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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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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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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20,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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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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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잉그 (9)

DUMMY


김윤은 계속해서 후회했다.


허우진을 자신의 손으로 죽일 수밖에 없던 일을.

자신의 형을 진작 알아보지 못하고 지키지 못했던 일을.

자신의 부모님을 지키지 못한 것을.


수많은 사람들을 잃어온 그들은 그 모든 일을 후회했다.

그렇기에 다시는 잃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고, 이 자리에 있었다.


“가능하다. 이 영혼 또한 먼 과거에 죽은 이의 것이니.”


그런데 그 모두를 살릴 수 있다면.

모두를 지킬 수 있다면.


“사장님, 속으면 안 돼요.”


주은서가 김윤의 앞을 가로막았다.

동시에 몸에서 흘러넘치는 파멸의 힘을 정제해 전방으로 쏘아냈다.


콰과과과과!


새카만 광선이 전방을 집어삼키고 파괴했다.


“다른 세계를 멸망시키는 놈이 우리 말을 들어주겠어요? 다른 길을 만드는 자들도 모두 죽었잖아요!”


백민호가 말을 곁들였다.


“그래, 우릴 속이고 쉽게 죽일 속셈이겠지.”


그가 새카만 화염을 쏘아냈다.

그것은 검은 방어막을 두르고 있는 잉그와 충돌하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자욱한 폭연 속에서 잉그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새기는 자. 나는 너의 아픔을 안다. 어째서 우리는 잃어야만 하지? 그 무엇도 잃지 않는 세계로 가고 싶지 않나?”

“닥쳐! 네가 그렇게 만들었잖아!”


백민호가 쇄도하며 화염구를 쏘아냈다.

화염구보다 그가 더 빨랐기에 그가 지나간 길을 따르는 형태였다.


“김윤! 잘 생각해라. 이놈이 그 개판을 만들었다고!”


콰과과광!


파멸의 힘을 휘감은 폭발이 마구잡이로 일어났다.

백민호는 연이어 그곳을 향해 거대한 얼음 기둥을 내던졌다.

창조의 힘으로 만들어 쉽사리 부서지지 않는 물건이었다.


콰앙!


거대한 얼음 기둥이 대지와 충돌하며 충격파를 터트렸다.


“사장님!”


주은서 역시 힘을 움직여 공격을 시작했다.

창조로 수많은 단도를 만들고, 그것을 모두 회전시켰다.

그리고 파멸을 담으며 쏘아냈다.


검은 전격을 담은 단도들이 우렛소리를 터트리며 날아갔다.


잉그를 막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는 그.

그리고 잉그가 내건 제안에 흔들리는 하나.


아니, 하나가 아니었다.

그의 제안에 한 명이 더 흔들리고 있었다.


이지우.

그녀 역시 다시 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녀의 잃어버린 친구, 임재현이 돌아온다면.

백민호와 자신으로 인해 희생당한 섬광의 모두가 돌아온다면.


움켜쥔 그녀의 주먹이 덜덜 떨렸다.


“······정말 되살릴 수 있어? 한 도시에 포함된 사람들도?”

“네가 기억하고 있다면 말이지.”


그녀의 시선이 백민호를 향해 옮겨졌다.


“젠장.”


백민호는 그 눈빛에서 불길함을 느꼈다.

그 눈빛엔 적의가 담겨 있었으니 말이다.


지금까지 느끼지 못한 것은 아니다.

또한 이유도 알고 있었다.


그가 그녀가 살고 있던 도시의 모든 이를 죽였으니까.

그리고 그것을 하는데 그녀의 힘을 사용했으니까.


하지만 길을 만드는 자라는 사명이 있었기에 터지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그런 것이 보이지 않았다.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말에 현혹된 건가.’


그게 아니면 지금까지 쌓아온 업보가 이제 와서 그를 덮치는 것일까.


“하지만 그 방법밖엔 안 보였단 말이지.”


백민호가 달려오는 이지우를 바라보았다.


순순히 죽어줄 생각은 없었다.


“지금까지 잘 참아왔으면 좀 더 참을 것이지. 이놈을 해치우고 나서 해도 되잖아?”


그의 전신에서 끌어오르는 파멸의 화염이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거대한 불길의 소용돌이가 주변을 장악했다.


파멸의 불길이기에 닿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파괴되는 흉악한 공격이었다.


그러나 이지우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화염을 뚫고 돌진했다.

그녀에게도 파멸의 힘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녀는 겉면에 파멸을 두르고 그 안쪽에 창조를 겹쳤다.

창조가 파멸을 창조하며 그것을 더욱 굳건히 하였다.


순식간에 화염을 돌파하고 거리를 좁힌 그녀.

창조의 힘으로 만들어진 검이 백민호의 목을 노리고 휘둘러졌다.


“큭.”


그는 곧장 머리를 숙이며 검을 피해냈다.

검이 지나간 길을 따라 파멸의 힘이 스쳐지나갔다.


“같은 힘이라는 거냐.”


그들은 지금 모두 창조와 파멸의 힘을 일깨운 상황.

그렇기에 모든 마력은 그것으로 통일되었고, 성질 또한 같았다.


‘같은 힘의 충돌. 여기서 이기려면 창의성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단순한 속성을 흉내낸 방출.

그리고 신체 강화와 휘두르기로는 되지 않는다.


‘그리고 다쳐도 창조로 회복하면 되잖아?’


백민호는 잉그가 사용하던 창조의 힘을 떠올렸다.

그는 아무리 치명상을 입어도 모조리 회복했다.

창조의 힘으로 말이다.


“그러니 상관 없겠지.”


그는 마력을 내뿜었다.

그것은 창조의 힘을 내포했고, 안개가 되어 사방으로 뿌려졌다.


“창조의 안개.”


그의 고유 스킬이던 시공간의 뒤틀림과 비슷한 그것.

안개에 스며든 창조의 힘이 수많은 것을 창조하기 시작했다.


우선 통증.

그것이 안개에 들어간 이지우를 덮쳤다.


“끄으으윽!”


갑작스레 덮쳐오는 통증에 이지우가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창조가 또다른 것을 만들었으니 말이다.

환영이 나타나 그녀를 덮쳤다.


안개가 마치 근육처럼 변하며 그녀를 속박했고, 뇌전을 쏟아부었다.


창조의 힘을 담은 뇌전.

그것은 격통이라는 개념을 창조하며 그녀를 강타했다.

외부는 상하지 않으나 정신적으로 충격을 가하는 공격.


그사이 백민호는 하나의 공격을 준비했다.


그의 손바닥에 응축되는 새카만 파멸의 힘.

그것이 모이고 모이며 압축되었다.


‘단번에 꿰뚫는다.’


백민호가 힘을 응축한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압축된 힘이 폭발하듯 쏘아졌다.


사방으로 퍼지는 형태는 아니었다.

마치 창처럼 길쭉하게 내밀어지는 형태.


콰드드득!


그것이 이지우의 복부를 꿰뚫었다.


“커헉!”


파멸의 힘이 그녀의 복부를 뚫고 그것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장기들이 파괴되며 소멸하려하고 있었다.


그녀는 즉시 창조의 힘을 사용했다.

하지만 창조되는 즉시 파멸의 힘에 의해 다시금 파괴는 신체.


그녀는 우선 파멸을 꺼내 파멸의 창을 지워냈다.


“쿨럭.”


그리고 다시 창조로 상처를 회복했다.


“이봐, 우리끼리 싸우지 말자고. 정말 저 놈 말을 믿어?”

“······그게 아니라도 너는 죽어야 해.”


이지우가 입가를 닦아내며 몸을 일으켰다.


잇는 힘.

그것이 창조를 통해 공간을 이으며 그녀와 백민호의 거리를 좁혔다.


그녀의 주먹이 백민호의 턱을 후려쳤다.

이어 두 손으로 어깨를 잡고, 복부에 무릎을 처박았다.


“크윽.”


그녀는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다.

백민호는 무릎을 막아낸 손으로 그녀의 다리를 밀어내며 거리를 벌렸다.


“이럴 녀석이 아닌데 말이지.”


지금까지 참아오던 것이 터졌다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 터질 리가 없다.

그의 시선이 잉그에게 향했다.


‘설마······.’


놈이 한 짓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시선을 김윤에게 옮겼다.

그쪽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잉그의 말에 넘어간 김윤.

그가 잉그에게 붙었으니 말이다.


“네 말이 사실이라면 뭘 해야 하지?”

“그저 힘을 넘기면 된다. 특히 너는 다른 놈들에 비해 많은 힘을 지니고 있더군. 그걸 이용한다면 더 많은 영혼을 데리고 넘어갈 수 있을 거다.”


잉그가 씨익 웃으며 손을 뻗었다.


김윤이 천천히 잉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 앞을 주은서가 막아섰다.


“비켜.”

“안 돼요.”


김윤이 잉그를 흘끗 바라보았다.

그것은 질문이었다.

지금 죽여도 되살릴 수 있는가.


잉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김윤이 대답을 받는 즉시 손을 내밀었다.

그것은 창처럼 벼려졌기에 간단히 주은서를 꿰뚫었다.


“커, 헉······. 사, 장님······.”


주은서가 자신의 복부를 관통한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떨리는 눈동자로 김윤을 바라보았다.


“속, 으면 안 돼요······. 세계를 멸망시키는 놈이라고요······!”

“미안하다. 잠깐이면 될 거야.”


관통한 팔을 타고 파멸의 힘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대로 주은서를 죽여버리려는 속셈이었다.


“끄으윽!”


그 힘을 느끼자 그녀는 그 즉시 김윤의 팔을 뽑아내며 거리를 벌렸다.

피와 내장이 쏟아졌으나 상관 없었다.


지금의 그녀에겐 창조의 힘이 있었으니까.

파멸처럼 익숙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몸을 기억하고 창조하는 정도는 가능했다.


‘사장님이 우리를 해칠 리가 없다.’


그녀는 몸을 회복하며 김윤과 잉그를 번갈아가며 살폈다.


그녀는 김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라면 길잡이의 이들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는다.

더군다나 지금과 같은 중요한 상황에선 더더욱 말이다.


애초에 그는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지금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늘 그랬다.

과거부터 그랬고, 지금도 그랬다.


“잉그······.”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잉그가 벌인 일이다.


그녀는 파멸의 힘을 담은 단도를 잉그에게 내던졌다.


“이런, 네 상대는 내가 아니다.”


그는 그것을 가볍게 피한 후, 하늘로 떠올랐다.

그리고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사이 다시금 주은서를 향해 쇄도하는 김윤.


“사장님, 정신 차려요!”


주은서는 쏟아지는 그의 공격을 이리저리 피하며 소리쳤다.


‘어떻게 해야 하지?’


왜 이렇게 된 거지?


그녀는 단도를 만들어 김윤의 팔을 갈랐다.


“사장님!”

“이게 모두를 위한 길이야.”


김윤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모두가 되살아나고, 다시는 죽지 않는 길.”

“그건······.”


그녀 역시 그것을 바란다.

깨어나기 전 환영에서 보았던 삶이 영원히 유지되기를.

아무도 잃지 않기를.

잃었던 이들도 돌아오기를.


하지만 그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그야 그것을 해준다던 잉그가 하는 짓은 모든 세계의 멸망이니 말이다.


“애초에 다른 사람을, 세계를 멸하고 만들어지는 세계가 정상일 리가 없어요.”


그녀가 자세를 다잡았다.


자신이 느낀 것을 김윤이 모를 리가 없다.


뭐가 되었든 지금의 김윤은 정상이 아니다.

그렇다면 두들겨 패서라도 정상으로 되돌려야 하는 법.


“조금 아플 거예요.”


파멸의 힘을 두른 단도가 김윤을 향해 쏘아졌다.


날아오는 단도를 이리저리 피하는 김윤.

그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주먹을 내질렀다.


파멸의 힘을 휘감은 뇌격.

그것이 그의 주먹에서 터져 나오며 주은서를 집어삼켰다.


“크읍.”


곧바로 파멸을 쏟아내 그것에 대응한 그녀.


‘강하다.’


그뿐만 아니라 방금 얻은 힘임에도 파멸과 창조의 사용이 능숙하다.

창조로 자신의 시간을 가속하고, 파멸로 공격을 쏟아붓는다.


‘창조로 시간을 가속······.’


그것은 창조의 힘으로 개념을 재설정한 것.


‘개념을 재설정. 설마······?’


그녀의 시선이 잉그로 향했다.

잉그 역시 창조의 힘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도 할 수 있는 것.


“창조로 인식을 바꿨구나.”


그녀는 깨달았다.

그렇기에 그 즉시 파멸의 힘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놈이 그것으로 인식을 바꾸는 길을 새겼다면, 그것을 지우면 그만이다.


그녀의 파멸의 힘이 김윤을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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