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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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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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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33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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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20,566

작성
23.10.0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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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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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본업 (3)

DUMMY

“진정하라고.”


백민호가 두 손을 들어 보였다.

자신은 싸울 의사가 없다는 뜻이었다.


“미르가 길드원을 죽인 놈들한테 의뢰한다고? 그것도 범죄조직에?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그것도 주요 전력 중 하나인 A랭크를 죽인 자에게 말이다.


“못 믿을만한 일이긴 하지. 하지만 사실인걸?”


백민호가 한쪽 손을 내리고 허공에 집어넣었다.

인벤토리였다.


김윤은 그 즉시 푸른 칼날을 만들어낸 손잡이를 휘둘렀다.

상대가 혹시라도 무기를 꺼낼 수도 있다.


‘그게 아니면 그 마력초 약을 꺼낼 수도 있다.’


그전에 공격해야만 한다.


“이런.”


백민호는 무언가를 꺼내려던 행동을 중단하고 뒤로 뛰었다.

그러나 김윤의 공격은 그치지 않았다.


그는 품에서 지도를 꺼내 그것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로 인해 지도는 종이에서 날카롭고도 얇은 검, 레이피어가 되었다.


김윤은 그것을 곧장 백민호의 심장을 향해 내질렀다.

간결하고도 정확한 일격.

하지만 그것 역시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진정해.”


백민호가 여전히 두 손을 들어 올린 채 말했다.


“나는 싸울 생각이 없다니까? 나는 그저 조용히 그리고 편안하게 살고 싶을 뿐이야. 그리고 그 편안함에는 돈이 많이 들어가는 법이지.”


백민호가 다시금 인벤토리에 손을 집어넣었다.


“또 이 의뢰는 돈을 많이 준단 말이지?”


그는 그곳에서 편지를 하나 꺼내 내밀었다.


“미르의 길드장이 직접 쓴 거야. 확인해 봐.”

“믿을 거 같냐?”


김윤이 왼손엔 레이피어를, 오른손엔 손잡이를 강하게 움켜쥐며 자세를 다잡았다.


“흐음······. 애초에 말이지, 생각해보라고. 네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말이야.”


백민호가 편지를 쥔 손으로 김윤을 가리켰다.


“도시 바깥이지? 허락받지 않은 자가 도시를 빠져나가는 건 범죄고. 그리고 나는 어차피 범죄조직이지. 이게 무슨 뜻이겠어? 이 의뢰를 승낙할만한 이가 우리밖에 없다는 거야.”


그가 편지에 마력을 실은 후 내던졌다.

그것은 마치 암기처럼 날아가 김윤의 발 옆에 처박혔다.


김윤은 아직 의심을 거두지 않은 표정으로 레이피어를 자신의 옆에 박아넣었다.

그리고 편지를 집어 그것을 한 손으로 펼쳤다.


마력이 지배하는 지금의 세상에서 증명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마력.


이러한 편지 또한 마력이 담겨 그것을 통해 진위를 알 수 있었다.

김윤은 그것에 쓰인 내용을 읽으며 담긴 마력을 확인했다.

확실한 박건영의 마력이었다.


‘진짜라고?’


그리고 그 내용 또한 그러했다.

자신에게 의뢰를 요청했던 박건영이 아니라면 알 수 없는 내용이었다.


김윤이 마지막 문장을 읽었다.


『자네가 보상을 통해 가져간 빚을 조금은 돌려받아야겠네.』


‘돌려받는다고?’


그리고 넘겨받은 팔찌를 살폈다.

돌려받는다면 오히려 자신이 들고 있는 이 손잡이와 같은 것을 받아 가야 했다.

그런데 오히려 팔찌를 넘겨준 것이었다.


‘텔레포트 실험을 도와달라는 건가.’


“어때, 내 말이 맞지?”

“······그래.”


무언가 찝찝했으나 이것은 진실이었다.

이렇게 증거가 떡하니 있으니 말이다.


“그것보다 내가 앞서 한 이야기보다 팔찌와 미르에게 집중하는 걸 보니 깨닫지는 못했나 봐?”

“깨달아?”

“정말 모르나 보네. 하긴 그러니까 정부나 길드한테 이용이나 당하고 있는 거겠지.”


백민호가 미소를 지었다.


“네 능력 말이야.”


그리고 손가락을 뻗어 김윤의 주위, 그가 실체화시킨 기억들을 가리켰다.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다 알려주기엔 손해라 힌트 정도만 줄게. 길을 비트는 자, 길을 새기는 자, 길을 잇는 자, 길을 지우는 자.”

“비트는 자, 새기는 자, 잇는 자, 지우는 자······?”

“다른 이름으로도 불리긴 하지만 말이야. 이걸 통틀어 길을 만드는 자라고 부른다. 나머지는 스스로 알아보라고. 내가 또 좀 바빠서.”


백민호가 등을 돌리며 손을 흔들었다.


“가지.”


그리고 대기하고 있던 자신의 부하들과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아름이 있는 방향이었다.


김윤은 그 모습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 이내 편지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그것을 다시금 읽어내려갔다.

여전히 뜻을 알 수 없었다.


또한 백민호가 떠나기 전에 했던 말도 말이다.


‘길과 관련된 네 종류의 사람. 그건 또 뭐지? 미르라면 알고 있으려나.’


박건영이 말하길 자신들은 정보력이 상당하다고 했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것에 대해서도 알고 있지 않을까.


“일단은 돌아가 봐야겠군.”


이 팔찌를 준 이유도, 그리고 편지에 의미와 백민호가 말한 것에 대해 알려면 그것밖에는 없어 보였다.


“라고 했지만 아직 놈들이 간 지 얼마 안 됐으니······.”


백화, 그들은 범죄조직.

그러니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방금은 의뢰 때문에 그냥 왔다지만 가다가 다시 마주칠 경우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지도나 만들다 가야겠군.”


김윤이 다시금 새 종이를 꺼내 들었다.


기억을 읽고 담는다.

여전히 노이즈가 가득한 기억들.


김윤은 그것이 담긴 지도를 바라보았다.

이번에도 새하얗다.

그래도 마력이 희미하게 떠돌고 있기에 무언가 담겼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스킬이 성장해도 아공간에서 읽히는 건 그대로군.’


아니면 스킬의 성장이 부족한 것일까.

김윤이 자신이 만든 연못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곳에서도 스킬을 사용했다.


연못을 향해 그의 마력이 퍼져나갔다.

그리고 주변에 새겨진 기억을 읽어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아공간의 기억을 읽을 때와는 달랐다.


‘이건······.’


그것은 그의 기억이었다.

이 연못을 보았을 때의 그의 기억.

그 자체가 김윤에게 흘러들어오고 있는 것이었다.


“아공간의 기억도 바꾸는 건가.”


그러자 문득 백민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다른 방식이지만 나와 마찬가지로 길을 만들 수 있는 자.


“비트는 자, 새기는 자, 잇는 자, 지우는 자라고 했었나.”


김윤이 자신이 만든 풍경을 살폈다.

그것은 새겼다고 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비틀었다고 해야 하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지웠다고 해야 하는 걸까.


이어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방금 일으킨 마력의 잔재가 옅게 남아 맴돌고 있었다.


머리가 복잡했다.

자신의 능력, 그리고 백민호가 알려준 길을 만드는 자.

마지막으로 미르의 편지까지.

복잡한 일뿐이었다.


“한동안은 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


아무래도 그러지 못할 것 같았다.

김윤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아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물건은 전했나?”


미르 건물의 최상층.

모든 창문을 커튼으로 가린 내부.

그 때문에 바깥이 무척이나 밝음에도 불구하고 내부는 어둠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그럼요. 돈은 확실히 주셔야 합니다?”

“물론이네. 아니, 성공만 한다면 그 이상이겠지.”

“하긴요. 이 도시가 당신의 것이 될 테니까요. 저는 뭐 콩고물이나 좀 주워 먹고? 아니지 제가 판을 만들어줬는데 콩고물은 조금 아쉬울지도?”


백발의 남자가 중앙에 있는 테이블에 두 발을 올린 채 잔에 담긴 술을 들이켰다.

백민호였다.


“하하하, 그러겠군. 고맙게 생각하고 있네.”

“돈을 받았으니 그 값어치를 하는 것뿐이지만요.”

“물론 완벽하진 않았지만 말이야. 신민우가 깨어났다더군. 내가 의뢰한 건 그의 숨통을 끊는 것이었을 텐데?”

“아무리 그래도 혼자서 A랭크 둘을 상대하는 건 무리라서 말이죠. 아니면 내가 정이 너무 많은 건가? 그쪽은 전혀 없는 것 같은데 말이죠.”


백민호가 두 다리를 바닥에 내린 채 박건영을 웃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자기네 길드원을 죽여버릴 정도로 말이죠.”

“죽인 건 자네가 아닌가?”

“의뢰를 한 건 그쪽이죠.”

“하하하······. 좋게 좋게 가세. 어차피 한배를 탄 사이 아닌가?”


박건영이 위압감을 토해냈다.

물론 백민호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그 역시 A랭크의 마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쿠구구구!


애꿎은 방만 마력에 휩싸여 뒤흔들렸다.


“뭐 그럽시다. 저는 도시를 삼킬 마음은 없으니 말이죠.”

“삼키다라······. 아니, 모두를 위한 길이라네. 이대로 간다면 아름은 무너지고 말 것이니. 자네가 ‘보았던 길’ 아닌가?”


박건영이 위압감을 거두고 커튼을 친 창문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커튼을 슬쩍 걷었다.

그러자 그것을 통해 새하얀 빛이 스며들어왔다.

그 모습은 마치 빛으로 이루어진 길처럼 보였다.


그것은 창문을 지나 방을 가로질러 백민호를 가리켰다.


“그리고 그것을 바꾸기 위해 나와 손을 잡은 게 아닌가?”

“글쎄요. 저는 그저 제가 살 수 있는 길을 찾을 뿐이라서.”


백민호가 술잔을 흔들었다.

그것에 담긴 술이 찰랑찰랑 흔들렸다.


“그뿐만이 아닌 모두가 살 수 있는 길이지. 지금의 정부로서는 도시를 지키지 못하네.”

“흐음~.”


백민호가 술잔에 남은 술을 들이켰다.


‘뭐 결국은 자기가 도시 하나를 손에 넣고 싶은 것뿐이겠지만.’


저런 이들은 질리도록 보았다.

세상이 멸망하기 전에도, 그리고 멸망한 후에도.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어떻게든 더 큰 것을 얻으려고 하는 이들.

지금 미르의 길드장인 박건영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의라는 명목에 숨기고 있으나 결국 그가 바라는 것은 아름이라는 도시 그 자체.

자신이 이 도시의 지배자가 되고 싶을 뿐이었다.


‘그중에서도 인내심 하나는 끝내주는 편이네.’


백민호가 박건영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의 계획은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준비되었다.


우선 길드의 설립과 정보력을 바탕으로 성장.

그것을 통해 얻은 자본으로 무구를 만들고 리터너들을 영업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길드를 다시금 성장시켰다.


‘아름의 삼대 길드 중 하나로 말이지. 영악한 늙은이 같으니.’


물론 그것만으로는 지금의 상황에 도달할 수 없었다.

미르가 저지른 짓은 그 이상이었으니 말이다.


‘제1차 재건 원정, 그리고 각 도시에서 일어난 전쟁용 무구로 인한 테러.’


그 모든 것의 배후에는 미르가 존재했다.

그들은 일부러 재건 원정을 방해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도시의 전력 약화.


어차피 외부에서의 습격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지구 재건을 위한 전력은 아직 충분했다.

때문에 마석 던전에 들어간 이들을 방해해 일부의 전력만 줄인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도시에서 일어난 각종 테러.

그것은 전쟁용 무구에 대한 실험과 자금 확보를 위해 미르가 저지른 일이었다.

바로 오늘을 위해서 말이다.


“이제 슬슬 팔찌를 착용해보겠군. 아니, 착용하지 않아도 상관없겠지.”


박건영이 커튼을 다시 치며 자신의 자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뭐가 됐든 오늘의 나는 본업으로 돌아갈 생각이니 말이야.”


그리고는 자신의 자리 위에 있는 명패를 매만졌다.


“길잡이로 사람을 보내라. 시작할 시간이다.”


박건영이 그간 꿈꾸던 야망이 실현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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