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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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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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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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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20,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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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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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잉그 (10)

DUMMY


‘벌써 파악했나.’


잉그가 파멸의 힘을 쏟아내는 주은서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자신이 창조한 개념을 파괴하고 있었다.


창조는 무엇이든 가능하다.

그렇기에 상대가 가진 약점을 증폭하는 것도 가능했다.


자신이 만든 멸망을 통해 만들어진 슬픔.

그리고 그것은 자신 또한 알고 있었기에 간단히 증폭이 가능했다.


이 작은 희망으로 그것을 증폭해 자기들끼리 죽이게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주은서는 그것을 파악했고, 깨부쉈다.


‘빌어먹을.’


결국 직접 처리하는 수밖에 없는가.


‘아니, 좋게 생각하자. 어차피 마지막 아닌가. 빌어먹을 창조의 세계의 끝을 내가 진정으로 찍는 것이다.’


그래, 그래야 그들이 더욱 절망할 것이며 자신에게 완전히 흡수될 것이다.


잉그는 자신의 힘을 점검했다.


창조와 파멸의 저항을 막아내고, 그들을 흡수하는 것에 6할.

품에 지니고 있는 영혼이 떠나지 못하게 묶어두는 데 2할.


즉, 저들을 상대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힘은 2할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그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놈들은 싸우던 중 창조와 파멸의 힘을 일깨웠으니 말이다.


저들을 처리할 힘도 부족하고, 멸망을 위해 모아두는 힘도 부족하다.


‘하지만 저들을 처리한다면 창조와 파멸이 가진 힘이 온전히 모일 테니 후자는 문제없다.’


그래, 우선적으로 놈들을 처리한다.

그것이 창조와 파멸을 좌절시키고, 모든 세계를 멸망시키고 재창조하게 해줄 것이다.

그리고 품에 있는 그녀를 되살릴 수 있게 해줄 것이다.


“그리고 다시는 잃지 않을 것이다.”


“그래, 우리가 왜 여기까지 왔는데.”


“모두 그날을 위해서잖아?”


“그녀를 되살려야 해.”


잉그의 붉은 눈이 더욱 밝게 타올랐다.


“그래.”


그가 끌어모으던 힘이 휘몰아치며 지상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멸해라. 우리의 그녀를 위해, 우리의 세계를 위해.”


그것은 주변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파괴했다.


주은서 덕분에 정신을 차린 김윤의 시야에 그것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과거 파멸로 보이던 존재가 그를 없애기 위해 만들었던 그 블랙홀과 동일했다.


김윤이 주은서에게 시선을 옮기며 사과를 건넸다.


“미안하다.”

“괜찮아요. 고의도 아니었잖아요. 저는 지우 씨도 해결하러 가볼게요.”

“그래.”


주은서는 곧장 백민호와 이지우가 충돌하고 있는 곳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사이 김윤은 저 블랙홀을 상대할 방안을 생각했다.


같은 파멸의 힘이라면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김윤이 아공간을 열고 코어들을 꺼내 들었다.


부족한 마력은 이것이 충당해줄 것이다.



“창조.”


김윤이 코어에 담긴 마력을 집어삼키며 길을 새겼다.

창조의 힘을 통해 새겨진 길은 개념을 품었고, 그것은 변화를 낳았다.


새하얀 빛이 김윤을 휘감으며 효과를 발휘했다.


그가 이전에도 걸었던 기본적인 것.

그가 살고 있는 시간의 배속.


이어 또다시 빛이 번쩍이며 그를 휘감았다.


저 파멸에도 견딜 수 있는 몸.

그것을 위한 저항력과 내구성이 그의 몸에 깃들었다.


만약 박살 나도 상관 없다.

그가 지니고 있는 비트는 힘, 잇는 힘, 그리고 창조가 그의 목숨을 붙잡아 둘 테니.


김윤은 심장 부근에 있는 힘을 점검했다.

앞서 말한 세 가지 힘이었다.


그것을 통해 수명을 당겨오며 재생을 해왔던 그.

이제 남은 수명은 얼마나 될까.


저것과 충돌하던 도중 충돌이 바닥나 모든 것이 끝나버리는 것이 아닐까.

불안감이 치솟았다.


이 불안함.

이것으로 인해 놈의 감언이설에 넘어간 것이겠지.


김윤은 그리 생각하며 이지우가 있는 곳으로 향한 주은서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파멸의 힘을 통해 그녀를 자극하고 있는 잉그의 힘을 지우고 있었다.


그녀를 지키고, 길잡이의 이들을 지킨다.

모두를 지키지 못했지만 남은 이들만이라도.


지킨다.

그 의지가 그의 불안함을 억눌렀다.


서로 다르나 같은 두 피조물의 의지가 충돌을 일으켰다.


순백과 칠흑을 휘감아 잿빛으로 화한 김윤이 치솟았다.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블랙홀로 뛰어들었고, 그대로 충돌했다.


콰과과과과과!


김윤이 충돌하기 무섭게 블랙홀에 생겨나는 소용돌이.

그가 블랙홀을 휘젓고 있다는 증거였다.


콰드드득!


그의 전신이 블랙홀이 선사하는 압력에 박살이 나기 시작했다.

살점이 으스러지고 뼈가 산산조각이 났다.

하지만 그는 재생하고, 또 재생하며 나아갔다.


필연.


창조를 통해 그것을 창조하는 그는 블랙홀을 깨부수는 운명을 택했다.

그리고 그것을 넘어 잉그를 쓰러뜨리는 운명을 택했다.


새하얀 빛이 그의 전신을 물들이며 블랙홀을 뒤흔들었다.


드드드드드!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이 몸집을 부풀리던 그것이 성장을 멈췄다.

이어 격하게 떨리며.


콰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집어삼키던 모든 것을 토해내는 폭발.

충격파와 폭풍이 휘몰아치고, 품고 있던 마력을 쏟아냈다.


파멸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었기에 충격파가 지나가는 모든 곳이 파괴되었다.


이지우와 주은서, 그리고 백민호는 곧바로 마력을 쏟아내며 공격을 막아섰다.

막지 못하면 파멸로 인한 죽음 뿐.

그렇기에 그들은 피를 줄줄 쏟으며 마력을 극한까지 쏟아냈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그 폭발을 몸소 맞이한 이.

김윤.


그가 상반신 밖에 남지 않은 몸으로 허공을 밀어내며 계속해서 치솟았다.

그의 상처 부위 곳곳에서 새하얀 빛이 치솟았다.


사라졌던 하반신이 도로 만들어졌다.

잃어버린 왼팔이 다시 자라났다.

그것을 덮고 있던 옷조차 다시금 창조되며 그는 더욱 빠르게 쏘아졌다.


새하얀 빛의 쇄도.

그것은 마치 유성이 도로 하늘로 솟구치는 것만 같았다.

소멸하는 그것이 다시 되살아나기 위해서.

멸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빌어먹을······.”


잉그가 그 신성하기까지 해보이는 모습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방금 그 블랙홀로 모두 끝내려 했다.

하지만 이겨냈다.


마치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 그를 향해 쇄도하는 존재.

그는 마치 과거의 자신을 보는 것만 같았다.


창조와 파멸을 향해 덤비던 과거의 자신.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이루어야 했던 것이 있던 그.


물론 지금이라고 아닌 것은 아니다.

지금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그는 주먹을 내질렀다.


그의 주먹이 김윤이 뺨을 후려쳤다.

김윤의 고개가 휙하고 젖혀졌다.

그러자 김윤이 발차기를 날려 그의 복부를 후려찼다.


이어 손에서 솟아오른 사슬에 그의 몸이 휘감기며 지상으로 함께 추락하기 시작했다.


추락하는 와중에도 김윤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잉그의 공격 역시 마찬가지였다.


바닥 난 마력.


잉그는 블랙홀에 모든 마력을 쏟았고 남은 마력은 창조와 파멸을 억누른다.

그렇기에 사용할 수 있는 마력이 없었다.


김윤은 블랙홀을 뚫고 상처를 회복하는 것에 모든 마력을 소모했다.

코어 역시 폭발에 휩쓸리며 소멸했다.

그렇기에 마력이 없었다.

그나마 남은 마력 역시 거리를 좁히기 위해 사용했다.


그렇기에 추락하는 와중, 둘의 싸움은 그저 추잡한 난투에 불과했다.


주먹을 휘두른다.

그것엔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았다.


창조도 파멸도.

길의 힘도 마력도.


그들은 그저 맨 주먹을 휘둘렀다.

최초의 무력처럼 말이다.


퍼억!

쩌억!


하지만 막대한 마력을 견디는 신체가 평범하지 않았기에 인간의 범주에선 벗어나 있었다.

계속해서 터져 나오는 소리가 그 증거였다.


“크아아아아-!!”


잉그가 짐승 같은 포효를 토하며 주먹을 휘둘렀다.


“으아아아-!!”


김윤이 처절한 외침을 내지르며 주먹을 뻗었다.


콰아아앙!


이윽고 두 사람이 지상으로 추락했다.

하지만 난투는 멈추지 않았다.


“왜 모르는 거냐!”


두 사람이 뒤엉켜 바닥을 굴렀다.


잉그가 김윤의 위에 올라 파운딩을 꽂았다.

김윤은 가드를 올려 막다가 틈을 노려 박치기를 꽂았다.


이번엔 김윤이 그의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주먹을 내리꽂았다.


“너도 되살리고 싶은 사람이 있지 않나!”


주먹을 얻어맞던 잉그의 말투가 변했다.


“우리 모두가 되살리고 싶은 사람이 있어!”


잉그가 떨어지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김윤의 멱살을 잡아당기며 똑같이 박치기를 날렸다.


잉그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나는, 잃을 것을 되찾을 거다.”


김윤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는 이 이상 잃지 않을 거다.”

“그 잃은 모든 것을 되찾아 주겠다는 거다!”

“그 대가가 더 많은 것을 잃는 거잖아.”

“어차피 우리랑 관계 없는 일이다.”


잉그가 천천히, 비척거리는 발걸음을 옮겼다.


“애초에 잘못된 세계를 사는 그들에겐 그것이 구원이다.”

“······미친 소리로군. 강제로 빼앗아 가는 것에 구원 따윈 없어.”


김윤이 팔을 크게 휘둘렀다.

그의 주먹이 잉그의 턱을 후려쳤다.


잉그의 풀썩하고 쓰러졌다.

그가 힘겹게 바닥을 밀어내며 몸을 일으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자 김윤의 발차기가 그의 안면에 틀어박혔다.


“아무것도 잃지 않는 세계······.”


코피를 줄줄 쏟으며 잉그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주먹을 날렸다.


김윤 역시 지쳐있었기에 피할 길은 없었다.


쩌억!


그의 안면에 주먹이 틀어박혔다.


“그녀를 되, 살린다.”


“창조와 파멸을······.”


“새로운 세계의 창조를······.”


잉그가 숨을 골랐다.

그리고 무릎을 꿇었다.


억제해두던 마력이 흘러나오려고 하고 있었다.

그가 흡수한 창조주가 그에게서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안, 돼······.”


이대로면 창조와 파멸이 다시금 깨어난다.

그가 쌓아온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린다.


어째서 이곳까지 왔는가.

무엇을 위해 그 모든 것을 희생하고, 학살을 해왔는가.


“그녀를 위해서잖아.”


“맞아, 우리의 어머니를 살려야지.”


“아아, 어머니. 돌아오세요. 우리를 위해 다시 축복을.”


그가 두 팔을 벌렸다.


‘뭐지······?’


김윤은 그것을 바라보며 의문을 품었다.

그야 누가 보기에도 저건 정신이 나간 것처럼 보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는 방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긴장했다.


그의 전신에서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막대한 힘이 느껴졌으니 말이다.

창조와 파멸을 억누르던 힘이 풀려나고 있는 것이었다.


천천히 무너져 내리는 잉그의 모습.

그는 품에서 푸른 빛무리를 꺼내 소중히 움켜쥐었다.

그리고 제어가 풀린 마력을 창조로 변환에 그것에 모조리 쏟아부었다.


“이 모든 것을 망친 저 빌어먹을 새끼들에게 절망을.”


“그녀가 잠시만이라도 살아난다면 저는 그거로 족합니다.”


“어머니, 강림하소서! 우리의 모든 것을 망친 저들에게 복수를!”


그리고는 각기 다른 말투로 다른 말을 내뱉으며 김윤을 노려보았다.

말투와 대사 그 모든 것이 다르나 단 하나 동일한 것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김윤을 향한 적대감이었다.


살의를 가득 품은 그것이 김윤을 향해 꽂히며, 푸른 빛무리가 창조를 집어삼켰다.

그리고 이내.


화아아아악!


섬광을 흩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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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파멸 (2) 24.07.31 3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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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잉그 (13) 24.07.26 33 0 12쪽
190 잉그 (12) 24.07.25 32 0 11쪽
189 잉그 (11) 24.07.23 30 0 11쪽
» 잉그 (10) 24.07.19 33 0 11쪽
187 잉그 (9) 24.07.17 3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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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잉그 (6) 24.07.11 31 0 12쪽
183 잉그 (5) 24.07.09 3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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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창조주 그리고 피조물 (2) 24.06.26 3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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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길을 지우는 자 (1) 24.06.12 35 0 11쪽
171 길을 잇는 자 (3) 24.06.11 36 0 12쪽
170 길을 잇는 자 (2) 24.06.07 3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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