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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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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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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20,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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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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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잉그 (13)

DUMMY


발테를 구경하는 리아나와 그 뒤를 쫓는 레자르.

리아나는 해맑은 미소를 띄우며 잉그의 수도를 구경했다.

마치 이 뒤에 있을 자신의 최후를 모른다는 듯이 말이다.


“넌 두렵지 않나?”

“뭐가요?”

“이곳을 모두 둘러보면 넌 죽는다.”


레자르가 검 손잡이를 매만졌다.


“어차피 저는 그곳에 남았으면 죽었을 거예요. 오히려 많은 것을 볼 수 있어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그녀가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


“물론 두려운 것도 아니고, 아쉬운 게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


레자르는 목구멍까지 차올랐던 말을 도로 삼켰다.

그리고 자신을 의심했다.


그렇다면 도망쳐라.

어째서 자신은 그런 생각을 품은 것일까.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의 떨리는 동공이 그녀의 모습을 담았다.

어딘가 씁쓸한 미소였다.


“······그래.”


그는 이때 무언가를 말하지 않았던 것, 그것을 후회했다.


발테의 구경이 끝난 그들.

이제 그들에게 정해진 운명은 단 하나였다.


스릉.


레자르의 허리춤에서 검이 섬뜩한 소리를 흘리며 뽑혀나왔다.

날카로운 칼날이 마력을 머금었다.


리아나는 눈을 꾹 감고 그것이 자신의 목을 도려내는 것을 기다렸다.


이제는 그녀의 마력을 회수할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의 손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와 마찬가지였다.


“그러고보니 잉그의 아이가 없군.”


레자르가 검을 거두었다.


“그럼 회수를 할 수 없으니 지금은 죽일 수 없다.”

“······네?”


리아나가 눈을 떴다.

그러자 레자르가 검을 도로 회수하는 모습이 담겼다.


“아니, 그럴 필요 없어.”


그때였다.

그들의 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륜이 마력을 통해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앉고 있었다.


“······륜.”

“약속은 끝났나보군?”


륜이 품에서 잉그의 아이를 꺼내들었다.


“받아라.”


그리고 레자르에게 내던졌다.


“이제 죽일 수 있겠지?”


잉그의 시선이 레자르의 두 눈에 꽂혔다.

자신의 두 눈을 피하지 말고 진실을 말하라는 뜻이었다.


레자르는 그 시선을 피했다.


“물론이다.”


그리고 다시금 리아나를 향해 다가갔다.


“수호자님······.”


그녀는 그런 레자르의 표정을 바라보았다.

일그러진 표정.

그 격한 감정이 그녀에게도 느껴졌다.


그것을 느끼자 그녀는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레자르가 검을 뽑아들고 그녀의 목에 겨누었다.


“베어라. 레자르.”


레자르가 고개를 푹 숙였다.

이 감정은 대체 무엇일까.


맨 처음 그녀와 만났을 때와는 또 달랐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아니, 수백년을 살아온 그에게는 무척이나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시간이 그에게 무언가 변화를 일으켰다.


“저는 사실 아쉬운 게 하나 남아있었어요.”


그녀가 검의 날을 움켜쥐었다.


“제가 전에 말했던 걸 기억하시나요?”

“······뭘 말이지?”

“왜 우리는 이렇게 태어났을까요. 우리는 왜 사랑을 알지 못할까요. 저는······ 마지막으로 그게 알고 싶었어요.”

“나는······.”


륜이 소리쳤다.


“레자르! 넌 지금 놈의 마력에 현혹됐다. 죽여!”


‘현혹됐다고? 내가?’


레자르가 멍하니 리아나를 바라보았다.


“놈에겐 잉태의 마력, 어머니의 힘이 있다. 속지 마라. 우리의 사명을 떠올려라!”

“나는······.”


현혹되지 않았다.

그것만큼은 확실했다.

그렇다면 이 감정은 무엇인가.

그녀의 저 표정은 무엇인가.


하지만 그는 해답을 얻을 수 없었다.

리아나의 미약한 마력이 그의 검을 움직였고, 스스로의 목숨을 끊어냈으니 말이다.


“리, 리아나!”


레자르가 쓰러지는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동시에 그녀의 이름을 외쳤다.


처음이었다.

그가 그녀의 이름을 부른 것이 말이다.


리아나가 피로 물든 손으로 레자르의 뺨을 쓰다듬었다.


“이 감정은··· 뭘까요?”


그녀가 싱긋 웃었다.

그리고 서서히 식어갔다.


“더 함께······ 더 많은 것들을 보고··· 싶었는데······.”


그녀의 손이 힘을 잃고 떨어졌다.


“이게······.”


그리고 말이 끊어졌다.

동시에 레자르의 품에 있던 잉그의 아이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죽었다는 뜻이었다.


“회수해라 레자르. 마지막 조각이다.”


레자르는 아무 말 없이 잉그의 아이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마력을 회수했다.


모든 마력을 집어삼키자 작은 구체가 하나 떠올랐다.

푸르스름한 빛을 품은 그녀의 영혼이었다.


“귀를 귀울이지 마라. 살고 싶어 한 발버둥에 불과하다. 너도 알지 않나. 우리에겐 특정 감정이 존재하지 않아. 그게 우월한 종족이라는 증거고.”

“······알고 있다.”


륜이 레자르의 손에 들린 잉그의 아이를 빼앗았다.


“나는 먼저 가서 준비하고 있겠다. 다른 수호자도 모였으니······.”


그리고는 푸른 영혼을 향해 마력을 쏘아냈다.


콰과과과!


마력이 영혼을 집어삼키며 그것을 소멸시켰다.


“너도 빠르게 합류하도록. 이제 어머니를 되살릴 거다.”


레자르는 륜이 사라진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가 어느정도 멀어지자 푸른 마력을 손바닥 위로 꺼내들었다.


리아나의 영혼이었다.


륜이 소멸시키기 직전, 자신의 마력으로 똑같은 형태로 구현한 후 바꿔치기한 것이었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은 무엇일까.

그는 그것이 알고 싶었다.

그렇기에 그녀의 영혼을 챙긴 것이었다.


‘어머니를 살릴 정도의 마력이라면 다른 잉그 한 명쯤은 살릴 수 있을 거다.’


그렇게 그녀가 다시 평범하게 되살아난다면.

그렇게 된다면 자신이 가지게 된 이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겠지.

그리고 그녀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무엇인지 온전히 깨달을 수 있겠지.


레자르는 영혼을 마력으로 감싼 후 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륜과 마찬가지로 거대한 나무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곳엔 이미 네 명의 수호자가 모두 모여 세계의 아이를 둘러싸고 있었다.


“왔군, 레자르.”


그를 가장 먼저 반긴 것은 카일이었다.


“그래.”

“마침 준비도 끝났네. 이제 어머니의 영혼만 꺼낸다면.”


카일의 시선이 륜에게 향했다.


그러자 륜은 레자르를 흘끗 바라보다 품에서 영혼을 꺼내들었다.

그사이 베일룬은 마력을 이용해 세계의 아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품고 있는 막대한 마력.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술식을 박아넣는다.

그리고 그들이 바라는 육신을, 영혼을 담을 그릇을 창조한다.


가능하다면 과거 어머니가 가졌던 몸을 되살리는 방향으로.

그것이 개의치 않는다면 새로운 육신에 어머니가 깃드는 방향으로.

더욱 완벽한 육체로서 말이다.


콰과과과과과!


세계의 아이가 내뿜는 마력의 폭풍이 내부를 집어삼켰다.

가구들이 박살나고 폭풍이 사방을 휩쓸었다.

수호자들 역시 눈을 뜨기 버거울 정도의 마력이었다.


세계의 중심에 마력을 불어넣고 있는 베일룬이 소리쳤다.


“어머니 돌아오소서!”


그러나 그 결과는 그들이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꾸드드득.


쏟아지는 마력을 집어삼키고 태어난 존재.

그것은 그들의 어머니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한 가지를 깨닫게 되었다.

창조의 힘.


그것이 세계의 아이에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들은 거대한 마력으로 태어난 괴물을 쓰러뜨리고 다시 세계의 아이에 접촉했다.


“실패한건가······.”

“아니, 길을 찾은 거다.”


레자르가 그 안에 담긴 창조의 힘을 꺼내 들었다.


새하얀 빛.

아주 작지만 강렬한 그 빛이 그의 손가락 위에 달라붙었다.


“그건······?”


륜이 그 힘을 건네 받았다.


“신의 힘이로군.”

“신의 힘이라고?”

“그래, 이걸 이용한다면 우린 영원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륜이 수호자들을 순서대로 바라보았다.


“다시는 어머니를 잃지 않고, 영원히 우리가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세상을 말이다.”


그것이 그들이 창조와 파멸을 집어삼키게 된 계기였다.


어머니를 살리려고 한 일을 통해 알게 된 신의 존재.

그리고 힘.


그렇기에 그들은 그것을 찾아냈고, 그리고 빼앗았다.

물론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한낱 피조물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그들이 택한 것은 네 명의 수호자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

또한 그것을 통해 창조와 파멸을 억제하며 천천히 흡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창조와 파멸을 직접적으로 마주하며 생각을 바꿨다.

잉그가 세계를 영원히 지배할 수 있는 세상.

그러나 세계는 그들의 것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창조와 파멸으로 인해 모두가 잃을 수밖에 없는 세상.


그들은 그것을 깨달았고 신세계를 창조하기로 마음 먹었다.

모두가 어머니의 밑에 존재하며 아무것도 잃지 않는 세계.

하지만 그 계획은 산산조각이 났다.


바로 김윤과 백민호, 주은서와 이지우로 인해서였다.

창조와 파멸을 흡수하기 위한 마지막 세계.

그 세계에게 패배하고 만 것이었다.


그로 인해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창조와 파멸의 억누름.

이대로라면 그들의 꿈은 완전히 무너지고 말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최후의 수단을 택했다.


그것을 막고 있을 마력을 모조리 하나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어머니를 되살리는 것.

그것도 창조와 파멸의 힘을 담은 어머니로 말이다.


그러나 세 명의 수호자와 달리 다른 뜻을 품고 있는 이가 있었다.


네 명의 수호자 중 가장 뛰어난 실력을 지녀 늘 전면에 나서는 존재, 레자르.

그는 그 부활에 어머니의 영혼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가 사용한 것은 다름 아닌 리아나의 영혼이었다.


“레자르-!!”


그것을 깨달은 륜이 목청이 찢어져라 소리쳤다.

분노가 흘러넘쳐 레자르를 집어삼키려고 했다.


“감히 어머니를-!!”


다른 수호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수십년의 시간을 때려박은 계획을 한 번에 부숴버린 그.


“이게 무슨 짓인가 레자르!”

“아아, 슬프도다. 어찌 수호자가 어머니를 져버리는가.”

“아직도 그 년 따위에게 정신이 팔려 있는거냐!”


레자르가 그 원성을 모조리 무시하며 한 마디를 내뱉었다.


“나는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을 위해 이곳에 있는 것이다. 이제 어머니는 아무래도 좋다.”


푸른 빛무리와 창조의 빛이 뒤섞이며 그들의 몸에 변화를 일으켰다.

그것은 그들의 기반이던 육신을 멋대로 조정하고 체내에 있던 불순물들을 내뱉기 시작했다.


철퍽!


그리고 그 불순물들에는 네 명의 수호자가 포함되어 있었다.


마력 덩어리가 되어 바닥에 흩뿌려진 그들.


“그녀를······ 어머니를······.”


마력 덩어리 중 하나가 자신의 촉수를 힘겹게 뻗었다.

재구성되고 있는 육신을 향해서였다.


하지만 그것은 어머니가 아니었다.


섬광이 서서히 걷히며 모습을 드러내는 한 존재.

그것은 레자르가 살리고 싶어하던 리아나였으니 말이다.


“레··· 자르······!”


레자르는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원성을 계속해서 무시했다.

그리고 마력 덩어리를 힘겹게 일으키며 그것을 뭉쳐 사람의 형태로 만들었다.

이어 천천히 천천히, 한걸음씩 재창조된 리아나를 향해 나아갔다.


“아아······. 리아나.”


마력이 기름처럼 끈적이며 그의 팔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

“수호자님······?”


리아나가 그런 레자르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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