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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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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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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333
글자수 :
1,020,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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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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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잉그 (12)

DUMMY


레자르가 그녀와의 여행을 택한 이유.

그것은 간단했다.


자신이 해할 수 없다면 다른 수호자의 힘을 빌리는 것.

다른 수호자들에게 그녀를 죽여달라고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것을 위해 잉그 사회의 중심, 수도 발테로 향하고 있는 것이었다.


수호자들은 각자의 임무를 마치고 결국 그곳에서 모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 속도는 상당히 느렸다.

리아나가 마력을 다루는 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물론 레자르가 그녀를 들고 빠르게 이동하는 수단도 있었으나, 그는 그녀에게 손을 대고 싶지 않았다.

그 불쾌한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파페루족이 마력을 더 잘 다루겠군. 잉그가 맞긴 한 거냐?”

“그런가요.”


리아나가 싱긋 웃었다.

그리고는 손바닥에서 피어나는 미약한 마력을 바라보았다.


보통의 잉그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이 나약한 마력.

그것이 그녀가 다룰 수 있는 최선의 마력이었다.


그저 불량품.

그렇게밖에 칭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러니 이런 먼 곳까지 떨어져 있는 건가.’


레자르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수도와는 너무도 멀리 떨어진 장소.


그녀를 추대하던 가문이 왜 이곳에 왔는지 알 것만 같았다.

너무도 나약한 힘, 그것은 경쟁에서 이긴다 해도 추후 잉그 종족의 미래가 없다.

그렇기에 그들은 경쟁을 포기하고 미리 벗어난 것이었다.


레자르의 시선이 리아나에게 향했다.


‘가문에서 어떤 대우가 주어졌을지 훤히 보이는군.’


그래서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거겠지.


‘어차피 최후는 죽음뿐이겠지만.’


그리고 환원될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가 되살아날 것이다.

그것으로 잉그 사회는 되살아날 것이다.


지금 같은 혼란의 시대가 아닌 다시 과거와 같은 평화의 시대로.

이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로.


그것을 위해 레자르는 리아나와의 긴 여행길에 올랐다.


반딧불의 숲을 벗어나, 케라 평원으로 향한 그들.

그곳은 온통 새빨간 풀들이 가득해 피의 평원이라고도 불리는 곳이었다.


“빨갛다.”


온통 새빨간 평원.

그것을 보고 리아나가 내린 평가는 극히 단순했다.


그녀는 손을 뻗어 풀들을 매만졌다.

그녀의 손에서 흘러나온 미약한 마력이 그것을 감쌌다.


“그건 뭘 하는 거지?”

“알아보는 거예요.”


그녀의 마력이 풀을 감싸고 그것의 정보를 가져왔다.


“그런 것도 가능한가.”

“수호자님은 못 하나요?”

“······못하진 않는다.”


시도만 한다면 언제든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결국 마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말이다.


“이동한다.”


레자르는 앞서 발걸음을 옮겼다.

리아나는 거리를 살짝 벌린 채 그를 뒤쫓았다.


그녀의 손에서는 계속해서 미약한 마력이 흘러나와 바닥에 가득한 풀들을 쓸었다.


그렇게 케라 평원을 한참을 가로지르고 있을 때였다.


“멈춘다.”


레자르가 발걸음을 멈췄다.


앞에서 특정 마력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여왕 후보의 마력.’


그것이 케라 평원 중에서도 기다란 풀이 가득한 곳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자신의 뒤에 있는 리아나가 내뿜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진한 마력.

확실하다.


그는 곧장 그곳을 향해 쇄도했다.

그리고 검을 휘둘러 풀을 갈라냈다.

그러자 그 사이에 몸을 숙이고 있던 여왕 후보의 모습이 드러났다.


“아······.”


그녀의 떨리는 동공.

레자르는 그런 것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다시금 검을 휘둘러 그녀의 숨통을 끊어낼 뿐이었다.


서걱.


그의 검이 여왕 후보의 목을 가르며 사방에 피를 흩뿌렸다.

주변 풀들 또한 붉었기에 딱히 티는 나지 않았다.


‘역시 저항감이 없다.’


그는 손에 튄 피를 바라보았다.

리아나를 베려고 할 때와 달리 아무런 저항감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돌려 리아나를 슬쩍 바라보았다.

그녀는 멀리서 황급히 이곳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런데 저 불량품은 왜 벨 수 없는 거지?’


“이게 무슨······.”


그녀가 무참히 살해당한 여왕 후보의 모습을 두 눈에 담았다.

그리고 경악했다.


“여왕 후보다.”


레자르는 마력을 이용해 검과 몸에 묻은 피를 떨쳐냈다.

이어 검을 도로 검집에 집어넣었다.


그가 여왕 후보를 무심히 바라보고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세계의 아이, 그것의 모조품이었다.


세계의 아이를 늘 들고 다닐 수는 없는 법.

더군다나 여왕 후보를 회수하는 수호자는 총 넷이며 그것은 하나였다.

그렇기에 만들어진 방안, 세계의 아이의 힘을 흉내 내어 그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을 만들었다.


잉그의 아이.

그것을 통해 환원된 힘을 담아두었다가 다시 세계의 아이로 옮기는 것이었다.


레자르의 손에 들린 잉그의 아이가 여왕 후보의 마력을 집어삼켰다.

그리고 동시에 그녀가 품고 있던 잉태의 힘마저 집어삼켰다.


마력과는 달리 새하얀 빛을 품고 있는 힘이었다.

그것을 모조리 흡수하자 잉그의 아이가 무언가를 내뱉었다.


푸르스름한 빛을 품은 작은 구체였다.


“이건······?”

“영혼이다.”


세계의 아이를 통해 마력이 환원되고 새 생명이 태어나나 영혼은 아니었다.

저것은 하나의 육체에 단 하나만 깃든다.


물론 다른 육체에 깃들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그들이 사용하는 방법 또한 그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들은 어머니의 영혼을 이미 확보해두었다.

그리고 환원된 마력을 통해 그것을 담을 그릇을 새로이 만들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영혼은 필요가 없는 것.

그렇기에 레자르는 몸을 돌려 발걸음을 옮겼다.


“가만히 두면 알아서 소멸할 것이다.”


리아나는 그 영혼을 멍하니 바라보다 그를 급히 뒤쫓았다.


“저 아이는 바라는 것을 이룬 건가요?”

“······그래.”

“그럼 저도 바라는 걸 이루면 저렇게 되겠군요······.”

“······그래.”


그들은 그 대화를 끝으로 침묵을 유지했다.

그것은 케라 평원이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평원을 벗어난 그들.

그들은 근처에 있던 작은 마을로 들어섰다.


별다른 이유가 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해가 져가고 있기에 휴식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수많은 종족이 어우러 살고 있는 작은 마을.

때마침 그 마을은 축제가 진행되고 있었다.


“우리도 축제에 참여하면 안 될까요?”

“······맘대로 해라.”


리아나는 축제에 참여했고, 그것을 즐겼다.

그들의 음식을 맛보고, 그들의 춤을 함께 추고.

그리고 자신을 지켜보는 레자르를 향해 미소를 건넸다.


“왜 우리는 이렇게 태어났을까요?”


축제가 끝나갈 무렵.

어둠이 드리운 하늘을 바라보며 그녀가 건넨 말이었다.


레자르는 그 말을 무시했다.

하지만 그 질문은 다음 날에도 이어졌다.


“마을에서 봤잖아요. 잉그는 다른 종족과는 달라요.”

“뭐가 다르다는 거지?”

“우리는 사랑을 모르잖아요.”


그녀의 이어지는 말에 침묵이 감돌았다.


레자르가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역시 너는 별종이로군.”

“그런가요?”

“······나는 수백년을 살았다. 하지만 단 한 번도 그런 감정과 의문을 품은 적이 없었다. 아니, 나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잉그가 그렇지.”


레자르가 발걸음을 멈추고 리아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사랑? 우리에겐 이미 있다. 그것은 바로 어머니가 주시는 것이지.”

“제가 말하는 건 그런 사랑이 아니에요.”


그녀가 마을이 있던 방향을 흘끗 바라보았다.

그리고 전날 축제에서 보았던 타 종족들을 떠올렸다.


그들은 짝을 이루고 감정을 나누고 있었다.

잉그와는 달리 말이다.


“다른 종족은 다른 성별들이 만나 짝을 이루죠. 그리고 사랑을 나눠요. 하지만 우리는 그런 게 없잖아요.”

“애초에 그런 게 필요하지 않기에 완벽한 종족인 거다. 그렇기에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거고.”

“······완벽해서 동족을 죽이면서 어머니를 찾는 건가요?”


레자르의 얼굴이 굳었다.


“다른 종족이었다면··· 그러지 않아도 종을 늘릴 수 있었어요.”

“닥쳐라.”


레자르가 검을 뽑아들었다.


“네가 다른 종을 제대로 못 봤나 보군. 그들은 네가 말하는 그 감정 때문에 서로를 죽이는 미개한 종족이다.”

“우리도 서로를 죽이고 있잖아요.”

“그것과는 다르다. 이건 죽음이 아닌 환원이니까. 어머니가 태어난다면 모두 돌아갈 일이다.”

“영혼은 돌아오지 않잖아요.”


리아나가 그를 노려보았다.

레자르는 그 모습에 짜증을 느끼다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어차피 자신으로서는 벨 수 없다.

그렇기에 이 이상은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


그는 몸을 돌려 발걸음을 옮겼다.


케라 평원을 벗어날 때처럼 침묵이 그들의 사이에 내려앉았다.

그러나 그들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얼음의 대지.

풀숲의 바다.

안개가 드리운 초원.

화염이 꽃처럼 피어나는 호수.


그들은 수많은 지형을 가로지르며 수도, 발테로 향했다.


“그 아이는 뭐지, 레자르.”


발테의 입구, 거대한 문 앞에서 또다른 수호자 륜이 그와 리아나를 맞이했다.


“륜.”

“그 아이는 뭐냐고 물었다. 갑자기 아이를 키우는 취미가 생긴 건가? 그 어떤 제자도 들이지 않던 네가?”


륜이 거대한 문에서 뛰어내리며 가볍게 착지했다.

그리고는 리아나를 살피기 시작했다.


“나약하기 그지 없군. 너, 정말 잉그 족이 맞나?”


륜의 손을 타고 푸른 마력이 일어났다.

그것은 한 자루의 검으로 변했고, 이내 리아나의 목에 겨누어졌다.


“이런 불량품은 왜 데려왔지?”

“여왕 후보다.”

“이게?”


륜이 마력을 쏟아내 리아나를 휘감았다.

리아나가 하던 분석의 마력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윽······.”


그녀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렇군. 확실히 지니고 있군.”


륜의 시선이 레자르에게 옮겨졌다.


“그런데 왜 여기까지 데려왔지?”

“······약속이 있기 때문이다. 검을 치워라 륜.”

“설마 마음이 변한 건 아니겠지. 레자르.”

“나는 언제나 어머니를 위해 움직인다.”


둘 사이에 살벌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죽이는 것도 내가 알아서 죽일 거다.”


레자르가 품에서 잉그의 아이를 꺼낸 후, 던졌다.


“꽤나 모았군.”

“가서 그거나 환원시키고 있어라.”

“······그래. 있다가 보도록 하지.”


륜이 눈을 번뜩이며 레자르와 리아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내려왔던 것처럼 거대한 문 위로 몸을 날렸다.


레자르가 리아나를 향해 다가갔다.


“······마지막이다.”

“이곳이 끝이군요······.”

“그래, 이 문을 넘어서면 너와의 약속은 끝이 난다.”


그녀가 레자르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레자르는 그 웃음을 피하며 거대한 문으로 다가갔다.


그의 손이 문과 맞닿자 마력이 퍼져나가며 문을 물들였다.

문에 파인 수많은 홈에 푸른 마력이 깃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모든 홈을 채운 후.


드드드드드!


거대한 문을 열기 시작했다.


“잉그의 수도 발테.”


그곳이 그들의 여정의 마지막.

그리고 다시 새로운 시작이 될 곳이었다.


레자르와 리아나는 거대한 문 사이로 보이는 거대한 도시를 향해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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