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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이다

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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촐물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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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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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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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 (4)

DUMMY


첫 지역을 막아낸 김윤과 일행.

그들은 혼자 힘으로 막아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각자 흩어지기로 했다.


물론 길은 이지우가 열었다.

그녀가 허공에 네 갈래로 찢어발겼다.


그것을 김윤이 길을 보탬으로 안정성을 더하고, 마력의 소모량을 줄였다.

이지우도 결국 다른 곳에서 싸움을 벌여야 할 테니 말이다.


이후 그들은 각자 하나의 길에 올라 세계에서 일어날 전쟁의 조짐을 막기 시작했다.

시간은 그리 길게 걸리지 않았다.


그들의 힘은 평범한 마력에게 매우 치명적이었으니까.

더군다나 길의 힘을 가진 그들.

그들은 웬만한 A랭크보다 한참은 강했다.


그렇게 하루만에 모든 전쟁의 조짐을 종결시킨 그들.

그들은 다시금 길잡이로 복귀했다.


“너무 쉬운데?”

“확실히요. 이건 멸망이 아닌 것 같아요.”


김윤이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에 빠졌다.


‘이건 그저 인간의 본성에 불과한 건가······.’


김윤이 대충 의자를 끌어와 그 위에 몸을 앉혔다.

피로감이 가득했기에 그것으로는 나아지지 않았다.

수면이 필요했다.


주은서가 그런 김윤의 곁으로 다가왔다.


“들어가서 좀 주무세요. 지우씨도요. 오늘 다들 피곤하잖아요.”

“그래.”


김윤은 다시 몸을 일으켜 방으로 향했다.

이지우 역시 인사를 건넨 후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백민호는 이곳에서 머물지 않았기에 길잡이를 빠져나갔다.


주은서는 그 뒷모습을 보며 투덜거렸다.


“저딴 놈이랑 계속 같이 있어야 하나.”


그러나 별 수는 없었다.

아직 멸망은 도래하지 않았으니까.

아직은 협력관계를 유지해야만 했다.


그래야만 멸망을 막을 수 있을 테니까.


도대체 멸망은 언제 찾아올 것인가.


‘올거면 차라리 일찍 오지. 아니면······.’


그녀가 김윤이 향한 복도를 바라보았다.


‘영원히 오지 말거나.’


그러나 그녀의 바람이 이루어지는 일은 없었다.

멸망이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



방에 들어가 침대에 몸을 던진 김윤.

그는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견디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것을 다시 떴을 때.


그는 전혀 다른 공간으로 옮겨져 있었다.


“여긴······?”


아공간과는 다른 이질감.

그러나 같은 풍경.


아공간의 중심이었다.


“또 온 건가.”


그날 이후 한동안 오지 못했던 곳.

조건조차 알 수 없기에 매번 랜덤하게 오는 곳.

그렇기에 이젠 놀라지도 않았다.


김윤은 무덤덤하게 주변을 살폈다.

이번엔 무슨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


매번 올 때마다 다른 변화가 일어나던 이곳.

그때였다.


김윤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푸른 마력.

저번에 왔을 때 그를 감싸던 따스한 그 마력이었다.


동시에 이것과는 다른, 그림자의 마력 또한 느껴졌다.


그림자는 김윤에게 상당한 적대감을 내비쳤다.


“새기는 자. 어째서 ‘나’가 너를 택했는 지는 모르겠다만······. 모든 세계는 멸해야 한다.”


새카만 그림자가 사람의 형상을 띄웠다.

얼굴과 옷과 같은 것이 없기에 그저 새카만 마네킹과 같은 모습이었다.


“어째서죠?”

“그 모든 마력이 본래 ‘나’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환원되어야 한다.”

“그럴 거면 애초에 나누지 말았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니, 만들지를 말았어야지.”


김윤 역시 그림자에게 적대감을 내비쳤다.

그의 전신에서 그림자와 같은 새카만 마력이 치솟았다.


“만들고 부수고, 멸망에 발버둥치는 것을 보는게 취미인가?”


김윤이 그림자를 향해 도약했다.


“너희는 대체 뭐지?”

“‘나’, 그리고 우리는 우주다.”


그림자가 응수했다.

그가 쏟아내는 적대적인 마력이 김윤을 휘감고 바닥에 처박았다.


마치 거센 물살에 휘말린 것만 같았다.

저항할 수 없었다.


“또한 너를 만든 것 역시 내가 아니다. ‘내’가 만들었지. 그렇기에 나는 네가 멸하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멸하길 바란다. 피조물아.”


그림자가 허공에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곳에 자그마한 블랙홀이 만들어졌다.


“아무래도 ‘내’가 틀린 것 같군. 너는 막을 수 없다. 인정해라, ‘나’.”


블랙홀이 떨어졌다.

동시에 주변에 모든 것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곳곳에 생긴 포탈이 쏟아내는 마력.

그리고 김윤을.


그러나 김윤은 그것에 집어삼켜지지 않았다.

푸른 마네킹이 그의 앞을 막아섰기 때문이었다.


“이 세계가 마지막으로 해내줄 겁니다. ‘나’.”

“아니, 그 나약한 피조물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 사태를 일으킨 것도 피조물이죠.”

“그래, 애초에 만든 것이 문제였다. 지성이 있는 생명체는 우주에 필요 없었어.”


그림자가 수많은 블랙홀을 만들어냈다.

푸른 마네킹은 그것을 바라보며 따뜻한 기운을 발산했다.


“나는 네가 만든 모든 것을 멸해 마력을 환원할 것이다. 그리고 그 건방진 피조물에게 우주의 차가움을 선사하겠다. 다시 무로 돌아가는 것이다. ‘나’.”

“아니요. 저는 버릴 수 없어요. 그들이 있기에 우주가 찬란해지는 겁니다.”

“그 빛이 나를 불사르고 있다.”

“그것이 그의 선택이라면 저는 존중하겠어요.”


그림자가 크게 소리쳤다.


“그 선택과 나의 선택이 뭐가 다르지? 놈은 결국 네가 만든 모든 것을 집어삼킬 거다! 그것은 온 우주를 멸할 것이다-!!”

“그렇기에 이 아이를 데려온 거예요. 이 아이의 뜻이 그 선택을 막을 테니까요.”

“모순적이구나.”

“그렇기에 당신이 이곳에 있는 거니까요. ‘나’.”


그림자가 힘을 거두었다.

마네킹 역시 기운을 거두었다.


“그러나 실패할 것이다.”

“그렇기에 당신의 멸망을 용인하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우주가 멸할 것이니. 나의 멸망은 시련이 될 것이다.”


그림자가 김윤을 직시했다.

그러자 세상의 모든 것이 자신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기지 못하면 다음 제물이 될 것이고, 이긴다면 살아남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싸움을 벌일 것이다.”


그림자가 손가락을 뻗었다.


“세계에 멸망과 죽음을.”

“세계에 탄생과 수호를.”


마네킹이 김윤을 껴안았다.

그러자 그때 느꼈던 따스한 기운이 김윤에게 스며들었다.


‘돌아가는건가.’


늘 이곳에서 벗어나던 그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이것이 나와 ‘나’의 합의점이란다. 미안하구나. 나는 지켜볼 수밖에 없단다. 부디 이겨내다오. 그리고 이어지는 소멸을 막아다오. 나는······. 할 수 없구나.”


마네킹이었다.

얼굴조차 없는 마네킹.

그런데 그것이 그에게 미소를 지었다.


김윤은 알 수 있었다.



***



창문을 통해 내리쬐는 햇빛.

김윤은 그 눈부심에 눈을 떴다.


위치는 자신의 침대.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가 꿈을 꾸듯 겪었던 일만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건 대체 뭐지······.’


정말로 꿈인 것일까.

아니, 아니다.

그는 이미 여러번 그곳에 다녀왔으니까.


그곳은 아공간의 중심.

지구의 중심.


그렇기에 그것은 생생하며 잊혀지지 않는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니까.


그렇기에 김윤은 그곳에서 그림자가 내뱉었던 말을 떠올렸다.


멸망이 찾아올 것이다.


이제 이 세계에 멸망이 찾아오는 것이다.


‘역시 그건 멸망이 아니었군.’


그냥 인간의 본성에 불과했던 것일까.


김윤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창가로 다가갔다.


그럼 이제는 어떠한 멸망이 자신을 찾아올 것인가.


그때였다.


콰아아아앙!!


저 멀리서 들려오는 굉음.

시청쪽이었다.


“뭐?”


김윤은 곧장 몸을 날렸다.


위치는 폭발이 일어난 곳, 시청.


‘습격인가?’


갑작스러운 폭발.

외부에서 누군가 잠입해 습격을 한 것일까.


이유는?


마석을 뺏기 위해?

아니면 그저 자신들을 추방한 이들의 복수?


김윤은 시청에 도착하는 즉시 마력을 펼쳐 기억의 지대를 펼쳐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일어났던 기억을 읽었다.


동시에 원인을 찾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욱하게 피어난 흙먼지.

김윤은 그것을 뚫고 기억을 읽어냈다.


폭발이 일어난 곳.

이유.


그것은 시청의 지하.

그리고 이유는 알 수 없다.


그저 마석이 폭발했다.


그사이 그 폭발에 사방에 있던 리터너, 그리고 길을 만드는 자들이 모여들었다.


“사장님! 이게 무슨 일이에요?”

“마석이 폭발했다.”


김윤은 자신이 읽은 기억을 전했다.

백민호가 그 기억에 의문을 표했다.


“마석이 폭발했다고?”


지금까지 없었던 일이다.

그저 유용한 연료였지 않은가.


아니, 폭발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을 이용해 무기도 만들 수 있었으니까.

그것은 그만큼 방대한 마력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이 폭발은 무언가 다르다.

인간의 짓이 아니다.

그렇다고 자연적인 폭발도 아니다.


이질적인 기운.


“뭔가 온다.”


김윤이 마력을 일으켰다.

그러자 백민호 역시 마력을 뽑아내며 폭풍을 일으켰다.


흙먼지가 폭풍에 집어삼켜져 사방으로 날아갔다.

그러자 그 중심에 있던 것이 드러났다.


산산조각이 난 시청 건물.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기이한 생물.


“늑··· 대?”


흑철로 이루어진 거대한 늑대.

그의 전신에서는 연신 짙은 마력이 피어났다.


“칸트로프.”


김윤은 그의 정체를 깨달았다.

마지막 마석의 주인.

그리고 그가 쓰러뜨렸던 존재.


그런데 그 존재가 지금 그들의 앞에 다시금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아니, 그것만이 아니다.


그의 전신에서 꿈틀거리며 휘감기는 넝쿨.

그것들이 황금빛 섬광을 사방으로 쏘아냈다.


섬광이 사방을 불태우며 공간을 일그러뜨렸다.

모든 방어를 비틀어 관통하며 공격을 억지로 성공시켰다.


“나··· 나는 마··· 마··· 마석의 수··· 호자.”


칸트로프가 어눌한 말투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카, 칸··· 트, 케··· 일로······.”


그러다가 갑자기 자신의 심장에 손을 처박고는 몸에 감긴 넝쿨들을 찢어냈다.


“아··· 니. 나는 칸트로프다.”


그의 안광에 시퍼런 빛을 내뿜었다.


“우주의 뜻에 따라 멸망을 선사하겠다.”


칸트로프가 강철로 이루어진 발톱을 크게 휘둘렀다.

그리고 포효했다.


“모두 멸망해라! 나의 세계처럼-!!”


그의 발톱이 대지를 찢어발기며 섬광을 토해냈다.


대지가 새긴 상흔에서 섬광이 솟구치며 비처럼 쏟아졌다.

비가 쏟아진 곳에선 풀들이 자라나고 그것들이 지상의 생명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마, 막아!”


리터너들이 소리치며 갑작스러운 재앙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도시 한 가운데에 갑작스레 나타난 마석의 주인.

그것은 거대한 재앙이나 다름 없었다.


더군다나 저번과는 다른 형태의 모습.

힘또한 다르다.


“케일룬의 힘이 섞여있다.”


이게 그림자가 말했던 멸망인 것일까.


김윤은 기억의 지대를 통해 필연을 일으켰다.

본격적으로 멸망이 시작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 증거로 같은 시각.

전 세계적으로 아름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길을 만드는 자들이 휴식을 가진 사이, 다른 나라의 마석을 빼앗는 일은 다시금 일어났다.

그리고 그 마석들은 하나같이 재앙을 몰고왔다.


콰아아아앙-!!


지금 아름에서 일어난 것과 같은 절망적인 멸망의 시작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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