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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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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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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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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그 (4)

DUMMY


김윤이 몸을 틀어 쏘아진 섬광을 피해냈다.

섬광은 허공을 가로질러 뒤편에 있던 나무를 관통했다.


그저 그것 뿐이었다.

이어지는 폭발도, 섬광이 지나가는 곳을 따르는 불길도 없었다.


“피하지 말고 받아보라니까?”

“······.”


김윤은 마력을 모아 한 자루의 검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곧장 레자르에게 쇄도했다.


“재미가 없는 놈일세.”


레자르가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폭풍이 몰아치며 김윤을 밀어냈다.


김윤은 두 발과 칼을 땅에 처박아 버텨냈다.


그때였다.


“창조.”


낮게 읊조리는 레자르.

그리고 동시에 김윤의 앞에 나타나 두 사람의 모습.


김윤은 그들이 누군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야 그의 가족이었으니 말이다.


그들이 달려들어 김윤의 두 손을 감싸 잡았다.

그리고 과거 그의 기억 속 모습처럼.


콰아아아앙!


섬광에 휩싸이며 폭발했다.

김윤의 두 팔 역시 폭발에 휩쓸리며 사라졌다.


“레자르······!”


김윤이 두 팔을 재생했다.

그리고 다시금 그를 향해 쇄도했다.

아까와는 다른 거친 돌진이었다.


아무리 환영이라고 한들 다시 보고 싶지 않은 광경이었다.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아픔이었다.

그런데 놈은 감히 그것을 건드렸다.


그것이 신에 필적한 자이든 아니든 상관 없다.

복수가 주어질 것이다.


그의 전신에서 펼쳐진 마력이 기억의 지대를 형성했다.

이어 김윤의 몸에서부터 자라나는 수많은 길.


그것이 레자르를 향해 쏘아졌다.


“미약하나 창조가 담겨있구나.”


레자르가 손바닥을 뻗었다.

그러자 그것에서 새하얀 빛이 응축되더니 다가오는 길을 향해 쏘아졌다.


길 하나하나를 격추하는 힘.

그것은 파멸의 힘이었다.


“하지만 이쪽에도 있지.”


그의 붉은 눈동자가 김윤을 바라보았다.

동시에 그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이 모조리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평범한 무너짐과는 달랐다.

일대가 새카맣게 변하며 완전히 소멸하고 있었다.

그곳에 있는 마력조차 말이다.


“파멸······.”


저런 걸 막으라니.

김윤은 창조와 파멸의 떠넘김에 불만을 품었다.


길조차 모조리 파괴하는 힘.

그런 것을 상대해야 한다.

자신보다 몇 단계나 뛰어난 상대를, 한계에 달한 성장으로 맞서야 한다.


‘물론 그렇기에 모두가 있는 거지만.’


그들은 아직 깨어나지 못했다.

그렇기에 김윤은 그들이 깨어날 때까지 시간을 끌어야만 했다.


“나머지가 깨어날 때까지 버티려는 건가?”


레자르가 손을 위로 뻗었다.

그러자 대지가 뒤흔들리며 곳곳에서 새하얀 빛이 피어났다.


그것들은 하나로 뭉치며 거대한 암석이 되었고, 김윤을 향해 쏘아졌다.


콰앙!


마치 운석처럼 쏟아지는 거대한 암석들.

공격은 그저 투척으로 그치지 않았다.


날아갔음에도 새하얀 빛을 미약하게 품고 있던 암석.

그 빛은 암석을 파고들며 금을 만들더니 이내.


콰아아앙!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새하얀 폭발이 암석 파편을 휘감으며 사방으로 쏟아졌다.

김윤은 필연을 통해 쏟아지는 공격들을 막아냈다.


“창조와 파멸만 주의하면 평범하군.”


그 외에 것은 마력만 있다면 누구나 가능한 것들이다.

마력은 그 무엇도 가능하니 말이다.


“애초에 마력이란 것은 창조가 깃들어 있으니 말이야.”


레자르는 도발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공격을 이어갔다.


새하얀 빛이 다시금 피어나며 거대한 용을 창조해냈다.

그것은 시뻘건 불길을 토해냈고, 공터를 온통 붉게 물들였다.


그러나 그것 역시 김윤에게 큰 상처를 입히지는 못했다.

상처를 입혔다 한들 재생했을 테지만 말이다.


‘생각보다 더 약하다.’


김윤이 불길을 뚫고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파멸을 막느라 힘을 다 소모하고 있다는 게 사실인가.’


이곳에 오기 전 파멸이 해주었던 말.

자신이 레자르를 견제하고 있으니 그는 대부분의 힘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말.


그렇기에 지금과 같은 공격만 하는 것이라면 확실히 승산이 있었다.


어느 쪽이든 한 쪽의 균형만 무너진다면 놈을 쓰러뜨릴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자신이 이기든, 파멸이 이기든.


그렇게 된다면 멸망을 막을 수 있다.

모두가 다시금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다.


김윤이 새카만 마력을 전신에 휘감고 포탄처럼 쏘아졌다.

이어 거리를 좁힌 그는 손날을 크게 휘둘렀다.


필연.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담은 그 공격이 레자르의 팔을 두드렸다.


콰앙!


신체의 충돌에 마치 폭탄이 터진 듯한 폭음이 일며 레자르가 지상으로 추락했다.


“그 힘 순수한 마력이 아니구나.”


레자르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새하얀 빛무리가 응축되고 김윤을 향해 쏘아졌다.


마치 물고기가 물속을 유영하듯 허공을 가로지르는 빛 구슬.

김윤은 그것을 막아내기 위해 무기를 휘둘렀으나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빛 구슬이 그의 무기를 피해 이리저리 움직이다 그대로 몸뚱어리에 처박혔다.


“커헉.”


복부를, 옆구리를, 등허리, 턱을 후려치는 빛 구슬.

그것은 이내 창공에 모인 후 이전에 쏘아진 암석처럼 거대해져 김윤을 향해 떨어졌다.


김윤을 처박고, 그대로 대지까지 박차를 가한 빛.


콰아앙!


그대로 대지와 충돌하며 사방으로 충격파와 흙먼지를 쏟아냈다.


“설마 너희 같은 피조물이 나를 잡을 수 있을 거라 여겼나?”


레자르가 천천히 다가왔다.


“아무리 파멸이 나를 견제하고 있다고 한들 나는 신의 자리에 오른 존재다.”


그가 손을 뻗었다.


“잠깐 놀아준 거로 상대할 수 있다 생각하니 불쾌하군.”


그의 말투가 변했다.


“하핫, 그럼 본때를 보여줄까? 어때?”


“나쁘지 않겠군.”


레자르가 손바닥을 펼쳤다.

그러자 그 위로 새하얀 빛이 소용돌이치며 모여들기 시작했다.

마치 새하얀 블랙홀을 보는 것만 같았다.


손 위로 피어나던 블랙홀이 점차 거리를 벌렸다.

이어 크기를 더욱 부풀려 순식간에 사람을 집어삼킬만한 크기로 변했다.

그리고는 이내 세 개로 분열되었다.


‘뭘 하려는 거지?’


김윤은 새하얀 구체에서 벗어나며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동시에 언제든 대응할 수 있게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대응은 필요 없었다.

아니, 할 수 없었다.


그것은 김윤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소용돌이치던 마력이 무언가를 소환했다.

그것은 잠들어 있던 길을 만드는 자들이었다.


“설마.”


김윤은 곧장 레자르를 향해 쏘아졌다.

시전자를 공격해 저것을 차단하기 위함이었다.


“늦었다.”


그러나 그가 레자르에게 닿기도 전에.


콰드드드득!


무언가 비틀리는 끔찍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세 개의 블랙홀에서 새빨간 무언가가 사방으로 튀었다.


“죽었다고······?”


김윤이 쏟아지는 핏물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길을 만드는 자다.

한 세계의 정점에 오른 자들.

그런 자들이 아무런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죽었다.


주은서도.

이지우도.

백민호도.


모두 고깃덩어리로 변하며 품고 있던 새빨간 것들을 쏟아냈다.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었다.


그렇게 죽었다.


‘이것도 환영인가?’


김윤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사고가 멈췄다.


이것도 환영이지 않을까.


그들이 지금까지 어떻게 버텼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리가 없다.


아니, 있어서는 안 됐다.

자신이 왜 이 길을 택했는데.


허공에서 멍하니 쏟아지는 핏물을 바라보며 추락하는 김윤.

레자르는 그런 그를 향해 처음 쏘았던 섬광을 재차 쏘아냈다.


“마음에 드나?”


쏘아진 섬광이 김윤의 복부를 불태우며 파고들었다.

몸이 익어가기에 극심한 통증이 일었으나 김윤은 느끼지 못했다.

그저 쏟아지는 고깃덩어리와 핏물을 바라볼 뿐이었다.


“웃··· 기지마.”


김윤은 손을 뻗었다.

최대로 펼친 기억의 지대.

그렇기에 저 사건이 일어난 것도 범위 내다.


그렇다면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

필연을 사용한다면 말이다.


무려 죽음까지 선사할 수 있는 힘이다.

그런데 생명 하나 되살리지 못할까.


더군다나 창조와 파멸의 힘이 깃들어있다지 않았는가.

그래,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김윤은 기억을 되짚었다.

그들이 살아있는 순간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것을 재현했다.


그들을 되살린다.

그것을 위해 그는 모든 마력을 쏟아부었다.


블랙홀이 만들어졌던 곳에 새카만 어둠이 몰려들었다.


그것은 시간을 거스르듯 기괴한 움직임을 보이며 소용돌이 치기 시작했다.

블랙홀이 만들었던 흐름과는 정반대의 흐름이었다.


쏟아진 핏물이 역류하며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소용돌이에 합류하며 그것을 붉게 물들였다.

그러나 아직이었다.


부족하다.

그들을 되살릴 수 없었다.


김윤은 그곳에 흐름을 일으켰다.

그리고 잉그의 세계에 펼쳐진 수많은 마력을 끌어왔다.


“꽤나 훌륭한 마력 조작을 보이는 구나. 그런데 내가 보고만 있을 것 같나?”


레자르가 김윤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의 손바닥에 새겨진 문신이 번쩍였다.


콰앙!


그러자 김윤의 두 팔이 폭발하며 피를 흩뿌렸다.


“크윽······!”


마력을 집중하고 조종하고 있던 팔이기에 순간 마력의 흐름이 멈췄다.


“아니지. 그냥 두는 게 더 재밌겠네.”


레자르가 김윤 주위의 중력을 강화해 그를 바닥으로 떨궜다.


“자, 되살려봐.”


김윤은 곧장 두 팔을 재생하며 다시금 흐름을 운용했다.

주변의 마력이 모조리 빨려들며 그들을 다시금 존재하게 했다.


쏟아지던 살점들이 도로 뭉치고 그들의 몸을 이루었다.

사라졌던 옷들 또한 재창조되며 그들을 감쌌다.


그 일대의 시간이 통째로 되감겼다.

김윤이 기억하는대로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에 불과했다.


콰드드드득!


새하얀 블랙홀이 다시금 나타났으니 말이다.


“하하하.”


레자르가 다시금 쏟아지는 피의 폭포를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터트렸다.


“또 살리겠나?”

“이······ 개······.”


김윤은 부족한 마력에 탈력감을 느끼며 비틀거렸다.

하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그는 아공간에서 코어를 꺼내 마력을 회복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다시금 기억을 재현했다.


“기억을 통한 부활. 그런데 이들이 네가 아는 네가 맞을까? 네가 아는 기억으로만 재창조된 것 아닌가?”


레자르가 다시금 블랙홀을 만들며 그들을 무참히 죽였다.


“허억, 허억······.”


김윤이 무릎을 꿇었다.

마력을 회복해도 소모된 정신력, 체력은 돌아오지 않는다.


아무리 코어의 마력을 흡수해도 결국 한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되살리고 죽고 되살리고 죽고.

그것이 계속해서 반복되었다.


되살릴 때마다 쏟아붓는 방대한 마력.

그렇기에 한계라는 것이 찾아왔다.


세상이 빙빙 도는 것 같은 시야.

까딱조차 하기 힘든 손가락.

온 몸이 너무도 무거웠다.

이대로 쓰러져 잠들고만 싶었다.


하지만 김윤은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

이대로 쓰러진다면 모두는 죽는다.

자신조차 죽을 것이고 세계는 멸망할 것이다.


그런 것이라면 차라리 세계라도 살리는 게 낫지 않겠는가.

김윤은 코어에 담긴 마력을 다시금 흡수했다.

그리고 그것을 깨뜨렸다.


‘미안하다. 미안해.’


그들을 포기했다.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단 하나.

레자르를 죽여 멸망을 막는 것.


화아아악!


그는 아공간에 있던 모든 코어를 꺼내 깨부쉈다.

그러자 그것들이 품고 있던 방대한 마력이 일대에 휘몰아쳤다.


너무도 짙어 주변이 온통 검푸르게 변할 정도였다.


“죽어라.”


김윤은 자신의 체내에 거대한 흐름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일대에 뿌려진 모든 마력을 한 곳으로 쏘아냈다.


필연, 죽음.

그것이 레자르를 향해 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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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잉그 (5) 24.07.09 3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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