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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이다

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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촐물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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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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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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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길을 비트는 자 (3)

DUMMY


“비트는 힘은 쓰지 않겠다지 않았나?”


레부가 튕겨나간 창을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창이 내질러진 공간이 비틀리며 방향이 바뀐 것이었다.


“하지만 좋다. 그게 비트는 자다. 모든 것을 비틀어라. 네가 내뱉은 진실마저도.”


레부가 자세를 다잡았다.


“너 자신마저도.”


그의 창을 타고 다시금 번개가 일어났다.


“그게 비트는 자가 걷는 길이다.”


백민호의 전신에서 칠색의 안개가 뿜어져 나왔다.


“뒤틀려라.”


그것은 순식간에 주변을 장악하고 공간을 비틀기 시작했다.

그의 기억에서 보았던 그 날의 일처럼 레부를 처리하기 위함이었다.


그가 있는 공간을 비틀고 그를 찢어발긴다.


하지만 레부는 곧장 뒤로 도약하며 창에 담긴 번개를 쏘아냈다.

안개라 한들 저것은 마력, 변질된 마력이라고 해도 이 힘엔 지워진다.


그것이 길의 힘이 담긴 게 아니라면 말이다.


백민호가 만든 비틀림에 번개가 비틀어지다 애꿎은 곳에 처박혔다.

그사이 시간을 번 백민호는 다시금 마력을 운용했다.


“비틀어라.”


칠색의 눈동자가 강렬하게 타올랐다.

그것은 그에게 미래를 보여주었고, 과거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현재를 보여주었다.


또한 그의 눈동자를 물들인 마력이 모든 것을 비틀기 시작했다.


그의 미래를 비틀었고, 과거를 비틀었다.

그리고 현재를 비틀었다.


칠색의 마력을 담은 파동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그것은 일대의 모든 것을 비틀었다.


모든 원칙이 비틀렸다.

모든 것이 어그러졌다.


공간이 비틀리며 두 눈을 속였다.

마력이 비틀리며 주인을 거부했고, 감각이 비틀리며 주인을 속였다.


“일대를 비틀었나.”


레부가 자신의 변화를 살폈다.


시야가 마구잡이로 흔들리고 왼손을 움직였더니 오른손이 움직였다.

마력의 순환 또한 마음대로 이루어지지가 않았다.


“좋군.”


하지만 레부는 오히려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다시금 희망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봐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레부가 비틀린 현상에 적응했다.

서로 바뀌었다면 바꿔서 휘두르면 된다.


보통의 이들에겐 어려운 일이겠지만 수많은 전투를 겪어온 그에게는 아니었다.


그는 번개를 거두고 창을 땅에 박아넣었다.

그리고 황금빛 마력을 전신에 두르며 쇄도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 기세는 이전같지 못했다.

비틀린 것을 수긍하여 바꿔서 휘두른다.

하지만 그것은 기존보다 더 많은 사고를 불러일으킨다.


그렇기에 한층 둔해진 움직임.


백민호는 그것을 통해 이점을 얻어냈다.


칠색의 마력이 그의 손에 깃들었다.

그는 주먹을 움켜쥐었고, 그것은 그의 손을 휘감았다.


금빛과 무지개빛의 충돌.


화사한 빛이 일대를 휘감았다.

그러나 빛의 색깔과 달리 그 위력은 흉흉하기 그지 없었다.


둘의 충돌에 일대가 갈려나가며 비명을 토해냈다.

하지만 그 둘은 멈추지 않았다.


두 주먹이 맞부딪히고, 백민호는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주특기인 원소를 이용한 스킬을 퍼부었다.


화염의 화살이 소나기처럼 쏟아지고 대지가 주먹이 되어 솟구쳤다.

솟구친 주먹이 폭발하며 물을 쏟아냈고, 그 위로 벼락이 쏟아졌다.

물이 얼어붙고 그 위로 섬광의 세례가 쏟아졌다.

섬광이 얼음을 통해 사방으로 퍼져 나가자, 어둠이 그것을 모조리 휘감고 폭풍을 토해냈다.


그리고 비틀렸다.


우드드득.


공간이 비틀리며 레부의 팔이 떨어져 나갔다.


“앞선 공격은 눈속임이었나.”


진짜 공격은 길의 힘.

그것을 통한 공간의 비틀림이었다.


레부가 뒤로 도약하며 손을 뻗었다.

그러자 하나뿐인 손을 향해 창이 날아오며 쥐어졌다.


그는 그것에 곧장 마력을 담은 후 내던졌다.

쾌속하게 날아가는 창은 모든 비틀림을 피해내며 백민호에 복부를 파고들었다.

그러나.


꾸드득.


기괴한 소리와 함께 창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비트는 힘.

그것으 그가 창에 맞았던 일을 비틀어 없던 것으로 한 것이었다.


“이미 일어난 일을 비틀다니.”


레부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상상이상이군.”


멸망으로 새롭게 태어나며 길의 힘을 모조리 상실한 그.

그렇기에 저것에 대응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내 새기는 힘으로는 버거웠을 지도 모르겠군.’


새기는 힘은 비트는 힘에게 불편한 상성이었으니 말이다.


서로 비슷하며 서로 다른 힘.


레부는 다시금 창을 회수한 후 자세를 다잡았다.

없어진 그의 왼팔 부분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지혈조차 안 되는가.’


비트는 힘이 그가 마력으로 지혈하는 것을 막아냈다.

마력을 그곳으로 보내면 출혈이 더 심해지는 것이었다.


“금방 끝나겠군.”


그의 출혈, 그리고 바닥을 보이기 시작하는 백민호의 마력.

그 무엇이 됐든 이제 이 싸움은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레부가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것이 그의 전신과 창에 휘감기며 용의 형상을 띄었다.


백민호 역시 마력을 끌어올렸다.

다시금 쏘아내는 파멸의 섬광.


“용살(龍殺)!”


동시에 레부가 용이 휘감긴 창을 내질렀다.

그의 주위를 맴돌던 용이 폭발하며 그 마력이 창에 담겨 내질러졌다.


파멸의 섬광과 충돌하는 일격.


콰과과과과!


모든 것을 꿰뚫을 기세로 쏘아진 창격과 모든 것을 소멸시킬 기세의 섬광이 충돌했다.


“아직 남았다.”


백민호가 남은 마력을 바닥까지 끌어올렸다.

그러자 주변에 내려앉은 비틀림이 모조리 사라졌다.


이제 그것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자 레부를 휘감던 제약이 사라졌다.

그는 그 즉시 마력을 더욱 퍼부으며 공격의 횟수를 늘렸다.


마력 제어가 어려워 단 일격으로 쏘아진 용살.

그것이 순식간에 열 번의 공격으로 늘어났다.


파멸의 섬광이 밀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루어진 힘겨루기의 승자, 그것은 레부였다.


지금은 그러했다.


주변의 비틀림마저 거두며 백민호가 모은 마력.

그것은 새로운 비틀림을 만들어냈다.


충돌의 승자, 그것을 비틀어 바꾸었다.


“이미 일어난 일이라도 지금이라면 비틀 수 있다.”


그러므로 바꿀 수 있다.


“크아아아악!”


백민호는 다가오는 참격을 몸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남은 마력을 모조리 쏟아부으며 그것을 비틀었다.


그가 입은 모든 참격이 사라지고, 그 모든 것이 레부에게 돌아갔다.


콰과과과과!


레부의 전신에 수많은 구멍이 뚫리며 피분수가 일었다.


“훌··· 륭, 하다······.”


레부가 비틀거리다 쓰러졌다.

승리한 백민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바닥난 마력이 그에게 탈력감을 선사했다.


그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레부를 바라보았다.

그의 완전한 최후를 보기 전까지는 쓰러질 수 없었다.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가.

그것은 멸망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렇기에 그는 수많은 생명을 해치고, 비틀며 이곳에 있었다.

그러니 다시는 실패해서는 안 됐다.


‘더 지킬 것이 남아있지는 않지만······.’


그가 지키지 못했던 신민우라면 멸망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를 지키지 못했기에 그는 그의 바람을 이루어줄 것이다.

그리고 그 끝에는.


“학살자로서 최후를 맞겠지.”


그것이 자신에게 어울리는 말로이다.

그는 그런 길을 택했으니까.


죄책감조차 그에게는 과하다.

그런 길이었다.

그런 비틀림이었다.


화아악!


그사이 레부의 몸에 마석으로 화하며 무너져 내렸다.

그것을 발견한 백민호는 그제야 안심하며 쓰러졌다.



***



비슷한 시각, 다른 길을 만드는 자들도 각자의 멸망을 맞이하기 위해 움직였다.


이지우 역시 그 중 하나였다.


길을 만들고 그것을 통해 이동한 그녀.

그녀가 이동한 위치는 아일랜드였다.


그런데 그녀가 이동한 곳은 백민호가 간 곳과는 달랐다.


백민호가 향한 중국은 온통 파괴의 흔적이 가득했다면, 이곳은 멀쩡하기 그지없었다.


특이한 점이라고는 단 하나의 생명체도 존재하지 않다는 점.

물론 그렇다는 것부터가 멀쩡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으나, 건물들이 너무도 깨끗했다.


그 어떠한 건물에도 피 한 방울이 튀어있지 않았다.

그리고 고요했다.


비명도 피비린내도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마치 원래부터 아무것도 없던 것처럼.


“이럴 수가 있나······?”


이곳은 아름과 마찬가지로 새롭게 지어진 도시 중 하나.

그렇기에 멸망 이후 살아남은 이들이 모여서 사는 곳이었다.

그런데 단 하나의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 기이한 광경에 의문을 품던 이지우가 인기척을 느꼈다.

그리고 그곳을 향해 달려나갔다.


도시에서 처음 느낀 인기척.

그 존재라면 무언가 해답을 줄 것이다.


이곳이 왜 이렇게 됐는지.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지.


그리고 그 생각은 들어맞았다.

다만 그 답변이 언어가 아닌 그저 보는 것만으로 깨닫게 된 것만 빼면 말이다.


그곳은 한 거대한 교회였다.


새하얀 깃털이 그 내부를 나풀거리며 한 곳으로 천천히 날아갔다.


그녀가 느꼈던 인기척은 그 깃털에서 느껴진 것이었다.

이곳을 채운 수많은 깃털.

그것 하나하나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설마······.’


이지우는 자신의 앞에 있는 깃털에 손을 뻗었다.

그러자.


“사, 살려줘-!!”


그것이 담고 있는 비명소리가 그녀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윽.”


그녀는 반사적으로 손을 거두었다.

그리고 저 멀리 있는 이 깃털의 주인을 발견했다.


거대한 한 쌍의 날개를 펼친 누군가.

생긴 것은 인간과 같았으나, 등에 달린 새하얀 날개가 인간이 아닌 것을 증명했다.


새하얀 피부, 새빨간 눈동자, 물빛 머리칼.

그리고 날개의 조합이 그녀를 마치 천사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네가 길을 만드는 자구나.”


그녀는 목소리마저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그녀가 천천히 몸을 돌리며 이지우를 직시했다.

새빨간 눈동자가 보이는 눈길이 따뜻하기 그지없었다.


“나는 다른 세계의 길을 만드는 자였던 존재. 그리고 이제 너희 세계의 멸망이 된 존재. 마리라고 한단다.”


그녀가 자신의 가슴팍에 손을 올리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이지우는 그 미소를 보며 얼굴이 붉어졌다.


‘뭐지?’


그것은 저항할 수 없는 무언가였다.

그녀의 저 눈.


저것이 지금 그녀를 매혹하고 있었다.


이지우는 곧장 시선을 거두었다.

그러자 그 기이한 감각이 사라졌다.


“어머, 눈치가 빠르구나.”


마리의 눈가와 함께 입꼬리가 길게 휘어졌다.


“······이 깃털. 사람들을 가둔 건가요?”

“맞아. 나는 멸망이니까.”


그녀가 입가를 가리던 손을 치웠다.

그리고 다시 싱긋 웃었다.


“나로 인해 다른 세계가 멸망하는 것을 바라지는 않지만······. 그게 내게 주어진 일이며, 내 죄악을 씻는 일이라면.”


그녀의 날개가 활짝 펼쳐졌다.

그러자 교회를 가득 채운 깃털이 모조리 그녀의 날개로 흡수되었다.


“나는 기꺼이 받아들이리.”


그녀의 붉은 눈이 안광을 쏟아냈다.


“오거라 멸망을 막는 아이야. 나는 너희의 멸망이란다.”


그녀의 거대한 날개가 퍼덕이며 폭풍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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