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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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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된 충돌 (2)

DUMMY


백민호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새카맣고 기다란, 그러나 한 손에 쏙 들어오는 그것.

그것은 마력초를 담은 궐련형 흡입기.


“아무래도 불합리한 길을 받아서 이런 게 없으면 상대가 안 되더라고.”


그는 그것을 입으로 가져간 후 흡입했다.

그러자 그의 체내로 정제된, 고순도의 마력초의 연기가 빨려들어갔다.


“후우.”


그리고 그것이 폐를 순환하며 다시금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동시에 그의 마력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아, 약에나 의존한다고 하지 말아줘. 나는 너처럼 기연이 가득한 몸이 아니거든.”


백민호가 김윤의 주먹을 가리켰다.

정확히는 그가 그것으로 내뿜었던 기이한 힘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마력 성장 폭이 적단 말이지? 너나 다른 만드는 자들은 각성하는 것으로 마력의 양이 증폭됐는데 말이야.”

“약쟁이가 핑계 대지 말지?”


김윤이 빠르게 거리를 좁혔다.

자신이 쏟아낸 모든 스킬이 사라진 이상 그를 막기 위해서는 쓰러뜨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죽여서는 안 된다.’


죽이고 싶다.

그를 죽일 이유는 충분하다 못해 넘쳐 흐른다.

하지만 죽일 수 없었다.

죽여서는 안 됐다.


백민호가 길을 만드는 자였으니까.

길을 만드는 자는 한 세계에 딱 한 번만 나타나니까.


그들은 죽여도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

힘이 전도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멸망을 막기 위해서는 그를 죽여서는 안 됐다.


‘빌어먹을 새끼.’


그렇기에 그것을 알고 이렇게 움직이는 거겠지.

김윤은 주먹에 힘을 더욱 불어넣었다.


백민호는 길을 만드는 자, 그리고 마력초를 복용했다.

웬만한 공격으로는 충격을 받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김윤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죽지 않을 정도로 충격만 주는 것이.


기억의 지대.

그것을 통해 기억을 끌어온다.

그것은 백민호가 받았던 충격이 새겨진 기억.

그리고 그것에 새기는 힘을 담는다.


필연.

백민호를 괴롭혔던 충격이 다시 재현된다.


김윤의 주먹에 무형의 기운이 담겼다.

그리고 백민호의 복부에 틀어박혔다.


“커헉!”


그 통증에 비명을 지르는 백민호의 몸.

그러나 그의 정신은 뚜렷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파악했다.


“이거로군.”


그가 새기는 길을.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김윤은 뒤로 물러섰다.

이어 길을 새기며 그곳에다가 마력을 쏟아부었다.

사방에서 화염이 쏘아지며 하나의 점을 향해 날아갔다.


김윤이 새긴 길을 타고 날아가는 불길.

그러나 그것은 명중하지 못했다.

길을 타고 날아갔음에도 말이다.


“비틀었다.”


백민호가 길을 비틀었기 때문이었다.


콰앙!


새겨졌던 길이 서로 뒤엉키며 화염이 뒤엉켰다.

그리고 서로 충돌하며 폭발을 일으켰다.


“이게 비트는 자······.”


길이 비틀렸다.

그것을 직접 새겼던 김윤은 알 수 있었다.


‘두 번의 충돌로 알게 된 건가.’


분명 처음에는 비틀지 못했다.

그의 필연에 대응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가 새긴 길을 확실하게 비틀었다.


‘길의 힘으로는 상대할 수 없는 건가.’


김윤은 길을 새기려던 것을 거두고 품에서 지도를 한 장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것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지도가 불타오르며 그의 손에 검이 한 자루 쥐어졌다.

이어 그는 지도를 한 장 더 불태웠다.


그러자 이번에는 반대 손에 손도끼가 하나 들렸다.


“팔 다리 하나쯤은 없어도 길은 비틀겠지.”


양손에 무기가 들리는 즉시 쇄도하는 그.

빠르게 거리를 좁힌 그는 오른손에 들린 검을 우선적으로 휘둘렀다.


그러자 백민호가 팔에 마력을 둘러 막아냈다.

그것은 금속으로 변했고, 그 위에 다시금 마력을 흘려보냈다.

푸르게 타오르는 금속 건틀릿.


카앙!


그것은 휘둘러진 검을 가볍게 막아냈다.


김윤은 개의치 않고 반대 손에 들린 도끼를 수직으로 내리찍었다.

백민호 역시 반대 손에 똑같이 철갑을 두르며 그것을 막아냈다.


“길은 더 안 새기네? 아니면 박투가 취향?”


김윤은 휘둘렀던 무기들을 회수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무기에 마력을 담으며 다시 휘둘렀다.


건틀릿과 검, 그리고 도끼의 충돌.

그것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베어내야하는, 찍어내야 하는 검과 도끼는 그러지 못했다.

막아내야하는, 지켜야하는 건틀릿 역시 그러지 못했다.


콰지직!


도끼가 건틀릿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었다.

그 안에 서려진 마력을 꿰뚫지 못한 것이었다.


“더럽게 단단하시네.”


김윤이 도끼를 손에서 놓았다.

이어 검을 양손으로 붙잡으며 마력을 불어넣었다.


검을 타고 피어나는 화염이 폭풍.

김윤은 그것을 곧장 내던지며 품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꺼내 드는 지도 한 장.

그것은 곧장 불타오르며 그의 손에 두 자루의 권총을 쥐어주었다.


타앙! 탕!


최후의 한 발.


두 자루의 권총이 동시에 불을 뿜었다.

그리고 동시에 산산조각이 나 흩어졌다.


“큭!”


위력과 명중률을 극대화한 총탄이 하나는 건틀릿, 하나는 백민호의 어깨를 파고들었다.

허공에 흩날리는 선명한 핏방울.


김윤은 곧장 기억을 재현했다.

그러자 그의 몸이 시간이 되감기듯 움직였다.

부서진 총들이 다시 조립되며 그의 손에 쥐어졌다.


타앙!


다시금 불을 뿜으며 산산조각이 나는 총.

최후의 한 발이 다시금 발동된 것이었다.


총탄이 맹렬한 기세로 날아가 백민호의 허벅지를 파고 들었다.

그러자 균형이 무너지는 그.


김윤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주먹을 휘둘렀다.


콰르릉!


우렛소리가 울려 퍼지며 푸른 섬광이 점멸했다.


백민호의 전신을 꿰뚫는 뇌전의 꽃.

이어 그것은 자신이 출발한 곳으로 회귀하며 다시 그를 노렸다.


“비튼다.”


하지만 거짓말처럼 그의 몸을 비켜갔다.

그의 전신에서 내뿜어지는 마력의 발현, 마력의 안개 때문이었다.


그의 고유 스킬, 시공간의 뒤틀림.

그간 커다란 뒤틀림이 없었기에 김윤은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


“무슨?”


마력의 안개에 맞닿아 사방으로 튀어나간 번개.

그리고 그 안개는 순식간에 퍼져나가 김윤을 휘감았다.


‘몸이 느리다.’


그러자 그의 몸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그 안개 속에 일어난 변화였다.


시간이 뒤틀렸다.

시간의 흐림이 느려지며 몸이 느려진 것만 같은 현상을 선보이는 것이었다.


“좋은 비틀림이 걸렸네.”


백민호는 씨익 웃으며 마력을 쏟아부었다.


화염이 하늘을 뒤덮어 퇴로를 막아섰다.

대지에선 암석이 뾰족하게 솟구쳤다.


“큭!”


김윤은 곧장 몸을 날려 그것을 피해냈다.

시간이 느려지는 것은 김윤 만이 아니다.

안개에 있는 모든 것이다.


그렇기에 공평하게 느려지는 모든 것.

때문에 피하는 것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그 안에서라면 말이지.”


그러자 안개의 바깥에서 바위 송곳이 추가로 솟구쳤다.

그것은 그 즉시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내부에 품고 있던 냉기를 쏟아냈다.


그것은 주변을 얼렸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뇌전과 섬광이 쏘아져 얼음 사이를 휩쓸었다.


김윤은 곧장 마력을 방어막으로 둘러 공격을 막아냈다.

막을 수 없는 것은 필연을 사용해 피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실현시켰다.


하지만 백민호의 공격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섬광과 뇌전의 에너지로 얼음이 녹았다.

그것은 물로 변해 바닥에 스며들었다.


콰드득!


물이 스며든 곳에서 수많은 식물이 자라났다.

그것은 하나하나가 두터운 채찍.

모두 김윤을 향해 휘둘러졌다.


김윤이 그것을 모두 피하고 막아내자, 이번엔 식물이 갈라지며 어둠을 토해냈다.

일대가 어둠에 잠겼다.

그러자 그것을 휘감는 폭풍이 일어났다.

말 그대로 어둠의 폭풍이었다.


콰과과과!


순식간에 쏟아지는 수많은 공격들.

김윤은 어쩔 수 없이 계속해서 길을 새겼다.


필연.

필연.

필연.


피하는 운명이 그의 몸을 휘감았다.

막아서는 운명이 그의 몸을 휘감았다.

꿰뚫는 운명이 그의 몸을 휘감았다.


그것은 모두 김윤이 새긴 길이었다.

그렇기에 비트는 것이 가능했다.


피하는 운명의 길이 비틀렸다.

그러자 어둠의 폭풍이 그를 후려쳤다.


막아서는 운명이 비틀렸다.

그러자 마력을 휘감은 건틀릿이 그의 가드를 일부 뚫고 뺨을 후려쳤다.


꿰뚫는 운명이 비틀렸다.

그러자 모든 것을 꿰뚫을 기세로 날아간 창이 가로막혔다.


“그렇군. 길을 만드는 자 사이에도 상성이라는 게 존재하는 거였어. 그런 거라면 이렇게 보잘 것 없는 것도 이해가 되는군.”


백민호가 주르륵 흐르는 코피를 닦아내며 중얼거렸다.


“그런 거라면 강제로 협력을 얻어낼 수 있겠어.”

“뭘 중얼중얼거리는 거냐.”


부러진 팔을 치유한 김윤이 다시금 달려들었다.

짙은 살의가 느껴지는 검격.

그것은 혼잣말을 내뱉던 백민호의 어깨를 갈라냈다.


“이야~. 살기가 아주 짙네 짙어. 응?”


그가 비틀거리며 상처 부위를 움켜쥐었다.


“하지만 죽이면 안 되잖아? 내가 길잡이의 모두를 죽여도.”


김윤이 대검을 휘둘렀다.

지도로 새롭게 만들어낸 무기였다.


“도시의 모두를 죽여도.”


백민호가 다시금 건틀릿을 만들어 대검을 막아냈다.


“너랑 나는 다르지 않아. 아니, 원래는 달랐겠지.”

“닥쳐.”

“하지만 지금 네 눈빛을 보면 알 수 있어. 죽였구나. 그것도 아주 많이.”


백민호가 씨익 웃었다.


“닥치라고.”

“이제 죽이는 건 아무렇지도 않지? 하긴 멸망을 막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익숙해져야 한다고. 조금이라도 살아남기 위해선 누군가가 죽어야 해.”


김윤이 대검에 힘을 더욱 불어넣었다.

백민호 역시 건틀릿에 힘을 더욱 불어넣었다.


“그게 세계가 만들어낸 좆같은 길이니까.”


백민호 역시 분노를 토해냈다.

그러나 김윤의 것과는 다른, 차갑고 무거운 분노.


백민호가 마력을 터트리며 김윤을 밀어냈다.

그리고 다시금 그의 복부에 주먹을 꽂아넣었다.


“크헉!”


폐에 담아두었던 숨을 토하며 바닥을 굴러가는 김윤.


“김윤, 기회를 주마. 그렇게 데려가고 싶다면 데려가라. 하지만 네가 데려갈 수 있는 건 단 한 명이다. 그리고 그 이후로 다시는 내가 하는 일에 관여하지 마라.”


백민호가 위압감을 쏟아냈다.


“어차피 네 힘으로는 상성상 나를 이길 수 없으니까. 필연이랬나? 네 필살기도 막히잖아.”

“웃기지 마.”


김윤이 몸을 일으켰다.


“전부 데려간다.”

“하아······. 데려가서 뭘 하려고? 이대로 아공간에 갇혀서 벌벌 떠는 놈들이랑 같이 멸망이나 맞이하려고? 우린 멸망을 막아야 해. 그리고 이게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방법이야. 응?”

“그런데 왜 다른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았을까. 왜 조종이라는 방식을 쓰고 있을까. 그러는 너야 말로 알고 있는 거잖아.”


김윤이 다시금 지도를 불태웠다.


“네 방식이 옳지 않다는 걸.”


지도가 불타오르며 그의 손에 장검 한 자루 쥐어졌다.


“너도 알고 있으니까 설득을 포기하고 조종이라는 수단을 쓴 거겠지. 내가 아는 지우 씨라면 세상을 위한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설 사람이거든.”

“궤변이네. 잠깐 마주한 사람을 모두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적어도 너보다는 대화를 많이 했을걸? 다 보이거든.”


김윤이 마력을 움직였다.


“네가 왜 그렇게 움직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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