuit) (3-1) 20.05.17 48 0 13쪽
82 5화 : 추적(Pursuit) (2-5) 20.05.15 48 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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