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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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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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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20,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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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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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길을 새기는 자 (1)

DUMMY


다른 길을 만드는 자들이 각기 멸망과 싸우고 있을 무렵.

마지막 길을 만드는 자 역시 멸망을 향해 다가갔다.


그가 향한 곳은 영국.

다른 멸망들보다 가장 피해가 큰 곳이었다.


곳곳에 솟아있는 푸른 마력의 나무들.

그것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잎사귀를 흩날렸다.


푸른 잎사귀가 바람에 따라 사방에 흩날리는 광경.

그것은 가히 장관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름답기 그지 없는 광경.

그러나 그것이 지닌 실체는 아름답지 않았다.


죽음을 지니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것들은 대지와 맞닿자.


콰아아앙!


거대한 마력의 기둥을 만들어냈다.


주변을 모조리 불사르는 마력의 기둥.

그것은 마력을 통해 만들어진 초고열의 섬광이었다.


그것은 솟구치며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고, 모든 생명을 죽음으로 이끌었다.

그야말로 멸망, 그 자체였다.


그러한 광경이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멸망의 형태가 나뭇잎이었기 때문이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들이 멀리 퍼지며 저 먼 곳까지.

순식간에 멸망으로 이끌었다.


그렇기에 김윤이 왔을 때엔 이미 주변이 온통 구덩이들로 변한 이후였다.


김윤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이를 꽉 깨물었다.


뿌드득!


이가 갈리며 이 광경을 만든 이를 찾기 시작했다.


그때 저 멀리서 느껴지는 마력.


김윤은 새카만 마력을 전신에 두르며 몸을 쏘아냈다.

최대로 강화했음에도 한참을 내달려 도착한 곳.


지금까지 지나온 곳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구덩이가 맞이하는 곳.

그곳에서 한 멸망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왔구나.”


보랏빛 피부에 붉은 눈동자.

잿빛 머리칼에 귀 대신 지니고 있는 작은 날개.


이 지역에 새로이 멸망으로 강림한 쿠로였다.


“그런데 혼자인가?”


그가 자신의 책을 펼쳤다.

그러자 그것의 페이지가 촤르륵 넘겨지며 사방으로 마력을 흩뿌렸다.


공격의 용도는 아니었다.

주변을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정말 혼자로군.”


김윤이 그런 그를 향해 쇄도했다.

어차피 처치해야하는 멸망.

이야기를 들을 필요는 없었다.


새카만 마력을 휘감은 그의 주먹이 쿠로를 향했다.


“흐음······. 그런가. 다른 멸망을 한 번에 처리하기 위해서······. 우리의 본질을 알고 있구나.”


그는 즉시 책을 닫고 그것을 방패 삼아 내밀었다.


콰앙!


그러자 고작 책이었음에도 김윤의 주먹이 완벽하게 막혔다.


김윤은 실망하지 않고, 책을 밀어내며 뒤로 날아갔다.

그리고 반대 손에 휘감긴 뇌격을 내질렀다.


콰르르릉!

우렛소리가 울려 퍼지며 새카만 번개가 쏟아졌다.

그러나.


촤르르륵.


쿠로의 책이 펼쳐지며 그의 몸을 감싸는 보호막이 그것을 막아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의 책 가운데 푸른 빛이 깃들더니 새 페이지가 생겨났다.

그리고.


콰르르릉!


색은 다르나 김윤이 쏘아냈던 것과 똑같은 번개가 쏘아졌다.


“너······ 뭐냐.”


김윤이 자신을 후려친 번개를 떨쳐내며 물었다.


“너와 같은 길을 만드는 자였지.”


쿠로가 책을 탁 소리가 나게 덮었다.


“내 이름은 쿠로. 이제는 강제력에 따라 너희 세계의 멸망이 된 존재다.”


그가 다시금 책을 펼쳤다.


촤르르르.


그러자 페이지가 넘어가며 그 안에 담긴 글자가 빠져나왔다.

그것은 마력을 머금으며 하나로 뭉쳤고, 하나의 현상을 만들어냈다.


화염의 파도.


그것이 이미 메마른 대지를 뒤덮으며 김윤을 향해 나아갔다.

김윤은 곧장 주먹을 휘두르며 그것에 맞섰다.


마력을 휘감은 그의 주먹 한 방에 화염의 파도가 갈라졌다.


“무투파인가 보군.”


쿠로가 그 모습을 보며 페이지를 넘겼다.

그러자 아까와 같은 일이 다시금 일어났다.


책에 새 페이지가 생기고, 김윤이 했던 짓이 똑같이 그에게 재현되었다.


콰앙!


파도를 꿰뚫던 주먹, 그 위력을 담은 마력의 덩어리가 김윤을 노렸다.


그것을 두 팔을 교차해 막아낸 김윤이 재차 질문을 던졌다.


“······너 뭐냐. 너도 기억을 쓰는 거냐?”

“기억이라······. 아니, 내가 다루는 것은 기록이다.”


촤르르르.


책의 페이지가 다시금 빠르게 넘겨졌다.

그러자 또다시 글자가 떠오르고 스킬이 발동됐다.


이번엔 대지가 송곳처럼 치솟았다.


김윤은 하늘 높이 도약하며 그것을 피해냈다.

그리고 솟구친 송곳 중 하나로 안착했다.


“기록이라······.”


세 번의 공격으로 알 수 있었다.

저 쿠로라는 놈의 공격은 자신과 비슷하다.


기억을 토대로 그것을 저장하고, 재현한다.

즉, 베끼는 자들의 싸움인 것이었다.


김윤도 기억의 지대를 펼쳤다.

그리고 방금 일어났던 기억을 끄집어 재현했다.


화르륵!


쿠로가 일으켰던 화염의 파도가 김윤의 마력으로 재현되었다.


“괜히 내 정체를 묻는 게 아니었군. 너는 기억을 다루나?”


쿠로가 책을 넘겨 바다를 끌어왔다.

화염과 물이 충돌하며 증기를 일으켰다.


“그렇다면 너를 통해 해답을 얻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구나.”


그가 책을 마저 넘기며 기록을 끌어왔다.


쿠르릉!


하늘에 뇌우가 가득 들어찼다.

그리고 번개로 이루어진 용들이 지상으로 강림했다.


김윤은 품에서 지도를 꺼내 불태웠다.

그의 손에 한 자루의 검이 들리고, 그것에 기억이 깃들었다.


용살(龍殺).


용살의 기억이 그 검을 타고 자라났다.

물론 저것은 진짜 용이 아닌 그저 번개로 이루어진 용에 불과하다.

하지만 김윤이 지닌 길의 힘이라면 가능했다.


새긴다.


쏟아지는 용에 강제로 길을 새겼다.

그것은 수없이 겹쳐져 마치 하나로 보이는 길.


번개가 진정한 용이 되었고, 김윤이 지닌 용살의 힘이 울부짖었다.


쿠와아악!


뇌룡이 비명을 토해내며 추락했다.

용살의 힘을 담은 검이 그들의 목을 모조리 쳐냈기 때문이었다.


“하하, 다른 세계의 기억이라. 그것마저 나와 같구나.”


쿠로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너는 나구나. 새기는 자!”


그리고 책을 펼치며 응축된 마력의 포탄을 쏘아냈다.

내부에서 응집된 마력이 서로를 밀어내고 있는 포탄.


그것이 지상과 충돌하자 거대한 폭발을 낳았다.


콰과과과!


거대한 구이 지상을 탐하며 거대한 구덩이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 안에 김윤은 없었다.


“나는 네가 아니다. 멸망.”


김윤의 새카만 마력을 전신에서 꿀럭꿀럭 토해냈다.

그것은 그의 몸을 휘감으며 전신을 강화시켰고, 그가 불러오는 기억을 받아들였다.


그의 손 위에서 검게 타오르는 지도.

그것이 거대한 토네이도를 재현했다.


모든 것을 집어삼키며 나아가는 회오리가 무려 세 개나 만들어졌다.

그야말로 재앙.


인간이 했다고는 볼 수 없는 현상들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일으키고 있는 당사자들은 담담했다.


그들에게는 이제 언제든지 일으킬 수 있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한 세계의 정점.

그 세계를 지키기 위한 힘.

그것들이 충돌했다.


회오리를 뚫고 검보라빛 뱀들이 아가리를 쩍하고 벌렸다.

그 뱀이 아가리를 닫지 못하게 몸뚱어리째로 거대한 검이 베어버렸다.

그러자 동작의 빈틈을 노린 빛의 창이 쏟아졌고, 바닥에서 하늘로 솟구치는 번개가 그것을 막아냈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공방.

그것으로 인해 안 그래도 황폐하던 일대가 완전한 폐허로 변했다.


그 무엇도 살아남을 수 없는 지옥의 땅.

이젠 지구의 땅이라고도 하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김윤은 그런 망가진 땅에서 치솟으며 쿠로를 향해 쇄도했다.

새카만 마력을 휘감은 채찍이 휘둘러지며 그의 팔을 휘감았다.


이어 왼손에 들린 도끼가 그의 머리를 노렸다.


“감정을 보내는 무기라.”


쿠로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그의 손바닥 위로 바람이 응축되었다.


“터져라.”


그의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폭발을 일으키는 바람.

그것은 김윤을 그대로 밀어내고, 그의 채찍을 잘라냈다.


폭풍에 휩쓸려 허공에서 회전하는 김윤.

쿠로는 그런 그를 향해 추가적인 공격을 가했다.


“그러고보니 멸망으로 강림하며 다른 힘이 주어졌더군.”


그것은 모든 것을 금으로 바꾸는 힘.

그의 손가락을 타고 쏘아진 마력이 김윤의 팔에 적중했다.


“보잘 것 없어보이지만 한 세계의 정점. 모든 것은 쓰기 나름이지.”


그러자 순식간에 금으로 변하기 시작하는 그의 팔.

그것은 그의 손과 팔꿈치를 금으로 바꾸고 순식간에 어깨를 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김윤은 개의치 않았다.

그저 팔을 잘라내고 지도를 불태워 저격총을 만들어낼 뿐이었다.


타앙!


잘려나간 팔이 순식간에 재생되며 총을 붙잡았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최후의 한 발.


강화된 탄환이 쿠로를 향해 날아갔다.


터엉!


그리고 방어막에 가로막히며 힘 없이 사라졌다.


“상처를 재생한다라······. 어째서 그것에서 길의 힘이 느껴지는 거지? 너는 새기는 자가 아니었나? 비트는 힘? 아니, 잇는 힘?”


쿠로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너는 뭐지?”

“새기는 자다.”


김윤이 마력을 뽑아내며 수리검 형태로 변화시켰다.

그리고 그것을 곧장 내던졌다.


쿠로의 방어막을 찢어발기고 그의 뺨을 찢어내는 수리검.


필연.

모든 것을 가르는 필연을 담은 공격이었다.


“확실히 본연은 새기는 힘이로군. 그럼 섞인 다른 것은 네 힘의 영향인가?”

“······.”


김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아도 상관 없다. 나는 이미 가능성을 보았으니까.”


쿠로가 폐허가 된 대지를 쭉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나는 늘 의문이었다. 왜 나는 새기는 자일까. 과거의 것을 가져오는 게 우리가 나아가는 길을 새기는 일일까?”


그의 손에 들린 책의 페이지가 천천히 넘어갔다.


“물론 과거를 통해 잘잘못을 바로 잡고 나아가는 것. 그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렇기에 과거의 멸망을 통해 우리는 나아갈 수 있을지 알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턱.


책이 덮였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내 뒤에 수많은 멸망이 있음에도, 그것을 이렇게 기록했음에도.”


잠시간의 침묵이 흘렀다.


“혹시 내가 담은 과거가 부족했던 걸까? 더 많은 멸망의 선례가 필요했던 걸까?”


그가 다시금 책을 펼쳤다.

그러자 그것이 푸른 빛을 뿜어내며 빠르게 넘어갔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속도였다.


“그리고 지금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왜 내가 새기는 자였는지. 어째서 과거를 새겨야만 했는지. 멸망이 부족했는지를.”


귀 대신 자리한 그의 두 날개가 파르르 떨렸다.

그리고 동시에 그의 책에서 수많은 문자가 떠오르고 하나로 결합되었다.


그것은 마력과 강제력을 통해 번역되었으며 김윤에게도 읽혔다.


멸(滅).


그것은 멸망이었다.


콰과과과과!


마치 모든 것을 집어삼키기라도 할 듯 주변의 공기와 마력을 집어삼키는 문자.

그것은 점차 부풀어오르며 하나의 마력의 구로 변화했다.


“나는 멸망이다. 멸망을 막아봐라, 새기는 자. 네가 모아온 과거를 내게 보여다오.”


탁.


쿠로가 책을 덮고 손을 뻗었다.

그러자 구체에 응축된 마력이 표면으로 회오리치며 솟아나기 시작했다.


“왜 우리는 과거에서만 길을 찾아야 하는 운명인지 답해다오.”


마력의 회오리가 김윤을 향해 쇄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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