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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ition : 1988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플나
작품등록일 :
2020.01.21 15:23
최근연재일 :
2024.05.14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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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5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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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5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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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화 : 추적(Pursuit) (3-3)

DUMMY

“네.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 이후로 그런 지휘는 본 적이 없었습니다. 거기에... 당시 놈도 쌍두날의 칼을 사용했었습니다.”

“...!!”


칼은 볼리셔니스트의 정체성을 상징했다. 거기에 보기 드문 쌍두날을 사용하는 자라면, 충분히 같은 사람으로 간주할 수 있었다. 결정적인 증거라고 봐도 과언은 아니었다.


“상어와 싸워봤다는 얘기로군.”

“네.”

“결과가 어떻게 되었지?”

“제가 그의 가슴을 갈랐습니다.”

“생사는 확인했나?”

“...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계속 질문만 해서 미안하네. 당시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하나?”

“음...”


기억을 떠올린 정은정 과장이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다.


“일단은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과는 달랐습니다. 그다지 크지 않은 키에, 날카로운데다가 나쁜 인상이 드는 얼굴이었죠. 빈말로라도 잘생겼다고 말하기는 힘들었습니다.”

“......”


한참 고민에 빠진 한강진 국장이 살짝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의 말이 옳다면 상어가 보여준 모습은 총 세 가지였다. 양복 차림의 잘 생긴 모습, 일반적으로 알려진 모습, 그리고 지금 정은정 과장이 말한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세 명일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그만한 실력의 볼리셔니스트가 세 명이나 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같은 사람이 체형과 얼굴에서부터 분위기까지 완전히 다른 사람 흉내를 낼 수 있는 걸까?


“이건 고민 좀 해봐야 되겠군... 어쨌든, 상대가 예의 플라타너스라면 이쪽 대응도 예상하고 있을 거라는 뜻인가?”

“네. 정부 소속 볼리셔니스트가 공권력을 동원하는 건 범위 안에 있을 거예요. 그리고 제 생각입니다만, 놈은 우리가 빨리 그릇을 찾는 걸 원하고 있을 지도 모르죠. 우리든 강(江)이든 먼저 그릇을 찾으면, 그걸 빼앗는 식으로 접근할 겁니다.”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다 찾은 그릇을 두고 싸움이 벌어지면, 우세를 점칠 수 없는 상황. 더구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또 다른 테러의 가능성도 있었다. 그것만은 피해야 했다.


“음...”


한강진 국장은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칠판으로 향했다. 확실히 지금보다 전선을 더 넓히는 건 바람직하지 않았다.


“좋아. 상어가 플라타너스라는 가정 하에 정리해 볼까. 일단 연관 관계나 여러 가지를 고려해 볼 때, 둘이 동일인물이라는 건 크게 의심할 수 없을 것 같군. 물론 결정적으로 모습이 다르다는 문제가 있지만... 최악을 가정하면 같다고 봐도 문제는 아니겠지.


아무튼, 놈은 감당 가능한 최대까지 전선(戰線)을 넓혀 상대방의 전력과 정신을 분산시킨 다음, 핵심을 뚫고 오는 걸 즐기는 스타일로 볼 수 있겠지. 그리고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정확히 여기에 부합하기도 하고. 분탕질 속에서 핵심을 감추고 주공과 조공을 혼란시킨다...“


분필로 칠판을 톡톡 치던 한강진 국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 공권력 동원은 보류하기로 하지. 놈이 우리가 빨리 그릇을 찾는 걸 기다리고 있다면, 굳이 나서서 좋은 일 시켜줄 필요는 없겠지.


하지만 길어야 이틀에서 삼일 정도만 미루는 게 가능할 거야. 받은 말미가 열흘이니, 그 이상은 우리도 버티지 못할 걸세.”

“알겠습니다.”


정은정 과장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대답했다.


“하지만 그릇을 먼저 찾아야 한다는 건 변함이 없어. 확보는 차치하고서라도 위치는 먼저 확인해야 해. 방법이 있을까?”

“......”

“현장지원과 볼리셔니스트만 전부 속초 인근에 투입하는 건 어때?”


이때 생각에 잠겼던 정은정 과장이 아랫입술을 한 번 적셨다. 그리고 약간의 결심을 담아 말하기 시작했다.


“다른 방법을 써보는 건 어떻습니까?”

“다른 방법?”

“완전히 놈을 무시하는 겁니다.”

“어떻게?”

“지금부터는 어떤 행동에도 대응하지 않고, 천천히 찾는 거죠. 급할 게 없다는 걸 보여주면서요.”


그녀의 말에 한강진 국장의 어투가 조금 올라갔다.


“하지만 시간이 없어.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는 걸 알면 놈은 더 심하게 날뛸 겁니다. 오히려 무시하는 것이, 놈을 초조하게 만들 수 있을 거예요. 거기에 북한 측 볼리셔니스트들도 이곳에 온 지 며칠이 지났습니다. 오래 버티는 건 저쪽도 힘들 겁니다.”


한강진 국장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나마 가능성이 높은 방법을 선택하느냐, 아니면 작은 확률의 도박을 하느냐의 기로였다.


“... 은정 과장.”

“네. 팀장님.”

“붙었을 때의 놈은 어땠지? 성향이라던가, 그런 걸 말해줄 수 있겠나?”

“... 자존심이 강하고, 강렬했었습니다. 붙어본 볼리셔니스트 중에서는 최고였었습니다.”

"......"


한참 고민에 빠진 한강진 국장이었다. 제일 좋은 건 두 가지 방법 모두를 시험해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과연 다 해 볼 시간이 있는 걸까? 그렇지는 않아 보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상어에게 끌려 다닌 것에 대해 은근한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 것도 사실이었다. 허세에 가깝긴 하겠지만, 이 나라에서 우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도 알려주고 싶었다.


길게 하지는 못해도 시간을 투자할 가치는 있어 보였다. 이쪽이 대놓고 상대를 의식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면, 그것 나름대로 데미지가 될 터.


“좋아. 그렇게 해보지.”

“고맙습니다. 팀장님.”

“아냐. 하지만 길게 할 수는 없을 거야. 사흘. 만약 사흘 안에 상어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차선책 밖에는 없네.”

“알겠습니다.”

“그럼 그릇 탐색은 이성진 대리 혼자서 그대로 하고, 나머지 인원들은 복귀시키도록 하지.”

“네."


이제 상어와 북한 볼리셔니스트에 대한 대응 수위가 결정되었다. 최소한의 대응으로 이쪽에서 그들을 기다리기로 하였다. 한강진 국장은 칠판에 ‘기다림’이라는 단어를 추가하고, 시선을 최문식 과장에게로 돌렸다.


“다음 주제로 넘어가지. 최 과장, 고공 측은 어떤가?”

“현재 관련자 전부 안가(安家)에서 보호 중입니다. 그때 이후로 큰일은 없습니다.”

“목격자들 목격 내용은?”

“끝났습니다. 보안 관련해서는 단단히 주지시켜 놓긴 했습니다.”

“특별한 건 있나?”

“역시 예산부장의 머리에 뭔가를 했다... 는 것이 제일 눈에 띕니다. 뭔 짓을 했는지는 확실하지는 않습니다만...”

“......”


고공에 침입한 상어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9국은 당시 목격자들을 대상으로 사정 청취를 실시하였다. 물론 여기에는 이 사건의 보안 유지도 목적이 있었다.


그리고 앞서 얘기한 것과 같이, 그가 쌍두날의 칼과 전자기 관련 법칙을 자유롭게 사용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 말고도 한강진 국장의 시선을 잡는 것이 있었다. 바로 상어가 윤준석 부장을 쓰러트린 직후 한 행동이었다.


쓰러진 그의 머리에 손을 얹고 뭔가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한참 생각하던 한강진 국장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기억을 읽어내는 법칙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있지.”

“네?!”

“거의 확실할 거야. 그것 말고는 없어.”


회의실 인원 전체가 놀랐다. 특히 정은정 과장은 크게 놀란 상태였다. 기억을 읽어내는 법칙은 유럽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이었다.


“윤준석 부장 진술에, 전후 기억 혼란이 있었다고 했지?”

“네. 그렇습니다. 정확하게 기억을 못 하더군요.”

“아마 무리하게 긁어내서 그럴 거야. 부작용이 있다고 들었어.”


정은정 과장은 순간 그가 저걸 어떻게 알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더 나가지는 않기로 했다. 한강진 국장은 분필을 바꾸면서 말했다.


“무슨 내용을 어디까지 읽어냈는지 알 수는 없어. 그러니 전제를 깔고 가자고. 윤준석 부장은 그릇의 위치가 해안가라는 걸 알고 있어. 따라서 그걸 놈도 알고 있다고 보자고.”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분탕질이 특기인 상어의 성향을 봤을 때,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편했다.


“좋아. 그럼 지금까지의 정보를 조합해서 얘기해 볼까.


먼저 놈은 예지망을 회피해서 통과하기 보다는, 붕괴시켜 버리기로 했지. 그리고 이를 위해서 커뮤니티에 동시다발적인 테러를 감행했다. 어떤 형태로든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겠지. 거기에 결과는 모르지만 수장까지 행방불명.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거라고 보네.


그렇게 예지망을 부숴놓고, 이제 남은 건 우리가 초조하게 그릇을 찾는 걸 기다리는 거지. 정확한 위치만 확인하면 그때부터는 타이밍과 실력 싸움이 될 거니까.


거기에 놈은 해안가라는 정보를 알고 있는 상태. 따라서 현재 속초나 강릉 인근에서 숨죽인 상태로 우리의 움직임을 기다리고 있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군.“


이때 분필이 딱 하고 부러졌다. 그는 짧게 부러진 분필을 내려놓고, 하얀색 종이상자에서 새것을 꺼내 들었다.


“따라서 며칠 동안은, 정 과장 말처럼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행동하기로 하지. 인내심 싸움으로 가 보자고.”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한강진 국장은 칠판지우개를 들어 불필요한 부분을 쓱쓱 지웠다. 그렇게 어느 정도 공간이 나자 그가 다시 말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염준철 과장 방향이었다.


“염 과장님.”

“네. 팀장님.”

“말씀드린 건 어떻게 진행 중이죠?”


염준철 과장이 자신의 반백을 쓸어 넘기며, 옆에 놓아두었던 서류철 하나를 폈다. 그리고 중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일단... 내각정보조사실 쪽에 요청은 한 상태입니다. 확인 후 연락 준다고 했습니다.”


내각정보조사실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지금 여기서 일본이 어떤 관계인지 궁금함이 떠돌았다. 한강진 국장은 의아해 하는 다른 사람들의 표정을 쭉 둘러보았다. 그리고 자리를 옮겨 아까 써둔 커뮤니티 모기업 리스트 앞에 섰다.


“이번에 테러당한 기업들 리스트를 정리했을 때, 떠오른 게 있었어. 왜 부산은 두 군데일까?”

“아...”

“우리가 파악한 대로라면, 부산에는 「절해」라는 커뮤니티 하나 밖에 없을 텐데. 각 커뮤니티 모기업에 정확히 폭탄을 보낸 상어가, 왜 부산에는 두 개를?”


한강진 국장이 부산 쪽에 동그라미를 크게 그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물론 우연일 수도 있어. 상어가 한 짓이 아니고, 가스통 폭발 같은 것일 수도 있을 거고. 그러니 소설을 한 번 써봤네.”


그는 부산 옆에 줄을 두 개 그어 밖에 뺀 다음, 각각 ‘해연수산’과 ‘절해여행사’라는 이름을 썼다.


“전제는, 둘 다 커뮤니티 「절해」와 관련된 기업이라는 걸세. 먼저 둘 다 모기업일 가능성이야. 모기업이 두 개 혹은 그 이상 있을 가능성도 충분하니까.”


실제로 대전지방 볼리셔니스트 커뮤니티 「미림」의 경우에도 관련 기업만 네 개 정도였다.


“그렇지만 여행사와 수산업이라는 게 걸려. 같은 기업군으로 보기는 쉽지 않지. 헌데 법인 등기부등본 상으로 경영진은 같아. 이렇게 업역이 완전히 다른 두 개의 기업을 같은 사장이 운영한다? 일반적이지는 않지. 거기다 딱히 시너지가 날 사업영역도 아닌데다가 해연수산은 창업 이래로 타 영역에 발을 뻗은 적이 없었네. 등본이 깔끔해.”


이때 염준철 과장이 이어받듯 말했다.


“납세 규모로 보면 해연수산 쪽이 압도적입니다. 20배는 될 겁니다. 절해여행사의 경우에는 거의 소기업 수준이고요. 이건... 사업을 영위한다고 보기도 쉽지 않군요.”


거림산업 테러 직후, 이것이 커뮤니티에 대한 공격임을 깨달은 염준철 과장은 즉시 해당 기업들에 대한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단 며칠이 지난 사이에 그의 손에는 자세한 정보를 통해 만든 구체적인 현황표가 들려져 있었다.


한강진 국장의 판단 역시 이러한 자세한 정보에 근거한 것이었다. 그는 분필로 칠판을 두드리며 말을 이어갔다.


“따라서 모기업은 해연수산이 분명해. 그렇다면 절해여행사는 뭘까. 커뮤니티와 관계있지만 미미한 사업 규모, 따라서 그저 사무실을 운영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면...”


뭔가에 번뜩 놀란 서창민 대리가 고개를 들었다.


“볼리셔니스트 본부라는 말씀이군요.”


작가의말

언제나 읽어주시고 관심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From PlasmaK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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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6화 : 슬픔(Grief) (2-1) 20.10.08 47 0 13쪽
102 6화 : 슬픔(Grief) (1-3) 20.09.26 49 0 14쪽
101 6화 : 슬픔(Grief) (1-2) +2 20.09.25 61 1 13쪽
100 6화 : 슬픔(Grief) (1-1) 20.09.24 56 0 13쪽
99 5화 : 추적(Pursuit) (6-3) (1부 끝) 20.09.19 56 0 15쪽
98 5화 : 추적(Pursuit) (6-2) 20.09.18 52 0 12쪽
97 5화 : 추적(Pursuit) (6-1) 20.09.17 49 1 12쪽
96 5화 : 추적(Pursuit) (5-5) 20.09.12 47 0 12쪽
95 5화 : 추적(Pursuit) (5-4) 20.09.11 48 1 13쪽
94 5화 : 추적(Pursuit) (5-3) 20.09.10 50 0 15쪽
93 5화 : 추적(Pursuit) (5-2) 20.09.05 47 1 11쪽
92 5화 : 추적(Pursuit) (5-1) 20.09.04 48 0 22쪽
91 5화 : 추적(Pursuit) (4-5) 20.06.14 52 0 13쪽
90 5화 : 추적(Pursuit) (4-4) 20.06.12 49 0 15쪽
89 5화 : 추적(Pursuit) (4-3) 20.06.01 46 1 10쪽
88 5화 : 추적(Pursuit) (4-2) 20.05.31 51 0 11쪽
87 5화 : 추적(Pursuit) (4-1) 20.05.30 47 1 10쪽
86 5화 : 추적(Pursuit) (3-4) 20.05.29 49 0 12쪽
» 5화 : 추적(Pursuit) (3-3) 20.05.25 52 1 12쪽
84 5화 : 추적(Pursuit) (3-2) 20.05.18 46 1 13쪽
83 5화 : 추적(Pursuit) (3-1) 20.05.17 48 0 13쪽
82 5화 : 추적(Pursuit) (2-5) 20.05.15 48 0 19쪽
81 5화 : 추적(Pursuit) (2-4) 20.05.12 48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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