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게 살자!-10-초석의 장1
초석의 장1
큰아버지 김 한표가 다녀가고 보름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한표의 전화가 몇 차례 왔었지만 아직은 아니다는 말로 애를 태우고는 예전과 달라진 학교생활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었다.
서서히 실력을 드러내는 상진의 영어실력에 놀라는 급우들의 표정을 즐기기도 하고 관록과 경험에서 보여 지는 여유와 학업성적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발해 상진의 주변에는 항상 친구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그 와중에 경각심을 느낀 독수리오형제의 보이지 않는 견제와 방어가 장난이 아니었지만 상진은 모른 체 하며 모든 것을 즐겼다.
4월4일 월요일, 상진은 병원정기검사를 핑계로 오전수업을 마치고 교문을 나서고 있었다.
가끔 고딩 생활에 갑갑해 하는 현수를 위해 이 방법을 써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상진은 부평을 향했다.
부평역에 내린 현수는 공중전화에서 큰아버지에게 전화를 해 은행의 위치를 물었다.
줄서서 기다려야 하고 뒷사람 눈치 보느라 제대로 통화도 못한 상진은 확 핸드폰을 개발해 버릴까 하는 충동에 사로잡혔다.
‘아서라 남의 노력을 탐하지 말라!. 나는 다른 능력을 살리면 된다. 국민교육헌장에도 나와 있다.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개발하라고!’
갑자기 부평역 앞에 있다는 상진의 전화에 큰아버지는 놀란 목소리로 위치를 자세히 가르쳐 주었기에 쉽게 은행을 찾았다.
사실 은행은 당연히 찾기 좋은 위치에 있기 마련이었다.
반갑게 맞아주는 한표의 방에서 상진이 점심으로 짜장면 곱배기 한 그릇을 비우자 한표는 여직원을 불러 커피 한 잔과 녹차 한 잔을 시킨다. 내심 커피 두 잔을 외쳤지만 아직 큰아버지와 맞커피를
시도할 군번은 당연 아니다.
봄을 맞아 물오른 20대 초반 여직원의 쭉쭉빵빵한 몸을 감상하며 엉큼한 생각이 드는 것은 고딩인 상진이나 50대의 현수나 마찬가지였다.
‘오우! 누님, 얼굴 이쁘고 가슴 쥑이는데!’
‘크음, 아가씨, 가슴 좋고 엉덩이 탱글탱글 하구먼!’
서로의 내심에 당황한 두 인격체는 애써 시선을 돌렸다.
‘뭐야? 이 아저씨 엉큼하게, 딸 정도의 여자에게’
‘으으음. 이놈 봐라.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크크... 젊음이 좋긴 좋구만’
지금 현수의 시선이 상진이 보는 방향과 미묘하게 달라져 있음을 인지하지 못한 두 사람은 각자가 겸연쩍어 했다.
잠시 멋쩍은 시간이 지나고 슬쩍 큰아버지를 보니 눈이 기대감으로 초롱초롱하다.
사랑스러움과 기특하단 표정인 저 눈앞에서 꺼내기 쉽지 않은 얘기지만 어쩔 수가 없다.
“큰아버지, 사실 집에서 뵙고 말씀드려도 되는데 이렇게 사무실로 찾아 온 것은 사업적인 관점에서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 입니다.
집에서 뵈면 큰아버지와 조카의 입장으로 대화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많아서요.
지금부터의 대화는 어린조카의 입장이 아니라 동등한 파트너의 입장에서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
많이 놀라신 표정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고만 계신다.
“많이 놀라시고 섭섭하시겠지만 저도 그동안 많은 생각을 하고 내린 결론입니다.
이제 제게는 친척이라곤 큰집식구들 밖에 없는데 나중에 얼굴 붉히고 의절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확실하게 하고 싶어서 그런 것이니 크게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몇 초의 시간이 지났을까? 한표는 담배를 꺼내 피워 물며 긴장을 풀었다.
조카가 갑자기 확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수많은 고객을 만나는 자신이 봐도 노련한 모습이다. 아직 더 얘기를 해봐야 알겠지만 어찌 모르겠나?
저 모습은 산전수전 다 겪은 영업맨의 자세다.
표정과 어투에는 예의와 공손이 빈틈없이 자리 잡았지만 허리를 똑바로 하고 의자에서 등을 떼 엉덩이를 의자 앞쪽으로 당겨 앉은 자세에서 어린 조카의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저놈이 내 조카가 맞나? 어찌 저렇게 변할 수가 있지?
허허 기가 막히네. 괄목상대라더니 불과 보름 만에 어떻게 이런 모습을. 그런데 지금 내 기분은 섭섭하기도 하지만 흥분되기도 하네, 허!‘
“섭섭하기보다 조금 놀랍구나, 많은 생각을 했다니 우선 네 애기를 들어보자. 어떻게 했으면 좋겠니?”
한표는 고액재산가를 많이 상대하는 지점장답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보다 상대의 의견을 먼저 들어보기로 했다.
“우선 첫째로, 저는 큰아버지가 알고 계시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자세히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원하시면 10년 안에 투자하시는 돈의 100배, 15년 안에는 1000배는 벌게 해드릴 수 있습니다. 저를 믿어 주시고 맡겨 주십시오.
둘째로, 사고 후 제게 생겨난 능력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는데 결론은 저의 능력을 이용해 혼자 잘 먹고 잘 살겠다고 마음먹으면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열심히 살면서도 보상받지 못하고 어렵게 사는 이웃과 더불어 같이 잘사는 방법을 찾겠습니다.
큰아버지도 제가 지금보다 엄청나게 부자로 만들어 드릴 테니 더 큰 욕심은 버리고 저와 함께 남을 도우면서 멋지게 사셨으면 합니다. 다 싫으시다면 이번 신도시개발건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그것만 해도 5년 안에 최소 수십억은 버실 수 있을 겁니다.
셋째로, 저를 믿고 도와주시면 수십조는 쉽게 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그 돈으로 남을 도우면서도 멋지게 살까합니다.
저도 최대한 풍족하게 살면서 저를 돕는 사람들 모두 잘 살게 할 자신이 있습니다.
넷째로, 이 모든 일은 큰아버지만 알고 절대 비밀을 지키셔야 한다는 겁니다. 온정으로 주변에 친하신 분이나 처가식구들 끌어 들이지 마시고 혼자서 하셔야 합니다. 큰아버지 외에 어떤 사람도 믿을 수 없습니다. 이점은 꼭 지켜주셔야 합니다.
다섯째, 돈이 필요하시면 이자를 주고 빌리더라도 투자형식은 안됩니다. 물론 나중에 필요한 시기가 되면 우리와 뜻을 같이할 사람을 선별해 투자를 받겠습니다.“
상진이 침착하게 말하고 있는 동안 한표는 온몸으로 흥분감을 만끽하고 있었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수컷승부사의 기질이 되살아나고 있는 중이었다.
10년 안에 100배, 15년 안에 1000배라니, 어떤 사기꾼이 이런 뻥을 치겠는가?
그것도 고딩이 저런 귀여운 표정으로, 저 고딩의 능력은 자신만이 알고 있다.
그런데 사실 그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단다. 그러면서 도와 달라 한다.
믿고 자신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고 고딩인 자신이 주가 되겠다고 하는 것이다.
한표 자신이야 어차피 상진이 없으면 조용히 월급만 받고 은행다녀야 한다.
그것도 겨우 몇 년 만!
그리고 혼자 잘사는 것이 아니고 베풀면서 다 같이 잘살자 한다.
그것도 멋지게!
이게 고딩이 할 소리야?
제 말을 듣지 않고 나만 잘 먹고 살겠다면 수십조를 만져볼 수 있는 사나이의 야망을 접고 수십억만 먹고 떨어지라 하고 있다.
겨우 수십억이라니? 그것도 5년 안에!
오만가지 더러운 꼴 다보며 은행지점장에 올라 있는 자신의 전 재산이 2억 정도다.
지금 한 달 월급이 100만원도 안 된다. 이놈아!
그건 그렇고 수십조? 그게 어떻게 생겨먹은 돈인지 감도 안 온다. 내가 은행지점장인데!
국내 최고재벌을 다투는 삼성이나 현대의 기업을 둘 다 통째로 사도 그 돈이면 충분하다.
이제 사나이 야망에 불이 붙지 않으면 붕알과 같이 동거하는 놈 다 떼야 할 판이다.
나쁜 놈! 큰아버지를 고자로 만들려고 한다.
네 큰엄마 아직 생생하다 사랑스런 조카 놈아!
그리고 뭐 비밀을 지키라고? 내가 미쳤냐? 아니다, 미쳐도 말 못한다.
왜냐? 나보다 돈 많고 힘센 놈 천지에 깔렸는데 그놈들한테 다 바치고 손가락만 빨며 신세한탄하며 늙고 싶지는 않으니까!
마눌님한테도 내가 나쁜 놈 되고 만다.
나중에 돈으로 그 잔소리 다 틀어막을 테니까.
돈으로 갖다 안기면 신혼 때보다 더 잘해 줄 것이다.
투자받지 말고 빌리라고? 하모! 당연하지! 5년 안에 수십 배, 10년이면 100배, 15년이면 1000배라 하는데 그걸 왜 나눠. 은행이자 주고 말지. 내가 은행지점장인데!!!
투자 받으려면 어디에 투자할 지 설명해야 하는데 어느 놈이 내 말을 믿겠어!
사실 은행에서도 VIP고객들은 내 말 저~얼대로 안 듣는다. 오히려 내가 투자할 곳 없냐고 물어 보는데 그 사람들 절대로 안 가르쳐 주고 지 혼자 다 해 먹는다.
그리고 은행에는 안전하게 시중금리보다 조금 높게 준다고 온갖 아양으로 꼬셔야 못이기는 척 남는 돈 넣어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놈! 보통 놈이 아니다. 큰아버지에게 모든 비밀을 다 털어 놓는 어린 조카로 알고 있었는데 어리숙한 표정으로 빙산의 일각만 보여준 것이다. 지금의 이 모습이 본모습이다.
어떻게 저 나이에 저런 모습을 보일 수가 있는 지 상상이 안된다. 조금 징그럽기는 하다.
근데 오히려 저런 모습이 훠얼~씬 믿음직스럽다. 고딩이 저런 말하면 버릇없다고 귀싸대기 맞는다. 그런데 나는 믿는다. 꿈도 믿는데.... 귀싸대기는 고사하고 껴안고 뽀뽀하고 싶어 죽겠다.
가보지도 못한 소련서기장 언제 죽고 어느 놈이 앞으로 방귀 풍길 줄을 앉아서 보는 놈인데 안 믿으면? 내가 바보냐? 나는 절대로 그런 바보가 아니다.
저놈 따라 나도 멋지게 살고 만다!
“그래 좋다. 지금 너의 변화가 무척 놀랍다만 나는 네 말대로 멋지게 살기로 했다.
지금부터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네가 말해봐라.“
한표는 끝까지 큰아버지의 체통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상진은 자신의 승부수가 예상한대로 적중함을 보고 내심 미소를 지었다.
“우선 이해해주시고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일 먼저 얼마나 동원하실 수 있는 지 궁금합니다. 제가 있는 아파트도 담보로 대출받고 큰아버지 동의하에 유산도 찾는다고 보고 말입니다.“
“먼저 어디에 투자할 것인지를 알아야 얼마나 긁어 모을 지를 판단 하겠구나”
“앞으로 3년 후에 서울 인근에 5개 신도시건설계획이 발표 나고 다음 해에 바로 건설에 들어 갑니다.
지금 그 지역에 땅을 사두면 엄청나 이익을 남길 수 있을 겁니다.
지금 최대한 많이 모아야 그 돈을 종자돈으로 100배,1000배 만들 수 있습니다.“
맙소사! 신도시건설이 5군데라니? 지금도 80년대 들어 아파트와 부동산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는 시점이다.
서울로 전 국민이 다 모여드는 것 같다. 한 집안에 최소 한명은 서울서 산다. 당연히 집은 모자라고 모자라면 가격이 오르는 것이 자본주의사회의 기본이다.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은 죽 먹기다.
땅이야 사 놓으면 손해 볼 일도 없다.
“내가 너 땜에 제명에 못 죽겠다. 신도시가 한군데도 아니고 5곳이라니. 최~대한 구해보마.”
최~대한 구해본다는 김 한표의 표정에서 비장함을 느끼며 상진은 다음 계획을 말한다.
“그리고 앞으로 큰일을 해야 하는데 나중에 부동산투기니 세금포탈이니 하는 문제로 발목잡힐 수가 있습니다.
해서 우선 제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받고 은행에 있는 돈을 자본금으로 법인회사를 설립하려고 합니다. 업무용부동산으로 구입할 생각입니다. 세금문제도 있고요.
회사의 지분은 죄송하지만 제가 70%, 큰아버지가 30%로 하면 좋겠습니다. 최초 자본금은 1억으로 제가 7천만원, 큰아버지가 3천만원을 내면 되겠습니다.
대표이사는 큰아버지가 하셔도 상관은 없지만 은행 다니시면서 가능하신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안 되면 제 이름으로 하고요.
큰아버지가 동원하는 돈은 회사의 차입금으로 하고 최악의 경우 신도시건설이 없어도 차입금의 이자와 구입한 부동산은 큰아버지 소유가 될 수 있도록 공증을 하겠습니다.“
허! 점입가경, 이제는 놀랄 힘도 없다. 법인회사설립과 지분문제 차입금, 그리고 최악의 경우에도 이자와땅은 보장하겠다는 공증까지. 공증은 어떻게 알았을까?
그렇게 법인설립과 절차에 대한 일은 큰아버지가 최대한 빨리 처리키로 하고 상진은 다시 어린 조카의 모습으로 돌아가 어색해진 분위기를 풀려고 온갖 노력을 다해야 했다.
- 작가의말
여기 까지가 저번에 삭제당한 부분입니다.
올린 당일 지워져서 못보신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지금까지 1,2편을 제외하고는 삭제가 되어 3편부터는 다시
카운터가 되는 바람에 읽으신 독자분의 숫자가 2편과 3편이
확연히 다릅니다.
가슴을 후벼파는 아픔이.....
기다리신 분들을 위해 다음편 바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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