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게 살자!-6-믿음의 장1
믿음의 장1
친구들이 다녀간 이후로 이놈들은 시도 때도 없이 우리 집을 드나들었다.
혼자 있는 내가 불쌍해 보여서 위로차 그러는 것 같기도 해서 모른 척 웃으며 지냈다.
내심으로는 허전한 마음 한 편을 채워주는 친구들이 고맙기도 했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TV나 신문을 꼭 챙겨 보면서 미래에 일어 날 일들을 떠 올려봤지만 대개의 기억은 희미하거나 정확한 시간들이 기억나지 않고 모호했다.
그중에서도 <국제상사>의 경우는 기업 해체는 확실하지만 그 시기가 정확하지 않은 사건이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5공화국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은 확실했다.
현재는 위험하다는 정도의 소문만 있는 정도였다. 재계7위의 대기업이었던 국제상사가 그렇게 쉽게 무너지는 것을 보며 설마 했던 국민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던 기억은 선명하다.
<율산>과 달리 ‘왕자표고무신’ ‘프로스펙스’로 오랫동안 국민들에게 친숙한 기업이어서 더욱 그러했었다. 나중 알려진 것은 신군부의 기업가회동에 그룹회장이 한시간 늦게 도착해서 괘씸죄로 그리되었다는 소문도 있고 보면 황당하고도 어두운 현실이었다.
2월9일 상진은 토요일 오후 늦게 큰아버지 집으로 갔다.
패션을 전공하는 졸업반 주연누나, 영문과를 다니는 새내기 소연누나와 큰엄마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상진이 밥은 챙겨먹고 다니는 지 걱정을 하시는 큰엄마께 직접 밥과 찌개를 해먹는다고 하니 역시나 믿겨하시지 않았다. 몇 번의 확인 끝에 우리 딸년들 보다 훨씬 낫다며 대견해하신다.
큰아버지 한표가 어두어 질 무렵 퇴근해 오고 곧 저녁식사를 마친 후 거실에서 과일을 먹으며 정치에 민감한 대학생 두 딸과 한표는 다음 주 화요일에 있을 선거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아빠 이번 선거 어떻게 될 것 같아요?”
“이번 선거에는 민주인사들이 대거 출마했으니 야당이 꼭 이겨 다음 대통령선거는 직선제로 뽑고 민주정부를 출범시켜야 할 텐데 잘 될런지 모르겠다.“
“광주사태도 있고 한데 야당이 이기지 않겠어요?”
“한지역구에서 2명을 뽑는 중선거구제라서 민정당인 여당이 웬만하면 당선되지 않겠냐?”
“아빠! 그래도 정당이 9개나 되는데 호남에서 민정당이 되기는 어려울 테고 다른 지역도 여당 한명 야당 한명씩 되면 결국 여당인 민정당이 과반석을 차지하기는 어렵지 않겠어요?“
“그렇게 되면야 좋지”
이때쯤 상진이 슬그머니 대화에 끼어들었다.
“큰아버지. 이번 선거는 여당이 과반석을 넘길 것 같아요”
“응? 상진이도 선거에 관심이 있었냐? 투표권도 없는 학생인데.”
어린 상진이 선거에 관심을, 그것도 선거결과를 이야기하자 의외인 듯 한표가 물어 본다.
“그게 아니고요, 이런 말씀드리면 이상하시겠지만 사고 후에 가끔씩 이상한 꿈을 꾸는데요, 대개는 깨고 나면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이번선거에 대한 꿈은 아주 선명하게 기억나요."
“이상한 꿈을 꾼다고? 사고후유증인가? 머리가 아프거나 하지는 않고?”
상진이 이상한 꿈을 꾼다니 머리가 아프지는 않냐? 어떤 꿈을 꾸느냐? 라는 질문이 계속 이어진다.
“머리가 아프지는 않고요, 이번 선거결과 같은 것은 선명하게 몇 번씩 꿈에 나타나요”.
“그래서 꿈대로 여당인 민정당이 과반석을 차지할 것 같다고 했지만, 설마 그렇게 되겠어요?” “헤헤 그래도 그렇게 되면 끝내 주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여전히 큰집식구들은 선거결과에 대한 관심보다는 상진에 대한 걱정이 앞서 큰 의심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사실 상진이 선거이야기에 끼어들어 슬쩍 미래정보를 흘린 것은 치밀한 계산 하에 이루어 진 일이었다.
선거결과정도야 누구나 예상해 볼 수 있는 일이고 또 확률이 절반이니 크게 의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 원대한 미래계획의 달성을 위해선 큰아버지의 도움이 반드시 있어야한다는 점, 큰아버지의 전폭적인 도움을 받기 위해선 큰집식구들 특히 큰엄마의 지지가 없으면 곤란하다는 점, 그리고 지금 시기를 조금 늦추면 미래에는 엄청난 차이가 발생한다는 점, 무엇보다 상진이 익히 알고 있는 큰아버지와 식구들의 정직하면서도 선한 성품을 믿기 때문에 이런 계획을 실행할 수 있었다.
물론 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별일 아닌 정도의 정보를 슬쩍 가끔씩 흘려 상진의 말이라면 무조건 믿게 신뢰를 쌓아가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진이 가진 능력은 절대로 남이 알아서는 안되는 능력이다. 미래를 다 안다는 것이 알려지면 제명에 죽지 못할 것이다.
그냥 간혹 예지몽을 꾼다는 정도, 딱 그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믿을 수 있거나 자신의 신념과 같은 길을 걸을 사람에게만 허용될 비밀인 것이다.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상진의 능력이 알려지더라도 ‘간혹 예지몽을 꾸는 사람‘ 정도면 별 위험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 상진은 큰아버지 차를 타고 충남 수덕사 근처 이름 없는 야산, 소나무로 아늑하게 둘러싸인 부모님 묘를 찾았다.
이곳에서 태어나 평범한 농부셨지만 상진에게도 따뜻한 분으로 기억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묘가 있는 양지바른 곳, 그 아래 잔디가 아직 제대로 자라지 못해 붉은 흙이 다 드러난 봉분이 보였다.
먼저 조부모님 묘에 절을 올리고 난 후 부모님 묘에 술잔을 따르고 절을 하면서 상진은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부모님은 외동아들인 자신에게 한없는 사랑을 주셨다. 예전에야 그런 사실을 잘 몰랐지만 지금이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흑흑.... 흑흑....“
숨죽여 우는 나의 모습에 큰아버지도 눈물을 훔치시며 어깨를 다독이신다.
“다른 세상에서도 두사람이 너를 지켜보고 계실게다. 네가 열심히 살아야 두 사람도 행복하겠지. 나도 너를 믿는다.“
'예, 엄마 아빠도 그곳에서 행복하시죠? 두분이서만 행복하시니 미안해서 현수아저씨를 저에게 주고 가신 거지요? 부모님이 주신 마지막 선물로 열심히 살아 정말 멋진 놈이 되겠습니다. 두분보다 더 행복하게 살 테니 믿어 주시고 두분도 그곳에서 행복하세요‘
상진이 울음을 멈추고 진정이 되자 한표는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펴고 앉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
"후우“ 담배연기가 허공에 흩어진다.
“저 큰아버지!”
“응! 왜?”
“사실 어제 말씀을 다 안드린 게 있는데요”
“무슨 얘기? 아! 이상한 꿈꾼다는 이야기 말이냐? 왜 어디 아프거나 불편하나?”
“아닙니다, 그건 아닌데 사실 꿈내용이 조금 구체적이고 다른 꿈들도 선명하게 꿉니다.
이번 선거만 해도 호남지방에서 민정당이 한곳도 떨어지지 않고 다 당선된다는 것처럼 좀 구체적으로 꿉니다.
꿈이 아니고 실제로 일어나는 일처럼 선명합니다.“
“아무래도 병원에 가서 다시 정밀검사를 받아봐야 되겠다.”
한표가 걱정스럽게 말을 한다.
“큰아버지, 머리는 조금도 아프지 않고 그냥 이상해서 말씀드리는 것이니 병원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내일부터 개학이라 시간도 없습니다. 이상이 있으면 말씀드릴게요.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신경을 쓰지 말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 또 무슨 꿈을 꾸는 지 말해봐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한표가 재차 물어 본다.
“국제상사가 부도나서 직원들이 시위하는 장면도 꿈에 나오고요, 신문이나 TV에서 요란하게 떠들어 대는 게 꿈에 나와요”
“네가 국제상사가 뭐하는 회사인지 아나?”
“프로스펙스운동화 만드는 회사 아닌가요?”
“그래 맞기는 하다만 네가 아는 것보다 훨씬 큰 회사지, 으음, 그건 그렇고 정말 아프지는 않니?”
“예 정말이에요. 조금만 이상하면 바로 말씀 드릴게요, 그리고 걱정하시니 큰엄마나 누나들한테는 비밀로 해 주세요”
“그래 알았다. 너도 몸이 이상하면 바로 얘기해야 한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래 이제 그만 내려가자”
- 작가의말
우선 6편 먼저 올립니다.
오후에 4,5편 N 자 지워지면 바로 7,8편 올리겠습니다.
계속되는 선호작추가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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